[수필가 윤혜영의 문화산책] (3) 낙후된 판자촌의 화려한 변신 - 문화의 힘으로 도시를 살린다.

2016. 1. 17. 02:26美學 이야기

 

 

       [수필가 윤혜영의 문화산책] (3) 낙후된 판자촌의 화려한 변신 - 문화의 힘으로 도시를 살린다.

 

                        2015/08/17 08:33 등록
  (2015/09/07 17:25 수정)
 

 

 


 

(뉴스투데이=윤혜영 선임기자)
경상남도 통영에 있는 ‘동피랑 마을’은 철거예정이었던 도심의 흉물 '판자촌'이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지역의 랜드마크이자 전국의 유명 관광지로 변모한 훌륭한 성공사례이다.

‘동피랑’은 동쪽에 있는 벼랑이라는 뜻으로 항남동 중앙시장 인근의 달동네를 의미한다. 과거 통영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수돗물도 들어오지 않아 마을밑 '통샘'에서 양철통에 우물물을 길어 산벼랑을 오가며 식수를 해결했었다.

노인들만 몇 남고 잊혀져가는 달동네 동피랑. 통영시는 허물어져가는 판자촌을 복구하고 이미지 쇄신을 시켜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물로 변화시키려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도입했다.

‘푸른 통영21 추진위’를 건립하고 3천만 원의 상금을 걸고 벽화공모전을 벌였다. 전국에서 모인 화가와 민간인 단체들이 마을을 예쁘게 색칠하고 단장하여 예술가들의 입주촌도 꾸미고 주민들의 생활환경도 좀 더 개선시키려는 노력이 있었다.

벽화마을은 매년 낡은곳을 보수하고 새옷으로 갈아 입으며 통영 여행에서 빼놓을수 없는 관광지가 되었다.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며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도시 이미지 개선에도 훌륭한 몫을 하지만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수 많은 인파들이 몰리며 내는 소음과, 입주민들의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단점, 아무렇게나 버려두고 간 쓰레기더미들도 골칫거리이다. 이에 좀 더 개선된 시민의식이 요구된다.

 




 

   낙후된 곳에 예술가들이 모여들어 새로운 문화 공동체를 형성해 활동하는 지역을 일컫는 ‘스콰트(squat)’는 프랑스에서부터 시작되어 외국에서는 20여 년 전부터 활성화되었다.


통영의 성공을 벤치마킹하여 전국의 많은 지자체에서 벽화마을 조성에 나섰다. 고창과 서울, 부산, 경주, 거제도 등등 많은 지역들이 낙후된 지역에 벽화를 그려 새로운 관광지로 변모하고 있다. 서울의 문래동은 철공소 밀집지역이던 곳에 지역예술가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며 지역의 새로운 예술마을로 이미지쇄신을 하였다.

 



 


   예술가들이 모이는 지역의 땅값이 오른다는 부동산 시장의 법칙이 있다. 영국의 로스 글래스(Ruth Glass)가 주택재고의 변화를 연구하며 고안한 결과로 “예술가 주도의 Gentrification”이라고 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된 지역에 외부인들이 몰려와 지역경제가 다시 활성화되는 현상을 뜻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외부인들이 몰려와 지역민들이 떠나게 된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이고 있다. 비싼 임대료의 대안으로 비교적 땅값이 싼곳으로 거주지를 옮겼으나 그곳이 유명세를 타게 되면서 유명 프렌차이즈와 다국적 점포들이 들어서고, 또다시 임대료가 치솟아 그곳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막고 주민과 이주민의 상생을 위해서는 좀 더 제한되고 세심한 개발이 필요하다.

 


 


   재개발 정책은 낡은 건물을 다 부수고 새로운 건물을 돈을 들여 짓는다. 도시 재생 프로젝트는 그보다 적은 돈을 들여 리모델링을 한다. 그리고 예술촌의 재개발은 예술가들과 주민이 직접 참여했기 때문에 하나밖에 없는 독특함이 경쟁력이다. 그러나 무턱대고 따라하기 식으로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다.

지역의 정체성과 주민들의 욕구를 반영하여 장기간의 연구와 계획으로 치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세계관광기구에서는 문화관광이 전체관광의 37%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수요는 매년 15%씩 증가한다고 내다보았다. 문화가 가장 경쟁력 있는 사업이자 삶의 중요한 일부분이다. 바야흐로 세계의 대세는 ‘컬처노믹스’이다.

* 컬처노믹스(Culturenomics) : 문화(culture)와 경제(economics)의 합성어로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교수인 피터듀런드(Peter Duelund)가 처음 사용하였다. 최근에 문화의 상품화와 문화를 통한 창의적 차별화를 강조하는 새로운 도시발전 논리로 부각되고 있으며, 이미 세계 주요도시들이 창조적인 문화도시로의 전환을 위한 '컬처노믹스'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통영에는 동피랑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서피랑도 있다.
통영시 명정동의 서쪽벼랑으로 과거에는 홍등가였던 '야마골'이 벽화마을로 재탄생하였다.

'야마'는 일본어로 '산(山)'을 의미한다. 시민들이 '야마호텔'로 불렀던 이곳은 언덕배기에 졸졸히 자리한 작은 사창가들로 붉은 홍등을 내걸면 영업을 시작한다는 의미였다. 과거 어업의 활성화로 경기가 좋을때는 야마골도 번성하였으나, 국가에서 집창촌을 철거하고, 시대문화도 바뀌면서 야마골의 영화도 쇠락해버렸다.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지고 슬럼화된 야마골을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회생시키려는 시도가 거론되었다. 개발당시에는 기존이미지의 부정적인 인식탓에 시민들의 반대도 많았으나 지금은 동피랑과 함께 성공한 지역개발의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대만의 탄광촌 홍등가였으나 지금은 세계적인 관광지가 된 '지우펀'이 떠오른다. 서피랑도 동피랑과 함께 발전해가며 한국의 대표적 벽화마을로 발전하길 바란다.

통영에 가면 싱싱한 활어와 지역 특색이 반영된 '다찌'라는 이색적인 술문화가 있다. 다찌노미(立飮み, 서서마시기)가 변형된 말로, 술을 시키면 해물위주의 안주들이 하나둘씩 상을 채우며 다 마실 때까지 종류가 다른 싱싱한 해산물들이 끝없이 상을 채운다.

과거에는 주머니가 헐한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낭만적인 술집이었다. 동피랑과 서피랑을 구경하고, 통영 다찌집에서 한 잔 술을 나누며 통영의 낭만을 누려보자.


끝으로 김정용 시인의 '다찌'라는 시 한편을 올려본다.


통영에 오면 있다

안주값은 안 받고 술값만 받는 집

술을 시킬 때마다 바다안주가 무장무장 나오는 집

뱃놈들 때문이지

출렁이는 바다에서 보름이나 달포 지나 육지에 오르면

가만히 있는 물이 자꾸 흔들려

발 디딘 땅이 거대한 물너울처럼 울렁거려

어질어질 가멀미를 한다네

살아도 산 것 같지 않다고

서둘러 마시고 같이 흔들려야

비로소 산 목숨 같다고

아지메, 소주 한 바께쓰!

주인은 얼음 채운 양동이 가득 술을 내온다

술상이 출렁 몸이 출렁

갯물 먹은 유리창도 출렁출렁

오래 굳어 단단한 것들이 흔들리며

나의 뭍이 너의 바다로 바뀌는 집

꽉 다문 입술과 먹먹한 가슴들이

부드러운 물잎으로 넘실거리는

안주는 무한리필 술값만 받는

통영 다찌집


 

                                                                     김동철 - 한산도

 



                                                                        김성호 - 통영항

 



                                                       민정기 - 충무공 기념탑 아래서의 스케치

 



                                                                   이두식 - 사량도
 

 

 


<글 : 수필가 윤혜영
geo0511@hanmail.net  >



계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경남 통영 출생

계간 '문학나무(발행인 황충상 소설가)'겨울호를 통해 신인문학상 중 수필 부문 수상자로 등단.
주요 저서로 '우리는 거제도로 갔다'. '화가들이 만난 앙코르와트' 외 항공사와 증권사, 신문사 및 문화예술지등 다수에 문화칼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