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윤혜영의 문화산책](5) 그리움으로 부르는 바다 - 제주도

2016. 1. 17. 02:35美學 이야기

 

 

[수필가 윤혜영의 문화산책] (5) 그리움으로 부르는 바다 - 제주도

2015/08/31 07:59 등록   (2015/09/07 17:26 수정)

 

그곳에 가고 싶다 --제주 화가 강금실의 바다 | 세계여행칼럼

 

윤혜영 2015.08.31 11:19

 

     

 

 


    (뉴스투데이=윤혜영 선임기자) 대학후배 K와 술을 마시다가 제주도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새내기 시절 방학기간에 제주도로 친구들과 여행을 떠났다가 가진 돈은 술값으로 다 탕진해버리고, 갯지렁이를 잡아 팔아서 다시 도시로 돌아왔다는 이야기.

떠들썩하고 시커먼 술집 한귀퉁이에 앉아 있던 내 머리 속에 제주의 환한 유채밭이 떠올랐다.

때는 오월이었다. 유채가 한껏 만개해 있을 즈음이었다. 나는 온다간다 말도 없이 집으로 향했고, 제주행 비행기를 예약했다. 그리고 주말에 바로 제주도로 떠나왔다. 과연 제주는 유채가 한창이었다. 곳곳에 환한 유채가 노란 등불처럼 곳곳을 빛내주고 있었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박물관이나 언론에서 떠드는 맛집들은 한곳도 가지 않았다.

내게는 제주의 바람과 풍경이면 족했다


 



오래도록 그리워할 이별 있다면

모슬포 같은 서글픈 이름으로 간직하리

떠날 때 슬퍼지는 제주도의 작은 포구 모슬포

모-스-을 하고 뱃고동처럼 길게 발음하면

자구만 몹쓸 여자란 말이 떠오르고

비 내리는 모슬포 가을밤도 생각이 나겠네

그러나 다시 만나 사랑할 게 있다면

나는 여자를 만나는 대신

모슬포 풍경을 만나 오래도록 사랑하겠네

사랑의 끝이란 아득한 낭떠러지를 가져오고

저렇게 숭숭 뚫린 구멍이 가슴에 생긴다는 걸

여기 방목하는 조랑말처럼 고개 끄덕이며 살겠네

살면서 떠나간 여잘 그리워 하는 건

마라도 같은 섬 하나 아프게 거느리게 된다는 걸

온몸 뒤집는 저 파도처럼 넓고 깊게 깨달으며

늙어가겠네 창 밖의 비바람과 함께할 사람 없어

더욱 슬퍼지는 이 모슬포의 작은 찻집 '景에서


- 김영남, 모슬포에서- 

 


   모슬포가 보고 싶었다. 중문에서 차를 몰아 찾아왔더니 텅 빈 항구만 있었다.
아무도 찾지 않는 5월의 모슬포는 쓸쓸하고 외로웠다. 주변에는 갈치와 고등어를 파는 식당들이 줄지어 있었고, 방어축제를 한다는 현수막이 어느 건물에 커다랗게 걸려져 있었다.

전날 밤 동문시장에서 애기만한 방어의 머리를 방망이로 내리쳐 잡는 장면이 연상되어 고개를 저었다. 모슬포에는 찻집 景도 없었고, 김영남의 모슬포처럼 애잔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았다. 인적이 드문 거리에는 선박용 디젤냄새와 세찬 바람만 거세게 몰아쳤다.

 


   호텔의 프론트에 제주도 똥돼지를 파는 곳이 있냐고 물으니 한곳을 소개시켜 주었다. 식당의 차가 숙소까지 픽업을 나와주었다. 고기는 육지의 그것과 별다를 바 없었으나 자리젓에 찍어먹는 것이 독특하였다.
연인들과 가족동반의 손님들 틈에서 혼자인 나는 괜시리 부끄러워져 구석진 자리에 앉아 한라산 소주만 연신 들이켰다. 돌아오는 길은 해안가를 따라 걸으며 호젓한 바람을 느꼈다.

길(路).
을지로, 충무로, 동성로... 수 많은 路
한자를 보면 발 족(足)자에 따로 각(各)이다. 결국 인생이란 혼자 가는 길이다.

                                                                    ▲ 가파도의 바람


제주도에 살며 제주를 그리는 여인, 강금실씨.
그녀를 만나 차를 한잔 나누며 그림철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으나, 내가 제주를 찾은 날 그녀는 뭍으로 나가는 길이었다. 어차피 혼자만의 충동적 여행이었으니 누구를 탓할 수 없다.

                                                                       ▲ 제주바당

 

 



                                                                   ▲ 해녀할망

 

 



                                                               ▲ 제지기오름 위에서

 

 



                                                                        ▲ 섬꽃 한다발

 

 



                                                                     ▲ 아부오름의 녹음

 

 



                                                                          ▲ 외돌개

 

 



                                                                           ▲ 널다

 

 



                                                                     ▲ 물영아리 오름

 

 



                                                                      ▲ 월정리 해안가




칸트는 예술은 아름다운 대상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이라 하였다. 제주도의 자연을 그리는 강금실의 화폭 속에서 제주는 실물적인 아름다움에 작가의 혼이 담겨 그녀만의 아우라를 뿜어낸다. 푸른빛의 느엉들과 삶의 노동을 짊어진 해녀들, 파도의 반짝이는 윤슬이 화폭속에서 눈부시게 빛난다.

그녀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제주도를 눈으로 여행하고 있는 것 같다.


   그 림 : 강금실

 
· 제주대학교 미술학과(서양화전공) 졸업

· 미래 아티스트전 (서울, 지구촌 갤러리)
· 내게 주는 선물전 (인천)
· 다그리고전(경주)
· 탐라문화제기념전 (서귀포.이중섭창작스튜디오)
· 미술동인 ‘집'전(제주.문예회관)
· 바람이불다 전(제주.문예회관)
· 7인7색전 (서귀포, 이중섭창작스튜디오)
· 서귀포에 살다 초대展(예술의전당/서귀포)
· ‘그래도 그린다’ 4인전 –연갤러리/제주
· 그 외 단체전 30여회

·
현) 미술동인‘집’ , 예뜨루, 한국미협.
 

<글 : 수필가 윤혜영
geo0511@hanmail.net  >



계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경남 통영 출생

계간 '문학나무(발행인 황충상 소설가)'겨울호를 통해 신인문학상 중 수필 부문 수상자로 등단.주요 저서로 '우리는 거제도로 갔다'. '화가들이 만난 앙코르와트' 외 항공사와 증권사, 신문사 및 문화예술지 등 다수에 문화칼럼 연재.

 

 

http://blog.daum.net/geo0511/5391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