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山사상 후손에 전하도록 쉽게 정리 자료 / 보정산방
2010.08.1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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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의 저술을 번역해 온 출판인 정해렴(丁海廉•65)씨가 최근 ‘역주(譯注) 경세유표(經世遺表)’(전3권)와 ‘목민심서정선(牧民心書精選•전2권)(이상 현대실학사)을 동시에 펴냈다. 정씨는 지난 1996년 출간한 ‘다산논설선집’ ‘다산문학선집’을 시작으로 ‘흠흠신서(欽欽新書)’ ‘아방강역고(我邦疆域考)’ 등 모든 다산 저서를 우리말로 옮긴 18권을 간행했다. “다산의 저술 중 유교 경전 연구를 제외한 중요한 것은 거의 다 포함했습니다. 어려운 한문을 쉽게 풀어 다산의 학문과 사상을 후손에게 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정해렴씨는 성균관대 국문과 졸업 후 1964년 출판계에 들어와 외길을 걸으며 1000권의 책을 만들어 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편집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신구문화사•을유문화사 편집부를 거쳐 창작과비평사 편집부장•대표•고문을 역임했다.
정씨가 다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70년대 말 창작과비평사에서 다산연구회가 간행한 ‘역주 목민심서’(전6권)의 편집을 담당하면서부터다. 집안의 먼 어른이기도 한 다산의 넓이와 깊이에 압도되어 그 성과를 세상에 알리는 데 평생을 걸겠다고 결심했다. 정씨는 “다산의 저술에는 방대한 지식뿐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의 지표가 그대로 들어 있다”고 말했다. 다산의 번역을 시작한 그는 출판사를 따로 등록했고, 1997년 퇴임 후에는 서울 마포의 사무실에서 하루 10시간씩 이 일에 매달렸다.
정씨는 특히 각종 저술의 판본 대조를 통해 원본을 찾아내는 전문가로, ‘임꺽정’ ‘만세전’ ‘삼대’ 등의 정본이 그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의 이런 치밀성은 다산 저술 번역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경세유표’의 경우 1930년대 신조선사(新朝鮮社)가 간행한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에 들어 있는 것을 바탕으로 국립도서관과 서울대 규장각에 소장 중인 필사본 두 종을 꼼꼼히 대조하여 잘못된 글자와 순서를 바로잡았다.
자기가 좋아서 10년째 하는 일이지만 이것이 아직 돈이 되지는 않는다.
그는 편집 아르바이트와 외부 용역 자료 정리를 통해 간행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다행히 연세대 사학과와 고려대 중문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두 아들이 자료 입력 등을 도와주기 때문에 큰 힘이 된다.
정해렴씨의 다음 구상은 다산 관련 문고본의 간행이다. “아직도 불충분한 다산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게 하고 자라나는 세대들이 다산을 보다 친밀하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고 싶다”고 정씨는 말했다.
- 조선일보, 2004.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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