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윤혜영의 문화산책] (38) 격조의 예술 - 남학호
2016. 2. 9. 02:05ㆍ美學 이야기
[수필가 윤혜영의 문화산책] (38) 격조의 예술 - 남학호
2016/02/08 10:44 등록 (2016/02/08 16: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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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윤혜영 선임기자)
地之穢者 多生物 水之淸者 常無魚
故君子當存含垢納汚之量 不可持好潔獨行之操
더러운 땅에는 많은 생물이 많이 자라지만
너무 맑은 물에는 고기가 없다.
그러므로 참된 사람은 마땅히 때묻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더러운 것을 너그러이 받아들이는 아량을 지녀야 하며
너무 깨끗한 것만을 좋아하여 홀로 행하는 지조를 가져서는 안 된다.
얼마 전에 남학호선생님과 통화를 하다가 내 근황을 물으시길래, 채근담(菜根譚)에 대해 글을 한번 써보려 한다고 말씀드렸더니 그에 얽힌 이야기를 줄줄 읊으셨다. 겉핥기의 지식에 지나지 않던 나는 순간 부끄러워져 글을 쓴다는 것이 무색해질 만큼 그의 지식은 깊고 넓었다.
선생은 평소에도 워낙 달변에다 우스갯소리도 잘 하시고 지위고하, 나이여하에 상관없이 모든이들에게 격의없이 잘 대해주신다. 선생이 가끔 인용하는 채근담의 위 문구처럼 선생은 생활속에서 몸소 글처럼 실천하는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地之穢者 多生物 水之淸者 常無魚
故君子當存含垢納汚之量 不可持好潔獨行之操
더러운 땅에는 많은 생물이 많이 자라지만
너무 맑은 물에는 고기가 없다.
그러므로 참된 사람은 마땅히 때묻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더러운 것을 너그러이 받아들이는 아량을 지녀야 하며
너무 깨끗한 것만을 좋아하여 홀로 행하는 지조를 가져서는 안 된다.
얼마 전에 남학호선생님과 통화를 하다가 내 근황을 물으시길래, 채근담(菜根譚)에 대해 글을 한번 써보려 한다고 말씀드렸더니 그에 얽힌 이야기를 줄줄 읊으셨다. 겉핥기의 지식에 지나지 않던 나는 순간 부끄러워져 글을 쓴다는 것이 무색해질 만큼 그의 지식은 깊고 넓었다.
선생은 평소에도 워낙 달변에다 우스갯소리도 잘 하시고 지위고하, 나이여하에 상관없이 모든이들에게 격의없이 잘 대해주신다. 선생이 가끔 인용하는 채근담의 위 문구처럼 선생은 생활속에서 몸소 글처럼 실천하는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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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작가의 심성이 어느정도 엿보인다. 그림은 곧 작가의 인격이며 페르소나이다. 주인의 심연이 녹아있기에 그림도 보기에 따라 가벼운 것도 있고, 진중한 작품도 있다. 사람이 제각각이 듯 그림 역시 그러하다.
남학호선생의 그림들을 바라보면 오랜세월 세상과 부딪히며 창조해낸 그만의 정신세계가 크고 넓은 화폭안에서 자유롭게 범람함을 느낄 수 있다. 그건 그가 평소에 실천하는 선비정신에서 우러나온 고요한 품격이다.
남학호선생의 그림들을 바라보면 오랜세월 세상과 부딪히며 창조해낸 그만의 정신세계가 크고 넓은 화폭안에서 자유롭게 범람함을 느낄 수 있다. 그건 그가 평소에 실천하는 선비정신에서 우러나온 고요한 품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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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현장에 몇번씩 찾아가서 이미지를 담고 작품으로 재창조한다. 위의 그림들 중 월하탄은 무주구천동 33경중 15경인 월하탄을 화폭에 옮긴 것이다. 그해 겨울에 네번을 찾아가서 그려낸 그림이라고 하셨다. 눈 내린 월하탄의 겨울은 고요하고도 독보적인 한국의 美를 은은하게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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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나비는 작가의 영혼이다. 그가 즐겨 그리는 돌과 나비는 이제 남학호 화백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다. 화단에서는 그를 일컫어 석심(石心)의 화가라고 칭하기도 한다.
그에게 그림은 순간을 붙잡는 화면이 아니라 과거를 여행하는 타임머신이다. 용문사의 은행나무는 단순히 나무가 존재하는 풍경의 기록이 아니라 나라를 잃고 속세를 등져버린 마의태자의 서글픈 독백을 새겨넣은 것과 같다.
그에게 그림은 순간을 붙잡는 화면이 아니라 과거를 여행하는 타임머신이다. 용문사의 은행나무는 단순히 나무가 존재하는 풍경의 기록이 아니라 나라를 잃고 속세를 등져버린 마의태자의 서글픈 독백을 새겨넣은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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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풍경이라도 어떤이가 그려내느냐에 따라 그것은 다른 혼을 잉태하고 새로운 의미로 재창조된다. 그런 의미에서 화가는 화폭위의 마법사와 같다.
오랜 세월 내면의 고독과 욕망들과 분투하며 일구어낸 화폭위의 작은 세계. 그 작품들을 보고 누군가는 행복하고, 누군가는 절규하고, 또 어떤이는 스탕달 신드롬에 빠지기도 한다.
작품으로 사람의 정신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자들, 그래서 예술가들은 독보적으로 위대한 존재들이다. 남학호선생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흰눈 속에 손을 찔러넣은 것처럼 아찔한 기분이 들면서 머리끝이 쭈뼛선다. 나중에 월하탄에 한번 다녀가 그의 작품과 실제가 주는 느낌의 차이를 스스로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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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학호 (南鶴浩)
대구대학교 미술대학 및 동 대학원에서 그림그리기를 배우고 10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그동안, 다수의 국제 Art fair, 대한민국화랑미술제 등, 500여회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을 비롯하여 전국 공모전에 150여회 심사 및 운영위원을 역임했다. 한국미협회원, 대한민국미술대전, 대구시전, 경북도전, 신라미술대전, 개천미술대전, 대한민국정수미술대전, 대한민국한국화대전, 전국소치미술대전 초대작가로 활동 중이다. 현재/대구예술대학교 외래교수이다.
<글 : 수필가 윤혜영 geo05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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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경남 통영 출생
계간 ‘문학나무(발행인 황충상 소설가)’겨울호를 통해 신인문학상 중 수필 부문 수상자로 등단. 주요 저서로 ‘우리는 거제도로 갔다’. ‘화가들이 만난 앙코르와트’ 외 항공사와 증권사, 신문사 및 문화예술지 등 다수에 문화칼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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