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토(胎土)는 우리말로 질이라고 하며 도기나 자기를 만들 때 재료가 되는 흙을 가리킨다. 하지만 재료 흙 그 자체는 엄밀히 말하면 태토가 아니다. 백자의 재료가 되는 흙인 백토(白土) 또는 자토(磁土)를 가져다 수비 과정을 거쳐 도자기 제작용으로 만든, 이른바 정제된 흙이 바로 태토이다.
태토의 성분 여하에 따라 도자기 바탕색이 곱거나 탁하게 된다. 또 자화(磁化), 즉 유리질로 바뀌는 정도가 결정된다. 즉 청자 태토는 진흙처럼 찐득찐득한 점토질에 철분이 적당히 포함돼 있는 경우가 많다. 청자 태토는 주로 논바닥이나 낮은 산비탈, 그리고 강가와 바닷가 인근의 지층에서 구할 수 있다
백자 태토는 이른바 점성과 내화도(耐火度)가 높은 점토를 가리킨다. 점성은 가마 속의 높은 온도에서도 서로 잘 뭉쳐있어 형태를 유지하는 능력을 말하는데 달리 점력(粘力)이 높다고도 한다. 내화도는 불에 견디는 정도를 말하는데 화도라고도 한다. 즉 내화도가 높은 점토란 대개 1,200℃ 이상에서 구워도 주저앉지 않는 흙을 가리킨다. 그리고 백자 태토는 물론 철분의 함유량이 적어 흰색을 잘 내는 것이 요구된다. 백자 태토는 일반적으로 산 정상이나 지층 깊은 곳에 있다.
채굴된 태토는 수비(水飛) 과정을 거쳐 정선된다. 수비한 백토는 장시간 건조시키는 게 보통이다. 건조 시간이 길면 길수록 강도가 높아지고 불에 견디는 힘이 세어진다. 따라서 몇 개월씩 건조시키는 경우도 있다. 그 다음에는 물을 섞어 반죽한 뒤 발로 밟거나 방망이로 두드린다. 이렇게 하면 입자속의 기포가 없어져 점력과 강도가 높아진다. 이런 과정을 모두 거친 뒤에 비로소 질 좋은 태토가 완성된다.
(참고: 방병선『백자-순백으로 빗어낸 조선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