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리학적 세계관 버렸다"...서구의 동양비판 수용

2016. 2. 17. 12:28다산의 향기



      

"성리학적 세계관 버렸다"...서구의 동양비판 수용 자료 / 보정산방

2011.03.22.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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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약용을 유학자에서 제외시키는 충격적인 주장이 제기됐다. 6월 28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17·18세기 조선의 외국서적수용과 문화변동’ 학술대회에서 한자경 교수 “다산은 경세학을 강조하는 것을 넘어 성리학적 인간관 자체를 버렸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아가 “다산은 마테오리치로부터 동양역사를 읽는 ‘눈’까지 배웠다”라며 다산의 역사인식이 전통의 핵심을 부정했고 비주체적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한 교수는 이런 주장의 근거로 “다산이 공맹유학을 강조하지만, 사실은 공맹 이전 ‘詩經’의 외재주의적 세계관으로 돌아갔다”는 것을 제시했다. 외재주의적 세계관이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절대자’가 내면에 주어져 있지 않고 외부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산은 조선 성리학의 형이상학적 전통을 싹 쓸어낸 텅 빈 자리에 서양의 새로운 세계관을 이식하려 했다는 것이 한 교수의 핵심적 주장이다. 또한 금장태 서울대 교수 등 다산을 따르는 연구자들이 이런 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도 ‘무비판적 수용’이라며 꼬집었다.


사실 다산과 마테오리치의 영향관계에 대해선 학계에 잘 알려진 사실. 그걸 성리학과의 투쟁의 도구로 읽어내는 것이 아니라, 다산 철학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으로 역전시켜 바라보는 것에 한 교수의 다산 讀法이 갖는 독특함이 있다.



   무엇보다 다산에 대한 기존 학설의 근간을 뒤흔드는 주장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정약용이 성리학을 비판한 가장 큰 이유는 불교의 ‘虛靈’함에 물들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한 교수는 불교에 대한 다산의 이해는 보잘 것 없는 수준이었으며, 다산의 학문이 형이상학의 ‘바닥’을 치고 올라와 ‘탈주’한 것이 아니라, 겉에서 본 후 외면했다고 말한다.


이는 다산 학문의 비판적 성격과 시대적 정당성을 상당히 흔들어놓는 대목이다. 이와 아울러 한 교수는 “외세의 침략이 있었을 때 결연히 맞선 것은 전통 성리학자들이었지, 결코 실학자들이 아니었다”고 주장함으로써 결정타를 날리고 있다. 


다산의 외재주의적 세계관에 대해서는 강신주 박사가 지난해 교수신문에서 “내면으로 유가윤리를 감싸놓든, 외부로 펼쳐놓든 그것은 유가윤리를 정당화하는 방식의 차이일 뿐”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앞으로 비교해서 검토해볼 부분이 아닐 수 없다.

 

- 교수신문 2005.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