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황제 금붓의 노래〔神宗皇帝金管歌〕 / 강한집 제2권

2016. 2. 20. 10:20향 이야기


강한집(江漢集)강한집 제2권시(詩)신종황제 금붓의 노래〔神宗皇帝金管歌〕황경원(黃景源)2014

     


강한집 제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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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
신종황제 금붓의 노래〔神宗皇帝金管歌〕

금붓이여 금붓이여 만력년간에 만들어져 / 金管金管自萬曆
고이고이 천자의 아름다운 상자에 담겼네 / 藏在天子華玉几
침향으로 붓대를 만들고 / 沈香以爲榦
알록달록 대나무로 겉을 둘렀구나 / 斑竹以爲被
북방의 담비 털 진노란색인데 / 朔方貂鼠色正黃
긴털이 너울너울 천하에 고운지라 / 長毛毿毿天下美
귀신의 솜씨인듯 공교롭게 붓을 만드니 / 巧工作筆妙鬼神
양제의 은붓도 이와 비할 수 없도다 / 梁帝銀管不足比
위에는 곡구의 시를 새기었으니 / 上刻谷口詩
엷은 안개가 뿌옇게 글자마다 피어나는 듯 / 細靄冥濛緣字始
아래는 계화의 노래를 새기었으니 / 下刻桂花詠
옅은 구름 너울너울 획을 따라 일어나는 듯 / 微雲翔舞隨畫起
필성 같은 모습 진실로 기이하고 어여뻐 / 形如筆星誠奇玩
선황제께서 이것을 궁궐 깊숙이 두셨다네 / 先皇嘗置深宮裏
자니를 처음 쓸 때 죄 이미 드러냈으니 / 紫泥初書罪己詔
구연보살의 마음도 기뻤으리 / 九蓮菩薩中心喜
봄 가을로 만세산에 거둥하실 때에 / 春秋臨幸萬歲山
매번 벼루를 가지고 가서 학사들을 부르셨네 / 每携鳳硯召學士
징상정의 북쪽에선 흰 명주에 글을 쓰고 / 澄祥亭北題素綃
집성전 서쪽에서는 비단에 글을 쓰셨지 / 集成殿西書文綺
황제의 수레 날아가고 백운만이 아득한데 / 仙駕飄颻白雲遙
천하의 산천은 어찌 그리도 겹겹인가 / 九服山川何多壘
글씨가 백 년 동안 깊이 가려 있었는데 / 墨澤沈翳百餘年
화양에서 다행히 송 선생을 만났네 / 華陽幸遇宋夫子
사관의 붓은 비록 전해지지 않으나 / 史氏彤管雖不傳
진나라의 붓이 외려 여기 있구나 / 秦國蒼毫尙在此
정릉의 송백은 이미 쓸쓸해졌건만 / 定陵松柏已蕭蕭
뉘알리오 빈골짝황제의 향취 가까이 있음을 / 孰知空谷天香邇
한 자루 영롱한 붓이 상자에서 빛나는데 / 一枝毛彩照英蕩
그 모습 개나리꽃 핀 것과 매우 흡사하여라 / 辛夷花發最相似
충신과 효자가 지금도 응당 있으리니 / 忠臣孝子今應有
이 붓으로 종이에 쓰게 해주오 / 請操斯管書諸紙
충효 겸비한 양나라 때 인물 같은 이 있으면 / 梁史忠孝全者
금장식한 이 붓으로 그 행적 쓸 터이니 / 以金管書之



[주D-001]양제의 은붓 : 양제(梁帝)는 양(梁)나라의 원제(元帝)를 말한다. 원제가 상동왕(湘東王) 시절에 늘 충신과 의사 문장가들의 일을 기록하면서 세 가지 붓을 갖추어 놓고, 충효를 갖춘 자들은 금으로 장식한 붓으로 쓰고 덕행이 있는 자는 은으로 장식한 붓으로 쓰며 문장이 아름다운 자들은 반죽관을 썼다고 한다. 《御定佩文齋書畫譜 卷19》
[주D-002]위에는 …… 새기었으니 : 붓의 윗부분에 새겨 넣었다는 시로 당(唐) 전기(錢起)의 〈곡구서재기양보궐(谷口書齋寄楊補闕)〉이라는 시이다. 성해응(成海應)의 《연경재전집(硏經齋全集)》 〈화양동지(華陽洞志)〉에 의하면 금관 위에 “샘물과 골짜기 옆에 띠 풀로 엮은 집, 구름과 노을이 벽려풀로 둘러싸인 휘장에서 피어나네. 대나무는 비 내린 뒤 새롭고, 산은 해질 때 더욱 좋다. 한가한 애오라비 물새는 항상 일찍 깃들고, 가을꽃은 지는 것이 더욱 늦구나. 아이는 여라 덩굴 무성한 길을 쓰니 어제 친구와 약속을 해서라. 곡구시를 벗에게 주노라.〔泉磬帶茅茨, 雲霞生薜帷. 竹憐新雨後, 山愛夕陽時. 閑鷺棲常早, 秋花落更遅. 家僮掃蘿逕, 昨與故人期. 谷口寄友.〕”라는 44글자가 새겨 있다고 한다.

[주D-003]아래는 …… 새기었으니 : 붓의 아랫부분에 새겼다는 시로, 정확한 제목은 알 수가 없다. 다만 그 금관에 “주렁주렁 금속화가 깊은 산 속에 담황빛으로 빼곡 피었네. 초은시 짓는 사람 없는데 홀로 암혈 구석을 의지하고 피었구나. 이가 바로 달 속 계수나무이니 인간 세상에는 이런 향기 없어라. 신선의 배 오지 않으니 오강을 누구에게 물을까나. 위는 계화를 읊은 것이다.〔離離金粟花, 深翠糝輕黃. 無人賦招隱, 自倚巖穴傍. 要是月中桂, 人間無此香. 仙槎不得至, 誰爲問吳剛? 右詠桂花.〕”라는 44자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硏經齋全集外集 華陽洞志》
[주D-004]필성(筆星) : 별이름. 끝이 뾰족하여 붓처럼 생겼다고 한다. 《釋名 卷1 釋天》

[주D-005]선황제 : 명(明) 신종(神宗)을 가리킨다.
[주D-006]자니(紫泥) : 황제가 사용한 자색의 봉니(封泥). 봉니는 문서를 묶은 매듭의 끝을 진흙으로 봉하고 도장을 찍는 것을 말한다.

[주D-007]죄 이미 드러냈으니 : 명나라 병부주사(兵部主事) 정응태(丁應泰)가 조선에서 왜군을 끌어들여 중국을 침범하려 한다고 자기 나라에 무고한 사건을 가리킨다. 당시 이 사건은 이정귀(李廷龜)가 〈조선국변무주문(朝鮮國辨誣奏文)〉을 지어 명나라에 가서 무고 사실을 밝힌 결과 정응태는 혁직되고 마침내는 옥에 갇혀 죽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성해응은 〈화양동지(華陽洞志)〉에서 “매번 임진년에 출병을 명하는 칙서와 주사 정응태를 혁직하라는 칙서를 읽을 때마다 황제의 깊고 두터운 은택이 흘러넘치니 글을 쓰고 주묵(朱墨)으로 비답을 할 때 이 붓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어찌 알리요.〔每讀壬辰出師勅及主事丁應泰革職勑, 深仁厚澤, 汪濊洋溢, 方其具藁硃批之時, 此筆安知不爲用?〕”라고 적고 있다. 당시에는 칙서를 이 붓으로 썼으리라고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
[주D-008]구연보살(九蓮菩薩) : 명 신종(明神宗)의 모후(母后)인 이 태후(李太后)를 말한다. 호를 ‘구연보살(九蓮菩薩)’이라 했다.

[주D-009]징상정(澄祥亭) : 중국 북경의 태액지 가운데 있는 다섯 정자 가운데 하나. 가운데가 용택(龍澤), 왼쪽이 징상(澄祥)ㆍ자향(滋香), 오른쪽이 용서(湧瑞)ㆍ부취(浮翠)로 이를 오룡정이라고 한다. 만력(萬曆) 때에 붙인 이름이며 황제가 행차하여 유연(遊宴)하였던 곳으로 유명하다.
[주D-010]집성전 : 서원(書院) 안에 성현을 추앙하기 위해 세운 전각.

[주D-011]황제의 수레 날아가고 : 선가(仙駕)는 선어(仙馭)이다. 신선이 타고 오르는 수레로 임금이 죽은 것을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
[주D-012]천하〔九服〕 : 구복은 주(周)나라 시대에 왕기(王畿) 밖을 5백 리마다 9등급으로 구분한 지역을 말하는데, 후복(侯服)ㆍ전복(甸服)ㆍ남복(男服)ㆍ채복(采服)ㆍ위복(衛服)ㆍ만복(蠻服)ㆍ이복(夷服)ㆍ진복(鎭服)ㆍ번복(藩服) 등이다

[주D-013]사관의 붓 : 동관(彤管)은 적색으로 칠을 한 붓을 뜻한다. 충성스러운 마음〔赤心〕을 기울이라는 의미로, 사관이 기사를 작성할 때 이 붓을 썼다고 한다. 여기서 사관의 붓이 전해지지 않았다는 것은 이 사실이 역사에 기록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주D-014]진나라의 붓 : 창호(蒼毫)는 진나라 때 몽염 장군이 만들었다는 최초의 붓을 뜻한다. 여기서 진나라의 붓이란 위 구절의 사관의 붓과 대응되는 말로, 실존하는 붓, 즉 화양동에 보존되어 있는 신종의 금붓을 가리킨다.

[주D-015]정릉(定陵) : 신종황제와 두 황후의 합장묘
[주D-016]빈 골짝〔空谷〕 : 화양동을 두고 한 표현이다. 송시열은 〈답홍원구(答洪元九)〉에서 “이러한 때에 편지로 안부를 물어주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더구나 빈 골짝까지 가셔서 서실을 점검하셨다 하니, 이는 옛사람들에게도 드물게 있었던 일입니다.〔此時書問, 亦不易事, 況承曾臨空谷, 點檢書室, 此於古人, 亦所罕有.〕”라고 하는 등 문집 곳곳에서 화양동을 공곡(空谷)으로 표현하고 있다.

[주D-017]황제의 향취 : 천향(天香)은 궁중에서 사용하는 훈향(薰香)으로 어향(御香)을 가리킨다.
[주D-018]상자〔英蕩〕 : 영탕(英蕩)은 사명(使命)을 새긴 부절을 담은 상자.

[주D-019]금장식한 …… 터이니 : 양(梁)나라의 원제(元帝)가 상동왕(湘東王) 시절에 늘 충신과 의사 문장가들의 일을 기록하면서 세 가지 붓을 갖추어 놓고, 충효를 갖춘 자들은 금으로 장식한 붓으로 쓰고, 덕행이 있는 자는 은으로 장식한 붓으로 쓰며, 문장이 아름다운 자들은 반죽관을 썼다고 한다. 《御定佩文齋書畫譜 卷19》



ⓒ 이화여자대학교 한국문화연구원 ┃ 박재금 이은영 홍학희 (공역)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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