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사에 머물다[留館] ○ 갑자년(1804, 순조 4) 1월 19일(기유) / 계산기정 제3권

2016. 2. 20. 10:34향 이야기

계산기정(薊山紀程)계산기정 제3권관사에 머물다[留館] ○ 갑자년(1804, 순조 4) 1월19일(기유)미상(未詳)197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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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사에 머물다[留館] ○ 갑자년(1804, 순조 4) 1월
19일(기유)

맑고 밤에 눈. 옥하관(玉河館)에 머물렀다.


자정에게 편지를 보내다[簡寄柘庭]



아침에 편지를 써서 사람을 시켜 자정에게 보내면서 종이[紙本] 및 부채[紙扇]ㆍ담배ㆍ환약(丸藥) 등을 동봉했다. 그 편지에 이르기를,
“객지에서 우연히 만나 신교(神交)를 맺었으니, 변변치 못한 사람이 어떻게 이 기회를 얻었겠습니까? 잠깐 만났다가 자취만 남기고 헤어지는 것이 아쉽기만 했습니다. 돌아와서 생각하니 서로 알기는 쉬웠어도 잊기는 어려웠습니다. 어쩌면 선생의 깊은 도량은 이와 같이 저로 하여금 잊을 수 없게 합니까?
그리고, 석암(石菴)의 글씨를 부탁한 데 대해 외람되이 진심으로 알선해 주시는 성의를 힘입었습니다. 이제, 종이[紙本] 20폭을 구하여 올리오니 속히 주선하셔서 하방(遐方) 사람의 다음 날 귀국 행장을 빛내 주실 것을 간곡히 바라는 바입니다. 석암(石菴)에게 받고자 하는 글씨의 자본(字本)을 쪽지에 별도로 적어서 보내오니, 보시면 아실 것입니다. 그리고, 초라한 행랑에 변변치 못한 물건이나마 정성껏 드리오니 거두어 주십시오. 너무 약소하여 부끄럽습니다. 대강 쓰고 예를 다 갖추지 못합니다.”
하니, 그 회답에 이르기를,
“왕계(王棨)는 삼가 절하면서 동해 선생(東海先生)에게 답서를 보냅니다. 일찍부터 높으신 풍토를 흠모하였는데, 이제 다행히 뵙게 되니 제 마음 너무나 기쁘고 감격합니다. 이 같은 사람을 버리지 않으시고 아름다운 선물까지 보내주시니 글월로 사례를 표하려 하여도 표할 수 없고, 선물로 보답하고 싶어도 드릴 만한 물건이 없습니다. 오직 박주일배(薄酒一盃)나마 조촐히 베풀고 24일에 초대코자 하오니 광림(光臨)하여 주십시오. 또다시 좋은 말씀을 들어 모색(茅塞)한 마음을 다시 열게 된다면 화우(化雨)의 고마움을 어찌 다 이를 수 있겠습니까? 주련과 액자 등의 부탁은 삼가 시키는 대로 주선하여 올리겠습니다. 하인을 시켜 답서를 올리오니, 받아 주십시오.”
하였다.

훈훈한 도의 미각 옷깃에 스미나니 / 薰香道味襲人裾
평생에 못 보던 글 읽는 것 같아라 / 如讀平生未見書
애석케도 그대 집 점점 멀어져서 / 却恐君家離漸遠
옥하관에 가는 수레 천천히 몰았다오 / 玉河歸路緩驅車


[주D-001]석암(石菴) : 청(淸)대의 명필가 유용(劉墉)을 말한다.
[주D-002]동해 선생(東海先生) : 동쪽에서 온 사람을 존칭하는 말이다.

[주D-003]모색(茅塞) : 마음이 물욕에 가리움을 이른다. 《맹자(孟子)》 진심장(盡心章)에 “그대의 마음이 모색하였다.[芧塞子之心矣]”는 말이 있다.
[주D-004]화우(化雨) : 사람 교화하는 것을 때에 맞추어 내리는 비에 비유한 말이다. 《맹자》 진심장에 군자의 가르침 다섯 가지 중 첫째로 “때맞은 비에 화함 같다.[如時雨化之]” 하였다.


ⓒ 한국고전번역원 ┃ 김동주 장순범 (공역) ┃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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