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비평용어사전 한시[ 漢詩 ] 한시는 일반적으로 중국의 전통적인 시가 문학뿐만 아니라 주변의 한자문화권인 한국·일본 등지에서 한문을 사용하여 지은 문학 작품을 말한다. 한대(漢代)의 시를 한시라고도 하지만 이렇게 쓰이는 경우는 드물다. 한시는 대개 자수(字數)와 구수(句數), 압운(押韻), 운자(韻字)의 위치 등에 따라 분류된다. 한시는 매구(每句)의 자수가 5언·7언인 경우가 많고, 구수는 4구·8구로 나누어지는데 4구는 대부분 절구(絶句)이며 8구는 대부분 율시(律詩)이다.
한시를 시기적으로 구분하는 경우 고체시(古體詩)와 근체시(近體詩)로 나뉜다. 고체시는 당대(唐代)에 근체시가 완성되면서부터 근체시의 상대적인 개념으로 불리게 되었다. 고체시는 일반적으로 초사(楚辭)를 제외한 태고의 가요에서부터 양한(兩漢), 위·진·남북조의 악부 가행(歌行) 등을 지칭한다. 아울러 근체시 성립 이후에 쓰였으면서 근체시 규격에 부합되지 않는 시를 이르기도 한다. 근체시와 비교해볼 때, 고체시는 격률(格律)이 비교적 자유롭고 대구(對句)나 평측(平仄)에 얽매이지 않았다. 압운도 그 법칙이 엄격하지 않아 일반적으로 한 구를 건너서 압운을 했다. 구법(句法)은 4언부터 7언까지 다양했는데, 5언과 7언의 고체시가 많아 고체시라 하면 대체로 5언 고시와 7언 고시를 말한다. 고체시는 자유로운 표현을 하기 쉽기 때문에 시제(詩題)에 따라 이 체를 선호하기도 한다.
근체시는 고체시와는 다른 새로운 형식의 시로 당대(唐代)에 그 형식이 완성되었다. 근체시는 고체시와 달리 각 시구를 구성하는 격률이나 평측에 제한을 받는다. 근체시는 상·거·입성을 측성(仄聲)이라 하여 시의 운율상 평성(平聲)과의 상대 관계에서 동일한 성질로 간주하여 사용하였는데, 이 평성자와 측성자의 안배를 평측이라 한다(한자의 음은 동일한 발음에 있어서도 글자에 따라 그 음조가 다르며, 한자가 가지는 운은 결국 고저(高低)·장단(長短)에 의하여 평(平)·상(上)·거(去)·입(入)의 4성(聲)으로 나뉜다).
율시(律詩)와 절구(絶句)는 근체시에 속하며 구법은 각각 5언과 7언으로 구별된다. 율시는 시구의 글자 수가 일정하며, 한 작품이 8구로 구성된다. 또한 율시는 두 구씩을 묶어 연을 이루며 따라서 4연으로 이루어진다. 이때 2연과 4연은 반드시 대구로 구성된다. 절구는 4구로 보통 4언과 7언이 있으며 한나라와 위진남북조 시대의 가요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절구란 이름은 대략 남조 무렵에 생겨났는데 양진 시대에는 이미 절구를 4언으로 된 단시로 지칭하여 폭넓게 사용하였다. 절구의 압운과 평측은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4구가 기승전결로 구성되며, 3·4구는 대구가 되어야 한다. 절구는 체제에 융통성이 있고 다루기가 수월해 생활 속에서 순간적으로 스쳐가는 생각이나 느낌을 표현하기에 적합했다. 이백·왕창경·두목·이상은 등이 특히 절구에 뛰어났다.
우리나라에 한시가 전래된 시기를 정확히 밝히기는 쉽지 않지만, 한시가 기록문학으로 자리 잡게 된 시기는 통일신라와 고려에 들어오면서부터이다. 물론 이전에도 한시가 수용되어 향유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지만, 「황조가(黃鳥歌)」, 「구지가(龜旨歌)」, 「여우중문시(與于仲文詩)」 등의 작품이 구비문학의 형태로 존재하다가 이 시기에 들어서야 한시 형태로 전해지게 된다. 그리고 신라 말·고려 초의 삼가(三家)로 일컬어지는 최치원, 박인범, 박인량은 곱고 아름다운 만당(晩唐)과 육조의 장식미에 영향을 받았다. 고려 초의 귀족적이고 모화적(慕華的)인 한시형태는 고려 중기 이후 주체적 민족의식과 서사적 성격을 지닌 한시로 변하게 된다.
조선 전기의 한시에서는 대체로 사회규범이나 도덕적 가치를 중시하는 효용론적 가치관이 중시되었는데, 서거정과 김종직이 각각 편찬한 『동문선(東文選)』과 『청구풍아(靑丘風雅)』 등에 실린 작품들이 이러한 경향을 보여준다. 조선 후기에 들어 김천택과 김수장과 같은 중인(中人)들이 시집을 편찬하였고, 민족문학을 주장하며 사회 모순을 비판하는 한시들이 등장하게 된다.
이후 우국충정과 항일을 주제로 한 한시들이 등장하는데, 황현의 한시가 대표적이다. 황현의 지사적 절명시의 전통은 한용운, 이육사, 윤동주 등과 같은 현대의 시인들에게 이어진다. 자연과 인간을 분리하지 않는 한시의 전통은 현대시인들에게도 지속적으로 이어져 특히 조지훈, 김종길 등이 이러한 한시의 전통에 기반을 둔 시들을 창작했다.(최동호) 참고문헌- 김갑기, 『한국한시 문학사론』, 이화문화출판사, 1998.
- 유약우, 『중국시학』, 이장우 역, 명문당, 1994.
- 이병주, 『한국한시의 이해』, 민음사, 1987.
- 이정일, 『시학사전』, 신원문화사, 1995.
- 임종욱, 『동양문학비평용어사전』, 범우사, 1997.
-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편,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1.
- 방동미, 『중국인의 생철학』, 정인재 역, 탐구당, 1983.
- 유약우, 『중국 문학의 이론』, 이장우 역, 범학, 1978.
- 윤동재, 『한국현대시와 한시의 상관성』, 지식산업사, 2002.
- 참조어
- 고체시(古體詩), 근체시(近體詩), 압운(押韻), 율시(律詩), 절구(絶句), 평측(平仄), 김종길, 이백, 이상은, 이언적, 조지훈, 최치원, 비평용어사전 편찬의 경과와 체계
- 출처
문학비평용어사전, 한국문학평론가협회, 2006.1.30, 국학자료원 [네이버 지식백과] 한시 [漢詩] (문학비평용어사전, 2006.1.30, 국학자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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