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 19. 14:37ㆍ집짓기
궁궐건축의 잡상 온양민속박물관
궁궐건축의 잡상 잡상의 기원 경복궁이나 창덕궁의 궁전, 남대문등의 건물 지붕 위에 용두龍頭니 취두鷲頭니 하는 형상形像을 올려놓은 것을 볼 수 있다. 건물의 지붕에서 가장 높은 곳을 용마루라 하고 용마루에서 수직으로 내려온 마루를 내림마루, 내림마루에서 45도 각도로 추녀 쪽으로 뻗친 마루를 귀마루라고 한다. 용마루의 양쪽 끝에는 취두鷲頭나 치미 鴟尾 또는 용두龍頭를 올려놓고 내림마루 하단에는 용두를, 귀마루에는 여러 개의 형상을 올려놓는데 이것을 잡상雜像또는 상와像瓦라고 한다. 잡상이란 여러 가지의 형상形像을 뜻하고 상와는 기와와 같이 구워서 형상을 만들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이라고 생각된다. 고분벽화에도 잡상이 그려져 있는 건물상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삼국시대와 고려 이전의 궁전건물이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 사용 시기를 고려 이전으로 보기는 곤란하다. 서울 숭례문崇禮門의 잡상으로 보아 조선시대에 들어와 잡상이 설치되었던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궁전건물은 임진왜란으로 불에 타고 그 후에 중건된 것이다. 화재를 면하려면 화인火因을 없애는 한편 벽사적 내지는 주술적인 방편이 필요하였을 것이다. 조선시대의 잡상장에 대한 법전을 보면 조선경국대전에 잡상장은 와서의 소속으로 4명을 두었으며 와장은 40명으로 직종을 구분하였다. 잡상은 모든 기와지붕 위에 설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궁전건물과 궁궐과 관련이 있는 건물에 한정된다. 또한 궁전건물 중에서도 양성으로 되어 있는 내림마루와 귀마루에만 배치되고 기와로 마감된 지붕마루에는 설치하지 아니하였다. 잡상이 설치되어 있는 건물로는 궁궐의 정전, 왕의 침전, 궁궐의 정문, 도성의 성문, 궁궐안의 누정, 왕릉 왕비릉의 정자각, 종묘, 성균관, 동묘 등에 한정되며 민가, 사원, 서원, 지방향교 등에는 잡상을 설치하지 아니하였다. 잡상의 형상과 의미 건축은 기능적인 면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고에 의한 장식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암막새 수막새의 와당에 상징적인 조형이 생겨나고 보다 더 높은 상징성을 강조하기 위해 취두, 치미, 용두, 잡상 등을 설치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취두와 치미는 큰 건물의 용마루 양끝에 설치하며 용두는 취두나 치미를 설치하지 않은 작은 건물의 용마루와 취두를 설치한 용마루에서 수직으로 내려온 내림마루에 설치하였다. 취두鷲頭는 독수리의 머리형상이며 치미鴟尾는 솔개의 꼬리형상이다. 이 두 날짐승은 하늘을 나는 새 가운데 가장 강하고 힘찬 것이다. 건물에서 지붕은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하늘을 나는 새 중에 가장 강한 독수리나 솔개를 건물의 용마루에 놓음으로써 모든 재앙과 악귀를 막아줄 것이라는 벽사적僻邪約 내지는 주술적呪術的인 뜻이 담겨 있으며 왕권의 상징이 되었다. 중국 송대宋代에 편찬된 영조법식營造法式에 치미 鴟尾에 관한 글이 있다.“백양전柏梁殿이 화재를 당한 뒤에 월越의 무당이 말하기를 바다 속에 어규(魚虯 :뿔없는 용)가 있는데 꼬리로 솔개처럼 물결을 치니 곧 비가 내렸다고 하였다. 그 형상을 지붕에 만들어서 불의 재화를 진압하였다..-중략- 담빈록譯賓錄에 동해東海에 어규魚虯가 있어 꼬리로 솔개와 같이 물결을 치니 곧 비가 내려서 드디어 그 형상을 옥척(屋脊:용마루)에 베풀었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목조건물은 화재가 가장 두려웠고 화재예방을 위한 주술적呪術的인 뜻으로 치미를 용마루에 올려놓았던 것이 취두로 바뀌고 이러한 연유에서 잡상도 생겼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왕궁의 상징이 된 잡상 우리나라의 잡상은 서유기西遊記에 나오는 삼장법사三藏法師 손오공孫悟公 저팔계猪八戒등의 명칭을 붙이고 있다. 건축이나 공예의 장식에서 사용되는 문양에는 사신상 四神像 :靑龍 白虎 朱雀 玄武, 십이지신상十二支神像, 십장생(十長生 :해 산 물 돌 소나무 달 불로초 거북 학 사슴), 사군자(四君子:매 란 국 죽) 연꽃 등이다. 그럼에도 삼장법사 손오공 등이 건물의 마루에 등장한다. 불교와 관련된 이야기인데 유교를 통치이념으로 했던 조선조에서 궁전이나 궁궐과 관련이 있는 건물의 지붕위에 불교적이라고 할 수 있는 서유기의 등장인물과 짐승들의 형상을 잡상으로 했었던 점이 의문시되나 몇 가지 잡상들의 개체에 대하여 살펴봄으로써 그 이해가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1) 대당사부大唐師父는 잡상의 첫 순위(맨 앞자리)에 놓인다. 대당사부는 당唐나라때 현장玄藏 이라는 승僧으로 법명이 삼장법사三藏法師이다. 삼장법사는 천축(天竺:인도)으로 불경佛經을 구하러 가는 길에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을 데리고 간다. 천신만고 끝에 불경을 구하여 당나라로 돌아오는 이야기를 엮은 소설이 서유기西遊記이다. 대당사부는 실제 인물이었기 때문인지 사람의 얼굴 모습으로 삿갓을 쓰고 있는 형상이다. 2) 손행자孫行者 는 손오공孫悟空이라고도 한다. 돌원숭이인데 삼장법사를 따라 천축으로 불경을 구하러 가는 길에 삼장법사를 호위하며 길동무가 되었다. 서유기라는 소설 속에 주인공이 되는 조화造化의 영물이었다. 손행자는 원숭이의 얼굴 모습을 하고 있으며 삿갓을 쓰고 앞발을 버티고 앉아 있다. 3) 저팔계猪八戒 는 손오공과 같이 삼장법사를 따라 천축에 갔던 멧돼지이다. 저猪는 돼지이고 팔계八戒는 부처님이 가장 싫어하는 여덟 가지의 음식물을 뜻하기도 한다. 4) 사화상獅晝像 사화상沙和尙으로도 표기한다. 사오정 역시 손오공과 같이 삼장법사를 호위했던 괴물로 원래는 옥황상제를 모시고 궁전에서 수렴지기를 했다는 짐승이라고 한다. 5) 이귀박二鬼朴은 우리나라의 용어에는 보이지 않는 단어로 불교의 용어를 빌려 풀이하면 ‘이귀二鬼’는 ‘이구二求’의 다른 음音으로 보아, 이구二求는 중생이 가지고 있는 두가지 욕구인데 낙을 얻으려는 득구得求와 낙을 즐기려는 명구命求이다. 6) 이구룡二口龍, 입이 둘이어서 이구룡이라고 했을까? 머리에는 두개의 귀가 나있고 입은 두개로 보인다. 7) 마화상馬畵像 은 말馬의 형상을 하고 있다. 서유기에는 필마온弼馬溫이라 하여 ‘말馬’자를 쓴 것과 혼세마왕混世魔王이라고 하여 ‘마魔’자를 쓴 것이 있는데 지금까지 사용된 용어에는 음으로는 같으나 한자漢字가 다르게 말화마화馬畵 魔和 등으로 표기 되어 있다. 8) 삼살보살三殺菩薩 살殺은 살煞과 같은 의미이며 삼살三煞이란 세살歲煞 겁살劫煞 재살災煞등으로 살이 끼어서 불길한 방위라는 뜻으로 쓰이는 용어이다. 보살은 불교에서 위로는 부처님을 따르고, 아래로는 중생을 제도하는 부처님에 버금가는 성인聖人이다. 이 두 가지의 뜻으로 해석하면 삼살보살이란 모든 재앙을 막아 주는 잡상이라고 생각된다. 9) 천산갑穿山甲은 인도 중국등지에 분포된 포유동물의 일종이다. 머리 뒤통수에 뿔이 돋혀 있고 등이 다른 잡상보다 울퉁불퉁 튀어 나왔다. 10) 나토두羅土頭의 형상은 상와도에 그려져 있지 않다. 나토라는 짐승은 알려져 있지 않으나 ‘나티’의 다른 표기라고 생각된다. 나티는 짐승같이 생긴 귀신으로 작은 용龍의 얼굴형상 또는 검붉은 곰의 형상이라고 한다.
잡상에 대하여 상와도像瓦圖와 경복궁 창덕궁 등의 궁전건물에 사용된 것을 비교해보면 그 모양은 비슷하나 수는 건물의 규모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일치되는 것은 맨 앞자리의 대당사부와 손행자 저팔계이고 나머지는 다르다. 그 이유는 기와마루의 길이에 따라 배치되는 잡상의 수가 늘거나 줄기 때문이며 잡상의 최소수는 3좌로 구성된다. 형상도 각 건물마다 조금씩 다른데 지붕을 보수할 때 파손되거나 결실된 것을 보충 제작하면서 제작자의 솜씨에 따라 차이가 나게 될 것이며 잡상은 상징적인 형상이기 때문에 정형을 구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잡상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궁전 건물 및 왕궁과 관련이 있는 건물에만 설치되고 민가와 사원 건물에는 사용하지 아니 하였다. 따라서 잡상은 취두 치미 용두 등과 함께 왕궁의 상징이 된 것이다.
▶ 글·사진 | 윤홍로 문화재위원, 명지대겸임교수 ▶ 사진 | 문화재청 궁릉관리과 cafe.daum.net/asancityculture/dQiC/20 아산시문화관광해설사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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