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속 정치이야기] 대장부론(大丈夫論)

2016. 3. 20. 23:31잡주머니



      

[고전 속 정치이야기] 대장부론(大丈夫論)
뉴스천지  |  newscj@newscj.com
2014.11.13 17:23:45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세상이 각박해지고 인간성이 소멸되어 간다. 인간성이란 말 자체조차도 애매해졌다. 인간성이란 적어도 물질적 유혹을 초월하려는 성향일 것이다. 공자는 인간성을 인(仁)으로, 플라톤정의(正義)라고 했다. 공자의 인은 참다운 인간관계를 의미한다. 플라톤의 정의는 타고난 능력을 선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인간관계의 정수는 사랑이며, 정의의 정수는 자유다. 가장 슬픈 일은 인간의 멋이 사라지는 것이다. 멋진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현실에서 감동을 받기 어려우니 가상의 세계에 감격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자꾸 슬퍼진다. 역사는 많은 영웅들의 행적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멋을 남긴다. 현대사회에서는 지도층들이 대중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 사람들은 스포츠나 연예계에서 영웅을 느낀다. 그러나 그들은 대중의 사랑을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중의 열광은 돈으로 환산된다. 대중의 스타는 그들의 장을 떠나면 초라해진다. 진정한 영웅은 특정한 공간적 시간적 한계를 넘어 천하인들과 우정을 나눈다.

   경춘(景春)맹자를 찾아와 물었다. “합종책의 공손연(公孫衍), 연횡책으로 천하를 호령한 장의(張儀)라면 대장부가 아니겠습니까? 이들이 눈을 부릅뜨면 천하의 제후들도 겁을 먹고 설설 기지 않았습니까?” 

“공손연이나 장의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 모리배이다. 진정한 대장부란 인을 앞세워 천하를 거처로 삼고, 예를 기준으로 바른 위치에 선다. 의에 따라 천하의 대도를 당당히 걷고, 뜻을 펼칠 수 있을 때는 백성과 함께 누리며, 그렇지 못하면 기꺼이 홀로 정도를 지킨다. 부귀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빈천에도 지조를 꺾지 않는다. 무력으로 굴복시키려 해도 눈도 깜짝하지 않으니 그러한 사람이라야 대장부라 할 수 있다.” 

   맹자의 말은 늘 당당하다. 공자는 인을 인간성의 핵심으로 삼았고, 맹자를 기준으로 삼았다. 공자는 부드러운 어조로 집권자들을 설득했지만, 맹자는 혹독한 논리로 집권자들을 질책했다. 공자는 인으로 무너지는 질서를 회복시키려 했고, 맹자는 의로 불의를 저지르는 권력구조를 무너뜨리려고 했다. 따라서 논어는 가볍고 유쾌하지만, 맹자는 뜨거운 열정으로 읽어야 한다. 공자의 시대에는 전면적으로 개조할 사회적 갈등이 없었지만, 맹자의 시대에는 완전히 뜯어고쳐야 할 정도로 절박했다. 공자의 시대에는 개인적인 품격과 명분만 갖추면 우아하게 살 수가 있었다. 맹자가 유세를 시작했을 무렵에는 유세객들이 능력을 앞세워 명성을 드날렸다. 그들은 두둑한 배포와 뛰어난 언변으로 유불리를 앞세워 제후들을 협박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거리끼지 않고 거짓말을 일삼았다. 명분이나 정의보다는 상대의 약점을 이용해 자신의 이득을 챙기는 것을 능력이라 일컬었다. 자율적인 도덕보다는 강제적인 법령으로 국가와 사회를 통솔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도덕은 정치적 수사로 전락하고 말았으며, 그것을 지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인간성보다 부귀영화가 더 중요한 목표였다.

   경춘이 공손연이나 장의처럼 각국을 횡행하며 능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을 대장부라고 하자 맹자는 발끈하고 참다운 대장부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 요즈음의 기준으로 보아도 맹자는 시세를 모르는 실용적(?)이지 못한 사람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실용적이라는 말을 실리주의와 혼동하여 이기적이라는 말로 오인한다. 효율성이 강조되는 마당에서는 제로섬 게임이 적용된다. 극도로 효율을 높이기 위해 비도덕적인 행위도 용인된다. 그 끝자락에는 게임의 룰마저 사라지고 살벌한 정글의 논리만 남게 된다. 통치자가 이중적인 잣대로 판단하면 국민들은 불신한다. 윌리엄 제임스(1842~1910)에 따르면 실용주의는 반대쪽의 사고방식을 조화시켜 모두가 행복한 상황으로 이끄는 조정능력을 가리킨다. 그의 말처럼 조화를 이루려면 우선 상대의 희생보다 나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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