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공.나옹.무학대사의 사상적 연결점 / 불교신문 기사

2016. 3. 21. 11:28경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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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공.나옹.무학대사의 사상적 연결점
데스크승인 [152호] 2003.11.05  13:02:00   
 

 

 
   인도철학의 근원이라고 평가받는 ‘우파니샤드’는 스승과 제자가 가깝게 앉아서 귓속말로 소곤거린다는 말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스승과 제자가 누가 들을세라 자기들만의 비밀스런 가르침을 주고받는 것이다. 이렇게 보자면, ‘우파니샤드’란 말에서 스승과 제자 사이에는 어떤 사상적 연관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끌어낼 수 있다. ‘우파니샤드’처럼 비밀스럽게 가르침을 전수해주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어떤 가르침이든지 간에 스승이 제자에게 가르쳐주고, 그것이 제자의 사상형성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 하겠다. 경기도 양주군의 회암사에는 지공화상, 나옹화상, 무학대사의 3대화상의 진영(眞影), 요즘 말로는 초상화가 모셔져 있다. 한군데만 그런 것이 아니고, 신륵사, 통도사, 선암사, 불암사 등에도 3대화상의 진영이 모셔져있다. 이렇게 3대화상으로 모셔진 이유는 지공화상의 제자가 나옹화상이고, 나옹화상의 제자가 무학대사이기 때문이다. 스승과 제자가 서로 불교전파의 맥을 이었던 것이다. 또한 조선시대에 편찬된 불교의식집에서도 3대화상은 아주 비중 있게 다루어지고 있다. 이것으로 볼 때, 3대화상 사이에는 어떤 사상적 연결점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진영을 따로 따로 모시지 그렇게 함께 걸어놓을 필요가 없을 것이고, 더구나 불교의식집에서 경배의 찬사를 보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3대화상의 사상적 연결점이 한 눈에 쏙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3대화상이라고 널리 알려져 왔기는 하지만, 이 분들에게 어떤 사상적 연결점이 있는가에 대한 검토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감이 있다. 마치, 아무개의 원조라고 버젓이 간판 걸어놓았기에, 그 음식을 먹으려고 안에 들어가 보니, 영 다른 것을 파는 것과 비슷하다. 지공화상의 사상 ‘무생계법’이 나옹화상의 ‘경세의식’으로 무학대사땐 ‘유.불 일치설’로 모두 ‘불교 살리기’ 같은 뿌리 지공화상의 선사상은 그 특색이 최상무생계법(最上無生戒法)에 있다. ‘최상’이라는 화려한 형용사는 떼어내고 본다면, 이는 ‘무생계법’이라는 말이고, 이 말의 의미는 계율을 무생(無生)의 안목, 곧 공(空)의 정신으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계율은 사실적인 측면이 강한 것이다. 이것을 공(空)의 정신에서 다시 해석해서, 계율과 선사상을 조화시키려고 했던 것이 지공화상의 본래의도이다. 당시는 불교계가 무너져 가는 상황이었으므로, 계율을 지키는 것이 해이해졌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불교의 정신을 유지하면서도 계율을 강조한 지공화상의 주장이 뜻 있는 불교인에게 공감을 샀을 것이다. 지공화상의 ‘최상무생계법’이 나옹화상에게 전해져서는 경세(警世)의식으로 탈바꿈한다. ‘경세의식’은 세상을 일깨우겠다는 마음자세이다. 나옹화상이 활동하던 당시에는 불교가 쇠퇴해 가는 조짐이 뚜렷이 나타났으므로, 누구든지 열심히 수행하면 부처가 될 수 있는데, 왜 수행을 하지 않느냐는 간절한 호소를 하고 있다. 사실 나옹화상의 선사상은 이 경세의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나옹화상의 ‘경세의식’은 무학대사에게는 ‘유교와 불교의 일치설’로 다시 모습을 바꾼다. 나옹화상의 경세의식에는 불교계를 살리기 위해서 열심히 수행하라는 간절한 염원이 담겨져 있는데, 이것이 조선조로 넘어가면서부터 다른 모습을 띌 수밖에 없었다. 이제 유교, 그 중에서도 주자학의 천하가 된다. 잘못하면 주자학에게 한 대 맞을 수 있는 험악한 상황에서 무학대사는 유교의 인(仁)과 불교의 자비는 같은 내용이니까 서로 사이좋게 지내자는 제안을 한다. 따라서, 3대화상의 사상은 당시의 불교계를 살리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병욱/ 고려대 강사 [불교신문 1979호/ 11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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