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송 / 조지훈 外

2016. 3. 26. 11:51



      


매화송

                      조지훈


매화꽃 다 진밤에 호젓이 달이 밝다

구부러진 가지하나 영창에 비취나니

아리따운 사람을 멀리 보내고

빈 방에 내홀로 눈을 감아라


비단옷 감기듯이 사늘한 바람결에

떠도는 맑은향기 암암한 옛 양자라

아리따운 사람이 다시 오는 듯

보내고 그리는 정도 싫지 않다 하여라




1940년대~ 1960년대 활동한 청록파 시인중 한 사람이며

경북 영양 출생으로 서울 남산에 시비가 있음

대표작 승무 역사앞에서 등




 '매화송' 전문

               박종영



여린 봉오리 감추며
두려운 눈치다

초경 치른 처녀 오돌한 젖꼭지 같이
붉으스레 잔 가지에 매달려
희망을 주는 꽃망울,

저거, 더디 오는 세월 조급해서
혹독한 삼동,
비밀하게 이겨내고 저리 낯을 붉힐까?

한 생애 불꽃으로 다스리는 너,
싱싱한 그리움의 향기 품어대면
자지러지게 넘어질 우리,

산맥같은 네 둥근 가슴이야
어찌 탐하지 않으랴.



고향의 봄

                 -박종영-


고향집 마당에 키 큰 개망초며 도둑풀이
햇살 따라 뒹굴고,
살랑한 마파람에 흔들리던
어머니 검정 치마폭 부여잡고
칭얼대던 어린 시절 발돋음 하면 눈물이 난다.



꽃동산 머리에 이고 먼저 찾아든 봄볕이
바람결에 한 겹씩 옷을 벗어 던지면,
가난한 마음에 무더기로 피어오르는
산수유 노란 웃음 한 움큼 들이마신다.


푸성귀 한 상 차려놓은 둥근 밥상에
짠한 마음 감추고 둘러앉은
그리운 식구들의 웃음소리 들리는 듯,


앞 냇가 흐르는 물소리도
봄 향기 가득 채워 이별의 정 붙들로 흘러
새롭게 다독이는 고향의 봄,



그 날씬한 하루가 박새들의 짝짓기로
평화다.




박종영 시인:
- 고향 청주, 당진 22년 거주                       
- 2007 <대한문학세계> 봄호 등단
- 2010 대한문인협회 최우수 문학상 수상     
- 창작문학예술인협회 정회원
- 당진문인협회, 당진시인협회 회원            
- 현 동아환경산업(주) 소장


고향은 교육도시 충북 청주에서 태어났고요.

청주와 대전에서 학교를 다녔고 대학시절에 문학 동인회를 결성하여 문학공부를 하였으며

신춘문예 도전을 위해 동인들과 조그마한 암자에서 글공부를 하던 기억이 아련히 떠오르네요.



 현재 대전에 가족들이 있고 현대제철이 있는 충남 당진에서 환경건설업을 하고 있습니다.

대전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이곳 서해안 바닷가로 발령을 받아 내려온 지

벌써 20년이 되었고 바다가 좋아, 산이 좋아, 물이 좋아 자연을 찾아 여행하다보니

이곳에 정착하게 되었네요.




 


    


[김형태]매화송(梅花頌)
[목요세평]김형태 한남대 총장
기사입력 : 2014-03-19 14:03     [ 김형태 한남대 총장 ] 면번호 : 16면

▲ 김형태 한남대 총장
   은은하게 향기로운 매화(梅) 고상한 난초(蘭) 고결한 국화(菊) 꼿꼿한 대나무(竹)는 옛 선비의 품격을 닮되 자유분방한 모습이어서 이른바 사군자(四君子)라고 일컫는다.

도법스님은 “희망은 만들어가는 것이다. 희망은 원래 어디에도 없다. 당사자가 만들면 있고, 안 만들면 없는 것이다”라고 일렀다. 한남대 캠퍼스 미술관 앞에는 묵은 매화나무 한 그루가 있어 눈발 날리는 3월 초에 제일 먼저 신춘(新春)소식을 알려준다. 대전지역 신문들이 자주 봄 소식 화보로 사진 찍는 나무다. 올해도 벌써 꽃이 피어 있다. 그래서 오늘은 봄을 맞이하는 시와 노래(迎春詩歌)로 매화송을 나누고 싶다.

①내 서재에는 한 폭의 매화액자가 있다. 그 속에 있는 상촌(象村) 신흠(申欽)의 詩다. “동천년로항장곡(桐千年老恒藏曲:오동나무는 천 년을 늙어도 여전히 노랫가락을 품고 있고) 매일생한불매향(梅一生寒不賣香:매화는 한평생 춥게 지내도 그 향기를 값싸게 팔지 않는다) 월도천휴여본질(月到千虧餘本質: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그 본바탕은 남아 있고) 유경백별우신지(柳莖百別又新枝: 버드나무는 백 번을 꺾여도 새로운 가지가 올라온다)” 이 정도는 돼야지 서로 믿고 의지하고 살 수 있는 것 아닌가. 변덕이 죽 끓듯 하거나 조변석개(朝變夕改) 또는 어젯밤 약속하고 오늘 아침 바꿔버리는 이합집산의 사회풍조는 아무리 봐도 불안하기만 하다. 한번 결혼하면 평생 살아야 하고 한번 취직하면 종신토록 충성ㆍ봉사하는 일관성과 항상성을 매화나 오동나무에서 배우고 싶다.

최두석 시인이 쓴 「梅花와 梅實」은 이러하다. “선암사 노스님께. 꽃이 좋은지 열매가 좋은지 물으니. 꽃은 열매를 맺으려 핀다지만. 열매는 꽃을 피우려 익는다고 한다. 매실을 보면 매화의 향내를 맡고. 매화를 보면 매실의 신 맛을 느낀다고 한다 / 꽃구경 온 객도 웃으며 말한다. 매실을 어릴 적에는 약으로 알고. 자라서는 술로 알았으나. 봄을 부르는 매화향 내를 알고부터는. 봄에는 매화나무라고 부르고. 여름에는 매실나무라고 부른다고 한다” 콩과 콩깍지가 본디 한 몸이듯이 매화도 '梅'요, 매실도 '梅'다. 그러니 굳이 매화와 매실을 나누거나 서로 견주어 무엇 하겠는가. 마음과 몸을 합해서 하나의 '사람'으로 살면 될 것을….

③옛 어른들도 매화를 좋아하긴 매일반이었나보다. 이인로(李仁老)「매화」는 이러하다. “선녀의 얼음살결 눈(雪)으로 옷 해입고 / 향기로운 입술로 새벽이슬 마시었네 / 속된 봄꽃들의 붉은 빛에 물들세라 / 신선고장 향하고자 학을 타고 나는 듯 ” 퇴계 이황 「陶山月夜詠梅」도 들어보자. “뜰을 거니노라니 달이 사람을 좇아오네 / 매화꽃 언저리를 몇 번이나 돌았던고 / 밤 깊도록 오래 앉아 일어나기를 잊었더니 / 온 가득 향기 스며 달 그림자 몸에 닿네” 신위(申緯) “매화 옛 등걸에 춘절(春節)이 돌아오니 / 옛 피던 가지에 피엄 즉도 하다마는 / 춘설(春雪)이 난분분(紛紛)하니 필동말동 하여라”라고 노래했다. 짧은 시 한 두 구절에 옛 선비들의 정서와 생각을 담았으니 매화송을 통해 몇백년 선후배가 교감을 하게 된다.

김석철 시인의 「매화」도 절제된 시어 속에 압축된 정감이 녹아있다. “여미고 다독이며 감내한 매운 시련 / 드디어 벙글더니 어느새 지는건가 / 어렴풋 가늠해보네 피고 지는 저 무상(無常)” 더 옛날 옛적의 매화송으로 되돌아가볼까. 고려 말 이색(李穡)은 “백설이 잦아진 골에 구름이 머흘레라 / 반가운 매화는 어느 곳에 피었는고 / 석양에 홀로 서있어 갈 곳 몰라 하노라” 안민영(安玟英) “바람이 눈을 몰아 산창(山窓)에 부딪치니 / 찬기운 새어들어 자는 매화를 침노허니 / 아무리 어우려허인들 봄 뜻이야 아슬소냐 / 어리고 성근 매화 너를 밋지 안얏더니 / 눈기약(期約) 능히 직켜 두 세 송이 푸엿구나 / 촉(燭)잡고 갓가이 사랑할졔 암향부동(暗香浮動)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