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거래사〉에 차운하다〔次歸去來辭〕

2016. 3. 19. 23:39



       〈귀거래사〉에 차운하다〔次歸去來辭〕 -허백당 성현| 명문집성 사(辭 詞)

낙민 | 조회 46 |추천 0 | 2016.02.01. 04:16 

   


〈귀거래사〉에 차운하다〔次歸去來辭〕



돌아가자! / 歸去來兮
내 고향에 언제나 돌아가련가 / 桑梓故鄕何日歸
이리는 꼬리 밟혀 괴로워하고 / 狼跋尾而自苦
오리는 짧은 다리 이어져서 슬퍼하네 / 鳧短脛而自悲
패금이 이뤄져도 막지 못하고 / 貝錦而莫遏
뱉은 말은 사마(駟馬)로도 쫓지 못하니 / 駟舌吐而難追
위 무공(衛武公)은 구십에도 후회하였고 / 武耄年而悔過
거백옥(蘧伯玉)은 오십 세에 잘못 알았지 / 蘧五十而知非
관복과 준의관을 벗어 던지고 / 褫鵔鸃之朝冠
벽려로 가을 옷을 만들어 입고 / 襲薜荔之秋衣
띠풀을 베어다가 지붕을 이어 / 將誅茅而卜築
산속에 오두막집 한 채 지으리 / 構一宇於翠微
새가 날아오르듯 / 如鳥斯擧
사슴이 달려가듯 / 如鹿斯奔
내 말을 채찍질하여 / 言策余馬
고향 집에 돌아가니 / 言歸衡門
산천은 옛 모습 그대로인데 / 山川猶昨
고로는 생존한 이 볼 수 없구나 / 故老無存
막걸리를 가져다가 / 爰取芳醪
잔에 따라 마시며 / 乃酌匏樽
냇가에서 〈고반〉을 노래 부르고 / 詠考槃而在磵
안연처럼 되길 바라 누항에 사니 / 居陋巷而希顔
달팽이집 속에 숨어 스스로를 보호하고 / 蝸守殼而自衛
안전하게 모기의 속눈썹에 붙어 있네 / 蚊棲睫而常安
방문으로 맑은 바람 받아들이고 / 納淸風於簟戶
사립에서 흰 달을 맞아들이니 / 邀素月於松關
우주에 격동하는 맑은 흉금이 / 激沖襟宇宙
달사의 대관을 사모하노라 / 慕達士之大觀
연기구름 사이에서 휘파람 불고 / 嘯煙雲而欻吸
물고기와 새를 따라 왕래하면서 / 追魚鳥而往還
스스로를 돌아보며 흡족해하고 / 躬內省而自得
예환에 지극한 고요 부치네 / 寓至靜於鯢桓
돌아가자! / 歸去來兮
호탕한 생각으로 멀리 노닐며 / 意浩蕩而遠遊
곤붕처럼 장대한 꿈 펼쳐 보리니 / 展鯤鵬之壯圖
비둘기와 매미 따윌 어찌 구하랴
/ 何蜩之足求
밤중에 천뢰 이는 소리를 듣고 / 聞天籟之夜動
거문고에 의지하여 근심 잊으며 / 據枯梧而忘憂
새벽 수레 재촉하는 비둘기 울면 / 鳴鳩催我以夙駕
싹이 푸른 들로 나가 봄빛을 묻네 / 問春光於綠疇
산 오를 땐 밀랍 칠한 나막신 신고 / 山乘蠟屐
물 건널 땐 조그마한 조각배 타며 / 水弄扁舟
도망쳤던 속객(俗客)이 탄 수레를 사절하고 / 謝逋客之俗駕
죽을 때도 여우처럼 고향만을 생각하리 / 甘死狐之首丘
숲 속에서 술에 취해 바위에 앉아 / 醉踞石於林麓
깨끗한 시냇물에 갓끈 씻으니 / 淸濯纓於溪流
천명을 받아들여 즐거워하며 / 知天命而自樂
내 몸을 진휴로써 보전하리라 / 葆吾身之眞休
그만두자! / 已矣乎
그 좋던 젊은 시절 가 버렸으니 / 少壯榮華非昔時
내 마음에 맞는 곳에 머물러 살지 / 不如隨意而遲留
무엇하러 양을 잃고 헤매겠는가 / 胡爲乎亡羊無所之
공명(功名)은 우연하게 와서 붙은 것 / 勳名儻來寄
벼슬길은 기약할 수 없는 일이니 / 雲路邈難期
토구에 의거하여 편안히 살며 / 依菟裘而偃仰
들판에서 밭 갈고 김을 매리라 / 循隴畝而耕耔
늙은 농부에게서 농사 배우고 / 學農圃之老術
소아(小雅)의 〈보전〉을 노래하리니 / 誦甫田之雅詩
이로운 비둔으로 생을 마칠 뿐 / 利肥遯而永終
당생에게 굳이 물어 무엇 할쏜가 / 何必從唐生而決疑


 

[주C-001]귀거래사(歸去來辭)에 차운하다 : 진(晉)나라 도잠(陶潛)의 〈귀거래사〉에 차운한 작품으로, 정확한 저작 연도는 드러나지 않는다.
[주D-001]이리는 …… 괴로워하고 : 《시경》 〈빈풍(豳風) 낭발(狼跋)〉에 “이리가 앞으로 가려 하면 제 턱의 살이 밟히고, 뒤로 가려 하면 제 꼬리가 밟히네.〔狼跋其胡 載疐其尾〕”라고 하였는데, 여기서는 마음에 맞지 않은 벼슬살이에 매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란한 처지를 괴로워한다는 말이다.
[주D-002]오리는 …… 슬퍼하네 : 《장자(莊子)》 〈산목(山木)〉에 “오리는 다리가 짧지만 이어 붙이면 걱정하고, 학은 다리가 길지만 자르면 슬퍼한다.〔鳧脛雖短 續之則憂 鶴脛雖長 斷之則悲〕”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모든 사물이 타고난 천성이 있는데, 억지로 벼슬살이를 하느라고 천성을 어기며 살아가는 자신의 처지를 슬퍼한다는 뜻이다.
[주D-003]패금(貝錦)이 …… 못하고 : 다른 사람들에게 근거 없는 참소를 입었다는 뜻이다. 패금은 《시경》 〈소아(小雅) 항백(巷伯)〉에 “문채가 조금 있는 것으로, 자개 무늬 비단을 이루도다. 저 남을 참소하는 자여, 또한 너무 심하도다.〔萋兮斐兮 成是貝錦 彼讒人者 亦已大甚〕”라고 한 데서 나온 말로, 없는 사실을 그럴듯하게 꾸며 다른 사람을 참소하는 것이다.
[주D-004] : 대본에는 ‘城’으로 되어 있는데, 규장각본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005]뱉은 …… 못하니 : 사마(駟馬)는 수레 한 채를 끄는 네 마리의 말이다. 《논어》 〈안연(顔淵)〉에 “사마로도 말이 퍼지는 것을 따라잡지 못한다.〔駟不及舌〕”라고 하였는데, 이는 한번 말을 뱉으면 돌이킬 수 없다는 뜻이다. 여기서는 자신이 직언을 하였다가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는 뜻으로 한 말인 듯하다.
[주D-006]위 무공(衛武公)은 구십에도 후회하였고 : 춘추 시대 위 무공이 95세가 되어서도 위의(威儀)를 경계한 〈억(抑)〉 시를 지어서 날마다 곁에서 외우도록 하고, 음주로 인한 자신의 실수를 뉘우쳐 〈빈지초연(賓之初筵)〉을 지었던 것을 말한다. 아래 구(句)와 함께 자신이 벼슬살이하는 것의 잘못됨을 늦게나마 깨달았다는 뜻으로 쓴 것이다.
[주D-007]거백옥(蘧伯玉)은 …… 알았지 : 거백옥은 춘추 시대 위(衛)나라의 대부 거원(蘧瑗)이다. 《회남자(淮南子)》 〈원도훈(原道訓)〉에 “거백옥은 나이 50이 되어 49년 동안의 잘못을 알았다.”라고 하여, 그가 늘 자신의 잘못을 성찰했던 점을 드러내었다.
[주D-008]준의관(鵔鸃冠) : 한대(漢代)에 시랑(侍郞)들이 쓰던 관(冠)으로, 꿩과 비슷한 금계(錦鷄)의 깃털로 관을 장식한 것이다. 여기서는 벼슬아치의 관모(冠帽)를 가리킨다.
[주D-009]고반(考槃) : 《시경》 〈위풍(衛風)〉의 편명으로, 자연 속에 은거하는 즐거움을 노래한 시이다.
[주D-010]모기의 …… 있네 : 동해(東海)에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 초명(焦冥)이라는 벌레가 있었는데, 이 벌레들이 떼를 지어 모기의 속눈썹 위에 날고 깃들어 살아도 모기가 깨닫지 못했다는 고사가 있다. 《晏子春秋 外篇8》 여기서는 자신을 하찮은 초명에, 자신의 은거지를 모기의 속눈썹에 비유한 것이다.
[주D-011] : 대본에는 ‘而’로 되어 있는데, 규장각본에 의거하여 바로잡았다.
[주D-012]대관(大觀) : 대공무사(大公無私)하여 천지간의 사물을 피차의 구분이나 이해에 얽매이지 않고 보는 시각을 말한다. 한(漢)나라 가의(賈誼)의 〈복조부(鵩鳥賦)〉에 “작은 지혜는 자신에게 사사로워 남은 천시하고 자신은 귀하게 여기지만, 통달한 사람은 크게 보므로 남이라고 불가하게 여김이 없도다.〔小智自私兮 賤彼貴我 達人大觀兮 物無不可〕”라고 하였다.
[주D-013]예환(鯢桓)에 …… 부치네 : 고요한 가운데 자유로운 삶을 누린다는 뜻이다. 예환은 고래가 헤엄치는 깊은 연못으로, 《장자(莊子)》 〈응제왕(應帝王)〉에서 나온 말이다.
[주D-014]곤붕(鯤鵬)처럼 …… 구하랴 : 북해의 곤어(鯤魚)가 붕새로 변하여 수만 리 창천을 날아 남쪽 바다로 날아가는 듯한 기상으로 자유롭게 소요할 것이요, 작은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다가 땅바닥에 나뒹구는 매미나 비둘기처럼 살 수는 없다는 말이다. 《莊子 逍遙遊》
[주D-015] : 대본에는 ‘鶯’으로 되어 있는데, 오자로 판단되어 고쳤다.
[주D-016]천뢰(天籟) : 자연계의 음향으로, 여기서는 바람소리를 가리킨다. 《莊子 齊物論》
[주D-017]산 …… 신고 : 남조(南朝) 송(宋)나라 문인(文人)인 사영운(謝靈運)이 이름난 산을 유람하기 좋아하여 늘 밀랍 칠한 나막신을 신고 산을 올랐던 고사가 널리 알려져 있다. 《南史 卷19 謝靈運列傳》
[주D-018]도망쳤던 …… 사절하고 : 은거한다고 하면서도 세속을 향한 마음을 버리지 못해 다시 세속으로 달아나 버렸던 가짜 은자(隱者)를 사절한다는 말이다. 공치규(孔稚圭)의 〈북산이문(北山移文)〉에 “청컨대 속사의 수레를 돌릴지어다. 그대를 위해 도망간 객을 사절하노라.〔請回俗士駕 爲君謝逋客〕”라는 구절이 나온다.
[주D-019]죽을 …… 생각하리 : 여우가 죽을 때 자기가 살던 굴이 있는 쪽으로 머리를 두고 죽는다는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
[주D-020]진휴(眞休) : 진정으로 자연 속에 물러나 쉬는 참된 은거, 또는 은자라는 뜻이다. 소식(蘇軾)의〈차운자유서왕진경화산수일수이진경화이수(次韻子由書王晉卿畫山水一首而晉卿和二首)〉 시에 “눈앞의 이 경계는 망상일 뿐이니, 숲에 사는 진짜 은자 몇 명이나 되려는지.〔此境眼前聊妄想 幾人林下是眞休〕”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21]무엇하러 …… 헤매겠는가 : 도망한 양(羊)을 쫓다가 갈림길이 하도 많아서 끝내 양을 잃어버리고 말았다는 《열자(列子)》 〈설부(說符)〉의 고사에서 온 말이다. 여기서는 세속적인 명리를 좇느라 우왕좌왕해도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니, 그럴 바엔 차라리 내 뜻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편이 낫다는 뜻을 담고 있다.
[주D-022]공명(功名)은 …… 것 : 《장자》 〈선성(繕性)〉에 “높은 벼슬이 내 몸에 미쳤다 해도 그것은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본성이 아니고 외물이 우연히 밖에서 들어와 내 몸에 붙은 것일 뿐이다. 외물이 밖에서 들어와 기생하는 경우에는 오는 것을 막을 수도, 가는 것을 붙들 수도 없다.〔軒冕在身 非性命也 物之儻來也 寄之 其來不可圉 其去不可止〕”라고 하였다.
[주D-023]토구(菟裘) : 춘추 시대 노 은공(魯隱公)이 은거했던 지명(地名)에서 나온 말로, 은거지(隱居地)를 가리킨다.
[주D-024]이로운 비둔(肥遯) : 《주역》 〈둔괘(遯卦) 상구(上九)〉에 “상구는 여유 있는 은둔이니, 이롭지 않음이 없다.〔上九 肥遯 無不利〕”라고 한 데서 나온 말로, 멀고 외딴 곳에서 은둔하여 얽매임이 없으면 이롭지 않음이 없다는 뜻이다.
[주D-025]당생(唐生)에게 …… 할쏜가 : 당생은 전국 시대 때 관상을 잘 보기로 유명했던 당거(唐擧)이다. 연(燕)나라의 변사(辯士) 채택(蔡澤)이 불우했던 시절 당거를 찾아가 관상을 봐 달라고 했는데, 채택의 얼굴을 본 당거가 웃으면서 “내가 듣기로 성인(聖人)은 관상을 보지 않는다고 하는데, 아마 선생이 거기에 해당할 듯하오.” 하였다. 채택이 “부귀는 내가 이미 갖고 있으니,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나의 수명이오.” 하자, 당거가 “지금부터 43년이오.”라고 하였다. 채택이 “내가 고량진미를 먹고 준마(駿馬)를 타며 황금인(黃金印)을 차고 군주의 앞에서 읍(揖)한다면 43년을 살더라도 충분하다.” 하였는데, 그 뒤 진(秦)나라 소왕(昭王)에게 유세하여 마침내 정승이 되었다. 《史記 卷79 蔡澤列傳》 자신은 채택처럼 벼슬살이하려는 뜻이 없음을 밝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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