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고 최경석 쌤의 '술술 읽히는 한국사' (21)
[한국사 공부]14세기 수월관음도, 고려 회화의 백미
2016. 4. 4. 11:03ㆍ美學 이야기
[한국사 공부]14세기 수월관음도, 고려 회화의 백미
입력 2015-06-12 17:11:16 | 수정 2015-06-12 17:11:16 | 지면정보 2015-06-15 S18면
(18) 충선왕을 따라 중국 유람한 유학자 이제현
(19) 공민왕, 반원 자주 개혁을 내걸다
(20) 어떤 나라가 좋은 나라인가
(22) 조선의 기틀을 확립한 태종
(23) 세종, 민본 정치를 보여주다
고려 시대에 성행했던 불화 수월관음도는 말 그대로, 어두운 밤 달이 비친 물 가운데에 앉아 있는 관음보살을 그린 그림입니다. 뭔가 좀 부족하죠? 그림을 보면 이해가 빨라집니다. 자, 왼쪽 아래에 선재동자가 두 손을 합장하거나 허리를 굽혀 예를 갖추는 동시에 자신보다 몇 배나 큰 관음보살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왕관과도 같은 보관을 쓴 관음보살은 암벽 위의 방석에 앉아 왼쪽 다리는 내리고 오른쪽 다리는 반대편 무릎 위에 올려놓은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 뒤로는 광배가 보이고 등 뒤쪽에 조금 어둡지만 한 쌍의 대나무도 보입니다. 맞은편에는 버들가지를 꽂은 정병이 있으며 그 아래를 보면 산호도 보이고 연꽃도 보입니다. 관음보살의 왼쪽 발을 연꽃이 받쳐주고 있는 듯하네요. 그렇다면 선재동자와 관음보살은 왜 만나게 됐을까요?
수월관음도는 중국 당나라 말기에 시작해 송대에 크게 발전했습니다. 특히 둔황 지역에서 발전했으며 고려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고려에서는 13~14세기께에 유행했는데, 현재까지 40여 점 정도의 수월관음도가 알려져 있습니다. 그 중 여러분도 교과서에 어김없이 소개되는 혜허의 ‘수월관음도’를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수월관음도는 중생 구제를 지향하는 대승불교의 경전인 《법화경》과 《화엄경》의 내용을 바탕으로 그려졌습니다. 《화엄경》에는 진리를 깨닫기 위해 길을 나선 선재동자가 남쪽 보타락산에 있는 관음보살을 찾아가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관음보살은 원래 성불하기 위해 도를 닦다가 다른 중생들을 도와주기 위해 인간 세상에 머물러 있는 존재로, 중생들이 재난을 당했을 때 구제해주거나 질병을 막아주기도 하고 외적이 침입하면 구해주기도 합니다. 관음보살은 정병의 감로수를 중생에게 나눠줌으로써 모든 중생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갈증을 해소해준다고 합니다.
중생의 고통을 덜어주는 관음보살
《화엄경》에는 선재동자가 이 관음보살을 찾아가보니 서쪽 골짜기에는 시냇물이 굽이쳐 흐르고 관음보살이 금강석 위에 가부좌하고 앉아 있어, 매우 기뻐하며 합장을 하고 눈도 깜빡이지 않고 관음보살을 쳐다본다는 구절이 나옵니다. 그런데 고려 후기의 수월관음도는 이 《화엄경》의 내용을 따라 그린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조금 다른 점이 곧 발견됩니다. 그림 속 관음보살은 금강석이 아니라 풀자리 위에 앉아 있고, 반가좌의 자세이며 경전에 등장하지 않는 산호와 연꽃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미술사학자들은 이 그림과 관련된 문헌을 찾아보게 됐지요. 우선 《고왕경》이라는 경전을 살펴보니 그 속에 관음보살이 발을 내려 연꽃을 밟음으로써 많은 꽃이 피게 되고 감로수로 중생을 구제한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화엄경》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그림의 도상이 조금 더 이해됩니다. 한편, 고려 후기 쓰여진 《삼국유사》에서 이 수월관음도를 설명해줄 단서를 몇 가지 찾게 됩니다. 책에 따르면 신라의 의상대사가 당에서 돌아와 관음보살이 해변 굴속에 산다는 말을 듣고 찾아갔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7일 동안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하고 만나기를 청하자 동해 용이 나타나 여의보주를 한 알 바칩니다. 또 7일을 빌자 드디어 흰 옷의 관음보살이 나타나 산마루에 한 쌍의 대나무가 솟아날 것이니 그곳에 사찰을 지을 것을 부탁합니다. 의상이 그 말을 받들고 굴에서 나오자 곧 대나무 한 쌍이 땅에서 솟아 나왔다고 합니다. 그곳이 바로 오늘날 강원도 동해안의 양양 낙산사입니다.
수월관음도에 투영된 고려인의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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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석 선생님은 현재 EBS에서 한국사, 동아시아사 강의를 하고 있다. EBS 진학담당위원도 맡고 있다. 현재 대원고 역사교사로 재직 중이다. ‘청소년을 위한 역사란 무엇인가’ ‘생각이 크는 인문학 6-역사’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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