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시 모음> 노천명의 '봄의 서곡' 외
2016. 4. 10. 03:52ㆍ詩
<봄맞이 시 모음> 노천명의 '봄의 서곡' 외
<봄맞이 시 모음> 노천명의 '봄의 서곡' 외 + 봄의 서곡 누가 오는데 이처럼들 부산스러운가요 목수는 널판지를 재며 콧노래를 부르고 하나같이 가로수들은 초록빛 새 옷들을 받아들었습니다 선량한 친구들이 거리로 거리로 쏟아집니다 여자들은 왜 이렇게 더 야단입니까 나는 鋪道에서 현기증이 납니다 삼월의 햇볕 아래 모든 이지러졌던 것들이 솟아오릅니다 보리는 그 윤나는 머리를 풀어 헤쳤습니다 바람이 마음대로 붙잡고 속삭입니다 어디서 종다리 한 놈 포루루 떠오르지 않나요 꺼어먼 살구남기에 곧 올연한 분홍 베일이 씌워질까 봅니다 (노천명·시인, 1912-1957) + 봄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돌, 돌, 시내 가차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 삼동(三冬)을 참아 온 나는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종달새야 어느 이랑에서나 즐거웁게 솟쳐라. 푸르른 하늘은 아른아른 높기도 한데…… (윤동주·시인, 1917-1945) + 봄을 위하여 겨울만 되면 나는 언제나 봄을 기다리며 산다. 입춘도 지났으니 이젠 봄기운이 화사하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도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다'고 했는데 내가 어찌 이 말을 잊으랴? 봄이 오면 생기가 돋아나고 기운이 찬다. 봄이여 빨리 오라. (천상병·시인, 1930-1993) + 無言으로 오는 봄 뭐라고 말을 한다는 것은 천지신명天地神明께 쑥스럽지 않느냐 참된 것은 그저 묵묵히 있을 뿐 호들갑이라고는 전연 없네 말을 잘함으로써 우선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그 무지무지한 추위를 넘기고 사방에 봄빛이 깔리고 있는데 할 말이 가장 많은 듯한 그것을 그냥 눈부시게 아름답게만 치르는 이 엄청난 비밀을 곰곰이 느껴보게나 (박재삼·시인, 1933-1997) + 봄 불타버린 낙산사에서 나도 모르게 미소 지으며 기념사진을 찍다가 이렇게 웃어도 되는가? 날이 저물어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연둣빛 촉을 틔운 봄이 낙산사를 품고 있었던 것이다 바늘구멍을 통과한 낙타가 쉬는 것처럼 편안한 얼굴 나는 그 모습이 좋아 폐허의 낙산사에서 미소 지으며 기념사진을 찍었던 것이다. (맹문재·시인, 1963-) + 봄 일기 봄이 일어서니 내 마음도 기쁘게 일어서야지 나도 어서 희망이 되어야지 누군가에게 다가가 봄이 되려면 내가 먼저 봄이 되어야지 그렇구나 그렇구나 마음이 흐르는 시냇물 소리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봄맞이 바람이 들판으로 봄 마중 갔다. 흙 묻은 비닐 조각 병 조각 널려 있다. 새싹이랑 겨울잠 깬 친구들 터억 막고 있다. 아차, 봄맞이 들판 대청소를 깜빡했다. (추필숙·시인) + 매화와 산수유 입술 터졌다 처마 밑 고드름 끝에선 송알송알 땀 영그는 소리 눈 덮인 텃밭에선 쫑긋쫑긋 마늘순 기지개 켜는 소리 깨어진 얼음 사이론 낮게 흐르는 피아노 소리 강바람에 실려오는 산까치 짝꿍 부르는 소리에 매화와 산수유 입술 터졌다. (강대실·시인, 1950-) + 강철 새잎 저거 봐라 새잎 돋는다 아가 손마냥 고물고물 잼잼 봄볕에 가느란 눈 부비며 새록새록 고목에 새순 돋는다 하 연둣빛 새 이파리 네가 바로 강철이다 엄혹한 겨울도 두터운 껍질도 제 힘으로 뚫었으니 보드라움으로 이겼으니 썩어가는 것들 크게 썩은 위에서 분노처럼 불끈불끈 새싹 돋는구나 부드러운 만큼 강하고 여린 만큼 우람하게 오 눈부신 강철 새잎 (박노해·시인, 1958-) + 봄 풍경 싹 틀라나 몸 근질근질한 나뭇가지 위로 참새들 자르르 내려앉는다 가려운 곳을 찾지 못해 새들이 무작위로 혀로 핥거나 꾹꾹 눌러 주데 가지들 시원한지 몸 부르르 떤다 다시 한 패거리 새 떼들 소복이 앉아 엥엥거리며 남은 가려운 곳 입질 끝내고는 후드득 날아오른다 만개한 꽃 본다 (신달자·시인, 1943-) + 봄 겨울을 떠나보내는 아쉬움의 작별 의식인 듯 봄빛 담은 햇살 사이로 한바탕 함박눈이 뿌렸다 기나긴 겨울 한철 죽은 듯 말없이 있더니 어느새 파릇한 봄기운 살그머니 풍기는 저 여린 가지들 너희들 살아 있었구나 살아 봄을 잉태하고 있었구나 오! 작은 생명의 신비한 힘이여 봄은 거짓말처럼 지금 눈앞에 와 있다 (정연복·시인, 1957-) + 꽃말 하나를 봄이 오면 작은 화단에 이름 모를 꽃들이나 심어야지. 그리고선 내 맘대로 순이, 덕이, 점례, 끝순이 같은 이름이나 지어 줘야지. 지친 저녁달이 마른 감나무에 걸터앉아 졸 즈음엔 이름이나 한 번씩 불러 봐야지. 촌스러워, 촌스러워, 고개를 흔들어도 흠, 흠, 모른 척 해야지. 그래놓고 나 혼자만 간절한 꽃말 하나 품어야지 당신 모르게, 당신은 정말 모르게 (이시하·시인, 196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山頂花 / 東陽申緯漢叟 (0) | 2016.04.16 |
---|---|
<4월 시 모음> 안도현의 '3월에서 4월 사이' 외 (0) | 2016.04.10 |
<진달래 시 모음> 박노해의 '진달래' 외 (0) | 2016.04.10 |
<진달래에 관한 시 모음> 홍수희의 '아, 진달래' 외 (0) | 2016.04.10 |
<진달래 시모음> 김하인의 '진달래' 외 (0) | 2016.0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