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25. 12:29ㆍ잡주머니
두번째 이야기 : 아름다운 포기
83년 일본 오사카 국제여자마라톤 대회에 있었던 일이다
일본의 아키미 선수와 서독의 데스케 선수는 출발부터 선두그룹으로
앞서거니 뒤 서거니 달리고 있었다.
두 선수 사이는 서로를 견제하면서 서로의 동작 하나에 신경을 쓰면서 달리던 중
도로변 마지막 음료수 제공소에서 일본 아키미 선수는 흠뻑 물을 마시고
다음부터는 음료수제공소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견딜수 없을 정도로 갈증을 느낄 때 빨아 마시겠다고
스펀지에 흠뻑 물을 적시어 들고 뛰었다.
그러나 여기가 마지막 음료수제공소 인 줄 모르는 서독 데스케 선수는
마지막 음료수제공소에서 물을 마시지 않았다.
이제 결승골인 지점이 얼마 남지 않은 지점에 왔을 때
갑자기 서독 데스케 선수가 갈증에 고통스러워 하며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그 때 팽팽한 승부의 세계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으며
쉽게 이해할 수도 없는 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나란히 같이 달리다가 이 모습을 본 일본 아키미 선수가
자기가 마시겠다고 들고가던 물 적신 스펀지를 서독 선수에게 전달해 주는 것이였다.
갈증으로 쓰러지기 바로 직전
서독 데스케 선수는 나란히 달리던 라이벌 일본선수로 부터
생명수와 다름없는 물을 공급받고 다시 기운을 되찾아 달려
결국은 일본 아키미 선수를 제치고 우승의 금메달을 차지하게 되었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상대를 쓰러뜨려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도와 주고싶다는 마음을 가진다는 것은
스포츠에서는 어찌보면 바보스럽고 미련하기까지 한 행동일지 모른다.
그 때 일본 아키미 선수가 스펀지물을 서독 데스케 선수에게 안 줬더라면
서독선수는 갈증에 지쳐 쓰러져 기권되고
금메달은 자기 것이 될 것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
“금메달이 문제가 아니다”
“목말라 고통받고 있는 서독선수 불쌍해서 못 보겠다.”
고 생각하며 그 소중한 스펀지 적신물을 선뜩 라이벌 서독 선수에게 건네주는
일본 아키미 행동에서 깊은 감동과 함께 우승을 넘어 숭고한 스포츠 정신을 볼 수 있었다.
비록 금메달은 놓쳤지만 아키미 선수의 이 아름다운 포기는
세계 마라톤 역사에 잊지 않고 오래토록 기억될 것이다.
그 때 치열한 승부의 세계를 지켜보고 있는 많은 사람들 눈에는
상대선수의 약점으로 인하여 승리할 수 있는 절호의 순간을 포기하는
아키미 선수의 행동을 쉽게 이해 하기 어려웠지만.......
아키미 선수에게는 그 순간 금메달은 보이지 않고
고통받고 있는 한 인간의 영혼이 먼저 보였던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개인의 명예와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인간 본연의 어찌할수 없는 본능에 가까운 심리이지만
그 순간에서도 개인의 명예나 물질보다
인간의 영혼의 아름다움을 먼저 볼수 있는 마음을 가진
아키미 선수를 생각하다가
가슴 저 밑으로 부터 울컥하는 마음이
끝내는 눈시울을 붉게하며 눈물을 글썽이게 했다.
이 순간 나의 눈물은 스포츠선수가 아닌 한 聖者에게 보이는 감동의 눈물이였다.
(다음이야기 : 아름다운 항의 / 아름다운 후진 / 아름다운 멈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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