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6. 23. 19:20ㆍ율려 이야기
제목 | 황종黃鐘이 빚어낸 악기, 편경과 편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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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화재청 | 전화번호 | |
작성일 | 2011-07-13 | 조회수 | 5078 |
영륜이 황종을 만들다 박연이 황종율관을 만들다 따라서 예악의 시대에서는 황종척의 제작이야말로 국가의 중요한 사업이었다. 예가 강조되었던 봉건사회에서 예에 따른 악을 갖추기 위한 노력의 시작점은, 황종척을 제작하고 이를 바탕으로 12율관을 만들어 법도에 맞는 음악을 행하는 것이었다. 이들 음악은 국가의 오례五禮, 즉 가례, 길례, 흉례, 군례, 빈례에서 활용되어 국가의 이념을 구현하였다. 조선 초기 박연(朴堧 1378-1458)은 국가 아악을 정비하기 위해 황종척을 만들고, 이에 따라 12율의 음높이를 조율하기 위하여 율관 제작을 시도한다. 박연은 1425년 해주에서 자생하는 검은 기장을 찾아서, 동적전東籍田에 심어 수확한 중간 크기 알을 골라 하나의 폭을 1푼으로, 열 알갱이의 길이를 1촌으로, 그리고 9촌을 기준으로 황종율관의 길이로 삼아 황종척을 만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박연의 이 시도는 실패로 끝나고 만다. 중국 명明으로부터 들어온 편경의 황종음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박연의 시도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427년 9월 중국 편경과 편종의 황종음을 표준으로 삼아서 다시 황종율관을 제작하였고, 이를 삼분손익하여 12율관을 만든 것이다. 이렇게 제작된 두 번째의 율관을 근거로 박연은 12매의 편경 한 틀을 만들어 세종대왕에게 헌정한다. 하지만 박연은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1430년 2월 그가 세종에게 올린 상소문을 보면 기장의 산지인 해주의 기후가 좋지 않아 기장 알갱이가 작았고, 이에 따라 높은 황종음이 나오는 율관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다시 남쪽에서 나오는 기장을 가지고 율관을 만들고자 하는데 윤허를 바라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안타깝게도 이 세 번째 시도가 성공했는지는 기록의 부재로 알 수 없지만 박연의 율관 제작의 시도는 조선 전기 아악 문화의 성숙도를 알 수 있는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다. 편경과 편종으로 예악시대가 도래하다 조선 초기 예악 문화는 고려 때 중국으로부터 전해진 대성아악의 영향을 받는다. 1114년(예종 9년) 고려사신 안직숭安稷崇이 송나라 휘종이 하사한 공후, 박판, 방향, 비파, 장고, 쟁, 적, 피리를 포함한 신악기와 악보 등을 가지고 귀국하였고, 이후 예종이 하례사 왕자지王字之와 문공미文公美를 중국에 보낸다. 이에 휘종은 그 당시 대성부에서 새로 제정한 아악기를 내려준다. 이때 들어온 아악기는 등가악기와 헌가악기3)로 분류할 수 있는데, 등가악기는 편종ㆍ편경ㆍ일현금ㆍ삼현금ㆍ오현금ㆍ칠현금ㆍ구현금ㆍ슬ㆍ지ㆍ적ㆍ소생ㆍ화생ㆍ훈ㆍ박부ㆍ축ㆍ어 등 17종이었고, 헌가악기는 편종ㆍ편경ㆍ일현금ㆍ삼현금ㆍ오현금ㆍ칠현금ㆍ구현금ㆍ슬ㆍ지ㆍ적ㆍ소ㆍ소생ㆍ화생ㆍ훈ㆍ박부ㆍ진고ㆍ입고ㆍ축ㆍ어 등 20종이었다. 여기서 주목되는 악기는 편경과 편종이었다. 대성아악을 통해서 편종과 편경이 들어온 것은 한국음악사에 편경과 편종이 처음으로 노출된 일대 사건이었다. 여러 학자들이 편종과 편경은 중국 고대 아악 문화의 결정체라고 보고 있으며, 대성아악을 통해 들어온 편종과 편경은 조선초기 아악 정비에 있어 중요한 시발점이 되었기 때문이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의 일부가 되다 편경과 편종은 악기학적으로 분류하면 여러 음높이를 낼 수 있는 타악기인 유율 타악기라 할 수 있다. 편경은 나무틀인 가자架子에 ‘ㄱ’자 모양의 경돌 16매를 음률의 순서에 따라 틀의 위아래 2단으로 나누어 홍승紅繩으로 묶어 놓고 암소뿔에 자루를 끼운 각퇴로 쳐서 소리를 낸다. 편종은 경돌 대신 16매의 종을 가자에 걸어 놓고 각퇴로 연주한다. 편경과 편종의 장식은 매우 화려하다. 편경의 경우 『악학궤범』에 보면 봉두鳳頭, 공작孔雀, 오리鳧 등의 동물과 연방蓮房, 하엽荷葉 등의 식물, 그리고 칠보七寶, 운족雲足, 홍예虹霓 등의 상서로운 문양까지 사용하여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편종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봉두 대신 용두龍頭가, 오리 대신 사자獅子가 사용되고 있는 것이 다르다. 이들 장식 문양은 다양한 상징을 감추고 있다. 용은 임금의 권위를, 봉은 태평성대를 예고하는 상서로운 새로 묘사되며, 오리는 천상과 지상 외에도 수계와 지하계까지 넘나들 수 있는 새로 인간의 소원을 신에게 전달하는 전달자로서 가볍고 맑은 소리를 상징하기도 하며, 수호자의 의미를 가진 사자는 위엄의 의미를 전달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편종과 편경을 중심으로 연주되는 음악으로는 제례악과 궁중음악이 있다. 현재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종묘제례악에서 편경과 편종은 등가악현과 헌가악현에서 사용되고 있고, 문묘제례악에서도 중요한 악기로 사용되고 있다. 오늘도 편경과 편종은 과거의 화려한 예악 문화의 중심으로써 면면히 그 전통을 이어오며 황종의 소리를 울리고 있다. 1)한국의 전통음악에 사용되는 십이율(황종, 태주, 고선, 유빈, 이칙, 무역, 대려, 응종, 남려, 임종, 소려, 협종)의 음 이름 중 하나. 2) 간은 방패이고, 척은 도끼다. 우는 들꿩의 깃이고, 모는 소꼬리 털이다. 모두 무구(舞具, 춤을 출 때 사용하는 도구)의 일종이다. 3) 등가는 종묘(宗廟)·문묘(文廟)·경모궁(景慕宮) 등의 제향(祭享)에서 댓돌 위에서 연주하는 음악이며, 헌가는 댓돌 아래서 연주하는 음악으로 등가악기와 헌가악기는 등가와 헌가에서 사용하는 악기를 말한다. 글 | 사진· 이진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사진· 국립국악원, 문화재청, 국립전주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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