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차 團茶에 대한 한국문집의 글 ㅡ 3

2018. 3. 27. 18:14차 이야기


단차 團茶에 대한 한국문집의 글 ㅡ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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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주유고 제23권 / 동사록(東槎錄)   ㅡ 조경(趙絅)


일광산에 읊다〔日光山題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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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 나무 꼭 세 그루 된다고 전에 들었는데 / 昔聞珠樹必成三
이제 보니 삼나무 셋이 석감에 기대 있구나 / 今見三杉倚石龕
오래된 갑옷 같은 수피(樹皮)엔 무늬 드러나지 않고 / 不露文章鱗甲古
귀신이 드나들 듯 언제나 운무 머금고 있네 / 常含雲霧鬼神參
푸르디푸르게 오래 사니 송백과 같고 / 靑靑受命同松栢
그 재목 치밀하니 구기랑 녹나무 정도는 우습지 / 鬱鬱爲材笑杞楠
어찌하면 오리의 집에 저 나무 옮겨 심어 / 安得移栽傲吏宅
그 아래 거닐면서 고담준론 실컷 할까 / 逍遙其下騁高談
이상은 삼나무 세 그루.

길은 끊기고 샘물 솟구쳐 골짝 사이 이으니 / 路絶噴泉束峽間
날 줄 아는 신선도 여기선 시무룩해지겠네 / 飛仙於此亦凋顔
누가 까막까치에게 은하수 걱정하게 하나 / 誰令烏鵲愁銀漢
신령한 뱀이 왕골 다리로 변했다니 기이하여라 / 可異靈蛇化草菅
도삭산의 반도까지도 건너갈 다리가 이어지고 / 陶索蟠桃通利涉
형산의 꼭대기까지도 붙잡고 올라갈 사다리 있네 / 衡山絶頂有躋攀
원래 우 임금이 솥 만들어 도깨비를 몰아내니 / 由來禹鼎驅魑魅
천하의 빼어난 곳을 귀신이 아끼게 됐던 거지 / 天下名區鬼得慳
이상은 산관교(山管橋).
왜인들이 시속에서 전하길 뱀이 왕골로 화하여 다리가 되어서 비로소 이곳에 길이 통하게 되었다 한다.

커다란 고갯마루에 백 이랑의 잔잔한 호수 / 百頃平湖大嶺頭
바람 불 땐 물결이 하늘에 닿을 듯 / 波風時欲蹴天浮
견우가 건널 은하수 또 하나 생겼나 / 牽牛別作銀河渡
여발은 쓸쓸히 갇혀 응당 근심하리 / 女魃應愁淸冷囚
승경에 깃든 그윽한 절집에 스님은 우뚝하고 / 選勝幽禪嵬碧眼
허공을 찌르는 금빛 가람은 선계를 제압할 듯 / 凌虛金剎壓玄洲
신선의 땅에 가는 것은 내 분수 아니려니 / 致身福地非無分
높이 매단 쇠사슬 보고 크게 입맛만 다셔 보네 / 鐵鎖高垂大嚼休
이상은 고개 위의 호수.

구름 인 봉우리에서 쏟아지는 물줄기 몇 척이런가 / 飛流幾尺瀉雲巒
그 아래 용궁 있어 수부가 넓네 / 其下龍宮水府寬
갠 하늘에 벼락 소리 바위동굴에 울리고 / 逬落晴雷嵒竇響
하늘이 뿌옇게 소나기 쏟아져 동천이 서늘하네 / 霄微白雨洞天寒
여량의 물살에서도 헤엄친 이 볼 수 있거늘 / 呂梁只可觀游泅
곡렴천월단차 달이느라 공연히 전해졌지 / 簾谷徒傳煮月團
우리나라 박연폭포가 훨씬 빼어나니 / 吾國朴淵尤勝絶
거기 비하면 여긴 한 잔 물처럼 보이네 / 比之無乃此盃看
이상은 농미(瀧尾)의 폭포.

부상과 총령 사이 멀고멀어 아무 상관없거늘 / 扶桑蔥嶺馬牛風
어느 길로 관음보살은 바다 동쪽에 현신했나 / 何路觀音現海東
이로부터 아라한이 애써 재주 자랑하여 / 自是應眞勞伎倆
승도는 무단히 신의 뜻 받아들였지 / 無端勝道聽神叢
순식간에 온 나라 사람 시주를 받아 / 咄嗟檀越傾人國
잠깐 사이 황폐한 땅에 불당이 솟아났네 / 頃刻丘墟聳梵宮
변멸하는 티끌 하나 물을 데 없거늘 / 變滅一塵無處問
사미승은 끊임없이 공을 이야기할 뿐이네 / 沙彌銜尾秪談空
이상은 승도관세음(勝道觀世音).

티끌 세상에 섞여 살며 대천세계 생각하여 / 混跡塵寰念大千
게송을 써 두고 제천을 향했네 / 能題寶偈向諸天
마음은 적수를 들여다봐 지혜구슬을 찾고 / 心通赤水探珠智
눈은 청련을 환히 보니 만물의 본성을 깨닫네 / 眼透靑蓮見性詮
왕간서의 〈두타사비〉는 기풍이 그보다 못하고 / 王簡頭陀風在下
소장공의 〈대비각기〉도 필치가 앞서기 어렵네 / 長公悲閣筆難前
어루만져 읽노라니 뜻이 없지 않은데 / 摩挲一讀非無意
저녁연기 에워싸고 참새며 잔나비 울어대네 / 雀噪猿啼鎖暮煙
이상은 현주비문(玄珠碑文).

이황산이추산과 어이 같으랴 / 二荒爭似二酋山
낡은 책들은 한낮에 한가로이 놓여 있네 / 汗簡苔經白日閑
마침내 진선에게 비결 아껴두게 하였으니 / 遂使眞仙慳秘訣
곧 알겠네, 호랑이와 표범이 현관을 지키는 줄 / 仍知虎豹守玄關
벽도화는 항아리 속에서 피었다 지고 / 碧桃壺裡自開落
누런 학은 구름 속을 가끔 오가네 / 黃鶴雲中時往還
천태산의 몽유는 본디 싫지 않았지만 / 台嶺夢遊元不惡
노을 진 적성산은 아득히 오르기 어려워라
/ 赤城霞氣杳難攀
이상은 이황산(二荒山).

자비의 깨달음 있어 공문(空門 불교)을 세우니 / 慈悲有覺立空門
여러 승려들 크게 감싸려는 뜻 유독 남아 있네 / 大庇諸僧意獨存
땅에 황금 펼쳐 법계(法界 불교의 세계)를 열었고 / 布地黃金開法界
거대한 문목(文木 비자나무)은 바위도 움직일 듯 / 蔽牛文木動雲根
반수 같은 솜씨로 전에 이지러진 곳 보완하니 / 般倕逞巧增前缺
고승들도 빛이 나며 옛날의 존엄함 회복했네 / 龍象生輝復舊尊
멀리 생각하네 일천 회랑(回廊)에 밝은 달빛 비칠 때 / 遙想千廊明月裏
에 가끔 울려퍼지는 맑은 풍경소리 / 數聲淸磬徹孤園
이상은 자각사(慈覺寺) 중건.

높은 산은 꿈쩍 않고도 구름과 비 일으키나니 / 高山不動興雲雨
하물며 예로부터 영검한 산신령까지 있음에랴 / 何況山神自古靈
백성들 풍속에 곡식 잘 익으라 신에게 기원하고 / 甿俗禳田年穀熟
임금도 은덕 갚으려 향을 피워 제사 지내네 / 邦君報德苾芬馨
세 번 부르는 만세 소리 우리 임금 위하는 듯하고 / 三呼似爲吾東聖
일만 고개는 바다 비린내를 막는 듯하네 / 萬嶺如防海氣腥
부절 쥐고 남악묘에 한 번 오르니 / 持節一登南嶽廟
송글송글 감로가 창틀에 내리네 / 團團甘露下窓欞
이상은 대사(大社)에서 지낸 풍년 기원제.

누가 천신을 바위 병풍 꼭대기에 걸었나 / 天紳誰掛石屛巓
삼층의 용문 폭포에 견줄 만하네 / 三級龍門可比肩
머리 찧고 아가미 드러내며 물고기 펄떡 뛰고 / 點額暴腮魚上下
구슬 튀듯 물보라 날리며 물이 소용돌이치네 / 跳珠飛沫水回旋
당 현종은 우뚝 솟은 붉은 산봉우리 읊어 냈고 / 開元吟罷聳丹嶂
이백은 자줏빛 연기 일어난다고 시를 썼지 / 李白詩成生紫煙
승경 찾기엔 늙은 이 몸 허연에게 부끄러운데 / 濟勝吾衰慚許椽
돌아보니 가을 해가 서쪽 하늘에 있네 / 回看秋日在西天
이상은 삼급(三級) 폭포.

[주-D001] 구슬 …… 그루 : 
《산해경(山海經)》 〈해외남경(海外南經)에 “삼주수(三珠樹)는 염화(厭火) 북쪽, 적수(赤水) 가에 자라는데 그 나무가 잣나무와 같고 잎은 모두 구슬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주-D002] 석감(石龕) : 
불상을 두기 위하여 돌로 만든 감실(龕室)을 뜻하는 말로, 여기서는 절집, 즉 일광사를 가리킨다.
[주-D003] 구기랑 녹나무 : 
둘 다 훌륭한 나무로서, 좋은 재목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두보〈누상(樓上)〉 시에 “대궐을 그리워하며 마음 태우는데 재목을 논하자면 구기나무와 녹나무에 부끄럽네.〔戀闕勞肝肺, 論材媿杞柟.〕”라는 구절이 있다.
[주-D004] 오리(傲吏) : 
원래는 예법에 얽매이지 않는 관리를 가리키는 말인데, 여기서는 장자를 가리키는 듯하다. 《문선(文選)》 권 21에 실린 곽박(郭璞)〈유선(遊仙)〉 시에 장자를 일컬어 “칠원에 오리가 있다.〔漆園有傲吏〕”라 했다.
[주-D005] 신령한 …… 기이하여라 : 
산관교(山管橋)에 대한 언급이다. 산관교는 일본 일광사 입구에 있는 다리의 이름이다. 《침초자(枕草子)》에 따르면 766년에 승도상인(勝道上人)이라는 이가 수행을 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는데 큰 계곡에 급류가 흘러 건너갈 수가 없게 되자 신불(神佛)에게 기도를 올렸다. 그러자 푸른 뱀과 붉은 뱀 두 마리가 얽혀 계곡 사이를 이어주고 그 등에 왕골풀이 돋아 다리가 되어 승도상인이 건너갈 수 있었다고 한다.
[주-D006] 원래 …… 몰아내니 : 
우 임금이 구목(九牧)의 쇠를 거두어 솥을 만들고는 그 솥 위에 만물을 그려 넣었는데 여기에는 도깨비 같은 것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백성들은 이 그림을 보고 선(善)과 악(惡)을 알게 되었고, 또 도깨비나 물귀신 등을 만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春秋左氏傳 宣公3年》
[주-D007] 여발(女魃)은 …… 근심하리 : 
서늘한 물이 깊이 고여 있어 가뭄의 여신도 어쩔 수 없다는 뜻인 듯하다. 여발은 가뭄의 여신으로 비바람을 멎게 하는 능력이 있었다 하며, 황제(黃帝) 헌원씨의 딸이라고도 한다.
[주-D008] 금빛 가람(伽藍) : 
원문은 ‘금찰(金刹)’로, 불사(佛寺)를 가리키는 말이다.
[주-D009] 고개 위의 호수 : 
주젠지호(中禪寺湖)를 가리키는 듯하다. 이 호수는 일본 도치기현(枋木縣) 닛코시(日光市) 닛코 국립공원 내에 있으며, 일본의 대표적인 고산 호수이고 게곤(華嚴) 폭포의 수원(水源)이 된다.
[주-D010] 수부(水府) : 
물을 맡아 다스린다는 전설 속의 신의 궁전, 혹은 물의 신이 산다는 해저의 서울을 가리키는 말이다.
[주-D011] 여량(呂梁)의 …… 있거늘 : 
여량은 높이가 3천 길이고 물거품이 40리나 이어지는 거대한 폭포의 이름이다. 이 폭포를 공자가 구경하고 있는데, 어떤 사내가 그 폭포 속으로 뛰어들었다가 한참 만에 무사히 나오는 것이었다. 이에 공자가 그 사내에게 “그대는 무슨 도술(道術)이 있는가?” 하자, 사내는 “저는 충신(忠信)으로 들어갔다가 충신으로 나올 뿐입니다.”라고 답했다 한다. 《列子 說符》
[주-D012] 곡렴천(谷簾泉) : 
중국 강서성 여산(廬山)의 최고봉인 한양봉(漢陽峰) 서쪽의 강왕곡(康王谷)에 위치하는 거대한 폭포이다. 육우(陸羽)《다경(茶經)》에서 이 폭포의 샘물을 차 끓이기에 가장 좋은 물로 꼽은 바 있다.
[주-D013] 월단차(月團茶) : 
둥근 달 모양으로 빚어 만든 차를 일컫는다.
[주-D014] 농미(瀧尾)의 폭포 : 
게곤폭포(華嚴瀑布)를 가리킨다. 닛코 국립공원 경내에 있는 폭포로, 일본 3대 폭포 가운데 하나다. 한편 농미는 타키(瀧尾)로, 일본 교토(京都)에 속한 옛 지명이다.
[주-D015] 부상과 총령 사이 : 
일본과 파미르 고원 사이를 말한다.
[주-D016] 승도(勝道) : 
쇼도(勝道)이다. 일본의 승려로서 8세기 말에 닛코산에 사찰을 세웠다 한다.
[주-D017] 대천세계(大千世界) :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의 약칭으로, 끝이 없는 넓은 세계, 즉 온 우주를 말하는 불교용어이다.
[주-D018] 제천(諸天) : 
모든 하늘을 뜻하는 불교용어다. 마음 수양의 경지에 따라 그 경계가 나뉜다.
[주-D019] 적수(赤水) : 
곤륜산 근처에 있다는 전설 속의 강으로 《산해경》에 언급되어 있다. 한편 황제(黃帝)가 이 적수에서 현주(玄珠)를 잃어버렸는데, 아무도 찾지 못하고 무심(無心)을 뜻하는 상망(象罔)이 찾아내었다는 이야기가 《장자》 〈천지(天地)〉에 나온다.
[주-D020] 청련(靑蓮) : 
푸른 연꽃으로 우발라화라고도 한다. 불교의 깨달음을 상징하는 꽃이다.
[주-D021] 왕간서(王簡栖)의 두타사비(頭陀寺碑) : 
왕간서는 남조 양(梁)의 문인 왕건(王巾)이다. 간서(簡栖)는 그의 자다. 〈두타사비문(頭陀寺碑文)〉을 썼는데, 문장이 교묘하고 아름다웠다.
[주-D022] 소장공(蘇長公)의 대비각기(大悲閣記) : 
소식(蘇軾)〈성도대비각기(成都大悲閣記)〉를 가리킨다.
[주-D023] 현주비문(玄珠碑文) : 
닛코산에 있는 비석의 글로, 〈일광개산비(日光開山碑) 혹은 〈사문승도역산수영현주비(沙門勝道歴山水塋玄珠碑)〉라고도 한다.
[주-D024] 이황산(二荒山) : 
후타라산(二荒山)을 말한다. 일본 닛코시에 있는 산으로, 난타이산(男体山), 쿠로카미산(黒髪山) 등의 별칭이 있다.
[주-D025] 이추산(二酋山) : 
중국 원릉현(沅陵縣)에 있는 산의 이름으로 이 산 아래에서 추계(酋溪)와 추수(酋水) 두 물이 모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한다.
[주-D026] 항아리 속 : 
호중천지(壺中天地), 즉 신선세계를 가리킨다. 중국 한(漢)나라 때의 호공(壺公)이라는 사람이 항아리 안에서 살았는데, 비장방(費長房)이 그 속에 들어가 보니 옥당(玉堂)이 화려하고 술과 안주가 가득하였다 한다. 《神仙傳》
[주-D027] 천태산(天台山)의 …… 어려워라 : 
진(晉)나라 때의 문장가 손작(孫綽)〈유천태산부(遊天台山賦)〉에 나온 “적성산엔 놀이 일어나 표지를 세웠다.〔赤城霞起而建標〕”라는 말을 변용한 표현이다. 적성산은 중국 절강(浙江) 천태현(天台縣) 북쪽에 있는 산 이름으로, 흙빛깔이 노을빛처럼 붉다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
[주-D028] 땅에 황금 펼쳐 : 
두보〈망우두사(望牛頭寺)〉 “등불이 항상 켜 있어 낮이 따로 없고, 바닥에 깐 것은 황금이다.〔傳燈無白日, 布地有黃金.〕”라는 구절에서 인용한 말이다.
[주-D029] 반수(般倕) : 
고대의 유명한 목수인 노반(魯般)공수(工倕)를 말한다.
[주-D030] 절 : 
원문은 ‘고원(孤園)’으로, 석가(釋迦)가 머물던 절인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의 준말이다.
[주-D031] 천신(天紳) :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띠라는 뜻으로, 폭포를 말한다. 한유〈송혜사(送慧師)〉“이때 비 처음 개어 폭포가 하늘에서 띠를 드리웠네.〔是時雨初霽, 懸瀑垂天紳.〕”라는 구절이 있다.
[주-D032] 삼층의 용문 폭포(龍門瀑布) : 
중국 산서성(山西省) 황하(黃河)의 상류에 있는 용문은 물살이 거세어 배가 다닐 수 없고 폭포가 3단으로 되어 있다.
[주-D033] 머리 …… 드러내며 : 
용문폭포의 물고기들이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기 위해 애를 쓰며 뛰어오르다가 실패하는 모습을 형용한 말이다.
[주-D034] 당 …… 냈고 : 
현종(玄宗)〈행촉회지검문(幸蜀回至劍門)〉 시에 “천 길 절벽은 푸른 병풍 둘러 있고 다섯 병정이 연 붉은 산 길이 보이는구나.〔翠屛千仞合, 丹嶂五丁開.〕”라는 구절이 있다.
[주-D035] 이백(李白)은 …… 썼지 : 
이백〈망여산폭포(望廬山瀑布)〉 시에 “향로봉에 해 비치니 자줏빛 연기 일어나고〔日照香爐生紫煙〕”라는 구절이 있다.
[주-D036] 승경 …… 부끄러운데 : 
허연(許椽)은 동진(東晉) 사람 허순(許詢)이다. 허연은 산택을 노닐기를 좋아하였는데, 당시 사람들이 그에 대해 “명승지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을 뿐 아니라 제승지구(濟勝之具)도 있다.” 하였다. 제승지구는 명승지를 다니는 도구, 즉 다니기에 적합한 튼튼한 팔다리를 이른다. 《世說新語 栖逸》

日光山題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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昔聞珠樹必成三。今見三杉倚石龕。不露文章鱗甲古。常含雲霧鬼神參。靑靑受命同松柏。鬱鬱爲材咲杞枏。安得移栽傲吏宅。逍遙其下騁高談。右三本杉
路絶噴泉束峽間。飛仙於此亦凋顏。誰令烏鵲愁銀漢。可異靈蛇化草菅。陶索蟠桃通利涉。衡山絶頂有躋攀。由來禹鼎驅魑魅。天下名區鬼得慳。右山管橋。倭俗傳蛇化爲草管成橋。始通此地云。
百頃平湖大嶺頭。波風時欲蹴天浮。牽牛別作銀河渡。女魃應愁淸冷囚。選勝幽禪嵬碧眼。凌虛金刹壓玄洲。致身福地非無分。鐵鎖高垂大嚼休。右嶺上湖
飛流幾尺瀉雲巒。其下龍宮水府寬。逬落晴雷嵒竇響。霏微白雨洞天寒。呂梁只可觀游泅。簾谷徒傳煮月團。吾國朴淵尤勝絶。比之無乃此杯看。右瀧屋瀑布
扶桑蔥嶺馬牛風。何路觀音現海東。自是應眞勞伎倆。無端勝道聽神叢。咄嗟檀越傾人國。頃刻丘墟聳梵宮。變滅一塵無處問。沙彌銜尾秪談空。右勝道觀世音
混跡塵寰念大千。能題寶偈向諸天。心通赤水探珠智。眼透靑蓮見性詮。王簡頭陀風在下。長公悲閣筆難前。摩㸺一讀非無意。雀噪猿啼鎖暮煙。右玄珠碑文
二荒爭似二酋山。汗簡苔經白日間。遂使眞仙慳祕訣。仍知虎豹守玄關。碧桃壺裏自開落。黃鶴雲中時往還。台嶺夢遊元不惡。赤城霞氣杳難攀。右二荒山
慈悲有覺立空門。大庇諸僧意獨存。布地黃金開法界。蔽牛文木動雲根。般倕逞巧增前缺。龍象生輝復舊尊。遙想千廊明月裏。數聲淸磬徹孤園。右慈覺寺重建
高山不動興雲雨。何況山神自古靈。甿俗禳田年穀熟。邦君報德苾芬馨。三呼似爲吾東 聖。萬嶺如防海氣腥。持節一登南嶽廟。團團甘露下窓櫺。右大社祈年
天紳誰掛石屛巓。三級龍門可比肩。點額暴顋魚上下。跳珠飛沫水回旋。開元吟罷聳丹嶂。李白詩成生紫煙。濟勝吾衰慙許椽。回看秋日在西天。右三級瀑布


日光山題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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昔聞珠樹必成三。今見三杉倚石龕。不露文章鱗甲古。常含雲霧鬼神參。靑靑受命同松柏。鬱鬱爲材咲杞枏。安得移栽傲吏宅。逍遙其下騁高談。右三本杉
路絶噴泉束峽間。飛仙於此亦凋顏。誰令烏鵲愁銀漢。可異靈蛇化草菅。陶索蟠桃通利涉。衡山絶頂有躋攀。由來禹鼎驅魑魅。天下名區鬼得慳。右山管橋。倭俗傳蛇化爲草管成橋。始通此地云。
百頃平湖大嶺頭。波風時欲蹴天浮。牽牛別作銀河渡。女魃應愁淸冷囚。選勝幽禪嵬碧眼。凌虛金刹壓玄洲。致身福地非無分。鐵鎖高垂大嚼休。右嶺上湖
飛流幾尺瀉雲巒。其下龍宮水府寬。逬落晴雷嵒竇響。霏微白雨洞天寒。呂梁只可觀游泅。簾谷徒傳煮月團。吾國朴淵尤勝絶。比之無乃此杯看。右瀧屋瀑布
扶桑蔥嶺馬牛風。何路觀音現海東。自是應眞勞伎倆。無端勝道聽神叢。咄嗟檀越傾人國。頃刻丘墟聳梵宮。變滅一塵無處問。沙彌銜尾秪談空。右勝道觀世音
混跡塵寰念大千。能題寶偈向諸天。心通赤水探珠智。眼透靑蓮見性詮。王簡頭陀風在下。長公悲閣筆難前。摩㸺一讀非無意。雀噪猿啼鎖暮煙。右玄珠碑文
二荒爭似二酋山。汗簡苔經白日間。遂使眞仙慳祕訣。仍知虎豹守玄關。碧桃壺裏自開落。黃鶴雲中時往還。台嶺夢遊元不惡。赤城霞氣杳難攀。右二荒山
慈悲有覺立空門。大庇諸僧意獨存。布地黃金開法界。蔽牛文木動雲根。般倕逞巧增前缺。龍象生輝復舊尊。遙想千廊明月裏。數聲淸磬徹孤園。右慈覺寺重建
高山不動興雲雨。何況山神自古靈。甿俗禳田年穀熟。邦君報德苾芬馨。三呼似爲吾東 聖。萬嶺如防海氣腥。持節一登南嶽廟。團團甘露下窓櫺。右大社祈年
天紳誰掛石屛巓。三級龍門可比肩。點額暴顋魚上下。跳珠飛沫水回旋。開元吟罷聳丹嶂。李白詩成生紫煙。濟勝吾衰慙許椽。回看秋日在西天。右三級瀑布


운양집 제2권 / 시(詩)○북산집(北山集) 계유년(1873, 고종10)에서 정해년(1887, 고종24)까지이다. ㅡ 김윤식(金允植)
[DCI]ITKC_BT_0650A_0060_020_0250_2014_001_XML DCI복사 URL복사

시냇가 누대에서 밤낮으로 즐거워 / 溪樓日夕喜跫然
사람 따라 봄빛도 비단 물가에 펼쳐졌네 / 春色隨人錦水邊
즐기고 탐하며 종일토록 세상 가는 먹을 보고 / 玩愒終看磨世墨
세상에 부침하는 것은 산을 살 돈 때문이네 / 浮沉政坐買山錢
때를 맞은 섬돌 가 풀이 진흙 뚫고 나오고 / 應時階草衝泥出
이별 아파하는 뜰 꽃은 매달린 꽃술을 안았네 / 惜別庭花抱蕊懸
탑상 밖 코고는 소리, 그대 묻지 마오 / 榻外鼾聲君莫問
초파리도 술독 안의 하늘을 즐길 수 있다네 / 醯鷄堪樂甕中天

열흘도 넘긴 장맛비에 누운 소나무가 자라고 / 霖雨兼旬長瓦松
반가운 뻐꾸기소리 서쪽 봉우리에서 들려오네 / 喜聞布穀在西峯
더딘 해에 미혹의 바다는 삼천 겁이나 되고 / 日遲迷海三千劫
야윈 꽃에 번풍이 열여덟 번째 소식 전해오네 / 花瘦番風十八封
산 고을의 벗은 신발 한 쌍이 아득하구나 / 峽郡故人雙舃遠
도성의 봄은 집집마다 무르익었네 / 禁城春事萬家濃
젊은 시절의 서검의 뜻 심히도 어긋났지만 / 妙年書劍蹉跎甚
구름 사이에 사룡 있음을 그 누가 알까 / 誰識雲間有士龍

호탕한 시의 번뇌 끝이 없으니 / 浩蕩詩愁不可涯
작은 주렴에 바람 멎자 먹에 꽃이 피는구나 / 小簾風定墨生華
바다 새가 가지 물어다 바다 메우듯 어렵고 / 難如海鳥塡銜木
벌들이 벌집으로 날마다 꿀 따오듯 세밀하네 / 細入衙蜂課採花
앉아서 서산 바라보며 자주 홀로 뺨을 괴고 / 坐見西山頻拄笏
가다가 막다른길 만나 몇 번이나 수레 돌리네 / 行逢竆道幾回車
늙은이는 그저 한가함 보낼 계획만 세우면서 / 老夫秪爲消閒計
아이들이 까마귀 그림 배우는 것 비웃고 있네 / 更笑兒僮學畫鴉
위는 시수(詩愁)이다.

비 내린 후 갑자기 가벼운 한기가 일더니 / 雨餘特地作輕寒
시 짓는 마음 무료해져 완악한 술기운 빌리네 / 詩膽無聊借酒頑
글자 써보려 맑은 창에서 욕안을 마주하고 / 試字晴窓臨鵒眼
손님 붙잡아 정오 탑상에서 용단차를 마시네 / 留賓午榻啜龍團
수척해지니 정말로 사람 마음을 만난 것 같고 / 瘦來甚似逢人顆
늙어가며 몇 번이나 그대 좇아 즐김을 노래했던가 / 老去幾歌從子盤
봄이 끝나가려는데 그대가 왔으니 / 春事向闌君始到
감상할 마음도 부족한 경치도 모두 어렵겠네 / 賞心缺界儘兼難

맑고 한가로운 봄 구름이 도성을 덮으니 / 澹蕩春雲覆禁城
곳곳의 주루마다 주렴 깃발 나부끼네 / 酒樓處處拂簾旌
몇 번이나 천하에서 명주 띠를 던졌던가 / 幾多海內曾投紵
만년에 속세에 매인 것 부끄러워지네 / 愧向塵間晩縛纓
문자에 대한 관심으로 마음의 짐 무겁지만 / 文字關心爲累重
절개 따르니 옷과 두건에 몸이 가벼워지네 / 衣巾隨節覺身輕
자식들 혼사를 다 마쳐야한다 말한다면 / 若須婚嫁人人畢
명산이 자평을 비웃을까 두렵네 / 恐敎名山笑子平
[주-D001] 산을 살 돈 : 
은거할 산을 구매하는 돈을 말한다.
[주-D002] 초파리도 …… 있다네 : 
《장자》 〈전자방(田子方)〉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공자가 나와 안회에게 말하기를, ‘나는 도에 있어서 초파리와 마찬가지였구나. 부자께서 뚜껑을 열어주지 않았으면 나는 천지의 온전함을 모를 뻔했다.’〔孔子出 以告顏回曰 丘之于道也 其猶醯雞與 微夫子之發吾覆也 吾不知天地之大全也〕”
[주-D003] 번풍(番風) : 
이십사번화신풍(二十四番花信風)을 말한다. 봄에 피는 꽃을 절기에 따라 24번의 순서로 나눈 것이다.
[주-D004] 사룡(士龍) : 
《세설신어》 〈배조(排調)〉 “순명학(荀鳴鶴 순은(荀隱))과 육사룡(陸士龍 육운(陸雲)) 두 사람은 서로 알지 못했는데, 모두 장무선(張茂先 장화(張華))의 좌석에 모였다.……육사룡이 ‘운간(雲間)의 육사룡이오’라고 하니, 순명학이 ‘일하(日下)의 순명학이오.’라고 답했다.”라고 했다. 육운(陸雲, 262~303)은 자가 사룡이고, 진(晉)나라 오군(吳郡) 화정(華亭) 사람인데 형 육기(陸機)와 함께 문명을 떨쳤다.
[주-D005] 바다 …… 어렵고 : 
전설에 염제(炎帝)의 딸이 동해로 놀러갔다가 바다에 빠져 죽고 말았는데 그 영혼이 정위(精衛)로 변했다고 한다. 정위는 알록달록한 머리에 하얀 부리, 빨간색의 다리를 갖고 있으며 북쪽 발구산(發鳩山)에 살았는데, 자신의 생명을 앗아간 바다를 원망하며 서산의 작은 돌멩이와 나뭇가지들을 물어다가 동해에 던져 그 넓은 바다를 메우려고 했다고 한다.
[주-D006] 벌들이 …… 세밀하네 : 
봉아(蜂衙)는 벌떼가 아침저녁으로 모여 여왕벌을 옹위하는 모습을 말하는데, 그 모습이 관리들이 아문에 반열을 이루어 참견하는 모습과 비슷한 데서 연유했다.
[주-D007] 앉아서 …… 괴고 : 
《세설신어》 〈간오(簡傲)〉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보인다. “왕자유(王子猶 왕휘지(王徽之))가 환거기(桓車騎 환충(桓沖))의 참군(參軍)이 되었다. 환이 왕에게 ‘경(卿)은 부(府)에 오래 있었으니 근래 사무를 잘 처리했을 것이오.’라고 했다. 처음에는 대답하지 않다가, 곧 높이 쳐다보면서, 수판(手板 홀(笏))으로 뺨을 괴고 ‘서산(西山)이 아침이 되면 상쾌한 기운을 보냅니다.’라고 했다.”라고 했다.
[주-D008] 가다가 …… 돌리네 : 
죽림칠현(竹林七賢) 중의 한 사람인 완적(阮籍)은 종종 수레를 타고 말이 가는 대로 맡겨두었다가 길이 막히면 통곡을 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주-D009] 까마귀 그림 : 
아녀자가 이마에 아황(鴉黃)을 칠하는 것으로 아황은 일종의 화장품이다.
[주-D010] 욕안(鵒眼) : 
구욕안(鴝鵒眼)이 새겨진 벼루이다. 구욕안은 구관조 눈동자를 말한다.
[주-D011] 용단차(龍團茶) : 
송나라 공차(貢茶)의 이름으로 떡 모양이며 위에 용문양이 있다.
[주-D012] 명주 띠를 던졌던가 : 
깊은 교의를 말한다. 춘추 시대 오(吳)나라 계찰(季札)이 정(鄭)나라에 사신을 가서 자산(子産)을 보고 옛 친구인 듯하여 호대(縞帶 명주 띠)를 선물했는데, 자산은 저의(紵衣 모시옷)을 주었다고 한다.
[주-D013] 자평(子平) : 
후한(後漢) 향장(向長)의 자이다. 은거하고 출사하지 않았는데, 광무제(光武帝) 건무(建武) 중에 자녀들의 혼취(嫁娶)를 모두 마치고, 가사를 버리고 오악(五嶽) 명산(名山)을 유람하러 떠나간 후 행적이 알려지지 않았다.

  *** 원문

素山,玉居來訪。與道軒 姊丈李大稙 共賦 乙亥暮春
[DCI]ITKC_MO_0650A_0060_020_0250_2009_A328_XML DCI복사
溪樓日夕喜跫然。春色隨人錦水邊。玩愒終看磨世墨。浮沉政坐買山錢。應時階草衝泥出。惜別庭花抱蕊懸。榻外鼾聲君莫問。醯鷄堪樂甕中天。
霖雨兼旬長瓦松。喜聞布穀在西峯。日遲迷海三千劫。花瘦番風十八封。峽郡故人雙舃遠。禁城春事萬家濃。妙年書劒蹉跎甚。誰識雲間有士龍。
浩蕩詩愁不可涯。小簾風定墨生華。難如海鳥塡銜木。細入衙蜂課採花。坐見西山頻拄笏。行逢竆道幾回車。老夫秪爲消閒計。更笑兒僮學畵鴉。
右詩愁
雨餘特地作輕寒。詩膽無聊借酒頑。試字晴窓臨鵒眼。留賓午榻啜龍團。瘦來甚似逢人顆。老去幾歌從子盤。春事向闌君始到。賞心缺界儘兼難。
澹蕩春雲覆禁城。酒樓處處拂簾旌。幾多海內曾投紵。愧向塵間晩縛纓。文字關心爲累重。衣巾隨節覺身輕。若須婚嫁人人畢。恐敎名山笑子平
  *** 교감 표점 원문

素山玉居來訪,與道軒 【姊丈李大稙 共賦 【乙亥暮春】
[DCI]ITKC_MP_0650A_0060_020_0250_2015_001_XML DCI복사
溪樓日夕喜跫然,春色隨人錦水邊。
玩愒終看磨世墨,浮沉政坐買山錢。
應時階草衝泥出,惜別庭花抱蕊懸。
榻外鼾聲君莫問,醯鷄堪樂甕中天。

霖雨兼旬長瓦松,喜聞布穀在西峯。
日遲迷海三千劫,花瘦番風十八封。
峽郡故人雙舃遠,禁城春事萬家濃。
妙年書劍蹉跎甚,誰識雲間有士龍
浩蕩詩愁不可涯,小簾風定墨生華。
難如海鳥塡銜木,細入衙蜂課採花。
坐見西山頻拄笏,行逢竆道幾回車?
老夫秪爲消閒計,更笑兒僮學畵鴉。【右詩愁】

雨餘特地作輕寒,詩膽無聊借酒頑。
試字晴窓臨鵒眼,留賓午榻啜龍團。
瘦來甚似逢人顆,老去幾歌從子盤?
春事向闌君始到,賞心缺界儘兼難。

澹蕩春雲覆禁城,酒樓處處拂簾旌。
幾多海內曾投紵?愧向塵間晩縛纓。
文字關心爲累重,衣巾隨節覺身輕。
若須婚嫁人人畢,恐敎名山笑子平
김윤식 사진


   
   1865년(고종 2) 음관(蔭官)으로 출사하여 건침랑(健寢郎)이 되었다. 1874년 문과에 급제한 뒤 황해도 암행어사·문학·시강원 겸 사서·부응교·부교리·승지 등을 역임하였으며, 1880년 순천부사에 임명되었다.
정부의 개항정책에 따라 영선사(領選使)로서 학도와 공장(工匠) 38명을 인솔하고 중국으로 건너가, 그들을 기기국(機器局)에 배치하여 일하도록 하였다. 한편, 연미사를 위하여 북양대신(北洋大臣) 이홍장(李鴻章)과 7차에 걸친 회담을 하고, 그 결과 조미수호통상조약(朝美修好通商條約)이 체결되었다.
   청나라 체류 중 임오군란이 일어나자 문의관(問議官) 어윤중(魚允中)과 상의, 청나라에 파병을 요청하는 동시에 흥선대원군을 제거할 수 있는 방략 등을 제의, 청나라의 개입을 주도하였다. 그 결과 오장경(吳長慶)·마건충(馬建忠)이 이끄는 청나라 군대와 함께 귀국하였다.
임오군란이 수습되고 흥선대원군이 청나라로 납치된 후인 그 해 9월 종사관 김명균(金明均)과 함께 재차 청나라로 건너가 학도·공장 들을 본국으로 철수시켰다. 또한 각종 기기를 도입, 기기창(機器廠)을 설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군란 수습 후 중용되어 호군(護軍)·강화부유수에 임명되고, 규장각직제학을 겸임하였다. 강화부유수로 있을 때 위안스카이[袁世凱]의 도움으로 500명을 선발하여 진무영(鎭撫營)을 설치하였다. 이 영군은 신무기로 무장하고 중국식으로 훈련되었으며, 갑신정변 때 상경하여 궁중 수비를 담당하기도 하였다.
통리내무아문(統理內務衙門)이 설치되자 협판통리내무아문사무(協辦統理內務衙門事務)로 임명되었고, 그 뒤 이 아문의 이름이 바뀌자 협판군국사무(協辦軍國事務)로 임명되었다.
   1884년 갑신정변이 일어나자 김홍집(金弘集)·김만식(金晩植)과 함께 위안스카이에게 구원을 요청, 그 결과 청나라 군대와 친군좌우영병(親軍左右營兵)이 창덕궁을 점거하고 있던 일본군을 공격, 정변을 끝냈다.
정변 이후 병조판서를 거쳐 독판교섭통상사무(督辦交涉通商事務)가 되어 대외 관계를 담당하였다. 독판 재임 중 민씨 척족과 친일 급진 개화파 세력에 대항하기 위해 흥선대원군의 귀국을 도모하여 실현하였다.
위안스카이가 새로 주차조선총리교섭통상사의(駐箚朝鮮總理交涉通商事宜)로 부임하자 그의 친청노선(親淸路線)은 한층 굳어졌다.
   1886년 4월부터 반대파의 모략이 거세져 어려운 입장에 처했는데, 1887년 5월 부산첨사 김완수(金完洙)가 일상사채(日商私債)에 통서(統署)의 약정서를 발급하였다는 죄목으로 면천(沔川)으로 유배되어 5년 6개월을 지내야 했다. 1894년 석방되었고, 강화부유수로 임명된 것은 그 다음 해 6월이었다.
   김윤식이 등용된 것은 청일전쟁 직전으로, 일본 세력의 지원으로 민씨 척족 세력이 제거되고 흥선대원군이 집권에 성공하였기 때문이다.
그 뒤 김홍집내각에 등용되어 군국기무처 회의원으로 갑오개혁에 간여하였고 독판교섭통상사무에 임명되었다. 그 해 7월 정부기구의 개편에 따라 외무아문대신(外務衙門大臣)에 임명되었다.
   갑오개혁의 입안자로 참여하는 한편, 일본에 의해 국권이 잠식당하는 굴욕적인 모든 조약이나 조처에 순응하였다. 1896년(건양 1) 2월(이하 양력임.) 아관파천사건이 일어나자 외무대신직에서 면직되었고, 을미사변과 관련해 탄핵을 받고 제주목(濟州牧)으로 종신 정배되었다.
1898년 1월 제주목에 유배되었으나, 그 뒤 민당(民黨)과 천주교인의 대립으로 민요(民擾)가 일어나자 1901년 6월 다시 지도(智島)로 이배되었다.
1907년 7월일진회(一進會)의 간청과, 정부의 70세 이상자에 대한 석방 조처에 따라 10년 만에 해금되어 서울에 돌아왔다.
   서울에 돌아온 뒤 황실제도국총재(皇室制度局總裁)·제실회계감사원경(帝室會計監査院卿)·중추원의장(中樞院議長) 등을 맡아 보았다. 1908년 정부가 주는 훈일등태극장(勳一等太極章)을 받았다.
갑신정변과 을미사변에 관련된 인사들을 중심으로 강구회(講舊會)를 조직하여 회장이 되었고, 이 회가 주최가 되어 애국사사추도회(愛國死士追悼會)를 가지는 등 정치 활동도 하였다.
   한편 한말 애국계몽운동이 활발해지자 기호학회(畿湖學會) 회장, 흥사단(興士團) 단장, 그리고 교육구락부(敎育俱樂部) 부장, 대동교총회(大同敎總會) 총장으로 활약하였다.
한반도강점 후 일제가 중추원부의장직과 작위, 연금 등을 주었으나 이를 거절, 후에 고종과 순종의 권유에 따라 작위는 받았다. 1916년에는 경학원대제학(經學院大提學)에 임명되었으나 두문 불출하였다.
1919년 고종이 죽었을 때 위호의정(位號議定)에 있어서 일본측이 ‘전한국(前韓國)’이라는 ‘전(前)’자를 고집하자 이에 항의하였다. 3·1운동이 일어나자 이용직(李容稙)과 더불어 독립을 요구하는 「대일본장서(對日本長書)」를 제출하여 저항하였다.

   저서로는 『운양집(雲養集)』을 비롯해 『임갑령고(壬甲零稿)』·『천진담초(天津談草)』·『음청사(陰晴史)』·『속음청사(續陰晴史)』 등이 있다.

/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집필자 : 권석봉, 집필 (1997년) 





운양집 제11권 / 명(銘) 남극편(南極篇) 2칙과 고매송(古梅頌) 1수를 붙였다.

수신물명 보충 20칙 〔隨身物銘補 二十則경오년에 산북(汕北) 신 선생(申先生)이 지은 수신물명 30칙인 서질(書帙), 서안(書案), 필(筆), 지(紙), 묵(墨), 연(硯), 수중승(水中丞), 계척(界尺), 안경(眼鏡), 목침(木枕), 죽공(竹筇), 은낭(隱囊), 포단(蒲團), 검화(劍火), 노(罏), 호자(虎子), 타호(唾壺), 섭자(鑷子), 소자(捎子), 척치(剔齒), 섬효(纖孝), 춘자선(椿子扇), 연간(煙桿), 경(鏡), 소(梳), 추(帚), 등(燈), 인광노(引光奴), 화도(火刀), 문집궤(文集匱) 등에 내가 명(銘) 20칙을 보충하여 지었다.


서가〔書架〕
책을 읽는 자가 반드시 소장하는 것은 아니고 / 讀之者未必藏
소장한 자가 반드시 읽는 것은 아니네 / 藏之者未必讀
이런 까닭에 업후의 서가가 / 是以鄴侯之架
학륭의 배보다 못하다 하네 / 不如郝隆之腹

벼루집〔硯匣〕
금성의 굽이요 / 金城之曲
묵해의 웅덩이네 / 墨海之澳
옥 같은 그 사람 / 其人如玉
나무 집 속에 있구나 / 在其板屋

필통〔筆牀〕
선비는 짧은 갈옷 온전치 못하고 / 士有短褐不完
집은 비바람 가리지 못해도 오히려 사치스럽게 여기네 / 風雨不蔽而猶侈
관성의 집은 / 管城之第
비취로 장식하고 산호로 새겨 넣더라도 / 至於鏤翡翠琢珊瑚
뜻을 잃는 경지에 가진 않으리 / 不幾犯乎喪志之戒

병풍〔屛風〕
내가 하는 모든 것을 / 凡吾所爲
활짝 열고 속이지 말라 / 洞開而勿欺
사람이 사사롭게 숨기는 것이 있으면 / 人有隱私
덮어주되 더불어 알려고 하지 말라 / 蔽葢而勿與知
왕원이 뜻을 굽혀서 / 又勿效王遠屈曲
다만 바람과 이슬 피하는 짓은 본받지 말라 / 徒避風露之罹

주렴〔簾〕
봄낮이 고요하고 꽃 그림자 드리웠는데 / 春晝靜花影垂
가는 차 연기 귀밑머리처럼 날리네 / 茶煙細颺髩絲
주역을 읽는 게 아니라면 바둑 구경하고 있으리라 / 如非硏易定看棋

평상〔牀〕
네가 기울고 삐뚤어졌으니 / 爾欹而頗
내 마음 편안하지 못하네 / 我心不妥
내가 물건을 올려놓은 때문이니 / 知我載物
평평하지 않은들 어찌하리요 / 不平則那
남이 차가우면 나도 차가워서 / 他寒我寒
이치가 반드시 서로 그러하네 / 理必相須
물건이 보잘것없다 말하지 말라 / 毋謂物微
요긴함이 실로 피부에 와 닿네 / 繄實切膚

옷걸이〔衣桁〕
귀인과 천인이 감히 같이 쓰지 못하고 / 貴賤不敢通
남녀가 감히 함께 쓰지 못하네 / 男女不敢同
한 토막 나무이건만 / 一段之木
안팎으로 나누어 예속을 정했네 / 可以辨內外而定禮

수건〔手帕〕
남의 때를 긁어서 자기 손 더럽히지 말고 / 毋刮人之垢徒自汚手
남의 허물 말해서 자기 입 더럽히지 말라 / 毋譚人之疵徒自汚口

물시계〔漏壺〕
텅 비어 버렸으니 주공처럼 밤을 새운 듯하고 / 窅窅者何周公思
방울방울 떨어지니 혹시 반희의 눈물인가 / 滴滴者何班姬淚
똑똑 툭툭 떨어지며 사람의 일 재촉하네 / 丁丁東東催人事

향로〔香鼎〕
가까이 두는 물건이라 하는 것은 / 以爲褻物也
대인과 군자가 일찍이 곁에 두었던 때문이요 / 則大人君子嘗近之矣
가까이 두지 않는 물건이라 하는 것은 / 以爲非褻物也
승려나 도사 같은 이단과 고혹적인 아녀자들이 곁에 두었기 때문이네 / 則緇黃異流曁兒女媚蠱者亦皆襯之矣
이것을 쓰는 것은 더러운 냄새 없애려 함인데 / 用是者將以求除邪穢
도리어 음탕함을 불러들이네 / 而或反招貪淫
들뜬 마음 없애려다가 / 將以求銷浮念
도리어 온갖 근심 금치 못하네 / 而猶不禁百慮之來侵
이것이 어찌 향의 잘못이겠는가 / 是豈香之過哉
모두 다 돌이켜 한 떨기 마음에서 구해야 하리 / 蓋亦反求乎一瓣之心

꽃병〔花揷〕
한 송이 꽃은 / 一是花也
산과 들의 적막한 물가에서 보았을 때는 / 見之於山野寂寞之濱
풀과 구별이 없었네 / 無別於草菅
좋은 집 아름다운 꽃병에 꽂아두고 / 置之於金屋䃫甁之中
감탄하여 감상하고 다시 보니 / 歎賞而改觀
사람을 만나냐 못 만나냐에 따라서 그렇게 되네 / 其於人遇不遇亦然
비록 그렇지만 고인 물은 쉽게 썩고 / 雖然止水易腐
뿌리가 없으면 살기 어려우니 / 無根難存
하루아침에 시들어 버리네 / 一朝萎謝
나는 그것이 버려져 땔감이나 될까 걱정하네 / 吾恐其去而爲薪也

찻잔〔茗盌〕
남령의 물과 용단승설 차가 있어도 / 雖有南零之水龍團勝雪
알맞은 그릇에 담지 않으면 / 盛之不以其器
서시불결한 때 성은을 입는 것 같네 / 則如西子之蒙不潔

술잔〔酒杯〕
술이 강물처럼 있고 / 有酒如河
고기가 언덕처럼 있어도 / 有肉如阿
내가 마시지 못하면 무엇 하리 / 奈吾之不飮何

대야받침〔盥槃〕
씻고 씻고 닦고 닦으니 / 澡洗滌濯
맑고 깨끗하기가 신과 같네 / 淸明如神
군자가 이를 본받으면 / 君子是則
그 덕이 날로 새로워지리 / 厥德日新
어찌 죄수의 머리와 상을 당한 얼굴로 / 何爲囚首喪面
일부러 남과 다르게 하랴 / 故異於人

저울〔秤〕
마다 저울질하나 / 銖銖以稱之
한 근에 이르면 차이가 나네 / 至斤必差
그 미치지 못함을 싫어하다가 / 惡其不及
자칫 눈금을 넘기리라 / 將至於過
너무 무거운 것 달지 말고 / 毋使綦重
뒤집힐까 경계하라 / 戒其覆汝
모든 군자는 / 凡百君子
이 말을 경청하라 / 敬聽斯語

치서노(治書奴)
이것에만 힘쓰고 대체를 알지 못하면 속리라고 하니 / 但務是而不知大體謂之俗吏
홀로 소하와 조참의 재상의 업적이 일어나게 된 이유를 듣지 못하였는가 / 獨不聞蕭曹相業之所由起

송곳〔錐〕
끝이 삐져나와서 나오는 걸로 보았는데 / 吾見其脫穎而求出
알고 보니 다시 구멍을 뚫고 들어가려 하는구나 / 知其將復鑽穴而求入
송곳이여 너의 재주를 어찌 미치겠는가 / 錐乎爾之能不可及

파리채〔蠅拂〕
말을 많이 해서는 안 되니 / 談不可多
많아지면 원기를 손상하네
/ 多則損氣
네가 무리하게 조장하여 / 惟汝助虐
숙보가 병든 것이고 / 叔寶斯瘁
진나라가 떨치지 못한 것도 / 晉之不振
오직 너를 좇았기 때문이네
/ 職汝馴致
너의 이름은 파리채인데 / 汝名蠅拂
어찌 사람의 일에 관여하는가 / 何預人事

시통(詩筒)
갈대숲의 물가는 / 蒹葭之渚
그 사람이 거처하는 곳인데
/ 伊人所處
흥이 일면 문득 가서 / 興來輒往
맑은 노래 부르며 이야기하네 / 淸歌晤語
하루라도 보지 못하면 / 一日不見
시를 보내 서로 문안하는데 / 投詩相問
절주에 맞는 것을 구하지 않고 / 不求中節
갑자기 운을 좇네 / 率然趁韻
아도 아니고 송도 아니네 / 匪雅匪頌
당시도 아니고 송시도 아니지만 / 匪唐匪宋
오만하게 흘겨보고 스스로 흡족해 하며 / 傲睨自得
술을 마시며 낭랑하게 읊조리네 / 銜盃瀏誦
남들이 모두 비루하게 여겨도 / 人皆爲鄙
편안히 부끄러운 줄 모르지만 / 恬不知恥
내 벗이 그것을 얻어서 / 我友得之
도리어 기뻐하네 / 反以爲喜
무엇으로 내게 보답할까? / 何以報余
옥같이 아름다운 시들이라네 / 璆琳瓊琚
보배롭게 여기며 열어 읽어보니 / 珍重啓讀
맑은 바람이 옷깃에 스미네 / 淸風襲裾
세월이 달려가니 / 日月交馳
만나게 될 때는 언제런가 / 會合幾時
원컨대 소식을 자주 전하여 / 願言嗣音
상사병에 걸리게 하지 마오 / 毋貽相思

책상자〔書簏〕
여기에 보물을 넣어 두면 / 以之貯珠玉
남에게 알려질까 걱정하고 / 則惟恐人之見知
여기에 글을 넣어 두면 / 以之貯文字
남에게 알려지지 못할까 걱정하네 / 則惟恐人之不見知
알려지고 알려지지 않는 것 비록 다르나 / 顯晦雖殊
마음가짐은 오로지 사사로움이네 / 秉心惟私
경계하여 밖에 드러내지 말지니 / 戒爾勿出
드러내면 사람들이 하찮게 여기는 빌미가 되리라 / 出則爲人覆瓿之資

[주-D001] 산북(汕北) 신 선생(申先生) : 
신기영(申耆永, 1805~?)으로, 본관은 평산(平山), 호는 산북(汕北)이다. 신교선(申敎善, 1786~1858)의 아들로 경기도 광주(廣州) 두릉(斗陵)에서 살았다. 음직으로 감역관(監役官)을 지냈고 나이 80인 갑신년(1884, 고종21)에 노직(老職)으로 동지중추부사(同知中樞府事)를 제수받았다.
[주-D002] 계척(界尺) : 
문구(文具)의 하나로 괘선(罫線)을 긋는 데에 쓰는 자를 말한다.
[주-D003] 업후(鄴侯) : 
당나라 때 업현 후(鄴縣候)에 봉해졌던 이필(李泌)을 지칭한다. 그의 아버지 이승휴(李承休)가 대단한 부호로 2만여 권의 장서를 모아 후손에게 물려주었다고 한다. 장서가 많은 것을 업후서(鄴候書)라 한다. 《唐書 李泌列傳》
[주-D004] 학륭(郝隆) : 
동진(東晉) 때 사람이다. 남만 참군(南蠻參軍)이란 말직을 지냈다. 학륭이 칠석날 한낮에 밖으로 나가 배를 내놓고 누웠으므로, 어떤 이가 그 까닭을 물으니 배 속에 든 책을 말리려 한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世說新語 排調》
[주-D005] 관성(管城) : 
붓의 다른 이름이다.
[주-D006] 왕원(王遠) : 
《남사(南史)》 권21 〈왕홍열전(王弘列傳)〉에서 “왕원은 자가 경서(景舒)로 광록훈을 지냈다. 그때 사람들은 왕원은 병풍 같은데, 뜻을 굽혀서 나아가 세상을 쫓아서 능히 비와 이슬을 피할 수 있었다.〔遠字景舒 位光祿勳 時人謂遠如屛風 屈曲從俗 能蔽風露〕”라고 했다.
[주-D007] 주역을 …… 있으리라 : 
주렴(珠簾)의 가로 세로 줄이 《주역(周易)》책에 그림자를 비추면, 바둑 공부하는 것이 된다는 뜻이다.
[주-D008] 주공(周公)처럼 …… 듯 : 
《맹자》 〈이루 하(離婁下)〉에 “주공은 삼왕(三王)을 겸하여 네 가지 일을 시행하기를 생각하되 부합하지 않는 것이 있으면 우러러 생각하여 밤으로써 낮을 이엇고 다행히 터득하게 되면 앉아서 새벽이 되기를 기다렸다.〔周公 思兼三王 以施四事 其有不合者 仰而思之 夜以繼日 幸而得之 坐以待旦〕”라고 하였다. 따라서 밤새 물을 흘려 보내서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는 물시계의 역할을 나랏일을 걱정하며 밤을 새운 주공에 비유한 것이다.
[주-D009] 반희(班姬) : 
반첩여(班婕妤)로, 한(漢)나라 성제(成帝) 때의 궁녀이다. 성제의 사랑을 받았는데 조비연(趙飛燕)에게로 총애가 옮겨가자 참소당하여 장신궁(長信宮)으로 물러가 태후(太后)를 모시게 되었다. 이때 자신의 신세를 소용없는 가을 부채〔秋扇〕에 비겨서 읊은 원가행(怨歌行)을 지었다. 《漢書 卷97 列女傳》
[주-D010] 남령(南零) : 
양자강의 남쪽에 있는 지명이다.
[주-D011] 용단승설(龍團勝雪) : 
찻잎을 쪄서 뭉친 고형차의 일종으로 엽전처럼 만들어서 돈차라 부르기도 했고, 용 무늬, 봉황 무늬를 음각해서 용단승설(龍團勝雪), 용봉단차(龍鳳團茶)라고 부르기도 했다. 구양수《귀전록(歸田錄)》에 의하면, 휘종(徽宗) 선화 2년(1120) 정가간(鄭可簡)이 만들어 황제에게 바쳤다고 한다.
[주-D012] 서시(西施) : 
전국 시대 월나라의 유명한 미인으로 오왕 부차의 총애를 받았다.
[주-D013] 불결(不潔) : 
여자가 월경함을 말한다. “서시도 깨끗지 않은 옷을 입으면 사람들이 코를 막고 지나가고 비록 악인이라도 목욕재개를 하면 상제에게 제사 지낼 수 있다.〔西子蒙不潔 則人皆掩鼻而過之 雖有惡人 齋戒沐浴 則可以祀上帝〕”라고 했다. 《孟子 離婁下》
[주-D014] 죄수의 …… 얼굴 : 
송(宋)나라 때 소순(蘇洵)변간론(辨姦論)을 지어 왕안석(王安石)의 표리부동하고 음험한 행위를 지적하여 “대체로 얼굴에 때가 끼면 씻으려 하고, 옷이 더러우면 빨아 입으려고 하는 것이 바로 인정(人情)인데, 지금 마치 죄수처럼 머리도 빗지 않고 상중에 있는 사람처럼 얼굴도 씻지 않으면서 시서(詩書)를 말하고 있으니〔囚首喪面而談詩書〕, 이것이 어찌 그의 정(情)이겠는가.”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嘉祐集 卷九》
[주-D015] 수(銖) : 
한 냥의 1/24에 해당하는 무게, 즉 아주 적은 양을 말한다.
[주-D016] 치서노(治書奴) : 
종이를 자르는 칼을 가리킨다. 《청이록(淸異錄)》 〈치서노(治書奴)〉“치서노는 마름질하는 칼이다. 책에서 삐쭉삐쭉하여 가지런하지 않은 것을 다듬는 것은 붓과 먹, 벼루, 종이의 사이에 있는 일이라서 대개 노예의 일과 비슷하지만, 도리어 책에는 커다란 공이 있다.〔治書奴 裁刀 治書參差之不齊者 在筆墨硯紙間 葢似奴隸職也 却似有大功於書〕”라고 하였다. 하찮아 보이는 일이 실제로는 그 일의 전체와 관련된 큰일이라는 뜻이다.
[주-D017] 소하(蕭何)와 조참(曹參) : 
두 사람 모두 한나라 유방(劉邦)을 보좌하여 칭제(稱帝)하게 한 개국 공신으로 서로 연달아 재상(宰相)이 되었다.
[주-D018] 끝이 …… 보았는데 : 
송곳을 주머니 속에 넣어두면 삐져나온다는 뜻으로 조나라의 평원군의 식객이었던 모수(毛遂)가 자신의 능력을 평원군(平原君)에게 보여주려고 한 말이다. 《史記 卷76 平原君虞卿列傳》
[주-D019] 말을 …… 손상하네 : 
승불을 들고서는 한가하게 청담한 이야기만 나누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주-D020] 숙보(叔寶) : 
진(晉)나라 원제(元帝) 때 사람 위개(衛介)의 자이다. 젊어서부터 사물에 대한 시비와 판단력이 뛰어났으며, 또 노장(老莊)에도 매우 밝아 왕징(王澄)은 위개의 오묘한 현담(玄談)을 듣고 나면 포복절도하곤 했다고 한다. 기골(氣骨)이 청수(淸秀)하고 자태(姿態)가 미려(美麗)했는데, 양거(羊車)를 타고 길에 나서면 보는 사람들은 옥인(玉人)이라 일컫고 담처럼 둘러서서 구경했다. 27세 때 노질(勞疾)로 말미암아 죽었다. 결국 그 당시 청담한 이야기를 나눌 때는 승불을 들고 했고 위개는 무리하게 청담을 나누다가 죽었기 때문에 위개의 죽음을 승불 탓이라고 한 것이다.
[주-D021] 진(晉)나라가 …… 때문이네 : 
옛날 위(衛)나라 숙보(叔寶)가 죽자 사곤(謝鯤)은 곡하며 말하기를, “동량이 부러졌다.”라고 하였다. 따라서 진나라는 승불을 들고 이루어지는 청담이 너무 유행하여 나라가 망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주-D022] 시통 : 
시객(詩客)이 얇은 대나무 조각에 한시의 운두(韻頭)를 적어 넣어 가지고 다니는 조그마한 통을 말한다.
[주-D023] 갈대숲의 …… 곳인데 : 
친구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표현하였다. 《시경》 〈겸가(蒹葭)〉“갈대 푸르고 흰 서리 내렸는데 바로 그 사람 강 저쪽에 있도다.〔蒹葭蒼蒼 白露爲霜 所謂伊人 在水一方〕”라고 한 데에서 유래했다.
[주-D024] 아(雅)도 아니고 송(頌) : 
《시경》은 풍(風), 아(雅), 송(頌) 셋으로 크게 분류되는데, 아(雅)는 공식 연회에서 쓰는 의식가(儀式歌)로 다시 대아(大雅), 소아(小雅)로 나뉘어 전해진다. 송(頌)은 종묘(宗廟)의 제사에서 쓰는 악시(樂詩)이다. 악부를 통하여 상고인(上古人)의 유유한 생활을 구가하는 시로 현실의 정치를 풍자하고 학정(虐政)을 원망하는 시들이 많은데, 내용이 풍부하고 문학사적 평가도 높으며 상고의 사료(史料)로서도 귀중하다.
[주-D025] 하찮게 여기는 빌미 : 
원문의 ‘부부(覆瓿)’는 항아리 뚜껑이라는 뜻으로 하찮은 물건을 의미한다.
  *** 교감표점원문

隨身物銘補 【二十則○庚午○申汕北先生,作隨身物銘三十則。書帙、書案、筆、紙、墨、硯、水中丞、界尺、眼鏡、木枕、竹筇、隱囊、蒲團、劒火、罏、虎子、唾壺、鑷子、捎子、剔齒、纖孝、椿子扇、烟桿、鏡、梳、帚、燈、引光奴、火刀、文集匱、余爲作補銘二十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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書架
讀之者,未必藏; 藏之者,未必讀。
是以鄴侯之架,不如郝隆之腹。
硯匣
金城之曲,墨海之澳。其人如玉,在其板屋。
筆牀
士有短褐不完,風雨不蔽而猶侈。
管城之第,至於鏤翡翠、琢珊瑚,不幾犯乎喪志之戒。
屛風
凡吾所爲,洞開而勿欺。人有隱私,蔽葢而勿與知。
又勿效王遠屈曲,徒避風露之罹。
春晝靜花影垂,茶烟細颺髩絲。
如非硏易定看碁。
爾欹而頗,我心不妥。知我載物,不平則那。
他寒我寒,理必相須。毋謂物微,繄實切膚。
衣桁
貴賤不敢通,男女不敢同。
一段之木,可以辨內外而定禮俗。
手帕
毋刮人之垢,徒自汚手。毋譚人之疵,徒自汚口。
漏壺
窅窅者何周公思,滴滴者何班姬淚?
丁丁、東東催人事。
香鼎
以爲褻物也,則大人君子嘗近之矣;
以爲非褻物也,則緇、黃異流曁兒女媚蠱者亦皆襯之矣。
用是者,
將以求除邪穢,而或反招貪淫,
將以求銷浮念,而猶不禁百慮之來侵,
是豈香之過哉?葢亦反求乎一瓣之心。
花揷
一是花也,
見之於山野寂寞之濱,無別於草菅。
置之於金屋䃫甁之中,歎賞而改觀,
其於人之遇、不遇亦然。
雖然止水易腐,無根難存。
一朝萎謝,吾恐其去而爲薪也。
茗盌
雖有南零之水、龍團勝雪,盛之不以其器,則如西子之蒙不潔。
酒杯
有酒如河,有肉如阿,
奈吾之不飮何?
盥槃
澡洗滌濯,淸明如神。君子是則,厥德日新。
何爲囚首喪面,故異於人?
銖銖以稱之,至斤必差。惡其不及,將至於過。
毋使綦重,戒其覆汝。凡百君子,敬聽斯語。
治書奴
但務是,而不知大體,謂之俗吏。
獨不聞 相業之所由起?
吾見其脫穎而求出,知其將復鑽穴而求入。
錐乎!爾之能不可及。
蠅拂
談不可多,多則損氣。惟汝助虐,叔寶斯瘁。
之不振,職汝馴致。汝名蠅拂,何預人事。
詩筒
蒹葭之渚,伊人所處。興來輒往,淸歌晤語。
一日不見,投詩相問。不求中節,率然趁韻。
匪雅匪頌,匪。傲睨自得,銜盃瀏誦。
人皆爲鄙,恬不知恥。我友得之,反以爲喜。
何以報余?璆琳瓊琚。珍重啓讀,淸風襲裾。
日月交馳,會合幾時?願言嗣音,毋貽相思。
書簏
以之貯珠玉,則惟恐人之見知; 以之貯文字,則惟恐人之不見知。
顯晦雖殊,秉心惟私。戒爾勿出,出則爲人覆瓿之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