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를 이은 정치가들

2013. 8. 3. 13:16우리 이웃의 역사

 

 

내 머리 속 최신상식 등록일 | 2010.07.09 조회수 | 3,703

명문가의 자손들 - 아키노, 캐머런, 파판드레우

 

 
  

 아키노, 캐머런, 파판드레우, 그들은 가문이 만들었다


노이노이 아키노 대통령 당선자 - 필리핀 3대 명문 아키노 출신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 영국 국왕 윌리엄4세의 후손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총리 - 그리스 파판드레우가(家)후손

   왕조의 시대는 갔지만 많은 나라에서 정치는 몇몇 소수 집안의 손안에 있습니다. 대중 민주주의가 뿌리내린 듯 보이지만 ‘정치 DNA’를 가졌다는 몇몇 패밀리가 국가 권력을 독점하는 상황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대선이 치러진 필리핀입니다. 베니그노 노이노이 아키노 상원의원은 세계 정치 사상 초유의 모자(母子) 대통령 기록을 세웠습니다. 실제 이번 필리핀 선거에선 아키노 가문,마리아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 현 대통령의 마카파갈 가문, 마르코스 가문 등 3대 정치가문이 얽히고 설킨 애증의 관계를 또다시 극명하게 재연했습니다. 

   민주정치의 전통이 앞선 서양에서도 정치가문들은 여전히 왕성하고 활발합니다. 최근 글로벌 뉴스메이커가 된 그리스의 경우 3대째 총리를 배출한 파판드레우 가문이 국제무대에서 그리스를 대표하며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인도와 파키스탄을 주무르는 게 소수의 정치명문가란 사실도 이미 상식이 됐죠. 일본,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정치명문의 이름을 떠올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현대판 왕조교체’만 반복되는 선거

   이번 필리핀 선거를 좌우한 면면들은 약 30년 전 정치 거물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노이노이 아키노 후보의 능력이 검증된 것도 아니고, 상대적으로 경험이 일천함에도 대권을 거머쥐게 된 것은 아버지의 후광이 절대적이었습니다. 노이노이 아키노 당선자는 38세 때인 1998년 탈락주에서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해 하원의원 3회,상원의원 1회를 지내온 승승장구의 배경에는 ‘아키노’라는 성이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역대 최연소 마닐라 시장,최연소 필리핀 상원의원을 지낸 현대 필리핀 정계의 거목으로 1983년 귀국 도중 마닐라 공항에서 괴한의 총탄에 숨진 아버지 베니그노 니노이 아키노 전 상원의원의 명성은 아내 마리아 코라손 아키노에 이어 아들까지 최고 권력에 올렸습니다. 

   필리핀에선 스페인과 미국의 식민지시절부터 토착 지배세력들은 식민지 당국과 결탁하면서 세력을 키워왔습니다. 지금도 현재 200여 개에 달하는 유력 가문들이 각 지역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실제 이번 선거에서도 아로요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고향인 팜팡가주에서 하원의원에 출마했습니다. 아로요 대통령 역시 부녀가 집권하는 기록을 남긴 명문출신으로 이번 선거에 아로요의 장남과 남편, 형제 자매가 모두 출마하기도 했습니다. 철권통치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 마르코스도 마르코스 가문의 영향력이 강하게 남아 있는 북부 일리코스주에서 건재를 과시했습니다. 이 같은 필리핀 정치지형에 대해 시사주간지 ‘타임’은 “필리핀 정치가문의 힘은 나라보다도 강하다”고 꼬집었을 정도입니다. 

   최근 세계 뉴스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정치인인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 역시 3대에 걸쳐 6번이나 총리를 배출한 정치가문 출신입니다. 현 총리의 조부는 2차 세계대전 직후와 1960년대 두 차례 등 세 차례 총리직을 지냈고, 아버지 역시 그리스 사회당을 창당하며 1980년대와 1990년대 두 차례 총리직을 지냈습니다. 그리스에선 파판드레우 총리의 전임자인 코스타스 카라만리스 전 총리와 그의 숙부가 1950년대부터 1980년대에 걸쳐 두 차례 총리직을 맡는 등 파판드레, 카라만리스 두 가문이 사실상 그리스 현대사를 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한동안 정치 명문가의 위세가 약해졌던 영국에서도 보수당이 13년 만에 집권하면서 정치명문이 부활했습니다. 데이비드 캐머런 신임 총리는 윌리엄 4세의 후손으로 현 엘리자베스 2세 와 친척사이이고, 부인 사만다도 귀족인 셰필드경 의 딸입니다. 이 밖에 서남아시아의 맹주를 다투는 인도와 파키스탄에선 아예 ‘왕조’에 비견될 정도로 명문가의 입김이 셉니다. 현대 인도 정치사의 중심에 서 있는 네루간디 가문은 19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 이후 3명의 총리를 내 37년간 인도를 통치했습니다. 지난해 총선에서도 가문의 5세대 대표주자인 라훌 간디가 국민회의당을 이끌면서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파키스탄에선 2007년 암살된 베냐지르 부토 전 총리의 부토가문이 최고 명문가로 꼽힙니다. 부토가에서도 2명의 총리를 배출했습니다. 부토, 간디, 아웅산 수지 등의 권력승계사례는 제3세계에서 일반적인 정치발전론적 관점에서도 주목할 만합니다. 현재 부토의 장남 빌라왈 자르다리 부토가 ‘가문정치’를 이어가려 노력 중입니다. 남미에선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남편의 자리를 이어받아 세계 최초의 ‘직선 부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미국, 일본, 중국서도 주목 받는 명문가

   미국에선 대통령에 상원의원 3명,하원의원 4명,각료 1명을 낸 케네디 가문이 정치 명문가로 각인돼 있습니다. 부시가도 대를 이어 집권한 가운데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가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죠. 루스벨트 가문, 록펠러 가문, 해리슨 가문도 전통의 명문으로 이름이 오르내립니다. 

   일본은 정치가 ‘가업’인 유력가문들만의 리그로 운영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의 조부 역시 총리를 지냈고, 부친은 외상을 지냈습니다. 미야자와 기이치부터 아소 다로 까지 1990년대 이후 11명의 총리 중 무라야마 도미이치모리 요시로를 뺀 9명이 세습 정치인이었습니다. 아소 가문은 집안의 족보만 가지고도 일본의 근대사를 쓸 수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죠. 

   아베 신조 전 총리와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 가문에도 대를 이어 고관들이 즐비합니다. 중국에서는 태자당(공산당 원로 및 고위간부 자제)이 주목됩니다. 태자당의 거두로 통하는 쩡칭훙 전 국가부주석은 1990년대 들어 정계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시진핑 국가부주석도 태자당 출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