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다(煎茶)에 대한 고전문헌 자료 ㅡ 5

2018. 4. 4. 11:10차 이야기


전다(煎茶)에 대한 고전문헌 자료 ㅡ 5



사가시집 제29권 / 시류(詩類)

진원(珍原) 박 태수(朴太守)가 차(茶)를 부쳐준 데 대하여 사례하다 [謝珍原朴太守寄茶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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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래엔 소갈증을 어찌할 길이 없었는데 / 年來病渴可如何
진중하여라 그대가 좋은 차를 부쳐주었네 / 珍重煩君寄美茶
돌솥에서 설설 끓어 해안이 생기어라 / 石鼎好煎生蟹眼
수마를 내쫓고 나니 또 시마가 찾아오네 / 睡魔驅盡又詩魔
[주-D001] 해안(蟹眼) 
물이 막 끓기 시작할 때에 마치 게의 눈처럼 자잘하게 일어나는 기포를 말한다. 소식(蘇軾)의 시원전다(試院煎茶) 시에 “게의 눈을 이미 지나서 고기 눈이 나오니, 설설 소리가 솔바람 소리와 흡사하구나.〔蟹眼已過魚眼生 颼颼欲作松風鳴〕”라고 하였다.
[주-D002] 수마(睡魔)를 …… 찾아오네 
수마는 졸음이 오게 하는 마귀(魔鬼)라는 뜻으로 전하여 졸음을 말하고, 시마(詩魔)는 시를 짓고 싶은 흥취가 아주 강렬해짐을 뜻한다.






사가시집 제31권 / 시류(詩類)


즉사(卽事)   ㅡ 서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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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진 위에 잠시 비가 막 지나가고 나니 / 香塵一霎雨初過
인적 고요한 창 앞에 제비 그림자 비끼었네 / 人靜簾櫳燕影斜
벽옥처럼 새로 나온 건 상죽의 죽순이요 / 碧玉新抽湘竹筍
막 주름진 붉은 깁 모양은 석류꽃이로다 / 絳紗方皺石榴花
눈 어두워 승두자 보기는 이미 싫어졌고 / 眼昏已厭蠅頭字
창자가 말라 해안다만 간절히 생각나네 / 肺渴深思蟹眼茶
두 귀밑은 오래전부터 눈서리에 맡겼거니 / 兩鬢久判霜雪白
남은 생애는 단지 시주에나 붙일 뿐이로다 / 只將詩酒付生涯
[주-D001] 향진(香塵) : 
흔히 봄날의 먼지를 일컫는 말이다.
[주-D002] 상죽(湘竹) : 
상비죽(湘妃竹)의 약칭으로, 즉 반죽(斑竹)을 가리킨다.
[주-D003] 승두자(蠅頭字) : 
파리 대가리만큼 잔글자를 말한다. 육유(陸游)의 〈서감(書感)〉 시에 “어찌 알았으랴 죽을 날 가까운 백발 늙은이가, 아직껏 파리 대가리만큼 잔글자를 읽을 줄을.〔豈知鶴髮殘年叟 猶讀蠅頭細字書〕” 이라고 하였다.
[주-D004] 해안다(蟹眼茶) : 
해안(蟹眼)은 물이 막 끓기 시작할 때에 마치 게의 눈처럼 자잘하게 일어나는 기포(氣泡)를 말한 것으로, 소식의 〈시원전다(試院煎茶)〉 시에 “게의 눈을 이미 지나서 고기 눈이 나오니, 설설 소리가 솔바람 소리와 흡사하구나.〔蟹眼已過魚眼生 颼颼欲作松風鳴〕”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사가시집 제42권 / 시류(詩類)   ㅡ 서거정



한가로이 읊다 [閑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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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움을 누릴 계책은 있건만 / 供閑知有策
처세하는 덴 도리어 재주 없어라 / 處世却無才
달빛 아래선 차를 달이며 앉았고 / 月下煎茶
못가에선 약초를 씻어오네 / 池邊洗藥來
뜰 옆에는 순전히 대나무만 심고 / 傍階純種竹
포전에는 매화를 반쯤 심어서 / 開圃半栽梅
세상일을 모두 잊어버리고 / 世事都忘了
남은 생애를 술잔에 붙이노라 / 殘生付酒杯





 

사가시집 제44권 / 시류(詩類)

  

영천경(永川卿 이정(李定) )의 춘승사집(春勝事集)에 제(題)하다 20수 [題永川卿春勝事集 二十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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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깨끗한 빛 설월 아래 백옥 같은 매화가 / 雪月前頭白玉梅
또 난학을 타고 요대에서 내려왔구나 / 又乘鸞鶴下瑤臺
서로 보고 웃음 지으니 둘 다 워낙 청결해 / 相看索笑兩淸絶
천지의 중간에 한 점 티끌도 볼 수가 없네 / 天地中間無點埃

대나무
땅속에 서린 뿌리는 숨은 용만이 알겠지만 / 蟠根入地蟄龍知
구름 위에 솟을 장한 뜻이 또 한 기이함일세 / 壯志凌雲又一奇
가장 큰 절개는 분명 굽은 성질이 없음이니 / 大節分明無曲性
이 마음이 일찍이 차군과 서로 기약했었지 / 此心曾與此君期

버들
누가 황금빛으로 수많은 가지를 물들였나 / 誰染黃金萬萬條
동풍에 흔들린 가지가 깁실보다 가늘구려 / 東風吹攪細於繰
주인은 본디 천연의 빛깔만을 사랑하거니 / 主人自愛天然色
여자 허리 간들거림은 배울 필요 없고말고 / 不必輕盈學女腰

철쭉
봄 산에 철쭉꽃이 수없이 발갛게 피어서 / 無數春山躑躅花
제일가는 풍류로 번화함을 독차지하였네 / 風流第一擅繁華
전단향의 심성에 연지의 면목 지녔기에 / 栴檀心性臙脂面
일찍이 화단에서 대가로 일컬어졌는걸 / 曾向花壇作大家

야도(野桃)
어젯밤에 연유 같은 산비가 내리더니 / 昨夜如酥山雨來
산새가 복사꽃 망울을 다 쪼아 피웠네 / 幽禽啄盡小桃開
경박하게 물 따라 흘러가선 안 되기에 / 不須輕薄隨流水
일찍이 현도관 안에다 심기도 했었지 / 曾向玄都觀裏栽

산행(山杏)
자잘한 붉은 꽃이 가지 가득 엉겨 있어라 / 滿枝黏綴小紅開
이미 미인의 갈고로 재촉함을 입었구려 / 已被佳兒羯鼓催
주인에게 이르노니 잘 아껴 보호하게나 / 說與主人宜護惜
내 구름 의지하여 태양 곁에다 심으려네 / 倚雲吾欲日邊栽

두견(杜鵑)
어드메 봄 산에서 촉의 자규가 우는고 / 何處春山蜀子規
한 소리 울고 나면 한번 다시 슬퍼지네 / 一聲啼了一番悲
하얀 배꽃과 달빛이 대낮보다 밝을 제 / 梨花月色明於晝
한 조각 한가로운 정을 그 누가 알리오 / 一片閑情誰得知

뻐꾸기
지붕 머리 살구꽃 숲에서 비둘기가 울어 / 屋頭紅杏錦鳩啼
앞마을에 밭갈기 알맞은 비를 불러와서
/ 喚得前村雨一犁
문득 내 전원에 갈 흥취를 흔들어 대누나 / 忽然攪我歸田興
나의 집은 광릉의 서산 그 서쪽에 있는데 / 家在廣陵西崦西

환기(喚起)
작은 창 앞에 붉은 햇살이 대낮이 되도록 / 三竿紅日小窓前
잠자는 내 곁에 아이들 못 떠들게 하였네 / 禁得兒曹聒我眠
산새를 보내서 불러 깨우도록 재촉 말라 / 莫遣山禽催喚起
취향의 별천지를 놀라 깰까 의아스럽구려 / 也疑驚破醉鄕天

계칙(鸂鶒)
맑고 얕은 못물에 잔 물결 파랗게 이는데 / 小塘淸淺碧鱗鱗
수많은 물새들이 사람 손에 길들여졌네 / 多少閑禽養得馴
그중에 계칙 한 쌍이 더욱 사랑스러워라 / 鸂鶒一雙尤可愛
왕래하면서 서로 가까이하고 친하구나 / 往來相近亦相親

옛 절에서 꽃구경을 하다
꽃구경 한답시고 곧장 절 집에 이르렀지만 / 尋花直到梵王家
뜻은 고승 찾는 데 있어 꽃뿐이 아니었네 / 意在尋僧不獨花
끝내는 고승의 애써 만류하는 뜻을 입어 / 苦被高僧勤挽袖
온갖 꽃 만발한 곳에 차 달이며 담화하누나 / 百花深處話煎茶

시내 다리에서 손을 전송하다
물 위에 누운 긴 다리는 용의 형상 같은데 / 長橋臥水作龍形
다리 머리서 두 옥병의 술로 손을 보내네 / 送客橋頭雙玉甁
양관곡 한 곡조를 마치고 각각 헤어져라 / 一曲陽關各分散
강남엔 단정 장정이 한도 끝도 없을 걸세 / 江南無盡長短亭

첩첩 산봉우리의 갠 구름
높이 솟은 첩첩 산봉은 흡사 벽옥잠 같은데 / 疊嶂高尖碧玉簪
봄 구름 아득히 끼어 개었다 흐렸다 하더니 / 春雲漠漠乍晴陰
끝내 장맛비 이루어 뭇 초목을 살려 내누나 / 會成霖雨蘇群槁
이게 무심한 듯하나 또한 유심한 듯도 하네 / 似是無心亦有心

내 낀 마을의 술집 깃발
동풍에 화류의 거리 술집 깃발 날리어라 / 東風花柳颺靑帘
사람은 화려한 누각의 발을 걷어 올리네 / 人在瓊樓揭繡簾
바라건대 금귀로 자주 술과 바꾸어다가 / 要把金龜頻換酒
술잔 들어 때때로 그대에게 더 권했으면 / 擧杯時復爲君添

맑은 냇물에 비친 밝은 달
갠 밤에 달 대하여 긴 냇물을 내려다보니 / 淸宵對月俯長川
명경 같은 상하의 하늘을 누가 구분하랴 / 明鏡誰分上下天
이 몸이 대중의 은빛 세계에 있거니 / 身在臺中銀世界
내 또한 신선이 아닌 줄을 어찌 알랴 / 寧知我亦是神仙

산봉우리 중턱의 석양볕
두어 산봉우리가 옥부용을 떠받친 듯해라 / 數峯擎出玉芙蓉
석양이 붉게 물드니 흡사 빨간 연꽃 같네 / 落日蒸酣菡萏紅
강호를 한 번 바라보매 하늘은 끝도 없어라 / 一望江湖天不盡
하 많은 누대들이 있고 없는 가운데로다 / 樓臺多少有無中

초원 머리의 목동
봄이 깊어 잔풀들이 파랗게 우거지자 / 細草春深綠更菲
목동은 송아지 놔먹여 송아지가 살졌네 / 牧兒牧放犢兒肥
해 저물자 소 등은 거룻배처럼 펀펀해 / 日斜牛背平於艇
젓대를 가로 불며 편히 타고 돌아오누나 / 短笛橫吹穩跨歸

언덕 위의 행인
사해가 온통 이미 나루를 잃고 헤매는데 / 滔滔四海已迷津
갈림길은 아득해라 만 길 먼지만 뿌옇네 / 歧路蒼茫萬丈塵
묻노니 행인들은 어느 날에나 그칠러뇨 / 且問行人何日了
동서남북 길마다 사람 다한 때가 없구려 / 東西南北無盡人

숲 너머의 젓대 소리를 듣다
풍류를 즐기고자 홀로 위남루에 오르니 / 風流獨上渭南樓
봄이 절반 가을 같아 생각이 되레 유유하네 / 春半如秋思轉悠
어느 곳에서 미인은 철적을 불어 대는고 / 何處玉人捻鐵笛
한 소리가 저문 구름 시름을 자아내는구나 / 一聲拈起暮雲愁

달빛 아래 비파 소리
곤현과 철발이 달빛 아래 서로 비치어라 / 鵾絃鐵撥照銀蟾
이팔 청춘 미인의 섬섬옥수로 퉁겨대네 / 皓齒靑娥玉指纖
화려한 집의 가무는 정말 즐거운 일이련만 / 歌舞畫堂眞樂事
사마의 눈물 청삼 적심은 가련하기만 해라 / 可憐司馬泣靑衫
[주-D001] 또 …… 내려왔구나 : 
요대(瑤臺)는 미옥(美玉)으로 장식한 누대(樓臺)를 말한 것으로, 전설에 의하면 신선이 거처하는 곳이고, 난학(鸞鶴)을 탄다는 것은 곧 신선의 행차를 말한 것이다. 여기서는 매화의 희고 깨끗한 자태를 신선에 비유한 것이다.
[주-D002] 이 …… 기약했었지 : 
진(晉)나라 때 왕휘지(王徽之)가 빈집에 우거(寓居)하면서 대나무를 심게 하니 혹자가 그 까닭을 묻자, 왕휘지가 읊조리면서 대를 가리키며 말하기를 “어찌 하루라도 차군이 없어서야 되겠는가.〔何可一日無此君耶〕”라고 했다는 데서 온 말로, 차군(此君)은 곧 대나무의 별칭으로 쓰인다. 《晉書 卷80 王徽之傳》
[주-D003] 일찍이 …… 했었지 : 
현도관(玄都觀)은 장안(長安)에 있던 도관(道觀) 이름인데, 일찍이 한 도사(道士)가 여기에 복숭아나무를 많이 심었던 데서 온 말이다. 당(唐)나라 때 시인 유우석(劉禹錫)이 일찍이 낭주 사마(朗州司馬)로 폄척되었다가 돌아와서 지은 시 자조주지경희증간화제군(自潮州至京戱贈看花諸君)에 “도성 거리 뿌연 먼지가 얼굴을 스치는데, 꽃구경 간다고 말하지 않는 사람이 없네. 현도관 안에 복숭아나무 일천 그루는, 모두가 이 유랑이 떠난 뒤에 심은 거로다.〔紫陌紅塵拂面來 無人不道看花回 玄都觀裏桃千樹 盡是劉郞去後栽〕”라고 하였다. 《舊唐書 卷160 劉禹錫傳》
[주-D004] 이미 …… 입었구려 : 
갈고(羯鼓)는 말가죽으로 메운 장구(長鼓)이다. 당 현종(唐玄宗)은 본디 음률(音律)을 잘 아는 데다 갈고를 특히 좋아했는데, 한번은 2월 초 어느 날 밤비가 막 갠 아침에 내정(內庭)의 버들개지, 살구꽃 등이 막 터져나오려는 것을 보고는, 고역사(高力士)를 시켜 갈고를 가져오게 하여 친히 춘호광(春好光) 한 곡조를 지어서 갈고를 연주하고 나니 버들개지, 살구꽃 등이 이미 다 터져나왔더라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開元天寶遺事》
[주-D005] 내 …… 심으려네 : 
당대(唐代)의 문신 고섬(高蟾)의 낙제시(落第詩)에 “하늘 위의 벽도는 이슬에 적시어 심고, 태양 곁의 홍행은 구름 의지해 심거니와, 연꽃은 가을 물 위에 나서 자라는 것이라, 봄바람을 향해 못 피는 걸 원망치 않는다오.〔天上碧桃和露種 日邊紅杏倚雲栽 芙蓉生在秋江上 不向東風怨未開〕”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6] 지붕 …… 불러와서 : 
산비둘기가 울면 비가 온다는 속어에서 온 말이다. 이 시의 제목은 포곡(布穀), 즉 뻐꾸기인데 내용은 비둘기를 언급했으니 착오가 있는 듯하다.
[주-D007] 환기(喚起) : 
한유(韓愈)의 시 증동유(贈同游)에 “일어나라 깨우니 창은 완전히 밝았고, 돌아가길 재촉해라 해는 지기 전일세. 무심한 꽃 속의 새들은, 다시 서로 정을 다해 우는구나.〔喚起窓全曙 催歸日未西 無心花裏鳥 更與盡情啼〕”라고 하였는데, 황정견(黃庭堅)은 이 시의 환기(喚起)와 최귀(催歸)를 모두 조명(鳥名)으로 보았는바, 환기는 일명 춘환(春喚)이라는 봄 새의 이름이고, 최귀는 바로 두견(杜鵑)이라고 하였다. 《類說》
[주-D008] 계칙(鸂鶒) : 
깃털에 자줏빛이 나는 물새로 자원앙(紫鴛鴦)이라고도 한다.
[주-D009] 다리 …… 보내네 : 
옥병(玉甁)은 옥호(玉壺)와 같은 뜻인데, 이백(李白)의 시 광릉증별(廣陵贈別)에 “옥병에 좋은 술을 사서 담아, 몇 리를 배웅하여 가는 그대를 보내네.〔玉甁沽美酒 數里送君還〕”라고 하였다.
[주-D010] 양관곡(陽關曲) …… 헤어져라 : 
양관은 옛 관명(關名)인데, 고인(古人)들이 흔히 이곳에서 손을 전송했으므로 왕유(王維)의 송원이사안서(送元二使安西) 시에 “위성의 아침 비가 가벼운 먼지를 적시니, 객사는 푸르고 푸르러 버들 빛이 생생하구나. 한 잔 술 더 기울이라 그대에게 권한 까닭은, 서쪽으로 양관 나가면 친구가 없기 때문일세.〔渭城朝雨浥輕塵 客舍靑靑柳色新 勸君更進一杯酒 西出陽關無故人〕”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이로 인하여 후세에는 이별가(離別歌)를 양관곡(陽關曲)이라고도 칭한다.
[주-D011] 강남(江南)엔 …… 걸세 : 
단정(短亭)은 5리(里)마다 설치한 역참(驛站)을 말하고, 장정(長亭)은 10리마다 설치한 역참을 말한다.
[주-D012] 벽옥잠(碧玉簪) : 
본래는 벽옥으로 만든 비녀인데, 흔히 파랗게 빼어난 산봉우리를 비유한다.
[주-D013] 바라건대 …… 바꾸어다가 : 
금귀(金龜)는 본디 황금으로 주조한 거북 형상의 꼭지가 달린 관인(官印)을 말하며, 또는 당대(唐代)의 관원들이 지녔던 일종의 패물이었다고도 하는데, 이백(李白)의 시 대주억하감(對酒憶賀監)에 “사명에 미친 나그네 있었으니, 풍류 넘치는 하계진이로다. 장안에서 한번 서로 만나서는, 나를 적선인이라 불렀었지. 그 옛날 술을 그리도 좋아하더니, 어느새 솔 밑의 티끌이 되었구려. 금 거북으로 술 바꿔 마시던 일, 생각만 하면 눈물이 건을 적시네.〔四明有狂客 風流賀季眞 長安一相見 呼我謫仙人 昔好杯中物 翻爲松下塵 金龜換酒處 却憶淚沾巾〕”라고 하였다.
[주-D014] 이 몸이 …… 있거니 : 
대중(臺中)은 어디를 가리키는지 자세하지 않다.
[주-D015] 한 …… 자아내는구나 : 
저문 구름이란, 두보(杜甫)의 시 춘일억이백(春日憶李白)에 “위수 북쪽엔 봄 하늘의 나무요, 강 동쪽엔 해 저문 구름이로다. 어느 때나 한 동이 술을 두고서, 우리 함께 글을 조용히 논해볼꼬.〔渭北春天樹 江東日暮雲 何時一樽酒 重與細論文〕”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친구 간에 헤어져 있으면서 서로 그리워하는 뜻을 의미한다.
[주-D016] 곤현(鵾絃)과 …… 비치어라 : 
곤현은 곤계(鵾鷄)의 힘줄로 만든 비파(琵琶) 줄이고, 철발(鐵撥)은 쇠로 만든 비파 채이다.
[주-D017] 사마(司馬)의 …… 해라 : 
사마는 강주 사마(江州司馬)로 좌천되었던 백거이(白居易)를 가리킨다. 그가 강주 사마로 있을 때 하루는 분강(湓江)의 포구(浦口)에서 손님을 전송하다가 어느 배 안에서 들려오는 비파 소리를 듣고 그를 찾아가서 물어보니, 그는 본디 장안(長安)의 창녀였는데, 젊어서는 호화롭게 지냈었지만 늙어서는 색(色)이 쇠하여 마침내 장사꾼의 아내가 되어 초췌한 몰골로 강호(江湖) 사이를 이리저리 전전하고 있다고 하였다. 백거이는 그녀의 말에 감동을 받아 그녀에게 다시 비파 한 곡조를 청하여 들은 다음, 스스로 비파행(琵琶行)을 지어 그에게 주었는데, 그 비파행의 끝에 “나중 탄 곡은 먼저 탄 곡보다 더더욱 처량해, 좌중이 거듭 듣고 다 얼굴 가리고 우는데, 그중에서 눈물을 누가 가장 많이 흘렸던가, 이 강주 사마의 푸른 적삼이 흠뻑 젖었네.〔凄凄不似向前聲 滿座重聞皆掩泣 座中泣下誰最多 江州司馬靑衫濕〕”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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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50권 / 시류(詩類)   ㅡ 서거정



납설(臘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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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구름 널리 퍼져 눈발이 펄펄 날려라 / 江雲漠漠雪飛花
버들개지 매화 시샘하는 변태도 많건만 / 妬絮欺梅變態多
늙고 병들어 파교의 흥취는 다시없거니 / 老病灞橋無復興
도로를 따라서 조용히 차나 끓이련다 / 擬從陶老細煎茶


[주-D001] 파교(灞橋)의 흥취 : 
파교는 장안(長安) 동쪽의 파수(灞水)에 놓인 다리를 가리키는데, 당나라 때 재상 정계(鄭綮)가 본디 시를 잘했으므로, 혹자가 정계에게 “상국(相國)은 요즘 새로운 시를 짓는가?”라고 묻자, 그가 대답하기를 “시 생각이 눈보라 치는 파교의 당나귀 등 위에 있는데, 여기서 어떻게 시를 얻을 수 있겠는가.〔詩思在灞橋風雪中驢子上 此何以得之〕”라고 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2] 도로(陶老)를……끓이련다 : 
도로는 송(宋)나라 때의 학사(學士) 도곡(陶穀)을 가리키는 듯하다. 그가 태위(太尉)인 당진(黨進)의 집에서 가기(歌妓)를 데려온 뒤에, 정도(定陶)를 지나다가 쌓인 눈을 떠서 차를 끓이며 “당 태위의 집에서는 이런 풍류를 맛보지 못했을 것이다.〔黨太尉家應不識此〕”라고 자랑하였는데, 그 가기가 “그분은 멋이 없는 분이니, 어떻게 이런 정경이 있었겠습니까. 단지 금박 휘장을 친 따뜻한 자리에서 양고라는 이름난 술을 조금씩 따라 마시며 나직하게 읊조렸을 뿐입니다.〔彼粗人也 安有此景 但能銷金煖帳下 淺斟低唱 飲羊羔美酒耳〕”라고 대답하니, 도곡이 그 말을 듣고 부끄러움을 느꼈다는 고사가 전한다. 《綠窗新話 卷2 引 湘江近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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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51권 / 시류(詩類)



즉사(卽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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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 가득한 촉규화는 남김없이 다 피었고 / 滿庭開盡蜀葵花
꿀벌은 석양까지 역사를 마치지 않았구나 / 日晩黃蜂未罷衙
창 앞에서 자다 깨 보니 목이 잔뜩 말라서 / 睡覺小窓思轉渴
새 물 한 병을 떠다가 스스로 차를 달이네 / 一甁新水自煎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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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시집 제52권 / 시류(詩類)



앞의 운을 사용하다 [用前韻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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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은 이미 지붕에서 새는데 / 風雨已穿屋
시서만 공연히 온 집에 가득하네 / 詩書空滿家
비록 몸에 질병은 걸렸지만 / 雖然嬰疾病
시 읊는 건 폐하지 않고말고 / 亦不廢吟哦
조용히 승두 세자를 쓰기도 하고 / 靜寫蠅頭字
한가히 해안의 차도 달여 마시고 / 閑烹蟹眼茶
이리저리 거닐어 유유자적하면서 / 逍遙聊自適
하염없이 흐르는 세월을 보내노라 / 荏苒送年華
[주-D001] 승두 세자(蠅頭細字) : 
파리 대가리만큼이나 잔글자를 말한다. 육유(陸游)의 〈서감(書感)〉 시에 “어찌 알았으랴 죽을 날 가까운 백발 늙은이가, 아직껏 파리 대가리만큼 잔글자를 읽을 줄을.[豈知鶴髮殘年叟 猶讀蠅頭細字書]”이라고 하였다.
[주-D002] 해안(蟹眼)의 차 : 
해안은 물이 막 끓기 시작할 때에 마치 게의 눈처럼 자잘하게 일어나는 기포(氣泡)를 말한 것으로, 소식(蘇軾)의 〈시원전다(試院煎茶)〉 시에 “게의 눈을 이미 지나서 고기 눈이 나오니, 설설 소리가 솔바람 소리와 흡사하구나.[蟹眼已過魚眼生 颼颼欲作松風鳴]”라고 하였다. 《蘇東坡詩集 卷8》




사가시집 제52권 / 시류(詩類)  ㅡ  서거정


백암사(白巖寺)로 돌아가는 성 상인(成上人)을 보내다 7수 [送成上人還白巖寺 七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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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 고을은 아득히 먼 호남에 있는데 / 長城渺渺隔湖南
이곳의 쓸쓸한 고찰이 바로 백암사인데 / 古刹蕭條是白巖
한창 가을바람이 나뭇잎 불어 떨칠 제 / 政爾秋風吹更落
옛 산에 돌아가 다시 참선을 하겠네그려 / 故山歸去更禪參

병 하나 석장 하나에 신 한 켤레를 신고 / 一甁一錫仍一鞋
절에 가서 다시 한 학과 함께 거처하겠네 / 蕭寺還同一鶴棲
섣달 눈 산에 가득고 사람은 아니 올 제 / 臘雪滿山人不到
산다화 아래서는 비취새가 울어 댈 걸세 / 山茶花下翠禽啼

넓디넓은 천지간에 머나먼 길을 보내지만 / 蕩蕩乾坤送路賖
스님이야 가는 곳마다 그곳이 집이고말고 / 師行到處卽爲家
괴나리봇짐 싸고 또 산중으로 들어가니 / 挑包又向山中去
하늘 한쪽의 흐르는 물 뜬구름 모양일세 / 流水浮雲天一涯

스님이 지금 내게 검은 지팡이 하나를 주니 / 師今贈我一烏筇
학도 같고 용도 같아라 천성이 공교하네 / 鶴樣龍形自化工
연래엔 늙고 병들어 두 다리가 불편하니 / 老病年來雙脚軟
짚고 일어서는 데 가장 도움이 많을 걸세 / 扶携起立最多功

한 봉함의 작설차는 더없이 향기로워서 / 一封雀舌十分香
물 길어다 한가히 절각당에 달이노라니 / 汲水閑煎折脚鐺
어안을 이미 지나서 해안이 솟아나기에 / 魚眼已過生蟹眼
마셔 보니 마른 창자를 윤택게 할 만하네 / 啜來端可潤枯腸

행촌이 철성 가문에 덕을 많이 쌓았는데 / 杏村積德鐵城門
지금 우리 세 사람은 또한 그의 외손일세 / 今我三人亦外孫
원찰의 주지승은 이름이 성만덕인데 / 願刹主僧成萬德
의당 깊은 은혜를 진중히 수호하겠지 / 也宜珍重護深恩
백암사(白巖寺)는 행촌(杏村)의 원당(願堂)인데, 지금의 감사(監司) 이공 집(李公諿), 아사(亞使) 윤공 파(尹公坡)가 모두 행촌의 외현손(外玄孫)이고, 거정(居正) 또한 행촌의 외현손이기 때문에 이른 말이다.

장성의 하 사군을 위하여 당부하건대 / 爲報長城河使君
그대 또한 철성 이씨와 연인이 되거니 / 君於鐵李亦連姻
백암사 원찰을 먼저 수호해야 할 걸세 / 白巖願刹宜先護
절 주지는 지금 성 상인이 되었데그려 / 主寺今逢成上人
[주-D001] 병(甁) …… 하나 : 
병은 승려가 사방을 돌아다닐 때에 반드시 휴대하는 물 항아리를 가리키고, 석장(錫杖) 역시 승려나 도사가 짚는 지팡이를 말한 것으로, 위에 여러 개의 쇠고리를 달았던 까닭에 석장이라 이름한 것이다.
[주-D002] 흐르는 물 뜬구름[流水浮雲] : 
승려가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주-D003] 절각당(折脚鐺) : 
다리가 부러진 냄비를 말한다. 소식(蘇軾)의 〈송유의귀(送柳宜歸)〉 시에 “다리 부러진 냄비엔 묽은 죽을 데우고, 가지 굽은 뽕나무 아래선 이별주를 마시네.[折脚鐺中煨淡粥 曲枝桑下飮離杯]”라고 하였다. 《蘇東坡詩集 卷48》
[주-D004] 어안(魚眼)을 …… 솟아나기에 : 
어안과 해안(蟹眼)은 모두 물이 끓을 때에 마치 물고기의 눈처럼 크게 일어나는 기포(氣泡)와 게의 눈처럼 자잘하게 일어나는 기포를 말한 것으로, 소식(蘇軾)의 〈시원전다(試院煎茶)〉 시에 “게의 눈을 이미 지나서 고기 눈이 나오니, 설설 소리가 솔바람 소리와 흡사하구나.[蟹眼已過魚眼生 颼颼欲作松風鳴]”라고 하였다. 《蘇東坡詩集 卷8》 여기서는 어안과 해안이 소식의 시와 반대로 쓰였다.
[주-D005] 행촌(杏村)이 …… 쌓았는데 : 
행촌은 고려의 재상으로 본관이 철성(鐵城)인 이암(李嵒)의 호이다.




사가시집보유 제1권 / 시류(詩類) 정미년(1487, 성종18)에 손수 정리한 시고[丁未手稿]


차를 달이다 [煎茶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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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낮에 앉아서 차를 달이노라니 / 煎茶坐淸晝
돌솥에서 강물 흐르는 소리가 나네 / 石鼎咽春江
대나무 빛은 대자리에 흔들거리고 / 竹色搖淸簟
홰나무 그늘은 작은 창을 덮었는데 / 槐陰罩小窓
버들잎 짙어 꾀꼬리는 곱게 울고 / 柳深鶯囀百
꽃이 피어 나비는 쌍쌍이 나누나 / 花發蝶飛雙
단지 한가로운 정취만 얻었을 뿐 / 只得閑中趣
은사 방덕공은 배울 길이 없구려 / 無由學隱龐
[주-D001] 방덕공(龐德公) : 
후한 때의 은사로, 일찍이 처자를 거느리고 녹문산(鹿門山)에 들어가 약을 캐며 은거하여 다시 세상에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가시집보유 제1권 / 시류(詩類) 정미년(1487, 성종18)에 손수 정리한 시고[丁未手稿]


우리 집 [我家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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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울타리 안은 시골집과 똑같아서 / 我家籬落類村家
땅 외지고 숲 깊어 세속의 들렘 없는지라 / 地僻林深絶世譁
바람 잠잠한 뜰에는 새가 전서를 남기고 / 風定莎庭鳥留篆
석양의 꽃밭에는 벌이 아문을 파하누나 / 日斜花塢蜂退衙
공명이 눈앞에 스쳐 감은 새보다 가볍거늘 / 功名過眼輕於鳥
시주 속에 몸은 담아 달팽이처럼 움츠리네 / 詩酒藏身縮似蝸
서책 조용코 사람 드물어 낮잠 달게 자다가 / 書靜人稀酣打睡
꿈속에 해갈을 하려고 손수 차를 달이었네 / 夢中解渴手煎茶
[주-D001] 새가 전서(篆書)를 남기고 : 
고문(古文) 전서의 모양이 마치 새의 발자국같이 생겼던 데서 온 말로, 새의 발자국을 말한다.
[주-D002] 벌이 아문(衙門)을 파하누나 : 
꿀벌이 아침저녁으로 한 차례씩 둥지를 드나들며 꿀을 장만하기 위해 역사(役事)하는 광경이 마치 관리가 아침저녁으로 한 차례씩 관아에 출사(出仕)하는 것과 같다 하여 이것을 ‘봉아(蜂衙)’라 이름한 데서 온 말로, 꿀벌이 하루의 역사를 마치는 것을 가리킨다.
[주-D003] 공명(功名)이 …… 가볍거늘 : 
나는 새가 눈앞을 언뜻 스쳐 가듯 공명이 덧없음을 뜻한다. 이백(李白)의 〈고풍(古風)〉 시에 “인생은 새가 눈앞을 스치는 순간인데, 어찌하여 스스로 속박을 한단 말인가.[人生鳥過目 胡乃自結束]”라고 하였다. 《李太白詩集 卷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