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다(煎茶)에 대한 고전문헌 자료 ㅡ 6

2018. 4. 4. 15:04차 이야기


전다(煎茶)에 대한 고전문헌 자료 ㅡ 6




사상록(槎上錄) / 사상록(槎上錄)  ㅡ 김세렴(金世濂)

마도에서 10절 [馬島 十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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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주(島主)-
숲새로 열을 지어 검극이 돌고 / 隔樹森森劍戟回
붉은 간대에 매달린 빛난 꿩꼬리 / 赤竿長翟更毰毸
꽃치마 두른 졸병 들어와 무릎 꿇으니 / 須臾入跪花裙卒
알괘라, 문 앞에 도주가 와 있다는 걸 / 知是門前島主來
2 -두 중[二僧]-
붉은 비단 옷에는 옥 구슬이 얽혀 있고 / 紫羅衣上綴硨磲
칠보 가사는 범 자가 씌어졌구려 / 七寶袈裟梵字書
당 그림자 나눠지고 금선이 나타나니 / 幢影乍分金扇出
뭇 중들이 나란히 두 수레를 옹위했네 / 衆髠齊擁兩筠輿
3 -행례(行禮)-
뜰에 당해 칼을 풀고 높은 관 쓰고서 / 當階脫劍聳危冠
맨발로 당을 올라 상관에게 절드리네 / 赤足陞堂拜上官
예가 끝나자 동자가 토산물을 올리는데 / 禮畢蠻童呈土物
육 포의 상귤을 붉은 금소반에 / 六苞霜橘紫金盤
4 -소동(小童)-
예쁜 아이 색동옷이 각기 서로 탐을 내어 / 妖童彩服各相耽
오색의 화전은 취람보다 곱구려 / 五色花鈿艶翠嵐
옛날 진선이 여기 머물게 되자 / 一自秦船留不返
이제껏 습속이 사내 아일 중히 아네 / 至今遺俗重童男
5 -봉행(奉行)-
정상은 깎았지만 귀밑머린 남아 있고 / 頂赤猶存鬢後毛
길고 짧은 칼 아니 찬 사람이 없네 / 無人不佩短長刀
남정하던 건졸들 이 중에 누구더냐 / 南征健卒知誰是
화사의 백전포를 거의 다 입었구나 / 半着花絲白戰袍
6 -정청(正廳)-
판자 처마 붉은 머름 아침 볕이 조촐한데 / 板簷丹檻凈朝暉
갓 지은 세 문간 화비가 열렸구려 / 新起三門闢畫扉
상각엔 금빛의 병장이 둘러 있고 / 上閣遍開金色障
중당엔 붉은 비단 휘장을 다 쳐놓았네 / 中堂盡設紫羅幃
비평에, “서사(叙事)가 당시(唐詩)에 가깝다.” 하였음.
7 -침당(寢堂)-
백 척의 종려나무는 화각과 가지런한데 / 百尺棕櫚畫閣齊
뜨락의 잣나무엔 산계가 춤을 추네 / 小庭蒼栢舞山鷄
온돌방 생활을 만인은 즐기지 않아 / 蠻人不屑溫房宿
겹겹의 금 장막에 수서를 깔았구려 / 金幕重重鎭水犀
8 -진무(振舞)-
밥 드리는 금소반에 철 것 새 것 다 오르니 / 金盤獻食簇時新
한 길의 고임 모두 해물의 진미로세 / 方丈無非入海珍
어느새 두 아이가 옥사발을 두들기며 / 忽有兩童擊玉椀
은병의 벽하춘을 조심조심 따르누나 / 銀甁細瀉碧霞春
9 -전다(煎茶)-
작은 화로 지핀 불에 금하가 끓어오르자 / 小爐添火沸金霞
머리 벗겨진 중이 앉아 차를 만드네 / 赤頂山僧坐點茶
날마다 새로 달인 그 맛이 좋지마는 / 每日請呈新煎水
병중의 여윈 몸은 많이 마셔 아니 되네 / 病中新瘦不宜多
10 -문안(問安)-
침침한 장막에 새벽빛 떠오르자 / 沈沈帳幄曉光初
관원이 문에 서서 문안을 드리누나 / 當戶夷官立起居
일행들이 모두 추위 탄다 말을 하며 / 共說一行寒色滿
밤사이 싸락눈이 뜨락에 뿌렸다고 / 夜來微霰洒庭除

종사관의 차운[從事次韻]
1 -도주(島主)-
억지로 관을 쓰니 머리 자주 돌리고 / 强戴猴冠首屢回
자른 터럭 뒤로 드리워 깃처럼 너불너불 / 斷毛垂後羽毰毸
들리는 말이, 문밖에서 맨발로 / 傳言跣足中門外
조선 사신 맞기 위해 왔다고 하네 / 爲是逢迎漢使來
2 -두 중[二僧]-
만방의 문자는 보옥보다 중하기에 / 蠻方文字重硨磲
일부러 중을 시켜 국서를 관장하네 / 故遣山僧管國書
만 리나 멀리 와서 사절을 마중하니 / 萬里遠來迎使節
한 쌍의 금선이 남여와 어울리네 / 一雙金扇並籃輿
3 -행례(行禮)-
머리를 깎았으니 잠이 어디 있겠는가 / 赤頂無簪不受冠
붉은 실로 이마 감은 저 자가 고관이란다 / 紫絲纏頂是高官
당에 올라 절드리고 이내 기어가니 / 上堂再拜仍蒲伏
꽃치마 땅에 끌려 끝이 다시 구겨지네 / 曳地花裙更屈盤
4 -소동(小童)-
손가락을 끊어 서로 맹세지으며 / 斷指相盟俗所耽
구름 같은 수비단 옷을 입었네 / 繡羅裁服剪雲嵐
부귀를 얻어내긴 어렵잖다 말하면서 / 爭言富貴非難得
집정은 지금 다 미남이 아니냐고 / 執政于今盡美男
비평에, “과연 이와 같다면 왜노는 두려워할 것이 없다.” 하였다.
5 -봉행(奉行)-
죽음을 털끝 같이 가볍게 보고 / 視死從來等一毛
남의 원수 갚아 주는 비수가 있다네 / 借交相報有霜刀
수공 세워 천금 상을 새로 얻고서 / 首功新得千金賞
몸에는 모두 오색포 입었군 그래 / 身上皆穿五色袍
6 -정청(正廳)-
부상에 떠오르는 새벽 별 앉아 보며 / 坐見扶桑上曉暉
기 세워라 호각 불어라 겹겹 문 열리누나 / 建牙吹角敞重扉
조대는 예부터 청라의 길인데다 / 朝臺自昔靑螺道
빈관은 이제도 수장막을 설치했네 / 賓館如今設綉幃
7 -침당(寢堂)-
판자문 가로 닫고 푸른 장막 둘러치고 / 板扉橫閉翠帷齊
만촌이라 새벽에 닭소리 누워 듣네 / 臥聽蠻村唱曉鷄
이역의 습속은 따슨 방이 전혀 없고 / 異俗本來無燠室
추위를 막기 위해 월서를 깔았구려 / 辟寒爭致越中犀
8 -진무(振舞)-
이방의 반찬이라 눈에 들어 새로우이 / 異俗盤飱觸眼新
삶은 생선 구운 자라 모두가 진미로세 / 烹鯄焦鼈是兼珍
금 소반엔 조호반이 올라 있는데 / 金犂撓却雕胡飯
옥 사발은 국미춘을 담아 왔구려 / 玉椀盛來麴米春
9 -전다(煎茶)-
숯불이 한창 성해 채하를 일으키니 / 活火頻添起綵霞
산승이 차를 끓여 길손을 접대하네 / 山僧供客揀新茶
날로 일곱 잔을 청해 마른 창자 축이노니 / 日將七椀蘇枯肺
이 걸음에 빚이 많아 도리어 부끄럽네 / 却愧玆行負債多
10 -문안(問安)-
날마다 관원이 첫 새벽에 찾아와서 / 每日夷官趁曉初
빈관이 좋지 않다 스스로 말하네 / 自言賓館不堪居
빗자루를 다시 들고 뜨락을 두루 돌며 / 更將棕箒循堦戺
먼지가 낄까 싶어 소제를 하는 거래 / 恐有香塵爲掃除
[주-D001] 옛날 진선 : 
방사(方士) 서불(徐市)이 진(秦) 나라 동남(童男) 동녀(童女) 5백 명을 거느리고 삼신산의 불사약을 구하러 가서 돌아오지 않은 고사를 말한 것임.
[주-D002] 벽하춘 : 
옛날 사람이 좋은 술을 춘(春)이라 일렀는데, 신선 벽하원군(碧霞元君)의 술을 말한 것임.
[주-D003] 조호반 : 
줄의 열매로 지은 밥.


馬島十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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隔樹森森劍戟回。赤竿長翟更毰毸。須臾入跪花裙卒。知是門前島主來。右島主

其二
紫羅衣上綴硨磲。七寶袈裟梵字書。幢影乍分金扇出。衆髡齊擁兩筠輿。右二僧

其三
當階脫劍聳危冠。赤足陞堂拜上官。禮畢蠻童呈土物。六苞霜橘紫金盤右行禮

其四
妖童彩服各相耽。五色花鈿艶翠嵐。一自秦船留不返。至今遺俗重童男。右小童

其五
頂赤猶存鬢後毛。無人不佩短長刀。南征健卒知誰是。半着花絲白戰袍。右奉行
其六
板簷丹檻淨朝暉。新起三門闢畫扉。上閣遍開金色障。中堂盡設紫羅幃。批云敍事逼唐○右正廳

其七
百尺棕櫚畫閣齊。小庭蒼柏舞山鷄。蠻人不屑溫房宿。金幕重重鎭水犀。右寢堂

其八
金盤獻食簇時新。方丈無非入海珍。忽有兩童擊玉椀。銀甁細瀉碧霞春。右振舞

其九
小爐添火沸金霞。赤頂山僧坐點茶。每日請呈新煎水。病中新瘦不宜多。煎茶

其十
沈沈帳幄曉光初。當戶夷官立起居。共說一行寒色滿。夜來微霰洒庭除。右問安

從事次韻
强戴猴冠首屢回。斷毛垂後羽毰毸。傳言跣足中門外。爲是逢迎漢使來。右島主

其二
蠻方文字重硨磲。故遣山僧管國書。萬里遠來迎使節。一雙金扇並籃輿。右二僧

其三
赤頂無簪不受冠。紫絲纏頂是高官。上堂再拜仍蒲伏。曳地花裙更屈盤。右行禮

其四
斷指相盟俗所耽。繡羅裁服翦雪嵐。爭言富貴非難得。執政于今盡美男。批云果如是則倭奴不足懼也○右小童

其五
視死從來等一毛。借交相報有霜刀。首功新得千金賞。身上皆穿五色袍。右奉行

其六
坐見扶桑上曉暉。建牙吹角敞重扉。朝臺自昔靑螺道。賓館如今設綉幃。右正廳

其七
板扉橫閉翠帷齊。臥聽蠻村唱曉鷄。異俗本來無燠室。辟寒爭致越中犀。右寢堂

其八
異俗盤飧觸眼新。烹鯄焦鼈是兼珍。金犁撓却雕胡飯。玉椀盛來麴米春。右振舞

其九
活火頻添起綵霞。山僧供客揀新茶。日將七椀蘇枯肺。却愧玆行負債多。煎茶

其十
每日夷官趁曉初。自言賓館不堪居。更將棕箒循階戺。恐有香塵爲掃除。右問安

  *** 김세렴(金世濂)   :  도원(道源), 동명(東溟), 문강(文康)

1593(선조 26)∼1646(인조 24). 조선 중기의 문신.


   본관은 선산(善山). 자는 도원(道源), 호는 동명(東溟). 김홍우(金弘遇)의 증손으로, 할아버지는 영흥부사(永興府使) 김효원(金孝元)이고, 아버지는 통천군수 김극건(金克鍵)이며, 어머니는 양천 허씨로 홍문관전한(弘文館典翰) 허봉(許篈)의 딸이다.

   22세에 생원·진사시에 합격, 1616년(광해군 8) 증광 문과에서 장원 급제해 예조좌랑이 되었으며, 시강원사서(侍講院司書)를 겸임하였다. 이어 홍문관수찬(弘文館修撰)으로 지제교(知製敎)를 겸하고 전적(典籍)을 거쳐, 1617년에는 정언(正言)이 되었다.

이 해 폐모론을 주장하는 자들을 탄핵하다가 곽산으로 유배, 1년 만에 강릉으로 이배(移配)되었다. 1년 뒤 귀양에서 풀려났지만 벼슬은 하지 못하였다. ㅡ 중략

   1636년 통신사를 일본에 파견할 때 부사로 선발되어 다녀온 뒤, 사간을 거쳐 황해도관찰사로 부임하였다. 1638년 동부승지를 거쳐 병조참지와 병조·형조·이조참의, 부제학을 역임하였다.

   1641년 늙은 어머니의 봉양을 위해 외직을 자원해 안변도호부사·황해도관찰사를 지내면서, 『근사(近思)』·『소학(小學)』·『성리자의(性理字義)』·『독서록(讀書錄)』 등을 간행하고 향약을 실시하는 등 도민의 교화에 힘썼다. 1644년 평안도관찰사로 옮겼다가 대사헌으로 조정에 들어가 홍문관제학을 겸임했고, 바로 도승지를 거쳐 호조판서로 군현 방납(郡縣防納)의 폐단을 시정하였다.

   만년에는 경서 연구에 전력했고, 문장이 아름다웠으며 특히 시문에 능하였다. 김세렴을 가리켜 김류(金鎏)는 ‘진학사(眞學士)’로, 정경세(鄭經世)는 ‘당대 제일의 인물’이라고 칭송하였다. 시호는 문강(文康)이다. 저서로는 『동명집(東溟集)』·『해사록(海槎錄)』 등이 있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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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탄집 제1권 / 시(詩)     ㅡ 이승소(李承召)



권사룡, 하응천, 최운장, 성화중과 함께 흥덕사의 누각에서 놀며 사물을 읊다〔同權士龍河應千崔雲章成和仲遊興德寺樓詠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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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蓮〕
우연히 절 찾아가니 연봉오리 막 터져서 / 偶到茄藍菡萏開
폴폴 풍긴 맑은 향기 산기슭에 가득하네 / 淸香馥馥滿山隈
살랑 바람 불어오자 물에 압록 일렁이고 / 波搖鴨綠輕風動
소낙비가 쏟아지자 잎은 진주 쏟아내네 / 葉瀉蠙珠驟雨來
천년 뒤에 청루에서 꾸던 꿈을 깨었을 때 / 夢覺靑樓千載後
어느 누가 기녀들을 한꺼번에 오게 하랴 / 誰敎紅粉一時回
해어화가 배 주변을 감싸 돌게 한다면야 / 若能解語船邊繞
정히 오아 목석 같은 간장을 다 빼앗으리 / 定奪吳兒木石懷

게〔蟹〕
찬 물결은 잔잔하고 푸른 연잎 기운 속에 / 寒波細縮碧荷傾
무장공자 기어가는 것이 가끔 보이누나 / 時見無腸公子行
모래밭서 집게발을 들어 창칼 부딪치고 / 沙渚橫?交劍戟
입 속에서 거품 뿜어 하얀 구슬 쏟아내네 / 口中噓沫散瑤瓊
모르겠네 뭐에 노해 눈을 그리 부릅떴나 / 不知睅目緣誰怒
그리고 또 뭐에 놀라 옆으로만 기어가나 / 且問橫行有底驚
뱃속 가득 황금 품고 있는 것이 빌미 되어 / 滿腹黃金終作祟
가을 깊자 생선들과 되레 함께 삶기누나 / 秋深還與小鮮烹

마름 위로 바람 불어 푸른 잎새 기운 속에 / 藕上風來翠蓋傾
슬쩍 보니 잎 아래서 옆으로다 기어가네 / 回看葉底便橫行
발이 크니 거북이의 장륙술을 어찌 알랴 / 巨?豈解龜藏六
거품 뿜어 애오라지 교읍경과 다투누나 / 噴沫聊爭鮫泣瓊
가을 되어 물가 마을 곳곳이 다 즐겁거니 / 秋到水鄕隨處樂
밤 깊어서 고기 잡는 불에 몇 번 놀랐던가 / 夜深漁火幾番驚
소선은 도랑 속에 사는 게 맛 모르고서 / 蘇仙不識渠中味
차 단지에 게 눈 삶는 것만 좋아하였구나
/ 只喜茶甌蟹眼烹

[주-D001] 권사룡(權士龍) …… 읊다 : 
권사룡과 하응천(河應千), 최운장(崔雲章)은 자세하지 않으며, 성화중(成和仲)은 성간(成侃, 1427~1456)이다. 성간은 본관은 창녕(昌寧), 자는 화중, 호는 진일재(眞逸齋)이다. 유방선(柳方善)의 문인으로, 경사(經史)는 물론 제자백가서(諸子百家書)도 두루 섭렵하여 문장(文章), 기예(技藝), 음률(音律), 복서(卜筮) 등에 밝았다. 저서로는 《진일재집》이 있다. 흥덕사(興德寺)는 서울 동부(東部) 연희방(燕喜坊)에 있던 절인데, 주위에 연못이 있었다.
[주-D002] 압록(鴨綠) : 
오리의 머리에 있는 푸른빛을 말한다.
[주-D003] 청루(靑樓) : 
푸른색으로 칠해 아름답게 장식한 누각으로, 전하여 기원(妓院)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주-D004] 해어화(解語花) : 
말을 알아듣는 꽃이란 뜻으로, 꽃과 같이 아름다운 여인을 가리킨다. 당나라 현종(玄宗)이 태액지(太液池)에 천엽백련화(千葉白蓮花)가 활짝 피었을 때 귀척들과 주연을 베풀고 그 꽃을 완상하다가 좌우 신하들에게 양 귀비(楊貴妃)를 가리키며 이르기를 “어찌 말할 줄 아는 나의 이 꽃만이야 하겠느냐.〔爭如我解語花〕”라고 했던 데서 온 말이다. 《說郛 卷52上》
[주-D005] 오아(吳兒) …… 간장 : 
오아는 진(晉)나라 때 오(吳) 땅의 은사(隱士)인 하통(夏統)을 가리킨다. 하통이 일찍이 낙양(洛陽)의 물 위에서 가충(賈充)과 어울려 노닐 적에, 가충이 미녀들을 실은 배로 하통의 배 주위를 세 겹이나 둘러싸게 하였다. 그런데도 하통이 여전히 단정하게 앉아 미동도 하지 않자, 가충이 “이 오아는 정말 목인(木人)이요, 석심(石心)이다.” 하면서 탄복했다는 고사가 전한다. 《晉書 卷94 隱逸列傳 夏統》
[주-D006] 무장공자(無腸公子) : 
창자가 없는 공자라는 뜻으로, 게의 별칭이다.
[주-D007] 뱃속 …… 것 : 
게가 알을 잔뜩 품고 있는 모양을 형용한 것이다.
[주-D008] 장륙술(藏六術) : 
거북이가 머리와 꼬리, 네 발 등 여섯 부분을 자신의 껍데기 속에 숨기는 것을 말하는데, 전하여 선비가 자신의 본모습을 숨긴 채 시골에 은거하는 것을 말한다.
[주-D009] 거품 …… 다투누나 : 
게가 흰 거품을 내뿜는 것이 마치 구슬을 토해 내는 것과 같음을 형용한 것이다. 교읍경(鮫泣瓊)은 교인(鮫人)들이 눈물을 흘려 만들어 내는 구슬로, 전설에 의하면 남해의 바닷속에는 교인이라는 이상한 사람들이 사는데, 이들은 베를 잘 짜며, 눈물을 흘리면 그 눈물이 진주가 된다고 한다.
[주-D010] 소선(蘇仙)은 …… 좋아하였구나 : 
소선은 송나라의 시인인 소식(蘇軾)을 말하고, 게 눈〔蟹眼〕은 차가 막 끓기 시작할 때 마치 게의 눈처럼 자잘하게 일어나는 기포(氣泡)를 말한다. 소식의 〈시원전다(試院煎茶)〉 시에 “게의 눈을 이미 지나서 고기 눈이 나오니, 설설 소리가 솔바람 소리와 흡사하구나.〔蟹眼已過魚眼生 颼颼欲作松風鳴〕” 하였다.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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偶到茄藍菡萏開。淸香馥馥滿山隈。波搖鴨綠輕風動。葉瀉蠙珠驟雨來。夢覺靑樓千載後。誰敎紅粉一時回。若能解語船邊繞。定奪吳兒木石懷。
寒波細縮碧荷傾。時見無腸公子行。沙渚橫?交釰戟。口中噓沬散瑤瓊。不知睅目緣誰怒。且問橫行有底驚。滿腹黃金終作祟。秋深還與小鮮烹。
藕上風來翠蓋傾。回首葉底便橫行。巨?豈解龜藏六。噴沫聊爭鮫泣瓊。秋到水鄕隨處樂。夜深漁火幾番驚。蘇仙不識渠中味。只喜茶甌蟹眼烹。


  *** 이승소 (李承召 ) 윤보(胤保), 삼탄(三灘), 문간(文簡)


요약 1422(세종 4)∼1484(성종 15). 조선 전기의 문신.


  본관은 양성(陽城). 자는 윤보(胤保), 호는 삼탄(三灘). 고려조 시중 이춘부(李春富)의 현손이며, 이옥(李沃)의 증손으로, 할아버지는 이사근(李思謹)이다. 아버지는 병조판서 이온(李蒕)이며, 어머니는 이회(李薈)의 딸이다.


   

  1438년(세종 20) 17세로 진사시에 합격하고, 1447년(세종 29) 식년 문과에 장원으로 급제해 집현전부수찬(集賢殿副修撰)에 임명되었다. 이어 부교리(副校理)·응교(應敎)에 승진하고, 1454년(단종 2) 장령(掌令)이 되었다. 세조가 즉위하자 집현전직제학으로서 원종공신(原從功臣) 2등에 책록되었다.

   이듬해 예문관응교를 지내고, 1458년(세조 4) 예조참의가 되어 『초학자회언해본(初學字會諺解本)』을 찬정하였다. 이어 형조와 호조의 참의를 거쳐 1459년 사은사(謝恩使)의 부사로 명나라에 다녀왔으며, 이조참의·예문관제학을 지냈다. 1462년 예문관제학으로서 사성을 겸하고, 세조가 지은 『병장설(兵將說)』을 찬수하였다.  ㅡ 중략


   1472년 민간에 산재한 조종의 법전을 수집해 춘추관에 보관했고, 제사(諸史)의 간행·보급을 주청했으며, 1475년에는 교육 강화와 해불론(害佛論)을 제의하였다. 그리고 여러 차례 과거를 주관, 인재 등용에 힘썼으며, 왜인·야인의 접대를 주관하였다.

이어 우참찬이 되고, 1480년 이조·형조의 판서를 역임하면서 신숙주(申叔舟) 등과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를 편찬하였다. 1480년 주문사(奏聞使)의 부사로 다시 명나라에 다녀와 그 공으로 노비 6구, 전지 40결을 받았다.

   그러나 정사였던 한명회(韓明澮)의 사헌궁각사건(私獻弓角事件)에 연루되어 간관의 탄핵을 받았다. 그 뒤 이조판서·형조판서·우참찬·좌참찬으로서 문명을 날렸으나, 1483년 병이 심해져 사직을 청하자 한직인 지중추부사로 옮겨져 녹봉을 특별히 받았다.

   성품은 사물을 접하면 힘써 대체(大體)를 알고자 했고, 널리 독서해 예·악·병(兵)·형(刑)·음양(陰陽)·율(律)·역(曆)에 두루 통달하였다. 특히 문장으로 이름을 남겼다. 청렴해 집안에 꾸민 것이 없었다고 한다. 저서로는 『삼탄집』이 있다. 시호는 문간(文簡)이다.  /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성종실록 162권, 성종 15년 1월 10일 무술 2번째기사 1484년 명 성화(成化) 20년

양성군 이승소의 졸기



양성군(陽城君) 이승소(李承召)가 졸(卒)하였다. 철조(輟朝)하고 조제(弔祭)·예장(禮葬)을 예(例)와 같이 하였다. 이승소의 자(字)는 윤보(胤甫)이고 본관은 양성(陽城)인데, 증(贈) 병조 판서(兵曹判書) 이온(李蒕)의 아들이다. 나면서 영특하여 나이 열 세 살에 입학하였는데, 글을 읽을 적에 눈에 지난간 것은 문득 외었고, 모의 시험의 글을 짓는 데에 동류들이 미치지 못하였다. 정통(正統)084) 무오년085) 에 열 일곱 살로서 진사(進士) 시험에 합격하였고, 정묘년086) 봄에는 문과(文科)에 합격하여 남성(南省)087) 과 전시(殿試)에 모두 1등으로 발해(發解)하였다. 집현전 부수찬(集賢殿副修撰)에 제수(除授)되고 가을에는 또 중시(重試)에 합격하였다. 경태(景泰)088) 경오년089) 에 부교리(副校理)에 오르고, 신미년090) 에는 응교(應敎)에 올랐으며, 갑술년091) 에는 사헌부 장령(司憲府掌令)으로 옮겼다가, 세자 좌필선(世子左弼善)으로 옮겨서 집현전 직제학(集賢殿直提學)·세자 보덕(世子輔德)에 올랐다. 천순(天順)092) 정축년093) 에 통정 대부(通政大夫)에 올라서 성균관 대사성(成均館大司成)에 제수되고, 이조(吏曹)·호조(戶曹)·예조(禮曹)·형조(刑曹) 등 4조(曹)의 참의(參議)를 거쳤다. 경진년094) 에는 가선 대부(嘉善大夫)에 올라서 예문관 제학(藝文館提學) 겸 세자 부빈객(世子副賓客)에 제수되었다.

세조(世祖)가 일찍이 석도(釋道)095) 를 논하였는데, 이승소가 바른 의논을 하고 아첨하지 아니하니, 사람들이 모두 칭찬하였다. 곧 겸 충청도 관찰사(忠淸道觀察使)에 제수되었는데 모든 사무를 간이(簡易)하게 처리하니, 온 도(道)가 안연(晏然)096) 하였다. 성화(成化) 무자년097) 에 예조 참판(禮曹參判) 겸 예문관 제학(兼藝文館提學)에 제수되고, 신묘년098) 에는 순성 좌리 공신(純誠佐理功臣)의 호(號)를 하사받고 양성군(陽城君)에 봉(封)해졌으며, 자헌 대부(資憲大夫) 예조 판서에 올라 의정부 우참찬(議政府右參贊)에 옮겼다. 신축년099) 에는 품계가 정헌 대부(正憲大夫)에 더해져서 이조(吏曹)·형조(刑曹) 두 조(曹)의 판서를 지내고, 임인년100) 에는 특별히 숭정 대부(崇政大夫)에 더해져서 의정부 좌참찬(議政府左參贊)에 옮겼다가 이 때에 이르러 졸(卒)하니, 나이가 63세이다.

문간(文簡)이라고 시호(諡號)하니, 널리 듣고 많이 본 것을 문(文)이라 하고, 거처를 공경히 하고 행함을 간략하게 한 것을 간(簡)이라 한다. 사람됨이 천자(天資)가 온순(溫醇)하고 학문이 정심(精深)하여 무릇 음양(陰陽)·지리(地理)·의약(醫藥)의 글에 밝게 통하지 아니함이 없고, 문장이 전아 정순(典雅精純)하여 한 시대의 우두머리가 되었다. 성품이 청렴 간소하며 공손하고 삼가하여 드러내기를 일삼지 아니하며, 금회(襟懷)101)쇠락(灑落)102) 하여 날마다 서사(書史)로써 스스로 즐김을 삼았다. 죽는 날에 집에 남은 재물이 없었다.

사신(史臣)이 논평하기를, "이승소풍자(風姿)103) 가 단아하고 조리(操履)104) 가 맑고 삼가서 산업(産業)을 경영하지 아니하며, 함부로 사귀어 놀지 아니하니, 사람들이 금옥 군자(金玉君子)라고 일컬었다. 성품이 겸손하고 양보하여 일찍이 능함으로써 남보다 먼저 하지 아니하였다. 문장이 서거정(徐居正)과 더불어 이름이 맞먹었는데 서거정은 홀로 문병(文柄)105) 을 마음대로 하고 이승소는 매양 미루어 사양하며 감히 항거하지 아니하였다. 오랫동안 경연(經筵)에 있으면서 강론(講論)하고 규풍(規諷)106) 하여 도운 바가 많았다. 그러나 정사(政事)의 재주가 없어서 일찍이 이조 판서가 되었을 때에 주의(注擬)107) 를 아랫사람에게 맡기고 전혀 가부를 말하지 아니하여 착오를 많이 이루었으니, 이것이 그 단점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4책 162권 8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560면
  • 【분류

    인물(人物) / 역사-사학(史學)


  • [註 084]
    정통(正統) : 명나라 영종(英宗)의 연호.
  • [註 085]
    무오년 : 1438 세종 20년.
  • [註 086]
    정묘년 : 1447 세종 29년.
  • [註 087]
    남성(南省) : 국자감시(國子監試).
  • [註 088]
    경태(景泰) : 명나라 대종(代宗)의 연호.
  • [註 089]
    경오년 : 1450 세종 32년.
  • [註 090]
    신미년 : 1451 문종 원년.
  • [註 091]
    갑술년 : 1454 단종 2년.
  • [註 092]
    천순(天順) : 명나라 영종(英宗)의 중조(重祚) 연호.
  • [註 093]
    정축년 : 1457 세조 3년.
  • [註 094]
    경진년 : 1460 세조 6년.
  • [註 095]
    석도(釋道) : 불교(佛敎).
  • [註 096]
    안연(晏然) : 평안하고 태평스러움.
  • [註 097]
    성화(成化) 무자년 : 1468 세조 14년.
  • [註 098]
    신묘년 : 1471 성종 2년.
  • [註 099]
    신축년 : 1481 성종 12년.
  • [註 100]
    임인년 : 1482 성종 13년.
  • [註 101]
    금회(襟懷) : 마음 속에 깊이 품고 있는 회포.
  • [註 102]
    쇠락(灑落) : 깔끔하여 마음에 거리낌이 없음.
  • [註 103]
    풍자(風姿) : 풍채와 모양.
  • [註 104]
    조리(操履) : 몸가짐과 마음가짐.
  • [註 105]
    문병(文柄) : 학문상의 세력.
  • [註 106]
    규풍(規諷) : 경계하고 풍간(諷諫)함.
  • [註 107]
    주의(注擬) : 관원을 임명할 때 먼저 문관(文官)은 이조(吏曹), 무관(武官)은 병조(兵曹)에서 후보자 세 사람[三望]을 정하여 임금에게 올리던 것.



陽城君 李承召卒輟朝, 弔祭、禮葬如例。 承召, 字胤保, 陽城人。 贈兵曹判書之子。 生而穎異, 年十三入學, 讀書過目輒誦, 擬試程文, 儕輩莫及。 正統戊午年, 十七中進士試。 丁卯春, 中文科, 發解南省殿試, 皆居第一人, 拜集賢殿副修撰, 秋又中重試。 景泰庚午陞副校理, 辛未陞應敎, 甲戌遷司憲府掌令, 轉世子左弼善, 陞集賢殿直提學、世子輔德。 天順丁丑, 陞授通政成均館大司成, 歷吏、戶、禮、刑四曹參議。 庚辰陞授嘉善藝文館提學兼世子副賓客。 世祖嘗論釋道, 承召正議不阿, 人皆稱之。 尋拜兼忠淸道觀察使, 每事務從簡易, 一道晏然。 成化戊子, 拜禮曹參判兼藝文館提學。 辛卯賜純誠佐理功臣之號, 封陽城君, 陞資憲禮曹判書, 轉議政府右參贊。 辛丑階加正憲, 歷吏、刑兩曹判書。 壬寅特加崇政, 移議政府左參贊。 至是卒, 年六十三。 諡文簡, 博文多見: ‘文;’ 居敬行簡: ‘簡。’ 爲人, 天資溫醇, 學問精深, 凡陰陽、地理、醫藥之書, 無不通曉, 爲文章, 典雅精(絶)〔純〕 , 爲一時冠。 性廉簡恭謹, 不事表襮, 襟懷灑落, 日以書史自娛。 死之日, 家無餘財。

【史臣曰: "承召, 風姿端雅, 操履淸愼, 不營産業, 不妄交遊, 人稱: ‘金玉君子。’ 性謙退, 未嘗以能先人。 文章與徐居正濟名, 而居正獨擅文柄, 承召每推重, 不敢抗。 久在經筵, 講論規諷, 多所裨益。 然無政事之才, 嘗判吏曹, 注擬悉委於下, 漫不可、否, 多致錯誤, 此其短也。"】


  • 【태백산사고본】 24책 162권 8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560면
  • 【분류】
    인물(人物) / 역사-사학(史學)






한반도 해양문화 원형[조선 성종]동지사 이승소가 오례 중에서 군례를 빠뜨려서는 안된다고 하다

[조선 성종]동지사 이승소가 오례 중에서 군례를 빠뜨려서는 안된다고 하다

   경연에 나아갔다. 강(講)하기를 마치자, 동지사(同知事) 이승소(李承召)가 아뢰기를, ˝길례(吉禮)·흉례(凶禮)·군례(軍禮)·빈례(賓禮)·가례(嘉禮)의 이것을 오례(五禮)라고 하는데, 이제 만약 군례를 삭제한다면 오례가 갖추어지지 못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군례를 다 삭제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군례 가운데에서 총통(銃筒)을 만드는 법만 삭제할 뿐이다. 왜인(倭人)이 본래 석류황(石硫黃)을 쓰는 법을 알지 못하는데, 만약 이 법이 왜국(倭國)에 전해진다면 작은 일이 아니다.˝ 하였다. 이승소가 말하기를, ˝총통(銃筒)을 만드는 법에 약(藥)을 쓰는 법이 실리지 아니하였으니, 왜인(倭人)이 비록 본다 하더라도 화포(火砲)를 쏘는 법을 알지 못할 것이니, 진실로 해로움이 없습니다.˝ 하니, 영사(領事) 김국광(金國光)이 말하기를, ˝약을 쓰는 법을 기록하지 아니하였다면 삭제하지 않더라도 무방합니다.˝ 하자, 임금이 말하기를, ˝삭제할지의 여부를 상의하여 계달하라.˝ 하였다. 임금이 또 말하기를, ˝구변국(久邊國)의 통신사(通信使)로 온 자를 내가 믿을 수 없다.˝ 하니, 이승소가 대답하기를, ˝대마도 도주(對馬島島主)에게 물으니, 도주가 알지 못한다고 대답?求? 신의 생각으로는 살마주(薩摩州)·박다(博多) 사람이 거짓으로 서계(書契)를 만들어서 온 것인 듯합니다. 예전에 유구 사자(琉球使者)라고 일컫는 자가 있었는데, 바로 박다(博多) 사람이 유구국에 가서 청하여 서계를 받아 가지고 온 것입니다. 지금 온 자도 아마 이러한 부류일 듯합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그러나 또한 접대하는 것이 마땅하다. 다만 이에 따라서 거짓 사자(使者)가 그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하니, 이승소가 말하기를, ˝사신이 이르기를 기다려서 그 나라의 풍속(風俗)과 국왕(國王)의 파계(派系)를 물으면 참됨과 거짓을 알 수 있습니다.˝ 하였다. 출처 : 『조선왕조실록』 성종 9년 10월 15일(계묘)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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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탄집 제6권 / 시(詩)



유구국의 사신 자단 상인의 시운에 받들어 화답하다〔奉和琉球國使自端上人詩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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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길 눈보라가 쳐서 정히 쓸쓸한데 / 征途風雪正蕭條
병석 들고 표연하게 다시 조정 들어왔네 / 甁錫飄然再入朝
신선 뗏목 띄워서는 만리 먼 길 유람해 와 / 穩泛仙槎遊萬里
상서로운 해가 중천 뜨는 거를 바라봤네 / 欣瞻瑞日上重霄
흥이 일어 붓을 들자 시는 상대될 이 없고 / 興來揮翰詩無敵
졸다 깨어 끓는 차를 손으로다 가늠하네 / 睡罷煎茶手自調
세속 인연 따르는 건 기량 많은 탓이거니 / 隨世應緣多伎倆
은거하여 도끼 자루 썩는 거를 묻지 마소 / 隱居休問爛柯樵

봄바람이 버들가지 흔드는 걸 알겠거니 / 漸覺春風動柳條
고향으로 가는 깃발 꽃 핀 아침 출발하네 / 故園旋旆趁花朝
몸은 갈대 잎을 따라 삼도를 다 지나왔고 / 身隨蘆葉經三島
꿈은 선소 생각하여 구소에서 내려왔네 / 夢想仙韶下九霄
영가 화답하려 하나 어찌할 수 있으리오 / 欲和郢歌那可得
제슬이라 서로 간에 안 어울려 부끄럽네 / 自慙齊瑟不相調
옛 선방에 솔은 이미 가지가 다 누웠는데 / 舊房松已枝西偃
어느 때나 차 끓이려 나뭇가지 주으려나 / 煮茗何時拾墮樵


[주-D001] 자단 상인(自端上人) : 
유구국(琉球國)의 왕 상덕(尙德)이 사신으로 보낸 중으로, 1471년(성종2) 11월 2일에 우리나라로 들어와 조회하고 12월 13일에 하직 인사를 하고 떠났다.
[주-D002] 병석(甁錫) : 
중들이 여행할 때 가지고 다니는 물병과 지팡이를 말한다.
[주-D003] 은거하여 …… 마소 : 
산속에 숨어 지내지 말고 세상에 나와서 일을 하라는 뜻이다. 진(晉)나라 때 왕질(王質)이 석실산(石室山)으로 나무를 하러 갔다가 동자(童子) 몇 명이 바둑을 두면서 노래하는 것을 보고는 곁에서 구경하였다. 동자가 대추씨처럼 생긴 것을 주기에 먹었는데, 배가 고픈 줄을 몰랐다. 얼마 있다가 동자가 “어찌하여 안 돌아가는가?” 하기에, 왕질이 일어나 도끼를 보니 자루가 다 썩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함께 살던 사람들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述異記 卷上》
[주-D004] 몸은 …… 지나왔고 :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왔다는 뜻이다. 삼도(三島)는 중국의 동쪽에 있는 발해 가운데 있다고 하는 삼신산(三神山)으로, 봉래산(蓬萊山)ㆍ방장산(方丈山)ㆍ영주산(瀛洲山)을 말한다. 이 삼신산에는 신선들이 살고 불사약(不死藥)이 있으며, 새와 짐승이 모두 희고 궁궐이 황금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주-D005] 꿈은 …… 내려왔네 : 
선소(仙韶)는 신선의 음악으로, 하늘나라의 음악을 말하고, 구소(九霄)는 하늘의 가장 높은 곳을 말하는데, 전하여 대궐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주-D006] 영가(郢歌) : 
전국 시대 초(楚)나라의 고아(高雅)한 가곡으로, 일반적으로 고상하고 아취 있는 곡이나 아름다운 시를 뜻하는 〈양춘곡(陽春曲)〉을 말한다. 옛날에 초나라의 서울인 영(郢)에서 노래를 잘 부르는 어떤 사람이 처음에는 보통 유행가인 〈하리파인(下里巴人)〉을 불렀더니, 같이 합창하여 부르는 자가 수백 명이 있었다. 그러나 수준이 높은 노래를 부르니 따라서 합창하는 자가 10여 명에 지나지 않았고, 〈양춘백설(陽春白雪)〉이라는 최고급의 노래를 부를 적에는 따라 부르는 자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주-D007] 제슬(齊瑟) : 
세상일에 오활하여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제왕(齊王)이 음률을 좋아한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사람이 비파〔瑟〕를 가지고 제왕을 찾아가 3년을 궐문(闕門)에서 기다렸으나 제왕을 만나 보지 못했다. 그러자 어떤 사람이 “제왕은 피리를 좋아하는데 그대가 비파를 가져왔으니 조화될 수 없다.” 하였다. 《韓非子 解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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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탄집 제7권 / 시(詩)


일암 팔영〔一菴八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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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단반각(蒲團盤脚)
포단 위에 앉자 몹시 자리 편안해 / 蒲團坐深穩
마른 다리 뱀이 똬리 튼 것만 같네 / 瘦脚如蛇盤
어느 누가 한 백년의 고통 가지고 / 誰把百年苦
반나절의 한가함과 맞바꿀 건가 / 博他半日閑
담봉 보면 나는 둔해 남부끄럽고 / 談鋒愧吾鈍
심지 보면 선사의 맘 넓음 부럽네 / 心地羨師寬
백부는 세상 인연 연연치 않고 / 白傅世緣淺
나이 들자 소만 놓아 보내 주었네
/ 年來遣小蠻

목침지두(木枕支頭)
뿌리 서릴 땅을 얻지 못하여서는 / 蟠根不得地
천길 되는 산꼭대기 몸 의탁했네 / 千仞托危顚
도끼날이 어느 날에 찾아들었나 / 斤斧尋何日
겪은 풍상 햇수조차 기억 못 하네 / 風霜不記年
머리에다 벨 건 오직 너뿐이거니 / 支頭聊爾耳
꿈속 나비 다시금 또 유유하구나 / 夢蝶更悠然
알지니라 이 가운데 아취 있어서 / 要識此中趣
태고 옛적 하늘 위를 소요하는 걸 / 逍遙太古天

자다연구(煮茶聯句)
산골 아이 절구질해 차를 찧으매 / 山童敲茶臼
월단 부숴 옥가루로 만들었다네 / 玉屑碎月團
차 달이자 해안에다 어안 나오고 / 煎出蟹魚眼
가끔씩은 금수 간장 적시는구나 / 時澆錦繡肝
시 지으면 귀신 응당 울음 울 거고 / 詩成鬼應泣
맘 안정돼 우물물에 물결 안 일리 / 心定井無瀾
석정시의 걸출했던 그 시 구절은 / 石鼎龍頭句
예로부터 압도하기 어려웠다네 / 從來壓倒難

도등위기(挑燈圍棋)
비자나무 바둑판은 벼락 소리 나 / 楸枰響霹靂
담소 속에 자신 재능 다 발휘하네 / 談笑爭售能
바둑돌은 번개처럼 빨리 놓이고 / 子落疾如電
속은 타서 얼음 먹을 생각하누나 / 情炎思飮氷
패한 모습 어쩜 그리 위축되는가 / 輸形何縮恧
승세 타면 기세 심히 등등해지네 / 勝勢太凌騰
팔짱 끼고 서로 간에 오래 버티매 / 袖手相持久
한 등잔이 다 타 등불 가물거리네 / 消殘一盞燈

개창완월(開窓翫月)
얼음 바퀴 하늘 위를 굴러서 가자 / 氷輪輾玉宇
밝은 빛이 비단 바른 창에 비치네 / 皎皎當紗囱
계수나무 열매 향기 멀리 풍기고 / 桂子飄香遠
예상 춤을 추는 소매 쌍으로 도네 / 霓裳舞袖雙
둥근 모습 작아 마치 거울 같으며 / 團團小如鏡
곳곳마다 빛을 나눠 강 속에 있네 / 處處影分江
서로 간에 마주하여 세 벗이 되매 / 相對結三友
나의 번뇌 심사를 다 씻어주누나 / 洗吾熱惱腔

격벽청송(隔壁聽松)
처마 바깥 소나무는 천 자나 되어 / 簷外松千尺
바람 불자 윙윙 우는 소리 들리네 / 風來聞激湍
밤이 깊자 등잔불은 가물거리고 / 夜深燈晻曖
오래되자 손님들은 다 떠나가네 / 坐久客闌跚
만 구멍이 절로 울다 고요해지니 / 萬竅自喧寂
두 기운은 일정하지 않은 것이네 / 二氣無定端
내가 이제 일암 선사 향해 묻노니 / 且問一菴老
바쁜 것과 한가한 게 어떠하더뇨 / 云何忙與閑

옹갈고면(擁褐高眠)
하얀 해가 동쪽에서 떠올라서는 / 受日自東出
빛을 나눠 나의 책상 비춰주누나 / 分光照我床
따사롭긴 두건 도포보다 더 나아 / 暖勝黃襖子
가물가물 흑첨향에 절로 드누나 / 迷入黑甜鄕
습관이야 삼생의 연 맺음 끊었고 / 習斷三生結
선정은 또 한 맛 긴 데 들어갔다네 / 禪參一味長
누가 능히 큰 꿈에서 깨어나서는 / 誰能覺大夢
상대와 나 양쪽을 다 서로 잊으랴 / 人我兩相忘

문종심성(聞鍾深省)
선방에서 티끌세상 상념을 끊자 / 禪房絶塵想
흥은 높은 봉우리에 들어 묘하네 / 興入妙高峯
세속인은 꿈속 깊이 빠져 있는데 / 俗子枕中夢
사미승은 한밤중에 종을 치누나 / 沙彌夜半鍾
한 소리에 깊은 생각 발하게 하니 / 一聲深省發
많은 겁의 허망스러운 인연은 짙네 / 多劫妄緣濃
바라노니 법뢰 내게 빌려주어서 / 願借法雷振
꽁꽁 닫힌 미혹된 맘 열어주시게 / 迷心啓蟄封
[주-D001] 포단반각(蒲團盤脚) : 
포단 위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있다는 뜻이다. 포단은 부들로 만든 둥근 방석을 말하는데, 승려들이 좌선할 때나 예배할 때 흔히 이 방석을 사용한다.
[주-D002] 백부(白傅)는 …… 주었네 : 
백부는 태자 소부(太子小傅)에 임명되었던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를 가리킨다. 소만(小蠻)은 백거이의 무기(舞妓)이자 애첩이었던 여인이다. 백거이가 소만을 몹시 사랑하였으나, 자신이 늙자 다른 사람을 만나 편안히 살라고 하면서 소만을 보내 주었다. 《新唐書 卷119 白居易列傳》
[주-D003] 목침지두(木枕支頭) : 
목침을 베고 누워 있다는 뜻이다.
[주-D004] 꿈속 나비 : 
옛날에 장주(莊周)가 꿈속에서 나비가 되었는데, 자신이 장주인 줄도 알지 못하다가 얼마 뒤에 깨어나니 바로 장주였다. 이에 장주가 꿈에서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꿈에서 장주가 된 것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莊子 齊物論》
[주-D005] 자다연구(煮茶聯句) : 
차를 끓이면서 함께 시구를 이어서 짓는다는 뜻이다.
[주-D006] 월단(月團) : 
차를 둥글게 뭉쳐 덩이로 만든 것을 말한다.
[주-D007] 차 …… 나오고 : 
해안(蟹眼)은 게의 눈으로, 찻물이 막 끓기 시작할 때에 게의 눈처럼 자잘하게 일어나는 기포(氣泡)를 말한다. 어안(魚眼)은 물고기 눈으로, 역시 찻물이 한창 끓을 때에 물고기의 눈알 크기로 일어나는 기포를 말한다. 소식의 〈시원전다(試院煎茶)〉 시에 “게의 눈을 이미 지나서 물고기 눈이 나오니, 설설 소리가 솔바람 소리와 흡사하구나.〔蟹眼已過魚眼生 颼颼欲作松風鳴〕” 하였다.
[주-D008] 금수 간장(錦繡肝腸) : 
뱃속에 시문(詩文)이 가득 들어 있다는 말로, 글을 멋지게 짓는 것을 뜻한다. 이백(李白)을 두고 심간(心肝)과 오장(五臟)이 온통 금수(錦繡)로 되어 있다고 찬탄한 고사가 있다.
[주-D009] 맘 …… 일리 : 
마음속이 고요하게 가라앉아 정감(情感)이 일어나 동요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결은 마음이 동요되는 것을 뜻한다.
[주-D010] 석정시(石鼎詩)의 …… 구절 : 
석정시는 당나라 때 도사(道士)인 헌원미명(軒轅彌明)과 유사복(劉思服), 후희신(侯喜新)이 합작한 시 구절을 말한다. 한유(韓愈)가 이 세 사람을 등장시켜서 〈석정연구서(石鼎聯句序)〉를 지었는데, 그 서문에 대략 “헌원미명이란 도사가 형산(衡山)에서 내려와 유사복의 집에서 묵게 되었다. 그때 마침 시로 유명한 후희신이 유사복과 담론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미명을 무시하고 마구 떠들어 댔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미명은 화로 위에 놓인 석정을 가리키며, ‘당신들이 시에 능하다 하니, 이 석정을 두고 나와 시를 지을 수 있겠소?’ 하자, 두 사람은 아니꼽다는 듯 냉소하고 나서 유사복이 먼저 쓰고 후희신도 이어 썼다. 이를 본 도사는 한바탕 웃고 나서, ‘당신들의 시가 고작 이뿐이오?’ 하고는 곧장 시를 썼는데, 그 시에는 다분히 두 사람을 풍자하는 뜻이 담겨 있었다. 그들은 부끄럽게 여기고 온갖 힘을 다했으나 도저히 도사를 당할 수 없게 되자 결국은 도사에게 무릎을 꿇었다.” 하였다. 일반적으로 헌원미명은 한유가 가탁(假託)한 인물이며, 시는 한유가 지은 것이라 한다. 《昌黎集 卷21 石鼎聯句序》
[주-D011] 도등위기(挑燈圍棋) : 
등불을 돋우고 바둑을 둔다는 뜻이다.
[주-D012] 속은 …… 생각하누나 : 
몹시 속이 타는 것을 말한다. 옛날에 섭공(葉公) 자고(子高)가 제나라에 사신으로 가게 되었는데, 공자에게 말하기를 “아침에 사신으로 가라는 명을 받고서 저녁에는 얼음을 먹었는데도 저의 몸 안은 근심으로 인해 타들어 갑니다.” 하였다. 《莊子 人間世》
[주-D013] 개창완월(開窓翫月) : 
창문을 열고 달을 완상한다는 뜻이다.
[주-D014] 얼음 바퀴 : 
달을 형용하는 시어(詩語)이다.
[주-D015] 예상(霓裳) : 
〈예상우의곡(霓裳羽衣曲)〉으로, 본디는 당나라 때의 이름난 악곡이다. 당나라 도사(道士) 나공원(羅公遠)이 중추(仲秋)에 계장(桂杖)을 공중에 던져 은 다리를 만들어 현종(玄宗)과 함께 월궁(月宮)에 올라 선녀들의 춤을 구경하고 〈예상우의곡〉을 듣고 돌아온 고사가 있다.
[주-D016] 세 벗 : 
자신과 하늘 위 달과 강 속의 달을 말한다.
[주-D017] 격벽청송(隔壁聽松) : 
벽을 사이에 두고 솔바람 소리를 듣는다는 뜻이다.
[주-D018] 옹갈고면(擁褐高眠) : 
갈포 옷을 둘러쓰고 깊이 잠든다는 뜻이다.
[주-D019] 흑첨향(黑甜鄕) : 
캄캄하고도 맛이 달다는 뜻으로, 잠을 자는 것을 말한다.
[주-D020] 삼생(三生) : 
불가(佛家)의 용어로, 사람의 과거, 현재, 미래, 즉 전생(前生), 현생(現生), 후생(後生)을 가리킨다.
[주-D021] 문종심성(聞鍾深省) : 
종소리를 듣고 깊은 생각에 잠긴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