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임인년(1902, 광무6)에 나는 동년(同年) 송평숙(宋平叔)을 방문하였다. 평숙이 막 상해에서 돌아와 내게 촉차 사방 1치 되는 것을 주면서 이르기를, “촉 지방 선비에게서 얻었다.” 하였다. 나는 집에 돌아와 차를 끓여 맛을 보았는데, 맛이 매우 향기롭고 시원하였다. 자주 맛을 음미하면서 그를 위해 시 한 수를 읊어 보려고 했으나, 그러지 못하였다. 월곡(月谷)으로 옮겨오면서 휴일에 옛 상자를 점검하였는데, 아직도 그 반이 남아 있었다. 드디어 기쁘게 한 사발을 시음하자니, 시가 뒤따라 이루어졌다. 대개 그 묵은 빚을 갚은 셈이다.
동년의 젊은이는 자가 평숙인데 / 同年少年字平叔
모습은 좌사이나 재주는 반육이네 / 貌如左思才潘陸
풍류는 본래 진나라의 인물들 같아서 / 風流自是晉人物
좁은 강산 싫어서 미련 없이 떠나갔었지 / 掉臂江湖厭局促
하루아침에 배를 돌려 상해에서 돌아와 / 一朝舟碾上海還
빻은 누룩 같은 덩이차를 내게 주었네 / 貽我團茶如破麴
그 말로는 서촉 사람에게 얻은 것인데 / 自言得之西蜀人
풍미가 일반 차와 크게 다르다고 하네 / 風味逈非凡茶族
명성을 들은 뒤로는 감히 가까이 못하다가 / 聞名便已不敢褻
날을 받아 달이면서 삼가 재계하였네 / 筮日煎烹謹薰沐
돌솥을 씻고 씻으니 청명한 빛 발하는데 / 石罐千洗發灝光
가득한 새벽 샘물은 더할 수 없이 맑네 / 汪汪晨泉奪?淥
순식간에 부글부글 거품이 가득하니 / 須臾洶洶魚眼盡
한 조각 떼어 찬 옥 속에 담그네 / 切以方寸浸寒玉
두터운 거품 가는 꽃이 잔 면에 가득하니 / 餑厚花細盞面勻
마시기도 전에 눈길을 먼저 끄네 / 未及下咽先奪目
담담하게 옆 사람과 대화하며 느끼나니 / 慘澹說與傍人知
색깔, 향기, 맛이 모두 과연 촉산(蜀産)이네 / 色香氣味無非蜀
탕화에는 가늘게 금강의 흰 물결 번득이고 / 湯華細翻錦江白
운각은 멀리 아미산의 푸름을 띠고 있네 / 雲脚遙帶峨眉綠
상상컨대 싹이 돋아 잎이 달릴 즈음이면 / 想當吐芽抽鎗時
천협의 산과 계곡에 가득 널렸으리라 / 布滿川峽衆山谷
노두의 시내 곁 숲이 아니면 / 除非老杜溪傍林
참으로 삼소의 사당 뒤 기슭이리라 / 定是三蘇祠後麓
만리 밖까지 유명한 차의 산지인지라 / 萬里歷歷茶産地
산천 풍물이 온통 마음을 자극하네 / 山川風物紛掁觸
중국 유람 평생토록 소원하던 바이지만 / 平生我欲游中國
생각나면 고서를 통할 따름이라네 / 思至惟將古書讀
천태, 안탕에 나막신 소리 울리고 / 天台鴈宕響屐齒
칠택, 삼상에 돛의 배가 불룩하네 / 七澤三湘飽帆腹
서홍조는 형으로 섬길 만하고 / 徐弘祖可兄事之
종소문은 아이처럼 기를 만하네 / 宗少文堪兒輩畜
어찌할거나, 꿈을 꿔도 길을 알지 못하니 / 爭奈夢中不識路
신마가 발해의 굽이에서 방황하네 / 神馬徬徨渤海曲
지금에 와 호락은 말할 필요 없으니 / 如今瓠落莫須說
부끄럽네, 백발 된 거울 속 귀밑머리여 / 靑銅羞對雙鬢禿
한 사발 차에 세 번 탄식하게 되니 / 一椀茶三歎息
어찌하면 이내 몸을 황곡으로 만들어 볼까 / 安得化身爲黃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