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3. 21. 22:26ㆍ茶詩
시(詩)
옹성원의 소영에 제하다[題翁星原小影]
단정하고 씩씩한 데 유려가 섞였다면 / 端莊雜流麗
굳세고 건장한 데 곱고 연함 머금었단 / 剛健含阿娜
동파의 서법 논한 글귀를 들어다가 / 坡公論書句
그걸로써 그대를 평하는 게 옳겠는데 / 以之評君可
이 도상을 살펴보면 십분에 칠은 / 此圖十之七
씩씩하고 건장타곤 못하겠으나 / 莊健則未果
해롭지 않고말고 백천 빛깔이 / 弗妨百千光
모니(牟尼) 구슬 한 덩이로 다 거두는 걸 / 都攝牟珠顆
옳거니 이걸로써 그대를 불러 / 惟是致君來
나와 함께 한 당에 마주 대했네 / 共我一堂中
오운이라 만리의 정다운 꿈은 / 烏雲萬里夢
바다 물결 하늘 바람 감돌아드네 / 海濤廻天風
담실을 바로 모셔 환희 받들고 / 覃室儼侍歡
소연에도 역사를 함께 잡아라 / 蘇筵執役同
문자는 정과 영이 모여졌다면 / 文字聚精靈
신리 또한 원통이 어울렸구려 / 神理合圓通
못난 나는 자갑이 부끄러운데 / 愧我慙雌甲
낳은 때조차 또 특별하다오 / 生辰又特別
그대의 집 묵연으로 헤아리면은 / 以君家墨緣
그대는 섣달생이 마땅하거니 / 宜君生臘雪
하필이면 이 내 몸 낳은 날마저 / 如何我生日
또 다시 유월달이 된단 말인가 / 而復在六月
소동파와 황산곡이 아득하게도 / 依然蘇與黃
그대와 내 하나씩 각기 나눴네 / 君我各分一
바람바퀴 한세상에 돌고 또 도니 / 飆輪轉大世
예전 꿈은 나에게 숙세의 인연 / 前夢吾夙因
입극은 저 식양에 남아있거니 / 笠屐存息壞
양진을랑 석범에 물어보누나 / 石帆叩梁津
단전에 맺혀있는 가을 무지개 / 秋虹結丹篆
뱉은 기운 서려서려 높이 솟아라 / 吐氣蟠嶙峋
석당의 그림자로 고개 돌리니 / 回首石幢影
그대와 더불어 법원사(法源寺) 사리탑(舍利塔) 석당(石幢) 아래에서 상별하였음.
한 숨결 한 숨결에 한 일 또 한 일 / 息息與塵塵
광려산의 시게를 들어 보이니 / 擧似匡廬偈
파상 앞에 부옹이 절을 드리네 / 坡像涪翁拜
금석이라 옛 언약을 거듭 누비어 / 金石申舊約
저울 눈금 실오리도 빠뜨릴세라 / 銖縷窮海外
솔바람에 울리는 돌솥이라면 / 石銚鳴松風
천뢰에 응답하는 구슬 거문고 / 琅琴答天籟
기다리는 한 생각이 신라로 드니 / 一念逾新羅
종경에 해리할 자 누구란 말고 / 竟有何人解
[주C-001]옹성원 : 성원은 청 나라 옹수곤(翁樹崑)의 자인데 옹방강의 아들로서 추사와 지교(知交)였으며, 그의 서옥을 성추하벽지재(星秋霞碧之齋)라 하였는데 성은 성원(星原), 추는 추사(秋史), 하는 신자하(申紫霞), 벽은 유정벽(柳貞碧)을 말함. 그리고 추사를 위하여 홍두산장(紅豆山莊)에 대자(大字)의 편액을 친히 써서 기증하였음.
[주D-001]모니(牟尼) 구슬 : 즉 마니(摩尼)의 보주(寶珠)인데 용왕(龍王)의 뇌에서 나온 것으로 청정옥(淸淨玉)이라 이름.
[주D-002]오운이라……꿈 : 송 나라 채양(蔡襄)이 꿈속에서 "天際烏雲含雨重 樓前紅日照山明 崇陽居士今何在 靑眼看人萬里情"이라고 지은 시를 소식이 썼는데 그 진본을 옹방강이 가지고 있으면서 그것을 탁본하여 추사에게 보냈음.
[주D-003]담실 : 담계(覃溪)의 실(室)로 옹방장의 서재(書齋).
[주D-004]소연 : 소재(蘇齋)를 말함.
[주D-005]자갑 : 갑자(甲子)가 짝수의 날을 만난 것을 이름.
[주D-006]그대는 섣달생 : 옹성원은 생월이 섣달로서 소식의 생월과 같음.
[주D-007]하필이면……말인가 : 추사의 생일이 6월 3월인데 황정견(黃庭堅)의 생일도 6월 3일임.
[주D-008]식양 : 식토(息土)와 같은 말로서 모손과 감소를 모르는 땅임.
[주D-009]석범 : 왕사정(王士禎)의 석범정(石帆亭)을 말한 것인데 옹방강이 그 석범 두 글자를 자기의 당 앞에 새겨 두고 시경헌(詩境軒)이라 이름하였음.
[주D-010]광려산의 시게 : 광려산은 중국의 여산(廬山). 소식의 제서림벽시(題西林壁詩)에 "不識廬山眞面目 只緣身在此山中"이라고 한 것을 말하는데, 산의 참모습을 쉽게 알 수 없음을 뜻함.
[주D-011]파상 앞에 부옹 : 파상은 소식이고 부옹은 황정견임.
[주D-012]돌솥 : 소식의 돌솥이 우수촌(尤水村)의 집에 남아있었는데 수촌이 화모(畫摹)하여 옹방강에게 부쳤음.
수성동 우중에 폭포를 구경하다. 심설의 운에 차함[水聲洞雨中觀瀑 次沁雪韻]
골짝을 들어서자 몇 걸음 안가 / 入谷不數武
발 밑에서 우레소리 우르르르릉 / 吼雷殷屐下
젖다못한 산 안개 몸을 감싸니 / 濕翠似裹身
낮에 가도 밤인가 의심되누나 / 晝行復疑夜
자리 깔아 무엇하리 조촐한 이끼 / 淨苔當舖席
개와(蓋瓦)와 마찬가지 둥그런 솔은 / 圓松敵覆瓦
예전에는 조잘대던 집시락물이 / 簷溜昔啁啾
이제 와선 대아의 소리 듣는 듯 / 如今聽大雅
산 마음이 정히도 숙연해지니 / 山心正肅然
지저귀는 소리 없네 온갖 새들도 / 鳥雀無喧者
원컨대 이 소리를 가지고 가서 / 願將此聲歸
저 야속한 무리들을 깨우쳤으면 / 砭彼俗而野
저녁 구름 갑자기 먹이 퍼지니 / 夕雲忽潑墨
그대더러 시의 뜻을 그리란 걸세 / 敎君詩意寫
조군 추재농서잡영 뒤에 제하다[題趙君秋齋隴西雜咏後]
그대 시는 늙마에 또 격을 이루니 / 君詩老更成
두보 늙은이 시를 얻어왔구먼 / 得於杜老詩
더욱이 근래에 겪은 일들은 / 邇來所遭逢
한마디로 두보와 같지 않은가 / 一與杜似之
두로가 기주에서 노닐던 해는 / 杜老夔州年
그대 바로 농서에 있을 때로세 / 卽君隴西時
세월은 장한 마음 소모해가고 / 歲月耗壯心
간과는 얽히어라 흩은 생각에 / 干戈紆閒思
가슴속에 쌓아 기른 옛날 포부를 / 胸中舊儲蓄
고개 숙여 문사로 향해 나가니 / 低首向文詞
서녘 하늘 대지르는 붓 무지개에 / 筆虹觸西天
제아무리 사기란들 어찌하리오 / 妖氛無以爲
이 체는 틀림없는 변아일진대 / 此體是變雅
정성도 이로 좇아 미루어 알 만 / 正聲從可推
문장이란 너나 없이 공평한 물건 / 文章公平物
지체의 높낮음이 관계할쏜가 / 不以地崇卑
황의라 한록이라 대아의 소리 / 皇矣與旱麓
그대의 재주로서 왜 못 좇겠나 / 豈君才未追
그대 시를 누구나 다 읽겠지만 / 世人讀君詩
읽어도 마침내는 알 이 없으리 / 讀之竟莫知
[주C-001]조군 추재 : 추재는 조수삼(趙秀三)의 호인데 시를 잘하였음.
[주D-001]황의라 한록 : 《시경(詩經)》 대아(大雅) 황의장과 한록장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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