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둔산 용문골 암장 外

2018. 10. 23. 01:44산 이야기



대둔산 용문골 암장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15-01-06 10:20     조회 : 4700    
[한국의 암벽 | 대둔산 용문골 암장] 
 ‘바위 천국’ 이룬 호남의 금강산
  • 글·사진 김용기               
용문골 일원에 암벽등반
루트 50여 개 열려 있어
대둔산(877.7m)은 ‘호남의 금강산’이라 할 만큼 경치가 뛰어나다. 최고봉 마천대를 비롯해 칠성봉과 용문골 일원의 기암괴석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전북 도립공원인 대둔산은 전북 완주군과 충남 논산시, 금산군에 걸쳐 있으며 전주, 대전, 경북 지역을 비롯해 전국의 일반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인기 있는 산이다. 특히 집단시설 지구에서 금강 구름다리를 통해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서울의 북한산만큼 붐빈다. 집단시설지구에서도 대둔산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금강 구름다리 부근과 마천대 암릉, 칠성봉, 용문골 일원은 한 폭의 산수화처럼 아름답다.

설악산의 굵직굵직한 바위들이 웅장함을 자랑한다면 대둔산은 작으면서도 섬세하다. 그러나 갖출 것을 다 갖춘 모자람이 없는 산이다. 능선에서 아래를 내려봐도, 아래에서 위를 올려봐도 절경이다. 어느 곳이든 제각각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 대둔산의 특징이다.

산이 낮아 당일등반이 가능하며 전국 어디에서나 접근이 쉽다. 또한 집단시설지구에 편의시설이 집중되어 있어 숙박과 야영, 주차가 편리하다.


	신선암 ‘시초(5.11a)’를 오르고 있는 김용기등산학교 강사 김홍례씨.
신선암 ‘시초(5.11a)’를 오르고 있는 김용기등산학교 강사 김홍례씨. 이 루트는 페이스의 작은 홀드로 구성되어 있다.

대둔산의 암장들
1990년대 용문골 일원에 30여 개 개척

용문골 일원에는 신선바위에 10여 개, 돼지바위에 5개, 책바위에 10여 개, MC로드바위에 3개, 위문공연바위에 8개, 키슬링바위에 1개 등 총 50여 개 루트가 있다. 대부분 한 피치짜리 루트가 많지만 세 피치에서 다섯 피치짜리 루트들도 있으며, 5.8~5.13급까지 등급도 다양하다.

용문골 입구에 들어서면 기암괴석들이 병풍처럼 웅장하게 펼쳐져 있다. 한마디로 바위 천국에 들어온 느낌을 준다. 루트는 완경사에서 페이스, 크랙, 오버행까지 다양하다. 1980년대 이전 이곳 암장의 루트는 1960년대에 개척된 ‘신선 A, B’ 등 기존 루트와 책바위의 ‘V크랙’ 정도가 전부였다. 1980년대 초 필자의 산악회에서 ‘MC로드 A, B’ 2개의 루트를 추가했지만 대중적인 암장이 되기에는 루트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였다. 그 후 원광대OB 최정길씨가 1990년부터 30여 개의 루트를 추가로 개척함과 동시에 예전 루트들도 보수함으로써 훌륭하고 대중적인 암장으로 변모했다. 이후 개척된 지 20~30년이 지나 볼트가 노후되어 불안했으나 몇 년 전 대전산악연맹 구조대에서 전체 루트를 보수해 확보물이 튼튼한 편이다.


	용문골로 들어가는 초입에 용문골 방향표지판이 있다. 대둔산 암장은 이곳에서부터 어프로치가 시작되며 신선암 암장까지 1km쯤 된다.
▲ 용문골로 들어가는 초입에 용문골 방향표지판이 있다. 대둔산 암장은 이곳에서부터 어프로치가 시작되며 신선암 암장까지 1km쯤 된다.

신선바위

신선바위는 용문골 암자에서 1시 방향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좁은 등산로를 따라 200m 정도 오르면 나온다. 바위 전체의 형태는 비교적 완만한 경사이지만 부분적으로 페이스와 오버행을 이루고 있다. 폭 50m, 높이 150m가량으로 2단으로 이어진 형태이다. 대부분 두 피치 루트들이지만 가장 먼저 개척된 ‘신선 A’ 루트는 네 피치까지 이어진다. ‘MC로드 A’ 루트 역시 다섯 피치나 된다.

신선바위는 초보자 교육장으로 자주 활용되는 곳으로 용문골의 대표적인 암장이라 할 수 있다. 노후한 볼트들은 전부 교체해 확보물은 확실하다. 크랙 등반 시 부분적으로 프렌드가 필요하지만, 대부분 퀵드로만 있으면 등반이 가능하다. 로프 2동이 필요하며 등반 후 루트를 따라 곧바로 하강할 수 있다.

신선바위는 좌측에서부터 ‘청춘(5.9)’, ‘시초(5.11a)’, ‘MC로드 A(5.10b)’, ‘조도(5.10c)’, ‘신선 A(5.10b)’, ‘부부(5.11d)’, ‘솜리(5.10b)’, ‘연합(5.9)’, ‘신선B(5.9)’, 교육용 루트 총 10개의 루트가 열려 있다. ‘신선 A, B’는 기존 루트이며 ‘시초’는 최정길씨가 해외원정을 마친 것을 기념하기 위해 개척한 것이다.


	1 신선바위 ‘부부(5.10d)’를 오르고 있는 설악산자연학교 교장 우성숙씨.
▲ 1 신선바위 ‘부부(5.10d)’를 오르고 있는 설악산자연학교 교장 우성숙씨.

	2 신선바위 전경. 신선바위 우측으로는 초보자들이 오를 수 있는 쉬운 루트들로 구성되어 있다. 신선암 ‘MC로드(5.10b)’ 제1피치 페이스 구간을 오르고 있는 이지민씨. 3 책바위 ‘길장군(5.10c)’을 오르고 있는 인산가 회장 김윤세씨.
2 신선바위 전경. 신선바위 우측으로는 초보자들이 오를 수 있는 쉬운 루트들로 구성되어 있다. 신선암 ‘MC로드(5.10b)’ 제1피치 페이스 구간을 오르고 있는 이지민씨. 3 책바위 ‘길장군(5.10c)’을 오르고 있는 인산가 회장 김윤세씨.

돼지바위

   신선바위에서 10시 방향에 자리하고 있는 대형 암장으로 총 5개의 루트가 개척되어 있다. 바로 밑으로 책바위라고 불리는 큰 바위에서 곧바로 오를 수도 있으며, 조금 까다롭긴 해도 신선바위 쪽에서도 진입이 가능하다. 바위는 크지만 하단에 한 피치 루트들로 구성돼 있다.

주로 페이스 형태로 홀드가 작다. 대부분 밑으로 흐르는 형태이거나 세로형, 언더, 사선형 등으로 되어 있다. 유연성과 균형을 위해 정확한 루트파인딩이 요구된다. ‘공악(5.11a, 40m)’은 전주공전에서 개척했으며 ‘성감대(5.11c, 20m)’, ‘비바리(5.11b, 20m)’, ‘곰소로 가는 길(40m)’ 등은 최정길씨가 개척했다.


	4 용문골 책바위 앞에서 취재에 동행한 일행들. 좌측 앞줄부터 우성숙, 김윤세, 정춘근, 이지민, 김홍례씨.
▲ 4 용문골 책바위 앞에서 취재에 동행한 일행들. 좌측 앞줄부터 우성숙, 김윤세, 정춘근, 이지민, 김홍례씨.

책바위

   신선바위 좌측에 있는 큰 바위이다. 폭 50m, 높이 70m 정도로 오버행과 페이스의 가파른 바위다. 가장 오른쪽에서 시작되는 ‘V크랙’은 1960년대 초창기에 개척된 루트로 첫 피치의 크랙 형태가 V자 모양을 하고 있다. 또한 이 크랙의 모양이 마치 책을 펼쳐 놓은 것처럼 보여 책바위라고 부른다.

이곳은 총 10여 개의 루트가 개척되어 있다. 1990년 최정길씨가 이곳에 기거하면서 첫 해에 개척한 루트들로 ‘첫경험(5.11b, 18m)’, ‘꼭지(5.11a, 18m)’, ‘개구리(5.10b, 18m)’, ‘가시네(5.13a)’, ‘Y골(5.10c~d, 18m)’ 등이 있다. ‘젊은 날의 초상(15m)’은 김상호씨가 1994년에 개척한 루트다.

이곳의 루트 이름은 대부분 사람을 대상으로 표현한 것들이다. ‘첫경험’은 루트 상단부의 구멍홀드를 잡았을 때의 짜릿한 느낌을, ‘꼭지’는 홀드의 모양이 남성의 심벌을 닮았다 해서, ‘개구리’는 등반 중 동작을, ‘Y골’은 여성의 하체 선과 유사해서 붙여진 이름들이다. 이곳은 바닥이 널찍한 너덜을 이루고 있고, 나무가 빽빽해 하루 종일 그늘에서 휴식과 등반을 즐길 수 있다.

이곳의 최고난도 코스인 ‘가시네’는 천장 오버행으로, 밑에서 보면 홀드가 많아 보이나 막상 다가서면 홀드가 흘러 까다롭다. ‘개구리’는 퀵드로 6개가 필요하다. 약 90~95도 경사를 이루고 있으며 불안정한 홀드의 연속이다. 바위 표면에 돌기가 없어 스미어링이 어렵고 극도의 유연성과 밸런스 감각이 요구된다. 책바위 아래쪽으로 ‘길장군’과 초보자들이 오를 수 있는 슬랩루트가 개척되어 있다.


	용문골 전망대에서 바라본 MC로드 바위 전경. 이곳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한다.
▲ 용문골 전망대에서 바라본 MC로드 바위 전경. 이곳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한다.

MC로드바위

   용문골 바위 아래에 자리하고 있는 암자에서 좌측 전망대 방향으로 가야 한다. 암자에서 약 400m 거리에 있으며 등산로 변에서 루트가 시작된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바로 앞에 우뚝 선 페이스의 바위다.

MC로드바위에는 3개 루트가 열려 있다. 1984년 필자의 산악회가 ‘MC로드 B’ 루트를 개척한 것을 계기로 MC로드바위로 불린다. 1991년 최정길씨가 ‘뽀뽀(5.10a)’를 개척했으며 1999년 파이오니어스산악회가 ‘대간(5.10a)’을 개척했다.

폭 50m, 높이 60m 정도의 수직벽과 오버행을 이루고 있으며 두세 피치로 연결된다. 직접 루트를 통해 하강이 가능하다. 이곳에는 현재 3개 루트가 개척되어 있지만 독립봉으로서 조망이 뛰어나고 고도감이 대단하다. 루트 또한 제각기 특색이 있어 권하고 싶다.

‘MC로드 B’는 55m에 두 피치로 구분되며 퀵드로 10개가 필요하다. 1984년 필자와 박계상씨 외 회원들이 개척했다. 페이스와 크랙이 주이고, 부분적으로 오버행 구간이 있다. 제1피치(30m)는 등산로에서 이끼가 있는 크랙으로 출발해 크랙이 끝나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진입하며 페이스로 오르게 된다. 부분적으로 까다로우나 별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다. 마지막에는 하강 피톤이 설치되어 있다.


	대둔산 용문골 개념도

기타 암장

고추 말리기, 키슬링, 스님바위, 아파트볼더장, MC로드바위, 위문공연바위 등은 용문골 암자에서 전망대 방향 좌측 등산로를 통해 진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암자에서 암장까지 약 20분 소요된다. 등산로를 따라 계속 가다 보면 암벽등반 금지 표지판이 있는 바위가 위문공연바위이다. 이곳에서 약 50m 못미처 오른쪽 숲에 보이는 바위에 ‘원악 1’, ‘원악 2’ 루트가 개척되어 있다. 이 루트들은 원광대 산악회가 개척했다.

위문공연바위는 총 8개의 루트가 개척되어 있으며 ‘백두’를 제외하고는 한 피치짜리 루트들이다. 길이 13m 정도로 짧은 페이스에 비교적 양호한 홀드들이 발달해 있다. ‘백두(5.10, 40m)’는 전주 파이오니어스산악회가 백두대간 종주등반을 마치고 기념으로 ‘대간’과 함께 개척했다. ‘한가위(5.11)’, ‘위문공연(5.10)’, ‘파트너(5.10)’, ‘데이트(5.10)’, ‘엉뎅이(5.10)’, ‘방뎅이(5.11)’, ‘궁뎅이(5.12)’는 1990년 최정길씨가 개척했다.

MC로드바위에서 등산로를 따라 약 50m 더 오르면 용문굴 표지판이 있다. 이곳에서 오른쪽 길로 들어서면 바위와 바위 사이를 지나 곧바로 넓은 공터가 나온다. 바로 앞 바위 위에는 철제로 만든 팔각전망대가 있다. 이곳의 넓은 공터와 네모진 작은 바위를 일명 ‘아파트볼더장’이라 부른다. 이곳에 ‘방랑(5.11c)’이, 팔각전망대에서 우측으로 20m 돌아가면 ‘키슬링(5.12a, 18m)’이 개척되어 있다.

전망대 뒤쪽의 암릉을 따라 약 60m 가면 평평한 바위가 나오는데 오른쪽의 좁은 침니로 내려가면 돼지바위와 책바위로 접근할 수 있다. 왼쪽으로 10여 m 내려가면 독립 암봉에 ‘고추 말리기(5.11c, 25m)’가 나온다. 페이스 등반의 진수를 보여 주는 이 루트는 조망이 뛰어나다. 전망대 뒤쪽으로 능선을 따라가는 리지 루트는 구조대길이다.


	대둔산 암장 루트 개요

찾아가는 길

   대둔산의 주소지는 ‘전북 완주군 운주면 산북리 611-34’이다.

대둔산 집단시설지구에서 대전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300m쯤 가면 우측으로 도로변 주차장이 있어 승용차를 가져갈 경우 이곳을 이용하면 된다. 주차장에서 대전 쪽으로 도로를 따라 50여 m 가다 좌측 용문골 등산로를 따라 올라간다. 도로변에서 보면 용문골 암장이 멀리서도 보인다. 이곳에서 신선바위까지는 1km쯤 되고 MC로드바위는 1.2km쯤 된다. 접근하는 데 신선바위는 40여 분 소요된다. 이곳 용문골 등산로는 등산객이 많이 다니는 등산로이며 용문골 암자까지는 800m쯤 된다.

바위 아래에 자리하고 있는 작은 암자인 신선암(神仙庵)에서 식수를 구할 수 있으며, 암자를 좌측에 두고 우측으로 10여 m 이동해서 곧바로 5분 정도 올라가면 신선암(神仙岩) 암장이다. 신선암 좌측에 있는 바위가 책바위, 돼지바위다. 용문골 암자에서 좌측 비탈길을 따라 전망대 방향으로 5분 정도 가면 우측으로 위문공연바위가 있으며, 계속 올라가면 구름다리 있는 쪽으로 연결되어 있는 등산로와 만나게 되며 10여 m 가면 좌측에 MC로드바위가 솟아 있다. 전망대 약간 못 가 공터에도 루트가 있으며 전망대 뒤쪽으로 연결되어 있는 리지 루트도 인기루트이다.


	김용기
필자 약력

설악산 4대 빙폭, 당일등반. 설악산 전국 빙벽등반대회 1, 2, 3회 연속 우승.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대회, 프랑스 난이도경기 공동 1위. <한국암장순례> 중부권/남부권 저자.

<실전 암벽빙벽등반> 기술서 저자. 네파 종로점 대표. 김용기등산학교 교장 .



kimcs.com/gnuboard4/bbs/board.php?bo_table=notice&wr_id=226&pag..    김용기등산학교





[전국 암릉 순례 | 대둔산 ‘내가 낸데’] “저길 어떻게 올라가요? 정말 속았어요”

입력 : 2012.05.09 14:02 [511호] 20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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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둔산 ‘내가 낸데’ … 중급 수준 8피치 암릉길

   대둔산 용문골 상단부에 위치한 암릉길 ‘내가 낸데’는 대전 산악인 고 염기현(한돌산악회)씨를 추모하는 암릉길이다. 염씨는 대전산악연맹 스포츠클라이밍 이사이자 대전등산학교 강사로서 실내인공암장인 대전클라이밍센터를 운영하며 대전 지역 스포츠클라이밍과 하드프리 발전에 힘써 오던 클라이머였으나, 2010년 12월 25일 상주 송학폭포 등반 중 상단부에서 무너져 내린 얼음덩이에 맞아 추락사했다.


   이후 고인과 생전에 함께 등반활동을 펼치던 선후배 산악인들과 고인의 출신 고교인 대전북중학교 산악부 OB 모임한돌산악회가 염씨를 추모하는 암릉길을 내기로 하고 지난해 4, 5월 두 달간 개척해 염씨의 닉네임으로 명명한 길이 ‘내가 낸데’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만큼 등반이 까다로운 ‘내가 낸데’ 제3피치의 크럭스인 두 번째 턱을 등반하는 진명식씨.

등반선 자연스럽고 경치 뛰어난 암릉길

   “바윗길도 재밌지만 무엇보다 경치가 끝내줘요. 한 달쯤 더 있다 왔으면 신록이 스멀거리는 듯한 환상적인 풍경을 볼 수 있을 텐데요. 가을 단풍철에 더해요. 발밑에서 불길이 쫓아올라오는 듯해 걸음이 빨라질 정도니까요.”


   대둔산 용문골 입구에서 만나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이홍필(한돌산악회 회원)씨는 경쾌한 소리를 내며 물이 흐르는 골짜기를 거슬러 신선암에 도착해 차가운 샘물을 한 모금 마시자 목이 트였는지 ‘내가 낸데’ 암릉길의 아름다운 풍광에 대해 극찬을 했다.

“여기가 구조대길 들머리에요. 인기 좋은 암릉길입니다. 조금 더 오르면 나타나는 수직벽에도 바윗길이 나 있어요. ‘위문공연’이란 하드프리 코스죠. 대둔산에는 1970년대 전후부터 바윗길이 개척돼 이제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루트가 많은데도 아직 개척을 기다리는 바위가 많이 남아 있어요.”


1 용문골 입구. 2 잡기 좋은 턱을 이룬 듯하면서도 각이 세 은근히 까다로운 제1피치.


   신선암에서 50m쯤 거리를 둔 구조대길 들머리를 지나자 수직암벽이 나타난다. 김우섭(대전락클라이밍동호회)씨는 “충남과 전북에 걸쳐 있는 대둔산은 암릉 등반뿐만 아니라 하드프리 등반의 천국과 같은 산”이라며 자랑한다.

용문골 삼거리에서 50m쯤 떨어진 등반기점에 닿자 이홍필씨는 “칠성봉 전망대에서 살펴보다가 괜찮겠다 싶어 다가가서 보았더니 뜻밖에 자연스럽고 경치 좋은 암릉이란 사실을 확인하고 두 달간 애쓴 끝에 길을 완성시켰다”고 개척 과정을 설명해 주었다.

첫 피치는 경사도 평범하고 홀드가 많게 느껴져 만만하다 싶었다. 하지만 뜻밖에 홀드가 작아 마음껏 잡아당기기가 쉽지 않다. 특히 3분의 2쯤 지나면서 바위가 불룩 튀어나온 구간은 균형이 흐트러질 위험이 있어 홀드를 잡고도 잠시 망설이게 되었다.



   첫 피치 종료지점에만 올라서자 이홍필씨 말대로 장쾌한 조망이 펼쳐진다. 충남 최고봉 서대산(904m)을 비롯해 충남과 전북 명산과 산줄기들이 겹을 이루며 산그리메를 멋들어지게 그려놓고 있고, 그 오른쪽으로는 운장산(1,126m)을 비롯한 금남정맥을 비롯한 크고 작은 산봉들이 봄바람에 흔들리는 물결처럼 일렁이고 있다.

“참 날씨를 종잡을 수 없네요. 지난주 용문골을 올라올 때 발이 푹푹 빠질 정도로 눈이 많이 쌓였는데. 이 암릉도 눈이 어찌나 많든지 3피치까지 오르고 철수했어요. 그런데 오늘은 말짱하네요.”

사이드 홀드로 이어지다가 레이백 등반으로 마무리 짓는 제2피치 등반을 마치자 첫 번째 암봉 꼭대기. 이제 좌우로 기암이 우뚝 우뚝 솟구쳐 바위 숲에 들어선 기분이다. 

“두 개의 바위 턱을 돌파해야 하는 3피치가 이 암릉에서 가장 어려운 구간이에요.”

‘내가 낸데’ 마지막 암봉에 개척된 제7피치 등반.


   첫 번째 봉에서 고정 로프를 잡고 3m쯤 내려선 다음 안부에서 시작하는 3피치는 만만치 않게 느껴진다. 약 30m 높이의 직벽에 툭 튀어나온 두 개의 턱을 넘어서는 게 크럭스인 구간이다. 5.13 클라이머를 자부하는 진명식(삼고산악회·하드프리세상 운영자)씨가 먼저 자신 있는 표정으로 등반에 나섰으나, 하단부 수직 크랙 구간은 차분하게 올라선 다음 첫 번째 턱 아래서 여러 차례 시도하다 포기하고 만다.


   뒤이어 도전한 염동우 기자 역시 5.13 클라이머. 염 기자는 턱 오른쪽 크랙 대신 턱 위쪽 페이스 상의 핑거 홀드를 왼손으로 잡고 오른손으로 가로 홀드를 잡아당기면서 첫 번째 턱을 돌파하고, 이후 좌측 벽으로 이동해 올려치다가 중앙벽으로 방향을 틀어 두 번째 턱을 넘어선다. 염 기자는 경사가 죽어드는 구간에 접어들자 쏜살같이 올려쳐 3피치를 마무리 짓는다.


등반 길잡이

경관과 조망 빼어난 암릉길… 5피치와 6피치 사이에 탈출로


   대둔산 ‘내가 낸데’는 전체적으로 중급 이상의 등반력을 갖춰야 자유등반이 가능한 암릉길이다. 특히 3피치는 자유등반의 경우 고급 수준의 클라이머나 가능할 만큼 어려운 구간이다. 단, 모든 루트에 우회로가 나 있으므로 너무 어렵거나 시간에 쫓길 경우 우회할 수 있다.

   중급 수준 클라이머 3인의 경우 등반만 5시간 가까이 걸린다. 따라서 등반기점까지 접근하고 하산하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포함하면 적어도 7시간은 잡아야 한다. 등반 도중 시간이 너무 늦어진다 싶으면 세 번째 암봉(5피치 종료지점)에서 걸어가다가 하강한 다음 건너편 소나무에 걸려 있는 고정로프를 이용해 내려서도록 한다. 



   제1피치(5.10a·20m) 밑에서 보면 계단식 바위처럼 보이지만 대체적으로 홀드 작아 균형을 잘 잡고 발을 잘 사용하면서 등반해야 한다. 첫 번째 볼트 아래쪽에서 양발을 벌려 스탠스를 딛고 일어서면서 볼트 위쪽 가로 홀드를 잡도록 한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볼트 사이가 까다로운 구간. 여기서는 둔덕진 데를 딛고 일어서면서 위쪽 작은 홀드를 잡는다.

   제2피치(5.10a·25m) 대체로 사이드 홀드를 따라 이어진다. 스타트 지점에서 왼쪽 발로 좌측 벽을 밀면서 올라서면 우측 바위에 커다란 홀드가 잡힌다. 이어서 좁은 바위골을 따라 3m쯤 오르면 레이백 등반이 가능한 좌향 크랙이 이어진다. 이 구간은 세 번째 볼트 아래서 실크랙으로 등반하는 게 수월하다.

   제3피치(자유등반 5.11a / 고정확보물 이용 시 5.10a A0·30m) 가장 어려운 구간으로 두 개의 바위 턱을 올라서는 게 관건이다.

   제4피치(5.10a·25m) 네 번째 볼트까지 사이드 홀드를 이용해 오른다. 이후 네 번째 볼트 우측 크랙을 이용해 오르다가 다섯 번째 볼트를 지나면 좌측 암벽의 디에드르형 크랙을 왼손으로 잡은 다음 다리로는 양쪽 벽면을 밀면서 등반한다. 디에드르형 크랙은 5m쯤 지나 왼쪽으로 틀어지면서 언더크랙으로 바뀌고, 언더크랙을 올라서면 각이 죽으면서 종료지점에 닿는다.

   제5피치(5.10b·25m)  세번째 볼트 지점까지 크럭스를 이루며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오른손은 사이드 홀드를 잡고 양발로 바위를 딛고 일어서면서 왼팔을 뻗으면 포켓홀드가 잡힌다. 이후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은 등반로가 이어지지만 오른쪽으로 낭떠러지를 이루고 있어 공포감을 자아낸다.

   제6피치(5.10a·12m) 등반길이 12m로 여덟 피치 중 가장 짧은 구간이다. 두 번째 볼트까지는 사이드 크랙으로 등반한다. 그 위쪽으로 홀드가 좋지만 110도 오버행을 이루고 있어 상당한 완력을 요구한다. 피치 종료지점 5m 위쪽에 10여 명이 앉아 쉴 만한 테라스가 있다.

   제7피치(5.10a·30m) 제6피치 테라스에서 10m 더 오르면 제7피치 등반기점에 닿는다. 첫 번째 5m 구간은 5.7 난이도로 큰 홀드와 턱진 바위로 이어진다. 두 번째 볼트에서 왼쪽 크랙 홀드를 잡고 올라선 다음 양손으로 잡은 상태에서 오른손을 뻗으면 홀드가 잡힌다. 이후 세 번째 볼트 위쪽의 턱진 바위를 넘고, 소나무를 지나면 피치 종료지점이다. 

   제8피치(5.10a·30m) 전형적인 크랙·침니 구간이다. 크랙 좌측으로 오르다가 두 번째 볼트를 지나면 크랙으로 진입해 양다리를 벌린 채 발로 양쪽 벽을 밀면서 침니 자세로 등반한다. 침니 속으로 들어가면 애를 먹는다. 자세를 어떻게 취하느냐에 따라 체력 소모가 엄청나게 차이나는 구간이다.



봉우리마다 조망과 경치 빼어나

   그 사이 오른쪽 협곡 건너 구조대 길을 등반하는 클라이머들은 초보자를 하강시키는지 오버행 자일 하강 구간에서 큰 소리를 지르며 난리가 났고, ‘내가 낸데’ 등반기점에서는 클라이머들이 등반을 시작하고 있다. 봄을 맞자마자 전국 각지의 클라이머들이 대둔산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제2피치를 끝내고 첫 번째 암봉으로 오르는 대전 클라이머들. 기암 뒤로 충남과 전북의 명산들이 한폭의 산수화 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진명식씨가 3피치를 다시 등반하는 동안 대전 클라이머들과 기자는 암봉 좌측의 우회로를 따라 제4피치 기점으로 접근했고, 그 사이 등반을 마치고 제2봉 정상에 올라선 염 기자와 진명식씨는 카메라와 캠코더 촬영에 열중한다.

제4피치와 5피치는 제3봉 남벽에 나 있다. 선등을 선 김우섭씨는 발을 딛자마자 “살얼음이 얼어 있다”며 깜짝 놀란 표정을 지은 다음 세련된 자세로 피치 종료지점을 향해 등반한다.

이어 윤순희(대전락클라이밍동호회), 이홍필씨 순으로 등반하는 사이 이다린(대전클라이밍센터)씨의 표정이 점점 굳는다. 이다린씨는 지난해 가을부터 실내암벽 운동을 해오다가 “내가 내데 등반에선 다린씨가 정말 모델감”이라는 선배들 말에 흔들려 오늘 취재 등반에 참가했으나, 로프와 볼트와 같은 장비도 믿지 못하고 스탠스를 밟은 자신의 발도 믿지 못하니 등반이 순조로울 리 없다. 게다가 바닥에서 약 2m 구간은 한쪽에 살얼음이 얼어 있으니 식은땀이 날 지경이다.

“자연암벽은 오늘이 처음이에요. 볼트도 믿지 못하겠지만 발은 정말 못 믿겠어요. 빤빤한 바위는 밀릴 것 같아 맘껏 딛고 일어설 수 없어요.”


1 제2피치 상단부의 크랙 구간. 2 제3피치 크랙 등반. 크랙이 끝나는 지점에서 첫 번째 크럭스가 시작된다.


   앞서 오른 윤순희씨는 한동안 등반을 하지 않았다지만 8년차 클라이머답게 다양한 등반 자세를 취하며 여유 있게 등반하니 체력 소모가 적은데, 이다린씨는 발을 믿지 못해 작은 홀드를 잡고 턱걸이하듯 올라서려니 힘이 금세 빠질 수밖에 없다.

도입부가 크럭스를 이룬 제5피치를 지나 세 번째 암봉에 올라서자 오후 2시가 넘어서고 있다. 주능선까지 보일 만큼 사방이 완전히 트여 맘껏 머물면서 조망을 즐기고 싶지만 8피치까지 마무리하려면 시간이 빠듯한 상황이다.

서둘러 점심을 먹은 다음 소나무숲을 가로질러 15m쯤 걸어가다가 약 7m 하강하면 잡목숲을 지나 제6피치 기점이 나타난다. 오후에 접어들자 그늘이 지며 가벼운 옷차림으로는 썰렁한 느낌이 든다. 


두 번째 암봉에서 바라본 제4, 5피치. 세 번째 암봉에 길이 나 있다.


   6피치는 12m. 짤막하지만 오버행을 이뤄 만만치 않은 구간이다.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김우섭씨와 윤순희씨 두 사람만 6피치를 등반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우회해 7피치 기점으로 다가선다.

“저길 어떻게 올라가요? 정말 속았어요, 속았어.”

7, 8피치는 마지막 암봉에 나 있다. 7피치는 밑에서 보면 만만하다 싶을 정도로 큰 턱으로 이어져 있으나 턱 상단부의 흐르는 홀드를 잡고 턱걸이 하듯 잡아당기면서 그 위쪽으로 보이지 않는 홀드를 낚아채야 하니 초보자의 경우 난감할 수밖에 없다. 막내 다빈씨는 이제 두레박 신세가 되고 만다.


“점점 수렁에 빠져드는 기분이에요”


   마지막 8피치 침니 등반에서는 온몸을 다 써가면서 등반하지만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자꾸 좁은 침니 속으로 들어가니 등반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8피치 종료지점에 올라선 다빈씨 얼굴은 거의 흙빛. 아침 일찍 집을 나오면서 몰래 입고 나왔다는 다빈씨 어머니 옷은 곳곳이 찢겨져 나가고 엉망이다.

   “침니 속으로 들어가면서 점점 수렁에 빠져든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오늘 정말 사기당한 거예요. ‘사람이 없다’, ‘너 만한 모델이 없다’ 해서 참가했는데 이게 뭐예요. 옷이 걸레가 됐잖아요.”

“아~ 이 사람아, 고생해야 오랜 추억으로 남지.”

막내는 오늘 하루가 너무도 힘들고 무서웠다 싶은데 다른 사람들은 그 다빈씨 표정과 엉망이 된 옷차림을 보며 즐거워했다. 


1 제5피치 종료지점에서 세 번째 암봉 정상까지는 10여m 거리로, 조망이 매우 좋은 곳이다. 2 제6피치. 짧지만 상단부가 오버행을 이뤄 완력을 요하는 구간이다.

개요

위치 대둔산 용문골 상단부

소요시간 3인 1조 기준 5시간

소요장비 60m 자일 2동, 퀵드로 10개, 프렌드 1조


   접근 용문골 입구는 대둔산도립공원 입구에서 배티재 방면으로 약 600m 떨어져 있다. 현재 골 입구의 낙석 위험 때문에 잠정 폐쇄돼 있지만 강제적으로 통제하지는 않다.


   골짜기를 따라 30분쯤 오르면 야영장을 지나 신선암에 도착한다. 등반 중 필요한 식수는 여기서 준비한다. 신선암을 지나 좌측으로 방향을 틀면 구조대길 들머리를 지나 ‘암벽등반금지 안내판’ 앞에 서고 이후 용문골 삼거리(구름다리 470m·칠성봉 전망대 160m)에 닿는다. 여기서 좌측 구름다리 방면으로 방향을 틀자마자 우측 너덜 골짜기로 20m쯤 올라서면 나무에 묶인 빨간 슬링이 보인다. 슬링 오른쪽 암벽이 ‘내가 낸데’ 1피치다. 대둔산의 여느 암릉길과 달리 스테인리스 개념도가 부착돼 있지 않다.


   대둔산케이블카(063-263-6621)를 이용할 경우 종점터미널에서 용문골 길로 접어들어 산허리를 두 차례 돌아선다. 우정길 등반 기점을 지나 용문골 삼거리 팻말 직전 좌측 너덜 계곡으로 올라서면 빨간 슬링이 보인다. 케이블카는 20분 간격(하절기 09:00~18:00, 동절기 09:00~17:00) 운행. 왕복 8,000원(소인 5,000원), 편도 5,000원(소인 3,000원). 문의 063-263-6622.


하산 제8피치 종료지점에서 5m쯤 오르다가 좌측으로 10m쯤 가면 볼트에 하강용 체인이 걸려 있는 하강 포인트가 나타난다. 여기서 일단 15m 자일 하강한 다음 두 번째 하강 포인트에서 60m 자일 2동을 걸거나 30m씩 두 차례 나누어 하강한다. 하강을 마친 다음 좌측 너덜겅이나 우측 급경사 오솔길을 따라 200m쯤 내려가면 출발기점에 닿는다.


3 제7피치 턱 돌파 구간. 흐르는 홀드를 잡고 올려치면서 보이지 않는 홀드를 찾아내야 한다. 4 크랙과 침니로 이어지는 제8피치. 몸을 바깥으로 빼낸 상태로 등반해야 수월하다.


교통 대둔산행 노선버스는 대전과 전주, 금산에서 다닌다. 문의 대둔산시외버스터미널(063-262-1260).

전주→대둔산 공용버스터미널(063-272-0109)에서 1일 5회 (06:40, 09:00, 09:40, 14:20, 15:50) 운행. 1시간 소요, 요금 5,900원.

금산→대둔산 시외버스 공용정류장(041-754-4854)에서 1일 7회(08:30, 11:10, 12:30, 13:10, 15:40, 16:40, 17:55) 운행. 30분, 2,100원.

대전→대둔산 서부 시외버스 공용터미널 (042-584-1616~7)에서 1일 3회(07:45, 13:20, 17:30) 운행. 40분, 3,300원. www.busterminal.or.kr.

드라이브 코스 대전 남부순환고속도로 안영 나들목→635번지방도→복수 사거리 우회전→17번국도→진산→배티재, 또는 대전통영고속도로 추부 나들목→추부→17번국도→진산→배티재 경유 접근. 



   전주 이남권은 장수간 고속도로 완주 나들목→17번국도→고산→운주, 또는 전주시→17번국도→봉동→고산→경천→운주 경유 접근. 

숙식(지역번호 063) 대둔산 도립공원 들머리에 식당·여관·민박단지가 조성돼 있다. 산산산 (263-3829), 태평전주식당(263-3871), 민속전주식당(263-1658), 한밭식당 (263-9870).

대둔산관광호텔(263-1260)은 객실과 온천사우나 시설을 갖추고 있다. 2인실 6만5,000원, 4인실 7만~7만5,000원, 8인실 15만 원, 15인실 20만 원. 입욕료 5,000원(투숙객에 한해 4,000원). 입욕시간 07:00~18:00.

장승마을펜션(010-3460-9781), 낙원산장(263-0625), 대둔산장(263-1602), 서울편의점민박(263-9150), 콘도식민박(011-9373-2677). 주차장(1일 2,000원) 부근 야영장은 무료. 문의 대둔산도립공원관리소 240-4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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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6.03 09:46 [500호] 2011.06




까면 깔수록 매끄럽고 매운 암릉길
4개 암봉 7피치로 이은 다음 주능선에서 마무리

   ‘호남의 금강산’이라 일컬어지는 대둔산(大屯山·877.7m)은 사철 가리지 않고 전국에서 많은 탐승객이 몰려올 만큼 인기 있는 명산이다. 칠성봉과 동심바위 등 기암뿐 아니라 용문골을 비롯한 여러 골짜기에 장벽처럼 치솟은 기암절벽들은 봄이면 신록, 여름이면 녹음 그리고 가을에는 단풍과 어우러져 절정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사철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대둔산은 중부권 암벽 등반의 메카이기도 하다. 전북 완주군과 충남 논산시·금산군에 걸쳐 있는 대둔산은 용문골 일원과 금강구름다리 일원의 암장들은 이미 1960년대부터 시작되어 1990년대까지 개척등반이 이루어져 무려 60개가 넘는 리지 루트가 나 있다. 게다가 대둔산 남쪽으로 17번 국도를 사이에 두고 솟구친 천등산 하늘벽에도 하드프리용 루트가 여럿 개척돼 전북뿐 아니라 대전충남 산악인들에게도 인기 있는 등반대상지로 각광받고 있다

양파A길과 이으면 등반의 묘미 배가

이렇게 수려하고 클라이머들에게 암벽등반의 메카로 자리잡은 대둔산은 암릉 등반의 요람으로도 꼽힌다. 가장 먼저 개척된 동지길(최고 난이도 5.10d·상급루트)을 비롯해 14개의 암릉길이 나 있고, 천등산 암릉길 5개를 합치면 무려 19개의 암릉길이 모여 있다.

그중 4월 말 답사한 양파B길은 중급 수준의 길로서 마천대 부근의 주능선까지 이어지는 멋진 암릉이다. 대전 락클라이밍동호회의 홍현, 강성호, 윤일씨 등이 주도해 개척한 양파B길은 7피치 최고난이도 5.11급(2피치)으로, 고난도 구간을 비켜 지나가는 루트도 함께 나 있어 초중급 클라이머들도 등반이 가능하다.

산봉과 산릉 숲속에 바위꽃처럼 피어난 대둔산 양파B길 암릉. 클라이머들이 제 6피치 등반을 끝내고 3봉 정상으로 오르고 있다.

“코오롱등산학교동창회에서 200~300명이 한꺼번에 몰려온 적도 있어요. 그런데도 10여 명씩 조를 짜면 별 무리 없이 등반을 마칠 수 있어요. 그것도 대둔산 경치를 감상하는 여유까지 부리면서요.”

양파B길 들머리를 향하다 동심정휴게소 축대 앞에서 잠시 쉬는 사이 이왕영(대둔산산악구조대 자문위원)씨는 대둔산의 많은 암릉에 대해 설명해 준다. 그는 여러 암릉 중 구조대길이 교육용으로 적합하고, 오늘 등반할 양파B길은 양파A길과 이으면 훨씬 재미있게 등반을 즐길 수 있다고 귀띔해 준다.

축대에서 100m쯤 올라 양파A·B길 갈림목에서 바윗덩이가 거칠게 덮여 있는 계곡 길을 따라 30분 가까이 오르자 양파A길 하강지점에 닿는다. 이태 전 양파A길 취재 때 리딩을 맡았던 양한모(대전산악조난구조대)씨는 “아침 일찍부터 서둘면 양파A와 양파B 두 길을 하루에 끝낼 수도 있다”고 알려준다.

“올해는 봄이 정말 늦게 왔어요. 여느 해 같으면 산벚꽃이 4월 10일에서 15일 사이에 피는데 올해는 그보다 보름 가까이 늦은 4월 말에 피었으니 말이에요.”

1 ‘호남의 금강’이라 불리는 대둔산 돌병풍 속의 하늘길을 오르는 양한모씨(앞)와 이왕영씨. 제2봉 밑으로 대둔산 관광단지와 완주와 금산 일원의 산릉이 일렁이고 있다. 2 제3피치 디에드르 구간. 책처럼 펼쳐진 바위를 양쪽으로 밀면서 등반한다.

고사리가 기지개를 켜고, 현호색 보랏빛 꽃이 예쁘게 장식한 골짜기를 따르다가 양파A길 하강지점에서 한결 거칠어진 너덜 계곡 길을 10분쯤 오르자 양파B길을 인도하는 나일론 로프가 나타나고, 로프를 따라 오른쪽으로 20m쯤 가자 양파B길 기점을 알리는 스테인리스스틸 개념도가 보인다.

비교적 무난한 1피치를 올라서자 널찍한 테라스. 그제 밤 내린 비를 흠뻑 먹은 대지는 나무에 생명수를 충분히 전해 주고, 그에 힘 얻어 막 자라난 나뭇잎들은 연둣빛으로 빛나고 산벚나무는 뽀얀 빛깔의 꽃을 피워 신록의 숲에 수를 놓고 있다.

“진성아, 줄 잡아봐!”

오늘 선등은 양한모씨. 1피치는 가볍게 올려쳤으나 2피치 수직 크랙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김진성씨에게 확보 보라고 소리치자 김씨는 “무리하는 거 아니냐?”며 수직 크랙 오른쪽 침니로 등반하라 권한다. 양한모씨는 상체가 뒤로 젖혀질 만큼 각이 센 수직 크랙 등반을 시도했으나 두 번째 볼트에 퀵드로를 건 다음 잠시 머뭇거리다가 오른쪽 반침니로 몸을 옮긴다.

제2피치 수직벽 구간. 벽 좌·우측 크랙과 맨우측 반침니로 바윗길이 나 있다.


“나도 한 번 해볼까요?”

카메라 파인더를 통해 양한모씨의 등반을 지켜보던 염동우 기자가 몸이 근질근질했던지 수직 크랙을 올라보겠다며 카메라를 다른 사람에게 맡긴다. 염 기자는 어려운 자세를 취하면서 수직 크랙 등반을 해내 여러 사람을 감탄케 했다.

2피치에서 고생한 양한모씨는 그래도 등반 내내 여유 있는 표정이다. 반면 김진성씨는 다르다. 2년 전 K2 원정을 앞두고 양파A길을 오를 때의 양한모씨 모습 같다. 김진성씨는 대전산악조난구조대 대원이기도 하지만 충남고등학교 산악부 OB이기도 하다. 그 충남고 OB회에서 내년 봄 에베레스트 원정을 기획했고, 김씨는 8명의 대원 중에 포함된다. 세계 최고봉 원정을 열 달쯤 앞둔 상황인지라 한 걸음 한 걸음이 훈련이나 다름없다. 때문에 체력소모가 많은 등강기를 이용해 오른다.

크랙 오른쪽의 반침니 루트로 제2피치를 마치고 턱 하나를 올라서자 제1봉 정상. 좁은 바위틈을 빠져나가 크랙 사이의 흔들거리는 돌기둥을 밟고 안부로 내려선 다음 평범한 암릉을 따르는 사이 연분홍 진달래꽃이 바람에 꽃잎을 살랑살랑 흔들어대며 춘심을 끌어내지만, 골짜기 너머 삼선철계단을 오르는 탐승객들은 우리를 동물원 원숭이 쳐다보듯 바라보는 것 같다.

“대둔산에 14개, 바로 옆의 천등산에 5개의 암릉이 있어요. 한겨울 빼고는 주말이면 쉬는 암릉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있어요. 그런 면에서 동지길 1피치에서 골절사고가 세 차례 일어난 것 말곤 큰 사고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안전하다는 얘길 겁니다. 아참, 그러고 보니 동지길 10피치에서 낙석에 맞아 추락한 적도 딱 한 번 있네요.”

대둔산산악구조대장을 여러 해 동안 맡았던 이왕영씨의 얘기를 들으며 도착한 제3피치 역시 루트가 두 가닥으로 나 있다. 왼쪽 페이스 대신 오른쪽 크랙 루트를 택해 양한모씨가 앞장섰다. 약 3분의 1 구간은 홀드와 스탠스가 좋아 큰 문제가 없으나 중단부 3분의 1 구간은 크랙이 어정쩡해 크랙 양쪽 벽을 양발로 밀면서 수월하게 피치를 끝낸다.

문제는 양효용(녹산20산악회 등반대장). 완경사 초반부는 가볍게 올려쳤으나 중단부에서는 자세가 잡히지 않아 애를 먹는다. 도중에 포기하려 하자 밑에서는 “그냥 올려치는 게 좋다”며 등반을 종용하고, 이에 양효용씨는 대한민국 장교의 명예를 걸겠다며 기합을 넣더니 크럭스를 돌파해 낸다.

널찍한 테라스에서 족발에 김밥 등으로 점심을 푸짐하게 먹은 일행은 오후 1시20분경부터 제4피치 등반에 나선다. 이번 피치 역시 루트는 두 가닥. 양효용씨가 오른쪽 널찍한 크랙보다 왼쪽 수직 크랙이 수월하다는 인터넷 상의 정보를 얘기하자 양한모씨는 우측길로 가려고 기합을 넣으며 왼쪽 크랙으로 접어들었으나 첫 번째 볼트 위쪽의 가로 크랙에 손가락을 넣고 잡아당기는 순간 추락한다.

웅장한 기암들이 이어지는 양파B길. 제3봉 정상.


   양한모씨가 손가락이 날카로운 바위에 긁히면서 피가 뚝뚝 흘리는 부상을 당하자 임무 교대. ‘에베레스트 김’ 출격이다. 김진성씨는 “나는 바위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됐는데…”라며 은근히 우는 소리를 해댔으나 큰 키와 긴 리치를 이용해 예상보다 쉽게 크럭스를 올려치고, 침니에서 잠시 헤매는 듯하다가 2m 위쪽 턱으로 올라선다.

3피치 등반을 끝내고 짤막한 암릉과 5m 높이 수직벽을 올라서자 제2봉 정상. 이제 구름 뚫고 하늘 위로 올라선 기분이다. 정면으로 제3봉과 그 뒤로 제4봉이 겹을 이룬 채 암릉을 그리고 있다. 오른쪽으로 삼선철계단을 오르는 사람들은 더욱 많아지고, 암릉 곳곳에서 “확보!”, “완료!”, “줄 당겨!” 등을 외치는 클라이머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대둔산은 역시 클라이머들에게 메카와 같은 산이었다.

“연등~.”

제3봉 정상에 올라서면 양파B길 전모 드러나

제2봉 정상에서 안부로 내려서자 평범한 암릉 구간을 연등으로 넘어서 바위골로 내려선 다음 제5피치 등반에 나선다. 평범한 크랙과 페이스 구간을 올라서자 좁은 테라스 위에 수직벽이 우뚝 솟아 있다. 그러나 모두 거칠 것 없이 턱과 날개바위를 잡아당기며 피치를 끝낸다.

제4피치. 약 3m 높이의 수직 크랙이 까다로운 구간이다.


   자일 하강으로 약 5m 높이의 턱을 내려선 다음 평범한 암릉을 타고 제6피치를 끝내자 제3봉 정상. 오후 1시를 넘어서면서 서쪽 하늘에서 밀려온 구름에 산야가 납작 엎드린 듯한 분위기 속에서도 이제 제2봉과 제1봉으로 이어지는 양파B길 암릉이 전모를 드러내고 케이블카 라인과 그 아래로 관광단지 일원이 평화롭게 내려다보인다. 게다가 그 뒤로 완주군과 진안군 일원의 고봉준령이 광활한 바다에서 파도 일렁이듯 가슴 벅차게 다가온다.

오후 3시 하늘은 더욱 흐려지고 바람은 더욱 강해지는 것이 곧 비바람이 몰려올 기세다. 여기저기서 “하강!” 소리가 울려퍼진다. 날씨가 급격히 나빠지자 모두 마음이 급해지나보다. 그러고 보니 능선 따라 줄지어 오르내리던 등산객들의 모습도 싹 사라졌다.

평범한 암릉을 따르다 제7피치를 이룬 좁은 침니를 타고 오르자 제4봉 정상. 주능선에 올라섰다. 이제 산 밖에서 바라볼 때 양파B길 암릉 옆에 솟아올라 있던 대둔산 정상 마천대가 비슷한 어깨 높이로 바라보이고, 남릉은 발아래로 내려다보인다. 이어 산릉에 가려 있던 논산 쪽 산야가 한눈에 든다. 파노라마에 잠시 넋을 잃고 있자 바람이 매섭게 몰아친다. 어서 산을 내려서라는 자연의 경고다.

등반 개요

위치
대둔산 동심정 휴게소 상단 좌측 암릉

소요시간 4인 1조 기준 3~4시간.

소요장비 60m자일 1동, 퀵드로 10개, 프렌드 1조

1 제1봉에서 3피치 기점으로 가려면 좁은 바위틈을 빠져나가야 한다. 2 제3피치 레이백 구간에서 양효용씨가 안간힘을 다해 오르고 있다.


접근 대둔산도립공원 관광단지를 가로지르는 콘크리트길을 따라 첫 번째 휴게소를 통과해 동심정휴게소를 향해 오른다(주차장에서 약 40분). 휴게소 아래 축대 앞에서 희미한 왼쪽 산길로 접어든다. 100m쯤 오르면 대전락클라이밍등산학교에서 세워놓은 ‘←양파A’, ‘양파B→’ 안내판이 보인다. 여기서 오른쪽 계곡 길을 따라 30분쯤 오르면 계곡을 가로지른 로프가 나타나고, 로프를 따라 오른쪽으로 20m쯤 가면 양파B길 개념도가 새겨진 스테인리스스틸 안내판이 부착된 바위 앞에 닿는다.

대둔산케이블카(063-263-6621)를 이용할 경우 동심정휴게소까지 10여 분 내려서야 한다. 운행시간 20분 간격(09:00~18:00) 운행. 왕복 8,000원(소인 5,000원), 편도 5,000원(어린이 3,000원).

하산 제7피치 등반을 마치면 제4봉 정상에 올라선다. 여기서 희미한 왼쪽 능선길을 따라 가면 능선 왼쪽 골짜기로 내려서는 길이 나타난다. 주차장까지 약 1시간 소요. 제4봉에서 동쪽으로 30m쯤 나아가면 ‘마천대 250m’ 안내판이 보인다. 마천대 방향으로 가면 마천대를 끼고 돌아선 다음 케이블카 종점·수락리·용문골 갈림목에 닿는다. 여기서 오른쪽 길로 접어들어 10여 분 내려서면 케이블카 종점까지 갈 수 있다.


등반 길잡이

4인 1조 서너 시간 걸리는 초중급 코스
양파A길부터 이으며 등반 묘미 한층 더해져


대둔산 들머리에서 바라본 양파B길. 등반로는 맨 왼쪽에서 시작해 마지막 암봉으로 이어진다.


7피치 루트인 양파B길은 제법 까다로운 구간이 간간이 나타나지만 대부분 우회로나 쉬운 등반로가 나 있다. 또한 난이도가 높더라도 볼트 간격이 좁아 로프 테크닉으로도 크럭스를 넘어설 수 있다. 따라서 등반 기술을 제대로 익힌 클라이머라면 중급 수준의 클라이머라도 도전해 볼 만하다. 또한 소수 인원으로 아침 일찍 출발할 수 있다면 6피치 길이의 양파A길(최고난이도 5.10a·4인 1조 약 4시간)과 잇는 등반도 시도해 볼 만하다.

제1피치(27m, 5.9) 약 70도 경사의 암벽이 세 번째 볼트까지 이어진다. 가로 세로로 크랙이 많이 형성돼 있어 큰 어려움이 없고, 세 번째 볼트를 지나면 경사가 한결 죽고 덮개바위를 넘어 네 번째 볼트를 지나면 경사가 완만해지면서 제2피치 아래에 닿는다.

제2피치(10m, 5.11a) 약 8m 높이의 수직벽 우측에 수직 크랙 루트와 반침니 루트 두 가닥이 나 있다. 수직 크랙은 레이백 자세로 오르는 게 좋으나 수직 경사를 이뤄 힘을 쓰고 자세를 잡기가 쉽지 않다. 어렵다 싶으면 오른쪽 반침니로 오르도록 한다. 배낭을 후등자에게 맡기면 훨씬 수월하다.

제3피치(27m, 좌측 5.10b·우측 5.9) 우측 루트 3분의 1 구간은 홀드와 스탠스가 좋은 평범한 암벽 구간이다. 이후 3분의 1 구간은 크랙을 이루고 있으나 크랙보다는 양쪽 벽에 양발을 뻗고 손으로 홀드를 잡고 턱을 밀면서 오르는 게 좋다. 이후 좁은 크랙을 양손가락을 집어넣고 잡아당기면서 턱을 넘어서면 제4피치 기점을 이룬 널찍한 테라스가 나온다. 휴식을 취하거나 점심을 먹기 적당한 곳이다.

제4피치(10m, 좌측 크랙 5.10a·우측 크랙 5.10b) 좌측 루트는 거의 수직경사를 이루고 있어 힘을 쓰기가 마땅치 않다. 하지만 첫 번째 볼트 위쪽의 가로 크랙에 왼손가락을 깊숙이 집어넣고 오른손을 위쪽 수직 크랙에 집어넣고 잡아당기면 침니까지 쉽게 오를 수 있다. 침니는 왼쪽 벽을 마주보듯이 한 상태로 서서 턱 부근의 홀드를 양손으로 잡아당기면서 올라선다. 이어 평범한 암릉을 10m쯤 오르면 4~5m 높이의 수직벽이 나타난다. 이 벽은 왼쪽 모서리 중간의 흐르는 홀드와 위쪽 가로 홀드를 이용해 오른다. 피치 종료지점인 제2봉 정상에서 제5피치 기점으로 가려면 안부로 내려서야 한다. 정상 너머 턱으로 내려선 다음 왼쪽 턱으로 내려서면 안부로 쉽게 내려설 수 있다.

제5피치(13m, 5.9) 평범한 암릉 구간을 15m쯤 오른 다음 오른쪽 바위골로 내려서면 제5피치 출발장소다. 크랙을 이용해 7m쯤 오르면 수직벽 아래 좁은 테라스. 여기서 이마 높이에 박힌 볼트에 퀵드로와 로프를 건 다음 왼쪽 턱을 양손으로 잡아당기면서 몸을 일으켜 세운 다음 오른손으로 날개 홀드를 잡고 올라선다. 피치가 끝내면 하강 구간. 클라이밍 다운도 가능하다고  나왔지만 턱에 박힌 볼트에 로프를 걸고 내려서는 게 안전하다.

제6피치(37m, 5.8) 지극히 평범한 암릉구간이다. 연등도 가능하다.

제7피치(13m, 5.8) 평범한 암릉을 따르노라면 제4봉으로 오르는 약 10m 높이의 침니가 나타난다. 침니 안으로 들어가기보다는 몸을 최대한 바깥쪽으로 빼낸 뒤 양발을 침니 양쪽 벽을 밀면서 오르면 쉽게 정상으로 올라설 수 있다.

information

교통 대둔산행 노선버스는 대전과 전주, 금산에서 다닌다. 대둔산시외버스터미널(063-262-1260).

전주→대둔산 공용버스터미널(063-272-0109)에서 1일 5회(06:40, 09:00. 09:40, 14:20, 15:50) 운행. 1시간 소요, 요금 5,900원.

금산→대둔산 시외버스 공용정류장(041-754-4854)에서 1일 7회(08:30, 11:10, 12:30, 13:10, 15:40, 16:40, 17:55) 운행. 30분, 2,100원.

대전→대둔산 서부 시외버스 공용터미널(042-584-1616~7)에서
1일 3회(07:45, 13:20, 17:30) 운행. 40분, 3,300원.

드라이브 코스 경부고속도로는 대전 남부순환고속도로 안영 나들목→635번 지방도로→복수 사거리 우회전→17번국도→진산→배티재, 또는 통영-대전고속도로 추부 나들목→추부→17번국도→진산→배티재 경유, 호남고속도로는 익산 분기점에서 완주-장수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완주 나들목→17번국도→고산→운주 방향으로 대둔산도립공원 관광단지에 진입. 전주시에서는 17번국도를 타고 봉동→고산→경천→운주를 거쳐 진입한다.

숙식(지역번호 063) 대둔산 도립공원 입구에는 토속음식을 내놓는 식당과 여관·민박단지가 조성돼 있다. 산산산(263-3829), 태평전주식당(263-3871), 민속전주식당 (263-1658), 한밭식당(263-9870), 매표소 아래의 대둔산관광호텔 (263-1260)은 객실과 온천사우나 시설을 갖추고 있다. 2인실 6만5,000원, 4인실 7만5,000원, 8인실 15만 원, 15인실 20만 원. 입욕료 5,000원(투숙객에 한해 3,000원). 입욕시간 07:00~18:00. 장승마을펜션(010-3460-9781), 낙원산장 (263-0625), 대둔산장(263-1602), 서울편의점민박(263-9150), 콘도식민박 (011-9373-2677). 주차장(1일 2,000원) 부근 야영장은 무료다. 문의 대둔산도립공원관리소 240-4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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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1 | 월간산 | 다음뉴스





[암릉 산행 특집 | 대둔산 엄지길 르포] 바위꾼에게 봄의 문을 열어 주는 암릉

입력 : 2014.04.22 13:41 [534호] 2014.04




용문굴 지계곡에서 주능선으로 이어지는 초중급 암릉

엊그제 새벽녘 눈이 내린 직후 몰아친 꽃샘추위는 전국을 떨게 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계절은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했다. 대둔산에도 이미 봄이 와 있었다. 응달진 산사면은 희끗희끗 하지만 골짜기 맑은 물은 봄노래 부르듯 흥겨운 소리를 내며 흘러내리고 있었다.

“바위하기에는 추울 줄 알았는데 괜찮네요. 하루 밤새 날씨가 많이 풀렸어요, 벌써 등에 땀이 배는 걸 보니.”

세종시 산악인 한재광(49·덩굴산악회)씨와 권영장(41·세종시산악연맹 스포츠클라이밍위원장)씨와 함께 용문골을 거슬러 오르던 취재팀은 신선암 못미처 아치형 다리를 건너자마자 주등산로를 벗어나 오른쪽 지계곡으로 방향을 틀었다. 골을 거슬러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등이 촉촉이 젖어들고, 파릇한 이끼 덮인 바위골과 골 따라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봄기운을 물씬 자아냈다. 희미한 산길 따라 15분쯤 오르자 커다란 바위가 앞을 가로막고, 바위 왼쪽으로 100m쯤 올라서자 각진 암벽이 우뚝 솟구쳤다. 암벽 아래쪽에 하얀 페인트로 쓰인 ‘엄지’가 눈에 들어왔다.

8피치 등반을 끝마치고 엄지길 종료지점에서 장비를 챙기는 고철준씨와 전연수씨.
8피치 등반을 끝마치고 엄지길 종료지점에서 장비를 챙기는 고철준씨와 전연수씨. 엄지길을 오르는 사이 계절은 한층 봄으로 들어섰다.

“개척자들 말에 의하면, 낙조대에서 마천대로 가는데 엄지손가락처럼 생긴 바위가 눈에 들어와 살펴보니 아래쪽 암봉들과 이으면 좋은 암릉 길이 되겠다 싶어 길을 내게 됐대요.”

한재광씨는 “김기복씨와 조은지씨가 2011년 6월 시작해 8월 5일 개척을 끝냈다”며 엄지길 개척 배경과 개척 시기를 알려 주었다.

“오랜만이네요. 하드프리에 전념하다 보면 대둔산 올 일이 거의 없거든요. 어쨌든 좋네요. 북한산은 아직 한겨울인데 대둔산은 벌써 봄이에요.”

오늘 등반을 이끌 고철준(高鐵俊·53·임곡산악회)씨는 5.13 클라이머 중에서도 인정받는 바위꾼이다. 1982년 대학 산악부에 들어가면서 등반을 시작한 그는 암벽과 빙벽등반 모두 뛰어난 기량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론적으로도 잘 무장돼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말 등반에 주중 실내암장 트레이닝을 통해 항상 날렵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고씨가 따스한 봄날 하늘을 날아다니는 나비처럼 가볍게 첫 피치를 오르자, 촬영포인트에서 바라보던 염동우 기자는 “자세 좋다”며 더욱 멋진 포즈를 요청한다.

“저 능선에서 사람 소리가 나네요. 저쪽에도 길이 있나요?”

소리가 나는 능선은 숲이 우거지고 험해 사람이 다니기는 마땅치 않은 곳이다. 권영장씨는 “등산객이 아니라 물 받으러 온 사람일 것”이라 했다. 대둔산은 소나무와 참나무가 주 수종을 이루지만 그 가운데 봄철 고로쇠물이 나오는 고로쇠나무와 단풍나무도 제법 많이 자라고 있었다.

대둔산 엄지길 르포
(왼쪽)출발지점에 모여 있는 일행들이 선등서는 고철준씨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제1피치. /‘조금만 더 오르면 되는데…’ 고철준씨가 머리 위쪽 포켓홀드를 잡기 위해 흐르는 홀드를 붙잡고 몸을 일으켜 세우고 있다. 고씨는 잠시 뒤 “오 마이 갓!”을 외치더니 추락하고 말았다.

첫 피치를 마치자 아침나절의 선선한 바람은 사라지고 따스한 봄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산 밖으로는 금산 진안 완주 일원의 산봉과 산릉이 봄바람에 잔물결 일 듯 대둔산을 향해 밀려오고 있다. 그 풍광에 겨우내 움츠렸던 가슴이 활짝 펴지고 마음이 넉넉해진다.

첫 피치에 올라서자마자 전연수(48·헥사클라이밍센터)씨가 “한 3년 쉬다가 다시 등반하려니까 영 자세가 나오지 않는다”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자 고철준씨는 “등반은 얼마나 오래 했느냐보다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격려해 준다. 전연수씨는 예전 기량을 되찾기 위해 실내암장에서 맹훈련 중이라고 한다.

“전에 힘들게 올라간 기억이 있는데 너무 쉽게 오르네요.”

제2피치는 페이스 상 암벽으로 중간 지점의 포켓 홀드를 낚아채는 게 관건. 한재광씨는 가볍게 등반하는 고철준씨의 모습에 “나와는 그레이드가 다른 사람”이라며 극찬한다. 그러나 고씨는 포켓 홀드 아래 빤빤한 벽에서 주춤대다가 “오 마이 갓!” 하며 당황한 모습을 보이더니 “텐션!”을 외치며 추락한다. 고씨는 초크를 손가락에 듬뿍 묻힌 다음 재도전에 나섰으나 “안 되겠다”며 로프에 매달려 바닥으로 내려섰다.

“이거 빡센 5.10은 되겠는데요.”

고씨는 단단히 재무장한 다음 세 번째 도전에 나섰다. 역시 5.13 클라이머다웠다. 세련된 자세를 취하면서 흐르는 홀드에 손가락 끝을 걸고 몸을 끌어올린 다음 포켓홀드를 잡고 몸을 끌어올려 크럭스를 돌파했다.

염동우 기자에 이어 한재광씨가 등반에 나섰다. 한씨는 고철준씨의 등반을 지켜보는 사이 해법을 찾아냈는지 크럭스를 가볍게 올라섰다. 그러나 위쪽 벽으로 진입하는 순간 “여기가 더 어렵다”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뒤이어 한 명 한 명 크럭스를 넘어설 때마다 끙끙댔고, 딱따구리는 어디서 우리 모습을 재밌게 지켜보는지 흥겹게 나무를 쪼아댔다.

한재광씨가 크럭스를 돌파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한재광씨가 크럭스를 돌파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고철준씨가 앞서 등반할 때 홀드가 깨져나가는 바람에 난이도가 한층 높아졌다. 제3피치.

“악! 낙석~.”

3피치를 무난히 오르던 고철준씨가 또다시 추락하며 비명을 질렀다. 하단벽을 가볍게 오른 뒤 상단벽 크랙 등반 중 홀드가 깨져나가는 바람에 2m 이상 추락하고, 밑에서 지켜보던 염동우 기자는 “낙석에 맞아 죽을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한재광씨는 “유일한 홀드인데 깨져나갔으니 난이도가 더 올라갔을 것”이라며 ‘우울한 표정’을 짓는다.

예상대로 한재광씨는 상단 벽에서 “도대체 여기를 어떻게 올라섰느냐”며 어려움을 호소한다. 점심때를 지나면서 기온이 오히려 떨어지고 차가운 바람이 몰아쳐 손가락마저 시릴 정도니 상황은 더욱 나빠진 셈. 그래도 세종시에서는 등반깨나 하는 한재광씨가 앞에서 절절매니 다음 등반자인 전연수씨와 권영장씨도 마음이 편치 않아 보였다.
“야~, 다시 봄날이다. 역시 봄이 좋긴 좋아.”

3피치 종료지점 위쪽은 양지바른 남향에 여러 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을 만큼 터가 널찍하다. 암벽이 바람을 막아 주니 햇살은 더욱 따스하게 느껴진다. 3피치를 등반할 때 불던 차가운 바람도 훈풍으로 바뀌었다. 각자 배낭에서 먹거리를 꺼내놓자 풍성한 점심상이 차려진다.

“유능한 장수는 전쟁나면 적을 죽이지 않고 부상을 입힌대요. 그래야 부상병을 후송하느라 병사 두세 명이 전쟁을 못 하게 되니까. 부상 심한 병사는 어떻게 하는지 알죠?”

기자는 3피치 하단벽에서 등반 중 장딴지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는 바람에 등강기에 의존하는 신세. 고철준씨는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부상병 신세인 기자를 놀려 댄다. 하지만 어찌 하리요, 고철준씨가 “자력으로 오르지 못하면 여기다 놔두고 가겠다”고 엄포를 놓으니 끙끙거리면서라도 계속 오르는 수밖에.

제5피치 등반. 평범한 구간이다.
제5피치 등반. 평범한 구간이다.

“잡을 게 없어요. 어떻게 해요~. 저걸 잡아야 하는데.”

점심식사를 마친 뒤 4피치 등반에 나섰다. 하단부 15m는 완경사에 홀드와 스탠스가 발달돼 있어 쉽게 오를 수 있으나 두 번째 볼트 위쪽은 80도 각도에 빤빤한 암벽. 전연수씨는 다른 사람에 비해 신장이 짧다 보니 홀드를 잡는 데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전씨는 몇 차례 주르륵 미끄러지더니 오른쪽으로 위치를 옮겨 턱을 이용해 올라섰다.

아직은 봄이라 하기에는 이른가보다. 햇볕을 받으면 따스한 느낌이 들지만 음지로 들어서면 몸이 서늘해진다. 그렇지만 일행의 열정은 차가운 얼음이라도 녹일 만큼 뜨겁기만 하다. 선등자의 등반을 한 동작도 놓치지 않으려고 골똘히 바라보고, “텐션!”을 외치면 위에서 줄을 당겨 주는데도 자력으로 오르려고 안간힘을 다했다.

“적어도 매킨리는 가고 싶었어요. 한데 해외 산 간다는 게 생각대로 이루어지지 않더군요. 후회하지는 않아요. 봄여름가을엔 하드 프리에 집중해 다니고, 겨울엔 잘 생긴 빙벽 찾아다녀요. 그것만도 시간이 부족해요.”

고철준씨도 여느 클라이머와 다름없이 고산 등반에 대한 꿈이 있었다. 하지만 바쁜 생활이 이를 허락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꿈을 하드프리 등반으로 이어가고 있다. 그가 5.13 클라이머 중에서도 손꼽히는 것은 역시 남다른 등반 열정 덕분일 것이다.

디에드르형 크랙에 이어 활처럼 휘는 크랙을 타고 5피치를 올려치고, 이어 전형적인 레이백 크랙을 올라서자 완경사 암릉이 나타난다. 로프를 잘 이용하면 ‘부상병’도 쉽게 오를 수 있는 구간이라 마음을 놓았더니 급경사 바위 턱이 나타나 다시 등강기 신세가 되고 한다.

“이게 진짜 암릉이지, 아깐 너무 했어. 장딴지도 다치고 말이야~.”

8피치는 그야말로 걷듯이 오르는 암릉이다.

암릉 너머로 또다른 암릉이 돌병풍처럼 펼쳐졌다. 돌병풍 기암 사이사이 골이나 산기슭에는 희끗희끗 눈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그러나 오후 햇살은 겨울 돌병풍을 보석처럼 반짝이게 하면서 따스한 봄기운을 불어넣고 있었다. “어휴, 형은 다리 아프다더니 다 거짓말이잖아. 저 표정 봐, 즐겁기만 하네.”

봄햇살은 통증도 잊게 했다. 엄지길에서 내뿜는 따스한 기운은 대둔산 산봉과 산릉뿐만 아니라 클라이머들에게도 봄의 새 생명을 심어 주고 있었다.

레이백 자세로 크랙을 등반하는 전연수씨. 제6피치.
레이백 자세로 크랙을 등반하는 전연수씨. 제6피치.

등반 개요

위치 대둔산 용문골 지계곡 상단부

소요시간 3인 1조 기준 3시간  소요장비 60m자일 1동, 퀵드로 7개, 슬링

접근 대둔산도립공원 입구에서 배티재 방면으로 약 600m 떨어져 있는 용문골을 따라 25분쯤 오르면 아치형 다리를 만난다(산행 이후 두 번째 도강지점). 다리 건너 지계곡을 거슬러 15분쯤 오르면 계곡 왼쪽으로 커다란 바위가 보인다. 여기서 바위 왼쪽으로 100m쯤 오르면 암벽 하단부에 흰 페인트로 ‘엄지’라고 적혀 있는 등반기점에 닿는다.

하산 종료지점 위쪽 바위를 넘어선 다음 왼쪽 사면으로 접어든다. 산죽길을 가로지르노라면 밑으로 이어지는 산길이 눈에 띈다. 이 길을 따르면 용문골 삼거리~용문골 케이블카 갈림목을 잇는 주등산로로 내려선다. 이 길은 칠성봉전망대 입구~케이블카갈림목(케이블카 정류장 470m)~신선암을 거쳐 용문골 입구로 이어진다. 8피치 종료지점에서 약 50분.

교통 대둔산행 노선버스는 대전과 전주, 금산에서 다닌다.

엄지길 등반을 마치고 암릉 위로 올라서는 고철준씨와 일행.
엄지길 등반을 마치고 암릉 위로 올라서는 고철준씨와 일행. 뒤로 전북 완주군과 진안군, 충남 금산군 일원의 산봉 산릉이 봄바람에 일렁이는 잔물결처럼 느껴진다.

전주→대둔산 공용버스터미널 (063-272-0109, 1688-1745)에서 1일 5회(06:40, 09:00, 09:40, 14:20, 15:50) 운행. 1시간, 요금 6,400원.

금산→대둔산 시외버스정류장(041-754-4854)에서 1일 7회(08:30, 11:10, 12:30, 13:10, 15:40, 16:40, 17:55) 운행. 30분, 2,300원.

대전→대둔산 서부터미널(042-584-1616~7)에서 1일 3회(07:45, 13:20, 17:30) 운행(대둔산에서는 08:40, 14:30 18:30 출발). 40분, 3,300원.

승용차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 안영 나들목→635번지방도→복수사거리→우회전→ 17번국도→진산→배티재, 또는 대전통영고속도로 추부 나들목→추부 →17번국도→진산→ 배티재 경유. 전주 이남권은 익산장수고속도로 완주 나들목→ 7번국도→고산→운주, 또는 전주시→17번국도→봉동→고산→경천→운주 경유.

숙식(지역번호 063) 대둔산 도립공원 들머리의 관광단지에 민박과 식당이 여럿 있다. 공원 입구 주차장(1일 2,000원) 위쪽의 야영장은 무료다. 대둔산도립공원관리소 240-4561.

대둔산관광호텔(263-1260)은 객실과 온천사우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입욕료 6,000원(투숙객은 4,000원). 입욕시간 07:00~18:00. 배티재 고갯마루에서 진입하는 대둔산자연휴양림(진산자연휴양림)에는 다양한 규모의 숙소가 마련돼 있다.

예약 및 문의 041-753-4242, www.ijinsan.net

대둔산도립공원 진입로 변에는 산산산(263-3829), 태평전주식당(263-3871), 민속전주식당(263-1658), 한밭식당(263-9870) 등 토속음식점이 줄지어 있다.

산행 길잡이
산행 길잡이 


산행 길잡이
초중급 난이도의 8피치 암릉길

대둔산 엄지길은 중급 수준의 클라이머가 선등을 맡아 준다면 초보자들도 동행이 가능한 암릉길이다. 가장 어려운 구간은 2피치와 3피치. 2피치는 하단벽의 포켓 홀드를 잡는 게 관건이다. 핑거홀드가 날카로우므로 손가락에 테이핑하고 등반하는 게 좋다. 3피치는 네 번째 볼트 아래 홀드가 깨져나가는 바람에 개척 당시보다 한층 어려워졌다. 강한 파워와 밸런스가 잘 조화를 이뤄야 등반이 가능하다. 다른 구간은 5.8이거나 이하 수준이어서 기초등반기술을 익힌 사람이라면 무난히 오를 수 있다. 3피치 종료지점에서 왼쪽으로 내려서면 용문골삼거리 길로 하산할 수 있다.

제1피치(25m, 5.7) 그야말로 몸 푸는 수준의 구간이다. 손가락이 쑥 들어갈 만한 크랙과 턱이 많아 순조롭게 등반이 가능하다.

제2피치(25m, 5.10a) 페이스에 가까운 암벽 구간. 벽 중단의 포켓홀드를 손가락으로 낚아채기까지가 관건이다. 도입부는 스탠스와 홀드가 좋으나 위로 오를수록 작고 흐르는 홀드로 바뀐다. 특히 포켓홀드 약 50cm 아래 지점은 홀드가 손가락 끝이 겨우 걸리기 때문에 미묘한 밸런스 감각으로 등반해야 한다.

대둔산 엄지길 위치도와 접근로
대둔산 엄지길 위치도와 접근로

제3피치(30m, 하단 5.8, 상단 5.10b) 상하단으로 나뉜다. 하단 벽은 홀드와 스탠스가 좋아 쉽게 오를 수 있다. 상단부로 접어들면 각이 세 몸이 뒤로 젖혀져 균형 잡기가 쉽지 않다. 특히 네 번째 볼트 바로 아래 주먹만 한 홀드가 떨어져 나가는 바람에 난이도가 한 단계 올라갔다는 게 취재를 이끈 클라이머들의 평이다.

제4피치(25m, 5.9) 3피치 종료지점 위쪽 테라스에서 바위를 바라보고 왼쪽으로 산죽 우거진 골짜기를 20m쯤 거슬러 오르면 등반 기점이 나온다. 약 3분의 2 구간은 쉽게 오를 수 있다. 상단 벽 상의 세 번째 볼트에서는 아래쪽 사선 턱을 밟고 일어선 다음 위쪽의 흐르는 턱을 잡아당기면서 몸을 위쪽으로 이동해야 한다.

제5피치(10m, 5.8) 책을 펼쳐놓은 듯한 디에드르형 바위다. 크랙을 3m쯤 오르면 턱을 이룬 오버행 바위가 앞을 가로막는다. 사이드홀드를 이용해 역 레이백 자세로 등반해야 한다. 턱 위쪽 크랙 구간은 위로 오를수록 왼쪽으로 휘므로 가능한 한 왼발을 높이 올려야 밑으로 흘러내리지 않는다.

제6피치(6m, 5.8) 전형적인 레이백 크랙이다. 각이 누워 큰 힘 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

제7피치(20m, 5.8) 완경사 암릉을 따르다가 침니형 크랙으로 이어진다. 초보자도 무난히 오를 수 있는 구간이다.

제8피치(25m, 5.6) 걷듯이 오를 수 있는 암릉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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