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 대륙풍운(大陸風雲)-157>맹손선생은 교병계로 왕준을 꺾다

2018. 10. 27. 23:03잡주머니



간교한 적들이 나무를 베어 길을 막아놓았습니다!

<역사소설 대륙풍운(大陸風雲)-157>맹손선생은 교병계로 왕준을 꺾다

이순복 소설가 | 기사입력 2018/10/13 [01:01]


 

▲ 이순복 소설가     ©브레이크뉴스

   연일연승의 기쁨에 도취해 있는 왕준의 군영에 밤은 단꿈으로 깊게 잠들어 있었다. 낮 동안의 격한 싸움으로 피로에 지친 유주군의 영채에서 잠자는 장졸들도 차츰차츰 깊은 꿀잠에 빠져들었다. 이것은 맹손선생교병계를 써서 을 홀리는 것인데 그들은 그것을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교병계의 예를 들어 보면

   “위나라 병사들은 본래 사납고 용감해 우리 제나라를 가벼이 본 나머지 제나라 군사를 겁쟁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적을 얕보면 반드시 패하게 마련입니다. 지금 우리는 적진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우리 군사는 짐짓 더욱 약한 모습을 보여 적들을 더욱 교만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교만해진 적을 유인한 뒤 계책을 써 일거에 치면 가히 승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기가 한 말로 적들을 교만하게 만들어 방비를 소홀하게 만드는 병법이 교병계(驕兵計)이다.

   “어떻게 적을 유인해야 하오?”


   “우리는 행군하면서 먼저 부엌을 1만 개 만든 뒤 다음 날부터 차례로 그 수효를 줄이면 됩니다. 방연의 군사는 우리가 밥을 지어 먹고 간 부엌의 수효가 나날이 줄어든 것을 보고 우리 제나라 군사가 겁이 나 도망병이 늘어난 것으로 알 것입니다. 그러면 그들은 더욱 교만해진 나머지 무리를 해서라도 급히 우리를 추격해올 것입니다. 급히 쫓아오면 쫓아올수록 더욱 피로해질 것입니다. 적들이 피로에 지쳐 기동성이 현저히 떨어질 즈음 계책을 써 섬멸하면 됩니다.”


   전기가 이를 좇았다. 손빈이 건의한 계책을 이른바 감조유적(減竈誘敵)의 계책이라 한다. 황급히 도주한 것처럼 꾸며 적을 교만에 빠뜨리는 계책이다. 당시 위나라 경계에 들어선 방연은 제나라 군사가 이미 지나간 것을 알았다. 방연이 둘러보니 제나라 군사가 영채를 세웠던 자리가 매우 넓었다. 방연이 말하기를

제나라 군사가 밥을 지어 먹고 간 부엌이 몇 개인지 세어보도록 하라.”

“1만 개가 조금 넘습니다.”

 

   다음 날에도 진군 도중에 살펴보니 부엌의 수는 5,000개 남짓했다. 또 다음 날 살펴보니 2,000개 정도에 불과했다. 방연이 크게 기뻐하며 말하기를

원래 제나라 사람은 겁이 많다. 그들은 우리가 위나라 땅에 들어선 지 불과 사흘 만에 절반 이상이 달아나고 말았다. 급히 추격하면 가히 적들을 섬멸할 수 있을 것이다.”


   방연이 군사들을 급히 몰아 황혼 무렵에 마릉(馬陵)에 도착했다. 마릉은 양쪽으로 높은 산이 솟아 있는데다가 계곡이 깊고 수목이 울창해 복병계(伏兵計)를 펼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손빈이 이를 놓칠 리 없었다. 마릉으로 들어오는 길 가운데 가장 험준한 곳을 골라 큰 나무 하나만을 남겨두고 나머지 나무를 모두 베어버렸다. 이어 병사들에게 남은 나무의 가지를 모두 자르고 껍질을 벗기게 했다. 그리고 친히 붓을 들어 나무 위에 방연사우차수지하(龐涓死于此樹之下)라고 썼다. 방연은 이 나무 아래에서 죽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다시 수하 부장들에게 명하기를

   “두 장수는 궁노수 5,000명을 이끌고 길 좌우편에 매복하라. 껍질을 벗긴 나무 밑에서 불빛이 일어나거든 그 불빛을 향해 일제히 활을 쏘도록 하라. 나머지 제장들은 마릉에서 3리 밖에 매복하고 있다가 위나라 군사가 지나가도록 한 뒤 바로 그 뒤를 쫓아가 엄살하라.”

 

   위나라 군사는 급히 추격전을 펼친 까닭에 마릉에 당도했을 때 이미 크게 지쳐 있었다. 앞서 가던 군사가 문득 돌아와 방연에게 보고하기를

   “간교한 적들이 나무를 베어 길을 막아놓았습니다.”

   “제나라 군사들이 우리 군사가 추격할까 겁이 나서 길을 막아놓은 것이다.”

그리 말하고 방연이 직접 가보니 껍질이 벗겨진 나무 하나가 우뚝 솟아 있었다. 어렴풋이 글자가 보였으나 워낙 어두워 자세히 알 수 없어 수하에게 말하기를

  횃불을 켜라.”

사위가 밝아지자 방연은 글자를 해독하고 나서 자지러지게 놀라 외치기를

   “내가 속았다. 속히 후퇴하라.”

교병계에 걸려 사지에 빠진 줄 알고 호령했으나 그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사방에서 화살이 우박처럼 쏟아졌다. 방연이 피투성이가 된 채 탄식하기를

   “드디어 그 어린놈이 명성을 떨치게 만들어주었구나!”

   마릉전투에서 제나라 군사는 위나라 군사 10만 명을 대파하는 대승을 거두었다. 이에 손빈은 당대 최고의 병법가로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제나라 내부의 권력다툼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포상을 마다하고 이내 은거해 버렸다.

이것이 손빈이 말하는 교병계인데 왕준맹손선생교병계에 걸려 퇴락의 길로 빠져드는데 그전의 이야기이다.

 

   한편 요서군맹손선생교병계에 걸린 줄도 모르고 밤이 깊도록 전승에 취하여 왕준이 내린 술을 질탕거리며 마셨다. 그리고 2경이 지나서야 하나둘 곤죽이 되어 나사빠져 잠이 들었다. 그러나 양국성 안에서는 이 무렵 한창 장졸들이 출병준비로 부산을 떨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3경이 되었다. 한군의 제장들은 각각 군사를 이끌고 숨을 죽이며 은밀히 성을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먼저 장웅 조응 등이 시초와 유황 기름의 불씨를 군사들에게 소지하게 하여 서문을 벗어났다. 조응은 친히 민첩한 군사 10여 명을 데리고 요서군의 영채 가까이 까지 숨어들어 순라병을 처치하려 다가갔다. 이들은 요서군의 7명의 순라병을 순식간에 처리하고 뒤에 있는 장웅에게 신호를 보냈다. 장웅번융이 이끈 군사가 날쌔게 불씨를 요서군의 장막 가까이에 쌓고 일제히 불을 질렀다. 고요와 어둠 속에 묻혔던 요서군의 영채에서는 갑자기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그러나 곤드레만드레가 된 요서군은 여전히 잠에서 깨어나지 않고 다만 몇몇 부장과 군사들만이 놀라 밖으로 뛰어 나와 아우성을 쳤다.

   불이야! . 붙이 붙었다. 어서 일어나라!”

단잠에 푹 빠진 장졸들이 긴급사태를 알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기만 했다. 불은 순식간에 영채에 옮아 붙어 사납게 타기 시작했다.

 

   왕미조개 조염 등은 이 기회를 놓칠 새라 크게 함성을 지르며 요서군의 영채를 짓쳐 들어갔다.

  어리바리 한 놈들을 다 죽여라! 사정을 두지 말고 목을 베어라!”

잠에 취하여 갈팡질팡 어리벙벙 하는 요서군을 사정없이 시살했다. 눈에 보인 족족 닥치는 대로 모두 다 죽여 버렸다.


   서북쪽에서 불길이 크게 이는 것을 보자 동문을 나선 장경 장실 등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왕준의 영채를 덮쳤다. 왕준기홍 손위 등은 깜짝 놀라 자리를 박차고 영채 밖으로 뛰어 나오니 서북쪽 밤하늘에 불길이 솟구치고 한군들은 마구 진의 장졸들을 시살하고 있었다. 왕준은 황급히 말에 올라 우왕좌왕하는 군사들을 질타하였지만 선잠을 깬 진병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이때 왕준의 눈앞에 범 같은 장수가 불쑥 나서며 호통 치기를

   “이놈 왕준, 냉큼 말에서 내려 항복하지 못할까.”

왕준이 바라보니 한군 대장 장경이다. 크게 놀란 왕준은 얼른 말머리를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기홍은 장실과 싸우다가 왕준이 위급한 지경에 빠지자 얼른 장실을 버리고 달려가 재빨리 왕준을 호위하여 달아났다. 진병들은 완전히 질서를 잃고 저마다 자기 목숨을 살리고자 바빴다.

 

   이때 서북쪽의 요서군의 진채는 완전히 쑥대밭이 되고 불지옥이 되어 버렸다. 단말배단문앙은 어찌 손을 써야 할지 몰라 허둥대다가 단말배는 왕미에게 사로잡히고 단문앙은 조염의 창에 무릎을 찔려 목적 없이 달아났다. 홀로 남은 단질육권 만이 목이 터져라 군사들을 붙들어 세우고 한군을 무찔러 보려고 애를 썼으나 모두가 허사였다. 단질육권은 사세가 이미 기운 것을 깨닫고 부하들을 향하여 외치기를

  달아나라! 물러나라! 몸을 피해서 목숨을 구하라!”

재빨리 후퇴 명령을 내리고 단질육권 자신도 달아나기 시작했다. 먼동이 희미하게 틀 무렵 간신히 숨을 돌린 단질육권은 패잔병을 수습하여 겨우 진세를 갖추었다. 그러나 패잔병은 1만에 미치지 못하고 주수인 단말배와 선봉 단문앙이 보이지 않았다. 헌데 한 졸병이 헐레벌떡 달려와 보고하기를

   “대장님은 한장에게 사로잡히고 선봉은 큰 부상을 입고 몸을 피했습니다.”

이와 같은 비보를 들은 단질육권은 크게 소리쳐서 왕준을 저주하기를

   “늙은 요물이 자기 공을 위하여 나의 두 형님을 잃게 했구나. 우리 영채가 불길에 싸인 것을 보고도 구원하지 않았으니 내가 늙은 도적을 잡아 죽이고 말겠다.”

단질육권이 이같이 부르짖자 한 졸병이 외치기를

왕도독은 한군이 느닷없이 겁채하여 대패하자 유주를 향하여 도망쳤습니다.”

 

   이때 양국성 방향에서 단문앙이 천여군의 옹위를 받고 오는 것이 보였다. 단질육권은 얼른 앞으로 달려가 형을 맞이하였다. 그리고 한장에게 잡혀간 단말배를 구해낼 방도를 숙의하자 먼저 단문앙이 단질육권이 제의하기를

  왕준이란 놈은 조금도 의리가 없는 놈입니다. 우리가 그놈의 노회한 간계에 속았습니다. 이제 그런 위인과는 단교하고 차라리 석늑과 우호를 맺어 큰 형님을 구해 내도록 합시다.”

단문앙도 그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둘은 말 잘하는 군사를 선발하여 양국성으로 말 잘하는 사자를 보냈다. 사자는 불이 나게 양국성으로 달려가 석늑에게 화의를 청하기로 했다.

   “요서에서 석늑 도독께 드리고자 하는 청이 있어서 왔습니다. 누가 나와서 나와 이야기를 합시다.”

요서 사자가 양국성 아래 당도하여 성루를 향해 이와 같이 외치자. 궐자가 나타나 얼굴을 보이자 사자가 다시 큰 소리로 외치기를

   “우리는 요서 선봉 단문앙의 서장을 가져온 사자요. 면담을 청하니 문을 여시오.”

이에 단문앙이 보낸 사자가 석늑장빈 앞에 인도되어 서장을 바치고 자초지종을 말했다. 장빈은 사자의 말을 다 듣고 서장을 읽은 후 부드러운 말로 이르기를

   “잘 알았으니 내일이라도 너희 대장 두 분이 친히 와서 진심을 보이게 하라. 그러면 너희들의 주수를 살려서 돌려보내겠다.”

 

   요서군의 사자는 크게 안심하고 돌아가서 장빈의 말을 그대로 단문앙 형제에게 전했다. 이에 단씨형제는 크게 기뻐하며 다음날 예물을 갖추어 십여 명의 적은 군사와 함께 양국성에 당도하였다. 장빈석늑에게 친히 나가서 그들을 맞도록 권했다. 석늑도 그 뜻을 알아차리고 곧 급상장경 조개 3장만 데리고 성문까지 나가 그들을 환영하고 성안으로 들어 왔다. 단씨형제를 맞은 석늑은 곧 크게 잔치를 베풀어 융숭하게 대접했다. 한창 자리가 무르익어 갈 즈음에 장빈은 군사를 시켜 단말배를 데려오게 하였다. 단말배가 단씨형제의 예상을 깨고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자 3형제가 서로 눈물을 흘리면서 극적인 상봉을 했다. 한차례 눈물 바람을 일으킨 3형제는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석늑에게 감사의 표시로 머리를 조아리며 장형이 말하기를

   “진정 감사합니다. 재생의 은인으로 여기며 살겠습니다. 지난날의 과실을 용서해 주십시오.”

삼형제가 다 같이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드리자 석늑은 연신 머리를 끄덕이기만 했다. 그러나 입을 굳게 닫고 듣기만 한던 장빈은 철저한 준비를 가지고 이들을 회유하였으니 그에게는 깊은 숨은 까닭이 있었다. 풀어 말하자면 유주 총독 왕준은 그의 첩에서 낳은 딸을 단필탄에게 주어 사돈을 맺고 요서의 강력한 군사를 항상 우익으로 삼았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필탄은 지금 까지 왕준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군사를 동원하여 왕준을 도와주었다. 이런 깊은 관계를 알고 있는 장빈은 이 기회에 단필탄을 회유하여 오래도록 화평을 맺어서 적어도 석늑에게 만은 중립을 지키게 하려는 심산을 가지고 있었다.

 

   자리를 함께한 시간이 지날수록 단씨형제는 석늑의 후한 인심에 감동한 듯 보였다. 그들로서는 정말 뜻밖의 후대였으며 형 단말배를 살려낸 외교적 승리라 생각하였다.

이날 장빈은 백마를 잡아 단말배와 피를 나누어 마시고 형제결의를 하여 앞으로는 서로 침범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였다. 2일간 양국성 안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고 단씨형제가 떠나자 석늑은 그들에게 많은 금은보화를 예물로 주었다. 그리고 장빈장실 장경 두 동생과 아들 장웅과 함께 멀리 성 밖 20 리 지점까지 따라 나와 단씨3형제를 전송하였다. 이후로부터 요서의 단필탄 왕준과 사이가 멀어지고 석늑과 한층 가깝게 되었던 것이다.

한편 혜제를 장안으로 빼앗긴 동해왕태자 사마담을 내세워 제후들을 선동하여 혜제를 다시 낙양으로 모시고자 시도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때 진조의 형세는 크게 둘로 갈라져 권세를 다투었다. 하나는 동해왕 월이 주동이 된 범양왕 효동영공 사마등 병주자사 유곤 남양왕 모 하간왕 옹 성도왕 영 예주자사 유교가 함께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이 밖의 여러 친왕과 제후들은 중립을 지키며 오직 혜제를 받들고 조정에만 충성을 바치고 있었다.

이 무렵 장방은 오만방자함이 절정에 달하여 그 행패가 비빈을 능욕하고 고관대작들의 귀부인을 겁간하기를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장방의 이런 횡포를 꺾을 자가 없었으며 그 권세가 하늘을 찌를 지경이었다.

어느 날 범양왕 효동해왕 월에게 근심스럽게 말하기를

   “지금 장방이 장안에서 비빈을 예사로 겁간하는 대역부도한 만행을 자행하고 있는데 처치할 방도가 보이지 않소 그려. 하루 속히 장방을 없애버리고 황제를 낙양으로 모셔 와야 하겠습니다.”

하고 역시 밤낮으로 그와 같은 생각을 하며 노심초사하고 있으나 장방의 영용함이 절륜하여 당할 자가 없으니 어찌 하겠소.”

이에 범양왕 효가 다시 말하기를

  우리나라에서 장방을 꺾을 수 있는 장수는 오로지 유주의 기홍 뿐입니다. 제가 직접 유주에 가서 왕준에게 부탁하여 기홍을 빌려 오도록 해보겠습니다.”

동해왕은 쾌히 응낙하고 범양왕 효를 유주로 떠나게 하였다.

 

   이때 왕준석늑에게 패하여 유주로 돌아와서 울분을 참지 못하고 원통해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범양왕이 찾아온 것이다. 왕준은 범양왕을 보자 문득 한 가지 간계가 떠올랐다. 이 기회를 타서 조정에 발판을 구축하자는 심산을 가지고 생각하기를.

   그래 이 참에 범양왕 효의 부탁을 들어주고 마음을 얻어 두자.’

왕준이 마침 이런 계산을 하고 있는데 범양왕왕준을 향하여 한참 뜸을 드리다가 말하기를

   왕자사에게 간절한 부탁을 드려야 하겠소. 들어서 아시겠지만 장방이 안하무인으로 방자하여 이를 제거하고 싶으나 마땅한 장수가 없소이다. 고는 동해왕과 협의한 결과 이 밀계의 성공을 위하여 기홍장군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결과를 얻었소. 폐하를 위하고 사직을 위하여 기홍장군이 큰일을 성공시킬 수 있도록 보내 주시기 바라오이다.”

 

   이와 같이 범양왕이 장방을 제거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하자 곁에 있던 동영공 등이 적극적으로 권유하자 왕준은 짐짓 못 이긴 체하면서 기홍을 보내기로 결정하였다. 범양왕은 기홍을 빌리게 되자 이 사실을 동해왕에게 알리니 동해왕은 진압 군사를 진발시키기 전에 먼저 장안으로 격문을 띄웠다. 그것은 장방이 난세를 틈타 비빈은 물론 궁녀들을 함부로 농락하는 대역부도한 죄를 서슴지 않고 안하무인으로 행세하니 이를 조속히 징벌하고 황제의 어가를 다시 낙양으로 모시고자 한다는 내용이었다.

일이 이와 같이 무르익자 왕준은 곧 기홍에게 일지군을 주어 장안으로 가서 동해왕을 도와 장방의 횡포를 막도록 하였다. 그런가 하면 동해왕 월은 부쩍 힘을 얻어 스스로 맹주가 되어 기홍을 대장으로 삼아 범양왕 효남양왕 모 병주자사 유곤 그리고 유주군을 합하여 20만대병을 발진하여 장안을 향하여 나가도록 하였다


   격문이 돌며 사태가 이처럼 심각하게 돌아가자 하간왕 옹은 크게 놀라 곧 황제를 낙양으로 모시고 가야 하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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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이순복. 소설가



2018.10.13 | 브레이크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