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바람으로 꽃잎이 휘날리는 것을 보며 관련 시(飛花)를 찾아 보다 / 樂民 장달수 外

2019. 1. 20. 11:30


수정중입니다......

아름다운,,,옛시...감상...수십편...| ○ 자유게시판

오박사(태규) | 조회 1095 |추천 0 | 2018.04.29. 14:24




큰 바람으로 꽃잎이 휘날리는 것을 보며 관련 시(飛花)를 찾아 보다|우리집안 자료 


樂民(장달수) | 조회 554 |추천 0 |
2018.04.15. 14:42                       http://cafe.daum.net/jangdalsoo/ZAtL/454
et/jangdalsoo/ZAtL/454  //



  내가 인천 부평 삼산동으로 이사온 지가 만 4년이 되었는데 딸아이를 위해서였다.

이제 손자 손녀가 학교에 들어가서, 아들과 같이 살려고 이사를 하게 되었다.

처음 왔을 때는 별로 정이 들지 않았으나 사오월이 되니 집 주위에 산수유꽂 벗꽃 매화 살구꽂

앵두꽃이 만발하였다. 가끔 벗이 찾아 오면 집뒤 공원 정자에서 술잔을 나누기도 했다.

이제 미처 피지 않은 꽃을 여기서 보지 못하고 떠나게 되었다.

몇일 전 벚꽃이 만발하였는데 큰 바람으로 꽃잎이 날리는  것을 보고 飛花 시 몇편을 찾아 보았다. 


무술년 4월 10일  취송헌에서 낙민 장달수 쓰다.



飛花 詩 


차례

 

*복건(福建)으로 부임하는 최 염사(崔廉使)를 전송하며 가정 이곡

*궤안에 기대어[隱几] -계곡 장유

*장생 희직과 헤어지며[別張生希稷] -계곡 장유

*낙화(落花) -장유

*광원루운廣遠樓韻-근재 안축

*종장 익재공의 시에 차운하다 - 급암 민사평

*김 참봉(金參奉) 성대(聲大) 에 대한 만사 중에서 -농암 김창협

*이장 지겸 에게 주다[贈李丈 之謙] -다산 정약용

*여몽령(如夢令) 을묘년 봄에 꽃구경하고 고기 낚으며 잔치하던 일이 생각나서 -다산 정약용

*아내에게 부치다 -정약용

*양 각교(梁閣校)가 반낭(潘閬)의 춘유편(春遊篇)에 화답한 것을 차운하다 -이규보

*춘감(春感) 2-이규보

*낭천현 객사에서 유제시(留題詩)에 차운하여[和狼川縣客舍留題] -임유정(林惟正)

*춘일(春日) -정지상(鄭知常)

*교서(橋西) -정추(鄭樞)

*조 시중이 좌주를 청하여 잔치하는데 축하하다[賀趙侍中邀座主開讌] -성석린

*소우(小雨) -서거정(徐居正)

*장현 하인가(長峴下人家) -김종직(金宗直)

*이른 아침에 평교를 출발하여 점심때에 만마관에서 쉬다早發平橋午憩萬馬關〕 -매천 황현 

*가는 봄을 안타까워하다春歸有恨-매천

*봄 저물어 가는데 산사에서 쓰다春晩題山寺-매호 진화

*마상(馬上)에서 고향 사람 진사(進士) 왕계(王桂)를 만나다. -목은 이색

*흥취를 풀다. -목은

*가랑눈이 내리다. -목은

*낮에 앉아서 짓다. -목은

*즉사(卽事) -목은

*이백(李伯)의 <제동계공유거(題東溪公幽居)>

*육언 시 -이색

*도중(途中)에 눈을 만나다. -서거정

*김자고(金子固)가 부친 시에 차운하다 -서거정

*해주(海州) 방 판관(房判官) 옥정(玉精) 을 보내다 -서거정

*납설(臘雪) -서거정

*꽃을 애석해 하다 -서거정

*춘만(春晩) -서거정

*목천(木川) -서거정

*용두산(龍頭山) 절벽의 봄꽃 -서거정의 밀양 십경 중에서

*춘강곡(春江曲) -김세렴

*금악가(金樂歌) -상촌 신흠

*정시회가 광릉으로 돌아가려 한다는 말을 듣고 짓다[鄭時晦欲歸廣陵 聞而有述] -신흠

*산중의 즉흥[山中卽事] 4-신흠

*병이 많음[多病] -상촌 신흠

*중국 장수의 시를 차운함[次天將韻] -서애 류성룡

*덕은관(德恩館)에 홀로 앉아서 -교산 허균

*진부(珍富)에서 자다 -교산 허균

*남전일난옥생연(藍田日暖玉生煙)의 칠자(七字)를 운으로 삼아 무산(巫山) 장옥랑(張玉娘)에게 유증(留贈)하다 

*퇴지 효이두(退之效李杜) -이익 성호사설

*봄눈春雪-소재 노사신

*열마의 시내를 지나며閱馬溪行- 송당 조준

*생각나는 대로 절구 여덟 수를 읊다[漫吟八絶] 정축년 -순암 안정복

*양산(梁山)에서 정보(鄭誧)의 황산가(黃山歌)에 차운하다. -약천 남구만

*송 시승(宋寺丞) 문중(文中) 과 함께 채 규정(蔡糾正) 극경(克敬) 을 찾아가서 박면()의 시에 차운한 두 수 -권근

*우연히 읊다[偶吟] -완당 김정희

*실제(失題) 4-완당 김정희

*조시중(趙侍中)이 좌주(座主)를 맞아 잔치를 하였다. -독곡(성석린)

*은거하며 즉흥으로 짓다幽居卽事-용헌 이원

*춘별곡(春別曲) 5. -월사 이정귀

*유지사(柳枝詞) 5-월사 이정귀

*장현 아래 인가에서 짓다. 울산의 서쪽 삼십여 리쯤에 있다. -점필재

*지산(芝山)으로 이사와 살면서 시냇가에 제방을 쌓은 다음 그 위에 복숭아나무를 심고는 -조지산

*연위사(延慰使)로 가는 현옹(玄翁)의 시에 차운하다 2-청음 김상헌

*고원(高原) 객사(客舍)의 판상(板上)에 있는 시의 운에 차운하다 2수  -청음 김상헌

*사계서원(沙溪書院) 상량문 중에서 -청음 김상헌

*시골 어떤 사람의 환갑잔치에 차운하다 -청장관 이덕무

*학곡(鶴谷) 홍공 서봉(洪公瑞鳳)의 호 의 시에 차운하여 -택당 이식

*늦은 봄도 다 저물어 갈 무렵 택풍당(澤風堂)에 앉아 있으려니 -택당

*영월(寧越)의 김 태수(金太守) 수현(守玄) 에게 부치다. -택당 이식

*홍택방(洪澤芳) () 의 집에서 권자정(權子淨) () 을 만나 조금 술을 마셨는데 -택당

*채지(採芝)에게 주다 -[최숙생(崔淑生)]

*차운하여 오부사(吳副使)와 작별하다 - [김인손(金麟孫)]

*서울로 가는 이계헌(李季獻)과 작별하다 -[이달]

*해운대(海雲臺) -신유


*성현의 한도 십영 중

*사제에서 비를 맞으면서 구호하다沙堤冒雨口號-성현

*관음굴 앞 시냇가에서 달을 대하여 술을 마시다觀音窟前溪對月飮酒-성현

*독불견獨不見-성현


*귀성하는 형백을 전송하다送亨伯歸省-회재 이언적

*강가의 늦봄江上暮春-간송 조임도

*중선암中仙巖-강한 황경원

*운석정에 오르다登雲夕亭-황경원

*함안의 동헌 시에 차운하다次咸安軒韻-금계 황준량

*성곽 남쪽의 봄날郭南春日-동강 신익전

*낙엽落木-무명자 윤기

*기미년 입하에 비로소 꽃이 피었기에 2己未立夏始花偶成 二絶-무명자 윤기

*삼가 큰형님의 시를 차운하다敬次伯氏韻-문곡 김수항

*월 그믐날 감회가 있어 당시에서 한치요의 시를 차운하다三月晦日有感 次唐詩韓致堯韻-김수항

*대흥사에서 구담을 지나 박연 폭포로 향하다自大興寺過龜潭向朴淵-미산 한장석 


*성여신의 계서록 중

*서평군 정자西平君亭子-삼산재 김이안

*발연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름다운 곳이 있어 잠시 쉬다鉢淵歸路得佳處小憩-김이안

*송산의 갠 눈松山晴雪-소호당 김택영

*그믐날에 또 비가 내리다 2晦日又雨 二首-암서 조긍섭

*삼가 차운하다 두흥 [伏次 斗興] -옥담 이응희

*백마강 가는 길에扶江途中-옥오재 송상기

*옥전현에서 눈 내린 뒤에 길을 나서다玉田縣雪後發-용담 박이장

*당시 집구로 답답함을 떨치다 -운양 김윤식

*조 부장의 환벽정에 쓰다題趙部將環碧亭-월정 윤근수

*마포 지주 이 찰방 예성 에게 주다贈麻浦地主李察訪 禮成-월정 윤근수

*태허루에서 왕 연장과 함께 읊다太虛樓同王年長賦〕〉-황홍헌(黃洪憲)

*지규식의 하재일기 중에서

 

 

 



복건(福建)으로 부임하는 최 염사(崔廉使)를 전송하며 -가정 이곡     

 
고당엔 구십 모친 무양하시고 / 高堂九十親無恙
고국은 삼천리 길 까마득하고 / 故國三千路已賖
고삐를 잡고서 다시 민월의 먼 오지까지 / 按轡又窮閩粤遠
역정에 꽃잎 날리지 않는 곳이 없으련만 / 驛程無處不飛花




궤안에 기대어[隱几]  -계곡 장유

     
궤안에 기대 말을 잊고 대하나니 푸른 산 / 隱几忘言對碧山
진초록 산허리 속에 깊이 숨은 사립문 / 松扉深掩翠微間
꽃잎이며 버들개지 뒤집히며 흩날리고 / 飛花落絮看顚倒
지친 새 한가한 구름 그냥 오고 가는구나 / 倦鳥閑雲任往還


장생 희직과 헤어지며[別張生希稷] -계곡 장유
    
점점이 날리는 꽃이파리 푸른 못 위에 쌓이는데 / 萬點飛花委碧池
올해의 봄도 다 가는 날 그대와 이별하는구나 / 一年春盡別離時
남촌 북촌 서로들 농사나 지으면서 / 南村北里桑麻地
늘그막에 왔다 갔다 함께 살아보자구나 / 杖屨相從歲暮期


낙화(落花)  -장유
    
본래 지는 봄은 더욱 어여쁜 법이건만 / 自是殘春倍可憐
병든 뒤론 환희심(歡喜心)도 시들해졌소 / 病來歡意却茫然
바람 따라 날려 가는 만 점 꽃이파리 / 飛花萬點隨風去
나부끼는 봄빛이여 어디로 떨어지려는고 / 飄落年芳若箇邊



광원루운〔廣遠樓韻〕 -근재 안축
 
가는 비 부슬부슬 옥루에 뿌리고 / 細雨紛紛洒玉樓
산들바람 하늘하늘 갖옷에 부네 / 輕風陣陣上貂裘
난초 잡고 수계하며 새로운 음악 맞이하고 / 握蘭修稧迎新樂
곡수에 잔을 띄우며 멋진 놀이 만난다 / 曲水流觴集勝遊
뭇 새들 우는 소리에 봄 점차 깊어가고 / 啼鳥數聲春漸老
한 점 낙화에 객의 근심 더해가네 / 飛花一點客添愁
송추의 꿈 깨니 고향은 아득한데 / 松楸夢斷家山杳
또다시 황주를 도성이라 여기노라 / 却把黃州當帝州



종장 익재공의 시에 차운하다  - 급암 민사평

청실 홍실 초록실 / 紅絲祿線與靑絲
갖가지 잡색 실을 어디다 쓸까 / 安用諸般雜色爲
내가 물들이고 싶을 때 마음대로 물들이니 / 我欲染時隨意染
내겐 하얀 실이 가장 좋아 / 素絲於我最相宜

두 번 세 번 정중하게 거미에게 부탁하노니 / 再三珍重請蜘蛛
앞길을 가로질러 거미줄을 둘러 쳐 주오 / 須越前街結網圍
꽃 위의 나비가 자만하여 날 버리고 날아가거든 / 得意背飛花上蝶
거미줄에 붙여놓고 제 잘못을 뉘우치게 / 願令粘住省愆違




김 참봉(金參奉) 성대(聲大) 에 대한 만사  중에서  -농암 김창협

늦봄에 날린 꽃이 동음 마을 가득한데 / 春晩飛花滿洞陰
동풍이 꽃잎 불어 휘장 안에 들어오네 / 東風吹入繐帷深
한 잔 술을 평소처럼 권해볼 수 있을까 / 一杯可似平生屬
울먹이며 술병 잡고 권주가를 부르네 / 淚落提壺勸酒吟




이장 지겸 에게 주다[贈李丈 之謙] -다산 정약용
    
시냇가 집을 다시 지나면서 / 重過溪邊屋
나이와 덕 높으심을 깊이 알았다오 / 深知齒德尊
벗이 적어 문 닫고 앉아 있고 / 友稀仍閉戶
아우 늙도록 분가시키지 않았다네 / 弟老不分門
어린 대가 서장에까지 나 있고 / 穉竹侵書帳
진 꽃이 술독 안에 떨어진다 / 飛花入酒樽
백 년을 터놓고 사는 좋은 사이 / 通家百年好
변함없는 그 마음에 감복하였소 / 感念此心存


여몽령(如夢令) 을묘년 봄에 꽃구경하고 고기 낚으며 잔치하던 일이 생각나서 -다산 정약용

호상에 만춘 계절이 당도하니 / 湖上艶陽春至
보이느니 꽃은 지고 새잎이 돋아 / 滿眼殘紅軟翠
꽃구경하며 잔치하던 일 생각나서 / 細憶賞花筵
두 줄기 눈물이 흘러내리네 / 放下一雙淸淚
취한 것만 같은 / 如醉
취한 것만 같은 그게 벌써 십년 전의 일이로세 / 如醉曾是十年前事
[주-D001] 여몽령(如夢令) : 
옛 사패 이름. 일명 억선자(憶仙姿)라고도 하는 33자로 된 시체임. 《詞律 卷2》
 
如夢令 憶乙卯春。賞花釣魚宴事。
[DCI]ITKC_MO_0597A_0050_010_0530_2004_A281_XML DCI복사
湖上豔陽春至。滿眼殘紅軟翠。細憶賞花筵。放下一雙淸淚。如醉如醉。曾是十年前事。


아내에게 부치다 -정약용
 
하룻밤에 지는 꽃은 천 잎이요 / 一夜飛花千片
우는 비둘기 어미 제비 지붕 맴도는데 / 繞屋鳴鳩乳燕
외로운 나그네 돌아가지 못하고 있으니 / 孤客未言歸
어느 때나 침방에 들어 꽃다운 인연 맺어볼까 / 幾時翠閨芳宴
그리워 말까보다 / 休戀
그리워 말까보다 서글픈 꿈속에 본 그 얼굴을 / 休戀惆悵夢中顔面



양 각교(梁閣校)가 반낭(潘閬)의 춘유편(春遊篇)에 화답한 것을 차운하다  - 이규보

이월 따스한 봄에 / 二月艶陽天
홀로 유상하니 마음이 한가하다 / 獨遊心悠然
떨어진 꽃 바람에 휩싸여 / 飛花逐風舞
어디로 날아가나 / 飄落阿那邊                           飄 : 나부낄 표, 빠르다, 방랑하다, 떨어지다

강 버들은 푸르게 늘어지고 / 靑絲弄江柳
들 밭은 푸르게 펼쳐 있네 / 碧繡着野田
꽃다운 것 탐하여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으니 / 貪芳久未返
이슬은 축축하고 연기는 자욱하다 / 細露濕濃煙

아름다운 얼굴 얼마나 가랴 / 朱顔能幾時
한번 가면 다시 오지 못한다 / 一去不復還
높은 하늘은 만고에 푸른데 / 長天萬古碧
해와 달은 아득하게 걸려있다 / 日月悠悠懸

왕손은 오지 않는데 봄풀만 푸르고 / 王孫不至空春草
봄풀은 무정하여 봄이 절로 간다 / 春草無情春自老
예부터 좋은 일은 어긋나기 잘하여 / 由來樂事喜相違
꽃 시절 좋은 풍경 마음대로 볼 수 없네 / 辜負芳時風景好

동에서 오고 서로 가서 뜬구름 되었으니 / 東來西去作浮雲
천지에 등등한 육척의 몸일세 / 天地騰騰六尺身
제성이 아름답지만 머물기는 어려워 / 帝城信美亦難住
흰옷이 풍진에 찌드는 것 어찌할 수 없다 / 素衣無奈化風塵

그대는 못 보았나 진궁의 달은 의구하고 / 君不見陳宮月依舊白
번화하던 삼각은 황폐해짐을 / 三閣繁華已陳迹
후정에는 옥수의 빛 보지 못하고 / 後庭不見玉樹色
변수가 지금까지 흐르는 것도 보지 못했다 / 又不見汴河水至今流

인심이 한갓 스스로 한하지 / 人心徒自恨
버들 빛이 어찌 근심을 풀어주랴 / 柳色豈解愁

부귀 영화 바랄 것 없다 / 榮華富貴不須待
오후와 칠상이 어디 있는가 / 五侯七相亦安在
제 경공이 공연히 우산에서 울었다 / 景公虛哭牛山中
장공 영공이 죽지 않았으면 경공이 어찌 대신하였으랴
/ 莊靈不死公何代

만사를 잊는 데는 술이 제일 / 破除萬事酒有功
어찌하면 중산에 취하여 누울까 / 安得醉臥中山中
월광 귀곡이 숭산을 찾지 못했다면 / 月光鬼谷未訪嵩
인간에 붙여 멋대로 유랑했으리 / 付與人間任轉蓬

그대와의 술 한잔 어찌 아끼랴 / 一樽何惜與君同
빈 산의 마렵총이 옛날의 왕공인데 / 空山馬鬣昔王公           鬣 :  갈기 렵(엽)
남가의 한 마당 꿈 이미 자취 없어라 / 南柯一夢已無蹤         蹤 :  발자취 종, 흔적, 사적
창포는 흰머리를 없애지 못하고 / 菖蒲未掃雪霜鬢               鬢 : 살쩍 빈(살쩍: 귀밑과 관자놀이 사이에 난 털), 귀밑 털

진흙은 용호 같은 영웅도 묻을 수밖에 / 泥土忍埋龍虎雄
흥 오른 휘파람에 자리엔 바람 돌고 / 興來長嘯座生風
장한 기운 가슴에서 터져 나온다 / 壯氣擘出胸懷中
본시(本詩)에 거듭 중(中) 자를 운(韻)으로 달았다. 
원비 장군은 봉후(封侯)되지 못했고 / 猿臂將軍便不封
용상 이부는 부질없이 늙었다 / 龍翔吏部空老翁
천궁의 문이 잠겨 구름 비 몽몽하고 / 天宮鎖門雲雨濛
야차가 문 지키며 들여보내지 않는다 / 夜叉守閽兮不爲通

또 우르릉 쾅 북 울리며 뇌공을 달려 / 又聞轟磕震鼓走雷公
벼락이 불을 끌고 공중에 떨어진다 / 霹靂掣火落半空
십칠성이 은하수에 걸쳐 있어 각도가 되어 언제나 바라보이니 / 十七星跨漢爲閣道望不得窮
노동을 하늘에 올려보내 하막의 정기를 벨 필요 없다 / 不使盧仝上天斬得蝦蟆精

달이 겨우 차니 괴물 다시 살아나 / 及月輪纔滿怪物復生
형혹이 무슨 권세 있으며 태백이 무슨 공 있는가 / 未知熒惑何權太白何功
하늘이 이미 눈을 잃었으니 / 天已喪厥眼
천도가 어떻게 행해지리 / 天道何由行

용렬한 무리 시켜 와부가 우레처럼 울게 하고 / 使闟茸瓦釜雷鳴    (* 뇌명차 ㅡ 아랫 사람을 시켜 토기솥에 뇌명차를 달이고)
군자에게 황종의 소리 없게 하고 / 使君子黃鍾無聲
모모에겐 난택의 향기 풍기게 하고 / 使嫫母蘭澤襲馨
서시를 버들 눈썹 찡그리게 한다 / 使西施柳眉嚬靑

하늘이 눈을 잃지 않았다면 / 天若不喪眼
굴원 가의가 어찌하여 마르며 / 屈賈胡爲兮枯其形
하늘이 눈을 잃지 않았다면 / 天若不喪眼
이백 두보가 어찌하여 그 정이 막혔으랴 / 李杜胡爲兮沮其情

돌아가자 이끄는 학 등의 나그네 / 歸去來乎相携鶴背客
함께 오두 영모대에 이르렀다 / 共到鼇頭瀛母臺
상양 비록을 정녕하게 받아서 / 恣商羊祕籙受丁寧
다시 하늘에 올라 성신을 짝하니 / 更升碧落配星辰
우림의 병장이요 엄한 천군이다 / 羽林兵仗嚴天軍

진 나라 피해 도원으로 가는 것 배우지 말라 / 莫學桃源苦避秦
어부가 내 맑은 시내 밟아 탁하게만 한다 / 漁人踏我淸溪渾
아미에서 사막 섬기는 것 배우지 말라 / 莫學峩嵋思邈
다생에 걸쳐 벌레 떼 죽인다 / 多生坐殺虻蟲群

원하는 건 다만 한번 자미문에 들어가 / 唯願一入紫微門
현원 태상군을 받들어 뵙고 / 奉謁玄元太上君
한번 탁약 불어 화기를 고동하여 / 一吹橐籥鼓和氣
만인으로 하여금 순수한 기운 마시게 하는 것 / 下使萬人飮醰粹

화평하게 천주에 취한 듯도 하고 / 熙熙有如天酒
감로(甘露)의 일명이 천주(天酒)이다. 
호탕하게 구준에 취한 듯도 하다 / 兀兀渾似衢樽醉

모든 병 씻어버리고 편안한 데로 들어가 / 洗盡痟癢入融怡
태고의 복희 헌원 시절 만들었으면 / 立作太古羲軒時
뜻이 있어도 이루지 못하니 아이들이라 / 有志莫遂是兒子
사람이 나서 장부가 된들 어디에 쓰랴 / 人生安用丈夫爲



춘감(春感) 2수 -이규보
 
봄빛 무르익어 마음 들뜨게 하고 / 春光蕩蕩蕩人情
바람은 꽃을 날려 편편이 나부끼네 / 風送飛花片片輕
어느 곳인가 발 걷힌 저 누대 속에 / 何處樓臺簾半卷
푸른 옷 입은 공자가 누워 황 부네 / 翠衫公子臥吹笙

성 가득히 노래소리는 봄바람에 취하는데 / 滿城歌管醉春風
온종일 이 늙은이 찾는 이 없네 / 盡日無人訪老翁
누대 앞 한 그루 버드나무만이 / 唯有樓前一株柳
반가운 눈으로 창가에서 아양 떠네 / 解擡靑眼媚窓櫳




낭천현 객사에서 유제시(留題詩)에 차운하여[和狼川縣客舍留題]       -임유정(林惟正)

안개와 연기 속의 궁벽한 고을 손하(孫何) / 縣僻煙霞裏
사면은 모두 첩첩 산봉우리 양반(楊蟠) / 亂山爲四隣
숲 속의 꾀꼬리는 낯선 손[客] 온다 울고 한유(韓愈) / 林鶯鳴訝客
담의 제비는 가지 말라 지저귀네 두보(杜甫) / 墻燕語留人
지는 해는 붙는 불보다 더 붉고 백낙천(白樂天) / 落照紅於燒
나는 꽃잎은 희기가 은과도 비슷하네 양반(楊蟠) / 飛花白似銀
시원한 바람 부는 북창 아래서 이백(李白) / 淸風北窓下
술 한 잔 기울이면서 가는 봄을 보내네 억지(億之) / 一酌送殘春



춘일(春日)       -정지상(鄭知常)

맑게 갠 하늘아래 모든 물상 산뜻하네 / 物象鮮明霽色中
흥겨운 봄놀이로 우울한 회포 깨쳐 버리네 / 勝遊懷抱破忡忡
지는 해 머금은 강은 황금 물결 반짝이고 / 江含落日黃金水
바람곁의 버들개지는 흰눈인 양 나부껴라 / 柳放飛花白雪風
고향 산천은 천 리 밖에 머나 먼데 / 故國江山千里遠
술잔 앞 담소에 온갖 인연 잊었네 / 一尊談笑萬綠空
흥겨워 새 시 한수를 쓰려 하나 / 興來意欲題新句
붓 들어 적으려 하니 호기 모자라 부끄럽네 / 下筆慚無氣吐虹


교서(橋西)       -정추(鄭樞)

다리 서쪽의 버들은 모두 꽃을 날리는데 / 橋西楊柳盡飛花
말 가는 대로 봄을 찾다가 해질녘이 되었네 / 信馬尋春到日斜
땅에는 대 그림자 가득하고 문은 반쯤 닫혔는데 / 滿地竹陰門半掩
시내 건너 저 정관은 누구 집인고 / 隔溪亭館是誰家


조 시중이 좌주를 청하여 잔치하는데 축하하다[賀趙侍中邀座主開讌]

    
   ㅡ  성석린(成石璘)

선비를 잘 뽑았으니 비로소 좌주의 현명함을 알겠구나 / 得士方知座主賢
시중이 시중 앞에서 수 빌어 올리나니 / 侍中稱壽侍中前
하늘도 좋은 비를 내려 아름다운 손을 머무르게 하는데 / 天敎好雨留佳客
바람은 나는 꽃을 보내어 춤추는 자리에 떨어진다 / 風送飛花落舞筵



소우(小雨)       서거정(徐居正)

아침에 오는 가랑비가 더욱 보슬거리어 / 朝來小雨更庶纖
지는 버들개지와 날으는 꽃이 온 밭에 가득 찬다 / 落絮飛花滿一簾
90일의 봄도 이제 이미 저무는데 / 九十日春今已暮
앓은 뒤의 술잔을 힘없이 거푸 잡는다 / 病餘杯酒懶重拈



장현 하인가(長峴下人家)       김종직(金宗直)

울타리 밖에는 붉은 복사꽃과 대나무 두어 가지 / 籬外紅桃竹數科
부실부실 빗발은 가끔 꽃을 날린다 / ����雨脚閒飛花
늙은 첨지는 보습을 졌고 아이는 송아지를 탔나니 / 老翁荷耒兒騎犢
이것은 자미의 시 가운데 서암의 집일러라 / 子美詩中西崦


이른 아침에 평교를 출발하여 점심때에 만마관에서 쉬다〔早發平橋午憩萬馬關〕 매천 황현     

 
언덕을 치는 물이 평평하니 다리를 분별 못하겠고 / 拍岸溪平不辨橋
주막의 굴뚝 연기 실낱같아 한 줄기 길이 아득하네 / 店烟如縷一程遙
꾀꼬리는 또록또록 구르는 소리가 듣기 좋다 / 流鶯可意惺惺語
나비는 무슨 마음으로 정성스레 손짓하나 / 痴蝶何心款款招

산들바람에 날리는 꽃잎이 이마 앞을 지나가고 / 風細飛花纔過頂           纔 :  재주 재, 잿빛 삼, 근본, 바탕
드문 비에 가을보리는 허리만큼도 못 자랐네 / 雨慳宿麥未齊腰              慳 :  아낄 간, 인색하다, 째째하다
관문의 역참 기둥에 시를 두루 써 붙이니 / 關門驛樹題詩遍
우습구나 미치광이는 늙으니 더욱 풍요롭네 / 自笑顚狂老更饒


가는 봄을 안타까워하다〔春歸有恨〕 - 매천
 
복사꽃 살구꽃 향기 옅어지고 잎은 짙어지고 / 桃香殘綠漸稠
벌들은 한가롭게 흙담 머리에 오고 가네 / 懶蜂來往土墻頭
참으로 밉다, 세차게 흐르는 앞 시냇물이 / 生憎湍激前溪水
잠시도 쉬지 않고 꽃잎을 떠내려 보내다니 / 漂送飛花不暫留


봄 저물어 가는데 산사에서 쓰다〔春晩題山寺〕 - 매호 진화
 
비 온 끝에 울안 뜨락 이끼들만 돋아난 채 / 雨餘庭院簇莓苔            * 簇 : 가는대 족, 모일 족, 화살촉 착  莓 : 나무딸기 매
인적 뜸해 낮인데도 사립문을 안 여는데 / 人靜雙扉晝不開
섬돌 위에 지는 꽃잎 한 치 남짓 쌓인 채로 / 碧砌落花深一寸           砌 :  섬돌 체
봄바람에 불려갔다 또다시 불려오네 / 東風吹去又吹來


조퇴암(趙退菴)의 시에 -위의 글 중에서

「부들빛 푸르디푸르고 버들빛 짙은데, 금년 한식도 지난해 마음일세. 취해 든 잠 관하의 꿈 기억도 못 하는데, 길 위로 날리는 꽃 무릎까지 쌓였네.〔蒲色靑靑柳色陰 今年寒食去年心 醉來不記關河夢 路上飛花一膝深〕」



마상(馬上)에서 고향 사람 진사(進士) 왕계(王桂)를 만나다. - 목은 이색

    
평주의 서쪽으로 백여 리쯤 되는 곳에 / 平州之西百餘里
날 저물고 뿌연 먼지 하늘가에 날릴 제 / 日暮黃塵際天起
나그네 갑자기 고구려 친구를 만나니 / 征夫忽見高句麗
친구는 바로 왕씨 집의 아들이로다 / 故人乃是王氏子
평생에 멀리 왕우군의 필법 사모하여 / 平生遠慕王右軍
붓끝으로 난정기를 능가하려 했는데 / 筆鋒欲掃蘭亭記
어찌하여 만리 먼 길에 말을 타고서 / 胡爲萬里跨征鞍
먼 길의 위태롭고 험난함을 꺼리지 않나 / 不憚道途危且艱
공명은 참으로 수가 본래 정해진 것이라 / 功名有數信天定
난 이미 삼 년을 타관의 차가움 맛보았네 / 我已三載嘗覉寒             覉 :  굴레 기, 나그네 기
꽃잎이 조각조각 바람 속에 흩날리니 / 飛花片片風中擧
궂은 땅 좋은 자리를 생각할 것 있으랴 / 糞壤錦茵何足慮
서로 잠시 만난 것이 또 하늘 한쪽이라 / 相逢又在天之涯
마상에서 한 번 웃고 동서로 헤어지누나 / 馬上一笑東西去


흥취를 풀다. - 목은
    
어찌 창려를 향해 궁귀(窮鬼) 쫓는 걸 배우랴 / 肯向昌黎學送窮
지금 천작이 태학에서 가장 으뜸인 걸 / 祗今天爵冠儒宮
개구리 우는 방초엔 가랑비 실실 내리고 / 蛙鳴芳草絲絲雨
제비가 차 날린 꽃엔 바람 솔솔 부누나 / 燕蹴飛花細細風

쓸쓸히 읊는 이는 모두 강직한 인물인데 / 寂寞沈吟多骯髒       骯 :  살찔 항, 꼿꼿하여 굽히지 않는 모양, 불결한 일
수다히 땅 점령한 자는 영웅이 몇이던고 / 紛紜割據幾英雄        髒 :  몸 뚱뚱할 장, 더럽다., 엿보며 서 있는 모양, 
노신 초사한 이들은 다 황천객 되었으니 / 勞身焦思皆黃壤
장차 팔선의 놀고 마시는 데에 참여하리 / 且與八仙游飮中



가랑눈이 내리다. -목은
    
일기는 춘분 이후로 일전했는데 / 氣轉春分後
구름이 한낮을 지나 일어나더니 / 雲興日午餘
나부끼는 눈꽃이 빙빙 돌아 내려라 / 飛花自回薄
가벼운 태도는 짐짓 느릿느릿하네 / 輕態故虛徐
차 솥엔 겨우 물을 더할 만한데 / 茶鼎才添水
산 마을엔 화전이 다 묻혀가누나 / 山村欲沒畬        畬 :  새밭 여(개간한지 세 해 또는 이태 지난 밭), 잡초를 불살라 일군 밭
조그만 시편에 재료가 넉넉하니 / 小詩材料足
그윽한 집에 맑은 흥취 가득하네 / 淸興滿幽居


낮에 앉아서 짓다. - 목은
     
낮에 앉았자니 처마는 고요한데 / 晝坐茅簷靜
한가히 읊어 현묘한 도에 들 제 / 閑吟入妙玄
나는 꽃은 응당 술을 권하거니와 / 飛花應送酒
꽃다운 풀은 자리를 범하려 하네 / 芳草欲侵筵

비파 놓은 증점은 의당 사모하나 / 捨瑟思曾點
봉작받은 건 노련에게 부끄럽네 / 分圭愧魯連
고상한 풍도를 따라갈 수 없어라 / 高風不可及
천재에 현인 바란 이도 드물구려 / 千載少希賢



즉사(卽事) - 목은

    
분분한 세상 영욕 그 얼마나 무상했던고 / 紛紛榮辱幾番新
길거리 거마 자국에 먼지가 캄캄하여라 / 陌上輪蹄欲漲塵
후일 안목 갖춘 이가 꼭 없진 않으련만 / 未必他年無具眼
오늘 몸을 보전해야 함이 가련할 뿐이네 / 只憐今日要全身

비는 방초를 재촉해 멀리 골목에 닿았고 / 雨催芳草遙連巷
바람은 꽃잎을 날려 자리에 뿌려주누나 / 風送飛花亂洒茵          茵 :  자리 인, 깔개, 요, 사철쑥, 깔다
광대한 봄 풍경을 다 묘사할 순 없으니 / 春色□□描不盡
시구를 가지고 정신이나 전할 뿐이로세 / 但將詩句可傳神


이백(李伯)〈제동계공유거(題東溪公幽居)〉 시에,

“좋은 새는 봄을 맞아 후원에서 노래를 하고, 나는 꽃은 술을 권하는 듯 처마에서 춤을 추네.
[好鳥迎春歌後院 飛花送酒舞前簷]”


육언 시  - 이색

한가한 이끼의 빛은 방 안에 들어와 푸르르고 / 閑蘚入房靑了
날리는 꽃은 술을 보내며 붉은빛이 쇠잔해라 / 飛花送酒紅殘
편히 쉬면서 몸에 좋다는 약만 먹어야 할 텐데 / 偃息唯求藥餌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술잔만 입에다 퍼붓누나 / 招呼每集杯盤



도중(途中)에 눈을 만나다. - 서거정

    
말 위의 갖옷 차림에 언 모자는 삐딱한데 / 馬上貂裘凍帽斜
강 하늘 저물녘에 눈발이 날리는구나 / 江天薄暮雪飛花
동풍은 대단히도 정겨움이 없는 거라 / 東風大是無情思
반랑의 두 귀밑털을 마구 불어 들오네 / 吹入潘郞兩鬢華



김자고(金子固)가 부친 시에 차운하다  - 서거정     

 
청춘은 한 번 가면 끌어 돌리기 어렵고말고 / 靑春一去挽難廻
수없이 날린 꽃잎 눈처럼 어지러이 쌓이네 / 無數飛花雪亂堆
작은 비에 못 둑의 풀은 빽빽이 자라고 / 小雨池塘草如織
기나긴 날 때론 제비도 있어 날아오누나 / 日長時有燕飛來

청화 시절에 비는 연일 내리는데 / 淸和時節雨連天
봄이 다하도록 또 한 해를 거른 게 서글퍼 / 惆悵春歸又隔年
급히 계집아이 시켜서 술 한 잔을 마시고 / 急喚小娥供一酌
해당화 밑에서 취하여 곤한 잠에 빠졌네 / 海棠花下醉沈眠

버들개지는 난간 밖에 이리저리 날리고 / 飛飛柳絮闌干外
꽃 향기는 책상 앞에 끝없이 풍겨 오는데 / 續續花香几案間
잠에서 깨어 오창의 주렴을 반쯤 걷고 / 睡覺午窓簾半捲
앉아서 보니 남북이 모두 청산이로다 / 坐看南北是靑山

나막신 끌고 날로 몇 번씩 전원을 돌다 보니 / 響屧巡園日幾廻
붉은 꽃 향기론 풀이 쌓여 감을 점차 보겠네 / 漸看紅綠矗成堆
눈 빛처럼 하얀 배꽃이 가장 어여쁘기에 / 最憐雪色梨花樹
깨끗한 달 떠오르기만 좋이 기다리노라 / 好待溶溶月上來

아지랑이 버들개지가 요란스레 날려대니 / 遊絲飛絮撩亂天
늙고 병든 풍류도 소년과 맞먹을 만하네 / 老病風流敵少年
백발 위에 꽃을 꽂으니 참으로 우스워라 / 白髮簪花眞可笑
앉아서 용면을 기다려 꼭 그리게 할 걸세 / 坐來須倩老龍眠

경호의 사람은 떠난 지 천 년 뒤이거니와 / 鏡湖人去千年後
적벽의 이름은 백 년 동안 우뚝 높았어라 / 赤壁名高百載間
만일 다시 아름다운 기녀까지 데린다면 / 若也更携佳妓去
풍류가 또한 사 동산만 못하지 않고말고 / 風流亦不讓東山



해주(海州) 방 판관(房判官) 옥정(玉精) 을 보내다 -서거정
 
관서의 원이 되어 가는 그대를 보내면서 / 送君作宰向關西
위하여 이정에 나가 이별을 애석해하네 / 爲向離亭惜解携
고죽국의 풍성은 예전대로 남아 있거니와 / 孤竹風聲依舊在
수양산 고사리는 사람을 헷갈리게 하겠지 / 首陽蕨子使人迷

일천 마을 버들에서는 꾀꼬리가 노래하고 / 千村垂柳留鶯語
사월의 날리는 꽃잎은 말굽에 달라붙으리 / 四月飛花襯馬蹄         襯 : 속옷 친(츤), 가까이하다, 베풀다
이제 가서 복잡한 관청 사무 잘 다스리고 / 去去好施盤錯手
돌아오면 높은 지위에 무난히 오를 걸세 / 歸來高步上雲梯


납설(臘雪) - 서거정
    
강 구름 널리 퍼져 눈발이 펄펄 날려라 / 江雲漠漠雪飛花
버들개지 매화 시샘하는 변태도 많건만 / 妬絮欺梅變態多
늙고 병들어 파교의 흥취는 다시 없거니 / 老病灞橋無復興
도로를 따라서 조용히 차나 끓이련다 / 擬從陶老細煎茶


꽃을 애석해하다  - 서거정
 
무슨 일로 꽃을 급하게 날려서 / 有底風花急
봄이 당당히 돌아가려 하는고
/ 堂堂春欲歸
어느덧 푸른빛이 어둑어둑해라 / 居然綠已暗
갑자기 붉은 꽃들이 드물어졌네 / 忽爾紅正稀

고기는 올라와 수면을 불어 가고 / 點水魚吹去
제비는 숲 속을 박차고 나는구나
/ 穿林燕蹴飛
가련해라 쇠하고 병든 나그네는 / 可憐衰病客
유독 이 꽃향기가 애석할 뿐이네 / 獨此惜芳菲



두보 〈성서피범주(城西陂泛舟)〉 시에 “고기는 잔물결 불어 가선 그림자 흔들리고, 제비는 나는 꽃을 박차서 무연에 떨어지네.〔魚吹細浪搖歌扇 燕蹴飛花落舞筵〕”라고 하였다. 《杜少陵詩集 卷3》


춘만(春晩) - 서거정
    
청춘이 한번 가면 만회하기 어렵고말고 / 靑春一去挽難回
수없이 나는 꽃잎 눈처럼 어지러이 쌓이네 / 無數飛花亂雪堆
적은 비에 못 둑의 풀은 빽빽이 자라는데 / 小雨池塘草如織
기나긴 해에 때로 제비가 있어 왕래하누나 / 日長時有燕子來



목천(木川)  - 서거정
    
서원의 주연 파할 제 아직 이른 아침이러니 / 宴罷西原尙早朝
목성으로 돌아오는 길은 다시 머나멀구나 / 木城歸路更迢遙
검은 산은 아득해라 구름이 절을 가렸고 / 黑山漠漠雲遮寺
푸른 물은 하 맑아라 물이 다리를 쳐 대네 / 綠野粼粼水拍橋        粼 : 물 맑을 린(인), 내의 모양, 대의 한 가지(속이 꽉찬 대)

늙어 가매 자못 벼슬 재미 적음을 알겠고 / 老去頗知官況少
술이 깨니 나그네 정은 처량하기만 한데 / 醒來無乃旅魂銷
해 저물어 공관에 드니 거처가 조용하여라 / 晩投公館簾櫳靜
떨어진 개지 날린 꽃이 모두가 적적하구나 / 落絮共寂寥


용두산(龍頭山) 절벽의 봄꽃  -서거정의 밀양 십경 중에서

용두산 꼭대기에 봄이 한창 아름다워라 / 龍頭山上春正好
산 가득 철쭉꽃에 봄기운이 한창일세 / 躑躅滿山春意鬧           鬧 :  시끄러울 료(요, 뇨), 지껄이다, 성하다
하룻밤 내린 좋은 비가 흡사 진국술 같아 / 一夜好雨如酒醇       醇 :  진국술 순, 진한 술, 순수하다, 도탑다
온 산 꽃이 만발하여 타는 듯이 붉은데 / 花開已遍紅似燒

그 뉘 집 젊은이는 금장니를 장식하고 / 誰家少年錦障泥
술병 차고 동서남북을 쏘다니며 노는고 / 携壺遊賞東復西
날 저물어 돌아오니 춘색은 얼굴 가득고 / 日暮歸來春滿面
무수히 날린 꽃잎은 말발굽에 엉기었네 / 無數飛花襯馬蹄




춘강곡(春江曲) - 김세렴
 
1
연파에 눈을 대고 가는 배를 바라본다 / 極目煙波望去舟
춘강의 송별은 어느 때나 없어지나 / 春江送別幾時休
시름 겨워 도리어 원앙새가 부러워라 / 愁多却羡鴛鴦鳥
벽류에 둥둥 떠서 둘이 갔다 둘이 오네 / 雙去雙來泛碧流

2
봄 강에 해가 뜨자 안개도 걷히는데 / 日出春江煙霧收
마름 따는 노래 곳곳마다 물가에서 들려오네 / 菱歌處處起芳洲
봄바람은 시름 겨운 나의 뜻 모르고서 / 東風不解愁人意
지는 꽃 날려보내 객의 배에 접근하네 / 吹送飛花近客舟

3
버들숲에 바람 많고 서산에 해 기우니 / 楊柳風多西日斜
봄 강이라 어디멘들 꽃이 아니 날아드리 / 春江何處不飛花
먼 나그네 더구나 긴 언덕에 배를 매니 / 行人且近長堤泊
길섶의 높은 다락 거의 다 술집일레 / 夾路高樓盡酒家

4
봄 강이라 보슬비 백구는 날아들고 / 春江雨色白鷗添
갈순은 돋아나고 이끼는 비단인 양 / 蘆笋初生水苔縑         笋 :  죽순 순, 대의 싹, 악기다는 틀, 대로 만든 가마
해 저물자 돛단배 포구에 당도하니 / 日暮客帆浦外至
누각에선 일시에 주렴을 걷어 올리네 / 一時樓上捲珠簾

5
손 보내는 높은 누에 봄밤이 깊었는데 / 送客高樓春夜深
해문의 비바람 큰 강이 자욱하네 / 海門風雨大江陰
매화곡 처량하다 옥적 소리 들려오니 / 更吹玉笛梅花曲
만 리라 나그네 고향 생각 어찌하리 / 無那行人萬里心



금악가(金樂歌) - 상촌 신흠
     
좋은 나무엔 앵무새가 깃들고 / 珠樹棲鸚鵡
은빛 못엔 푸른 물결 출렁이는데 / 銀塘漾綠波           漾 :  출렁거릴 양, 넘쳐 흐르다, 뜨다, 토하다
상아 침대엔 수놓은 주렴 걷히었고 / 象床褰繡箔        褰 : 걷어올릴 건, 펼치다, 열다, 주름을 잡다, 단절시키다, 바지
가선은 미인의 얼굴을 가리었네 / 歌扇掩嬌娥
바람을 임해 가벼운 나비 희롱하고 / 臨風弄輕蝶
난간에 기대 나는 꽃을 붙잡노니 / 倚檻捉飛花  
누가 저 달을 마냥 둥글게 할꼬 / 誰令月長滿
다만 봄이 언뜻 지나침이 시름겨운데 / 只愁春易過
저문 날에 어느 집 자식은 / 日暮誰家子
얼룩말로 푸른 수레 끌고 가는고 / 斑騅控碧車           * 騅 :  오추마 추(검푸른 털에 흰점이 섞인 말), 성(姓)의 하나



정시회가 광릉으로 돌아가려 한다는 말을 듣고 짓다[鄭時晦欲歸廣陵 聞而有述]  신흠     
    
삼월이라 광릉 땅에 꽃잎 져서 날리는데 / 廣陵三月已飛花
한강의 외론 돛에 석양빛이 비끼었네 / 漢口孤帆落日斜
초가집 새로 엮어 마을을 조성하고 / 新結茅茨分洞府         茨 :  지붕일 자, 잇다, 쌓다, 남가새(남가새과에 딸린 한해살이 풀)
산사슴과 어울리어 생애를 꾸리려 하네 / 欲隨麋鹿作生涯        * 麋 :  큰사슴 미, 눈썹, 물가, 궁궁이, 죽, 미음

들밭에서 이슬비에 밭갈이 소 재촉하고 / 平坡細雨催耕犢
못가에선 노는 고기 낚싯대에 올라오리 / 曲渚游魚上釣叉
온 세상 사람들은 바쁨 속에 늙어가니 / 擧世盡從忙裏老
그대 같은 즐거움은 자랑할만 하고말고 / 似君行樂獨堪誇



산중의 즉흥[山中卽事] 4수 - 신흠
 
유유한 뜬세상에 일곱 자 이 내 몸은 / 浮世悠悠七尺身
일찌감치 영고 성쇠 티끌처럼 여기었네 / 早將榮落等微塵
항아리는 가난하여 곡식 없음 개의찮고 / 不嫌甁甔貧無粟          甔 :  항아리 담, 한 섬들이 독, 작은 항아리
문장 솜씨 노련하여 신묘함이 기쁠 따름 / 唯喜文章老有神

한가히 들구름과 골짜기에 머무르고 / 閑與野雲棲谷裏
버드나무 길을 따라 시냇가에 당도하네 / 偶隨堤柳到溪濱
인생살이 백년 세월 이제 절반이 넘어 / 人生百歲今强半
꾀꼬리 울고 꽃 피는 또 한 봄이 서글프네 / 惆悵鸚花又一春

이(二)
버들개지 날리고 살구 열매 맺으려는데 / 柳已飛花杏欲仁
개인 날씨 남쪽 시내 푸르고도 깨끗하네 / 乍晴南澗綠粼粼        粼 : 물 맑을 린(인), 내의 모양, 대의 한 가지(속이 꽉찬 대)
산중의 높은 베개 꿈을 가끔 이루는데 / 山中高枕時成夢
이 세상 어느 뉘와 참다움을 얘기할꼬 / 世上何人可語眞

땅이 외져 진기한 풀 자라는 게 즐거운데 / 地僻喜逢瑶草長
뜨락 비어 들새들이 노니는 게 보일 뿐 / 庭空唯見野禽馴
시내 다리 저쪽에는 짚신 아니 밟으니 / 芒鞋不踏溪橋外
세속 먼지 연잎옷을 더럽힐까 두렵다네 / 却怕荷衣染俗塵

삼(三)
청고한 초가집이 조용한 게 흐뭇한데 / 瀟洒茅茨愜靜便          * 愜 : 쾌할 협, 만족하다, 맞다. 마땅하다
갈건 차림 오피궤에 한가로이 앉아 있네 / 葛巾烏几坐蕭然
제비 물어간 진흙 자국 움푹 패여 들어가고 / 銜來燕子晴泥凹       銜 :  재갈 함, 직함, 관, 머금다, 마음에 품다, 원망하다
원앙 멱감은 푸른 물결 둥글게 퍼져 나가네 / 浴罷元央碧浪圓

한 골짝을 이미 얻어 만년 계획 이루니 / 一壑已專成晩計        壑 :  골 학, 도랑, 개천, 구렁, 해자(垓子), 석굴
남은 생애 오로지 장수 누림 기쁠 따름 / 餘生唯喜保長年
해중 선산 도솔천은 모두 허무한 말 / 海山兜率俱虛語
바로 이 그윽한 생활 지상 신선 그 아닌가 / 卽此幽居是地仙

사(四)
강해의 은거 생활 백발이 침범하는데 / 江海棲遲白髮侵
오가는 사람 없어 사립문이 쓸쓸하네 / 蓬門寥落廢招尋
많은 곤경 겪은 사람 참된 성품 빗나가고 / 人經多難違眞性
중년 무렵 생기는 일 즐거운 마음 적다네 / 事到中年少快心

가까스로 살아나서 약골 아직 남아 있어 / 萬死尙餘殘骨在
한평생에 감사한 건 깊으신 성상 은혜 / 一生惟荷聖恩深
소요하며 긴긴 날을 보내봄도 무방하니 / 何妨杖屢消長日
소나무며 계수나무 이제 이미 우거졌네 / 松桂如今已作林




병이 많음[多病] - 상촌 신흠

    
병이 차차 많아지니 세속 인연 싫증이 나 / 自從多病厭塵緣
언제나 문을 닫고 낮잠이나 잔다네 / 掩戶尋常事晝眠
비가 조금 오려는지 산 그림자 침침한데 / 小雨欲來山影晩
낙화가 수도 없이 술독 앞에 흩날리네 / 飛花無數落撙前




중국 장수의 시를 차운함[次天將韻] - 서애 류성룡

    
영특한 이름 이로부터 사해에 진동하는데 / 英名從此動夷華
나라에 바친 정성 깊어 집 돌보지 않네 / 許國誠深不顧家
기특한 공 세워 돌아가는 날에 / 辦得奇功歸去日
압록강 봄나무에 정히 꽃 날리리라 / 鴨江春樹正飛花


덕은관(德恩館)에 홀로 앉아서 -교산 허균
 
먼 산이 창에 들어 눈썹 끝을 에웠는데 / 遙山朝戶拱眉尖
남녘 하늘 바라보니 높은 처마 툭 트였네 / 矚眺南天敞畫簷       * :  볼 촉, 뚫어지게 보다, 자세히 보다
세월은 하도 바빠 봄은 하마 가버리고 / 節序堂堂春已去         眺 :  바라볼 조, 회견하다, 알현하다, 살피다
술상은 볼품없어 뜻이 도로 싫어지네 / 杯盤草草意還厭

처진 대 연기 엉겨 난간 앞에 나란하고 / 煙籠嚲篠齊丹檻         嚲 : 휘늘어질 타, 나부끼다, 넓다, 두껍다, 느슨하다
나는 꽃 바람 띠어 주렴에 흩뿌리네 / 風蹴飛花洒綉簾           綉 : 수놓을 수, 오색을 갖추다, 비단,
만 리라 이별 회포 참자도 못 참으니 / 萬里別懷裁不得
구름 밖에 솟아나는 밝은 달을 기다릴 밖에 / 待看雲外吐瓊蟾


진부(珍富)에서 자다  - 교산 허균
 
관리가 되고 보니 산부와 같아 / 作吏猶山府
공명이 더디다고 탓하지 않네 / 功名不恨遲
운소에서 내린 봉지(封地) 받으니 / 雲霄迎賜履
온 산해가 건유에 드는군 그래 / 山海入褰帷              褰帷 : 걷어올릴 건, 휘장 유

한길엔 나는 꽃이 가득도 한데 / 驛路飛花滿
산마루엔 어두운 안개 불어나누나 / 山村暝靄滋          靄 : 아지랑이 애, 구름이 모이는 모양, 눈이 오는 모
역(驛) 사람 거의가 다 구면들이라 / 郵人皆舊識
찾아와 잔 권하며 위로를 하네 / 來慰勸深卮




남전일난옥생연(藍田日暖玉生煙)의 칠자(七字)를 운으로 삼아 무산(巫山) 장옥랑(張玉娘)에게 유증(留贈)하다 

 ㅡ 허균     

 
비단 치마 물에 비쳐 쪽빛을 빼앗았고 / 羅裙照水色挼藍
해장술 낯에 올라 붉은 기운 갓 익었네 / 卯酒入面紅初酣
요쟁을 골라타며 강남을 꿈꾸는데 / 瑤箏閑品夢江南
시름을 따지는 양 봄 제비는 종알종알 / 評愁語燕春喃喃
가슴 앞에 속절없이 의남초(宜男草)는 달렸는데 / 胸前空帶翠宜男
한없는 이별 정은 삼월이라 삼질일레 / 無限離情三月三

흰 옥을 누가 져다 남전에 심었는고 / 誰將白玉種藍田
군자는 덕을 견줘 곧고 굳다 일컬었네 / 君子比德稱貞堅
아침 햇빛 내리쬐니 붉은 연기 뭉게뭉게 / 朝暉下燭生紫煙
보배 기운 무지개라 구천에 찬란하구나 / 寶氣成虹絢九天
그대 위해 환 만들어 가슴 앞에 달아주니 / 爲君作環繫胸前
행여나 형산에서 까치에게 던지리다 / 遮莫抵鵲荊山巓

새우 수염 문 발에 아침 해 쬐이는데 / 蝦鬚簾箔烘朝日
바람은 꽃을 날려 보슬에 적시누나 / 風送飛花沾寶瑟
홍조는 뺨에 돌고 눈시울은 거풀지니 / 紅潮暈頰眼生纈
반룡이라 금굴슬을 반이나 벗었구려 / 半脫盤龍金屈膝
석 달이라 봄빛도 어느덧 가버리니 / 春光九十轉頭失
강랑은 부질없이 채필만 바쁘구려 / 漫思江郞勞彩筆

향기 짙은 수 이불에 원앙새 다사롭고 / 香濃綉被元央暖
보채 누운 베개 밑에 검은 구름 어지럽네 / 寶釵落枕玄雲亂
붉은 촛불 훌치어라 바람은 장막 걷고 / 絳燭搖紅風捲幔
경루라 서쪽에는 은하수가 나직쿠나 / 瓊樓西畔低銀漢
새 울고 달이 지니 밤은 장차 반이로세 / 鳥啼月落夜將半
무산이라 십이봉에 봄꿈은 짧구려 / 十二巫山春夢短

원망 어려 목이 막힌 옥통소를 불어대니 / 雛鸞怨咽參差玉
복사 뺨에 추위 스며 가만히 한속(寒粟)이네 / 寒勒桃顋生暗粟
단장 흐린 낡은 눈썹 끊겼다 이어지고 / 粧褪殘眉山斷續
은 병풍에 새벽이라 붉은 촛불 눈물짓네 / 銀屛向曉啼紅燭
침상에서 일어나 난간에 함께 의지해 / 起來同凭闌干曲
봄 물에 목욕하는 원앙을 탐내 보네 / 貪看春水元央浴

꽃 떨어진 대제에 봄 물이 불었는데 / 花落大堤春水生
미인은 새벽이자 양양성을 벗어나네 / 佳人曉出襄陽城
다홍치마 풀싸움 꽃 밟고 거닐면서 / 紅裙鬪草踏花行
고운 노래 불러라 피리 쌍쌍 화답하네 / 艶歌吹和雙鸞笙
백마는 울어대라 붉은 고삐 감아쥐니 / 驕嘶白馬擐紅纓
버들 밖의 낭군님네 도리어 정이 들어 / 柳外郞君還有情

옥섬돌 이슬 방울 맑은 연기 젖었는데 / 瑤階露華濕晴煙
모란 머리 무거워 바람 앞에 조누나 / 牧丹頭重當風眠
붉은 치마 폭마다 홍전으로 만들어라 / 霞裙葉葉裁紅牋
미인은 자다 일어나 어깨를 가지런히 / 美人睡起齊香肩
먼 하늘에 채란이 소식을 부쳐오니 / 彩鸞消息寄遙天
반도는 열매 맺어 삼천 년이 지났다고 / 蟠桃結子三千年



퇴지 효이두(退之效李杜) - 이익 성호사설
    
   한퇴지는 일생을 두고 이백과 두보를 사모하여 본받았다. 그러나 이백에게 비하면 풍신(風神)이 부족하고, 두보에게 비하면 기골(氣骨)이 부족하다. 이백의 시에,

회오리바람이 오봉 눈을 흩날리니 / 回颷吹散五峯雪
이따금 나는 꽃이 동정에 떨어지네 / 往往飛花落洞庭

하였는데, 한퇴지의 시는,

충풍이 불고 불어 하늘 밖에 떨어지니 / 衝風吹破落天外
백주에 나는 비가 낙양에 뿌리누나 / 飛雨白日灑洛陽

하였으니, 본뜨다 안 된 것이요, 두보의 시에는,

비대는 소슬하여 바윗돌이 우뚝하고 / 悲臺蕭瑟石巃嵸
애학은 숲이 엉겨 바람소리 우렁차네 / 哀壑杈枒浩呼洶

하였는데, 한퇴지의 시는,

산은 거세고 골은 벌어져 서로 뱉고 삼키곤 하니 / 山狂谷狼相吐呑
성낸 바람 끊임없어 어찌나 요란한지 / 風怒不休何軒軒

하였으니, 이도 본뜨다 안 된 것이다. 이러므로 그 시에,

이태백ㆍ두자미의 문장을 보면 / 李杜文章在
광렴이 길고 길어 만 길이로세 / 光燄萬丈長
아지 못게라 어리석은 아이 떼들은 / 不知羣兒愚
일부러 비방하고 헐뜯는 건지 / 那用故謗傷
하루살이 큰 나무를 흔드는 격이라 / 蚍蜉撼太樹
스스로 요량 못함 가소롭기만 / 可笑不自量

하였으니, 이는 실지인 것이다.
왕안석(王安石)은, “한퇴지가 이백보다 낫다.” 하였고, 구양수(歐陽脩)는 “한퇴지가 두보보다 낫다.” 하였으니, 그들이 이미 한퇴지도 못 알아보았는데, 어떻게 이ㆍ두를 알아볼 수 있었겠는가?


봄눈〔春雪〕 - 소재 노수신
 
남녘에 눈 펄펄 날리는 저녁이요 / 南雪飄颻暮
동풍이 쌀쌀하게 부는 봄이로다 / 東風料峭春          峭 : 가파를 초, 높고 험하다, 엄하다, 산뜻한 모양
눈송이는 각각 제멋대로 날거니와 / 飛花一任態
기울어진 나무는 한쪽만 하얗구려 / 欹樹半邊新        欹 :  아 의, 기울 기,  비뚤어지다, 기대다, 의지하다

계곡은 근원 없는 물을 쏟아 내리지만 / 澗注無源水
조수는 한계 있는 나루를 넘지 않누나 / 潮依有限津
다시 그 몇 무리 오리 떼가 더해져서 / 還添幾羣鴨
제멋대로 짐짓 사람을 속이는고 / 恣意故欺人


열마의 시내를 지나며〔閱馬溪行〕 - 송당 조준
 
하나〔其一〕
시내 버들 날리는 솜은 나그네 옷 떨어지고 / 溪柳吹綿點客衣
너른 모래 다한 곳에 고운 풀 가득 자라 있네 / 平沙斷處亦芳菲
바람 맞으며 사당나무 아래 다리 뻗고 앉아 / 臨風箕踞沙棠下        踞 :  걸터앉을 거, 웅크리고 앉다, 쭈그리다, 
금란에서 원대한 꿈 꿀 때 문득 떠올려 보네 / 却憶金鑾借箸時

둘〔其二〕
압록강 너른 둑에 봄 물결 흐르고 / 鴨綠平堤春水生
꽃 찾는 행락 길 청명절 다 되었네 / 尋芳行樂及淸明
풍류에는 그 누가 증점과 같겠으며 / 風流誰是同曾點
깊고 얕음 따라 입고 걷는 정 어찌 잊을쏘냐 / 深淺何忘揭厲情       厲 : 갈 려(여), 나환자 라(나), 괴롭다, 힘쓰다

셋〔其三〕
근심 들자 뜻과 기운 더욱 우뚝해지는데 / 憂來意氣轉崢嶸          崢 : 가파를 쟁, 높은 산마루, 추위가 혹독한 모양
고운 꽃 핀 서쪽 교외 저문 비도 개네 / 芳草西郊晚雨晴              嶸 : 가파를 영, 험하다, 산이 높다  
시냇가 짧은 지팡이 짚는 것 내 일로 충분하니 / 溪上短筇吾事足    *  : (산의 형세가 가파르고) 한껏 높은 모양
시비와 영욕으로 어지러워지기 바라지 않네 / 是非榮辱不須驚       筇 :  대이름 공, 공죽: 지팡이를 만드는 대, 지팡이

넷〔其四〕
버들 언덕 구불구불 굽이마다 비껴 있고 / 柳岸縈紆曲曲斜           * 縈 :  얽힐 영, 감기다, 굽다    
푸른 풀 무성하여 곳곳마다 꽃 날리네 / 綠蕪無處不飛花             紆 :  굽을 우, 얽히다, 감돌다
동군의 조화 본받으시는 임금을 돌아보니 / 顧君法此東君化
온 백성 집안에 그 어짊 두루 미치리 / 推遍吾仁百姓家


생각나는 대로 절구 여덟 수를 읊다[漫吟八絶] 정축년 -순암 안정복
 
푸르른 홰나무 그 아래선 시나 읊고 / 綠槐樹下弄長吟
풀 우거진 지당 가의 석양빛을 바라보니 / 靑草塘邊納晩陰
내가 바로 심양처사 도연명 모양일까 / 正似潯陽陶處士
세상 인연은 얕아가고 도심만 깊어가니 / 世緣還淺道情深

그윽하게 살면서 세상과는 인연 끊고 / 幽居不與世相通
천 편이나 시문 쓰며 내노라고 자부하다가 / 手錄千編謾自雄
세상에서 하찮게 보는 꼴을 되려 당하고는 / 還被俗人看厭薄
이제부턴 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살리라네 / 從今如啞復如聾

사년이 더 되도록 이 빈 골에 살고 있는데 / 空谷深居四載强
문전의 거마들은 뭐가 그리도 바쁜건지 / 門前車馬任奔忙
모르겠네 저렇게 분주히 오고 가는 이들이 / 不知去去來來者
이 산옹의 유장한 잠 맛을 알기나 할런지 / 能識山翁睡味長

살구꽃은 떨어지고 풀이 새로 푸르른데 / 紅杏花飛綠草肥
산에서야 하루내내 사립문을 닫고 살지 / 山居盡日掩柴扉
주인도 감정 만은 무딘 자가 아니건만 / 主人不是無情者
웬일인지 속객들이 잘 오지를 않는다네 / 自是俗人來到稀

비가 개자 선선한 날씨 초목이 더 맑아 보여 / 雨後微凉草樹淸
죽장망혜 차림으로 정원을 둘러 본다네 / 芒鞋竹杖繞園行
새가 날건 꽃이 지건 그건 그저 그것이고 / 鳥飛花落渾閑事
콸콸 흐르는 시냇물 그것이라야 제일이지 / 獨愛流泉㶁㶁鳴

산에 비는 지나가고 뉘엿뉘엿 해 지는데 / 山雨過來夕照遲
외밭을 다 매 놓고 두 다리 뻗고 있노라니 / 瓜田鋤畢坐如箕
물고기떼 올라왔다고 애들이 말하기에 / 兒童報道溪魚上
또 한번 실을 꼬아 낚싯줄을 만들었네 / 又試經綸理釣絲

산에 사는 색다른 맛 아는 이가 별로 없지 / 山家奇事少人知
한낮이 다 되도록 사립문은 닫아 두고 / 獨閉衡門日午時
저녁밥 실컷 먹고 할 일이 따로 없어 / 晩飯飽來無箇事
북창 아래 덜렁 누워 태고 시절 꿈을 꾼다네 / 北窓高臥夢軒羲

나가거나 들어앉거나 내가 다 할 탓이지 / 隨遇行藏我自多
흥이 일면 어디 간들 즐거운 음악 없다던가 / 興來無處不絃歌
도연명이 관직을 바라서가 아니었고 / 淵明豈是求官者
장난 삼아 벼슬 한 자리 차지했다가 말았다네 / 聊與世人戱一窠


양산(梁山)에서 정보(鄭誧)의 황산가(黃山歌)에 차운하다. -약천 남구만
    
임경대 앞의 복숭아나무와 오얏나무 / 臨鏡臺前桃李樹
점점이 꽃이 날려 물결 빛에 비치누나 / 點點飛花映波光
옛 나루터에 가인은 푸르름을 줍는데 / 佳人拾翠古津渡
짝 없이 외로이 걸어가니 이내 시름 끝이 없네 / 獨行無伴愁茫茫
남쪽의 상인과 북쪽의 나그네 이 가운데 왕래하니 / 南商北旅此中度
이것을 보면 그 누군들 방황하지 않을까 / 見此何人不彷徨
곱디 고운 단장은 봄이 아직 저물지 않았고 / 灼灼明粧春未暮
휘날리는 비단 소매는 옥에 향기가 생기는 듯 / 飄飄羅袂玉生香
스스로 말하기를 저의 집은 아무 곳에 있으니 / 自言奴家第幾所
그대 지금 누구의 장원(莊園)에 가시려 합니까 / 君今欲往何人莊
말을 머금고 다하지 않은 채 떠나려 하니 / 含辭不盡且將去
향기가 그윽한 난초와 같아 정이 무궁하여라 / 氣若幽蘭情未央
네 요염함을 좋아하면 장부를 그르치니 / 爾好妖豔誤丈夫
국풍에 광동(狂童)의 미친 짓 풍자한 시 있다오 / 國風有刺狂童狂
내 주머니 속을 더듬었으나 줄 만한 물건 없으니 / 我探囊中無可贈
강 물결에 노니는 원앙새를 배우지 않으리라 / 不學江波野鴛鴦
기로(岐路)에 어찌 떠나가고 머무름 아까워하랴 / 臨岐何用惜去留
채찍을 재촉하며 급히 앞산 등성이를 지나가네 / 催鞭忽過前山岡



송 시승(宋寺丞) 문중(文中) 과 함께 채 규정(蔡糾正) 극경(克敬) 을 찾아가서 박면(朴면)의 시에 차운한 두 수


양촌 권근     

 
봄 지난 동산에 어찌나 해는 긴지 / 春歸院落日何長
바람은 꽃을 날려 담장을 넘어가네 / 風送飛花過短墻
저 보소 제비새끼 취한 사람 업신여겨 / 可是燕兒欺醉客
진흙을 떨구어라 금상을 더럽히네 / 含泥却落汚琴床

가는 곳마다 노래 외치며 잔 높이 드니 / 狂歌到處引杯長
곁사람 손뼉치며 담장같이 늘어서네 / 拍手傍人如堵墻
붓 잡고 시를 썼자 좋은 글귀 없을진대 / 把筆題詩無好句
실컷 취해 방상에 눕는 것만 못하리 / 爭如大醉臥方床


우연히 읊다[偶吟] -완당 김정희
    
갑작스러운 사이에 절기 바뀌어 / 時候忽已徂
밝은 달과 어울린 가을바람이 / 明月又秋風
가는 구름 감싸인 외로운 회포 / 孤懷攬逝雲
서쪽 동쪽 슬퍼라 근심과 걱정 / 戚戚悲西東
비바람이 날마다 이르러 오니 / 風雨日以至
산천이 간막히어 지척도 천리 / 咫尺間山川
괴화나무 늙어서 높이가 백척 / 老槐高百尺
나는 꽃은 나풀나풀 담장을 넘네 / 飛花過墻翩
꽃을 쥐고 정든님 노래하자니 / 搴花咏所思
풀자도 풀 수 없는 서글픈 마음 / 悵然心莫展
죽순 돌은 유적을 정겨워하고 / 籜石眷幽寂
마름 연은 맑고 옅은 내를 덮었네 / 菱藻冒淸淺
갠 빛을 깨뜨리는 숲 매미 소리 / 林蟬破鮮霽
천지가 한결같이 마음 새로워 / 天地一懷新
맑은 풍경 빠짐없이 모두 모이니 / 澄景畢來集
아득히 생각되네 구중의 티끌 / 緬邈區中塵
때에 미쳐 모름지기 행락할지니 / 及時須行樂
뜬 인생은 너무도 가석하거든 / 浮生足可惜
원하노니 방두의 이웃을 맺어 / 顧結芳杜隣
애오라지 새벽 저녁 노닐었으면 / 聊以數晨夕


실제(失題) 4수 -완당 김정희
 
맑은 새벽 옛 우물에 양치물하니 / 淸晨漱古井
옛 우물 빛이 붉어 훨훨 타는 듯 / 古井紅如燃
복사꽃 만발한 걸 알지 못하고 / 不知桃花發
단사천 있지 않나 의심을 하네 / 疑有丹砂泉

뭇 꽃다움 시내 집에 비추이는데 / 群芳照澗戶
아침해 조각 노을 불그레하네 / 朝日片霞紅
숲 새는 짓궂어라 꽃잎 쪼으니 / 林禽啄花蕊
이따금 술잔 안에 떨어지누나 / 時時落酒中

약 캐는 길 외딴 곳에 뚫리었는데 / 藥徑通幽窅
등라 얽힌 머름에 구름 쌓였네 / 蘿軒積雲霧
산사람 홀로 앉아 술 따를 적에 / 山人獨酌時
나는 꽃과 더불어 다시 만나네 / 復與飛花

시내를 타고 가다 살짝 앉으니 / 緣溪行且坐
인정을 사로잡는 곱고 푸르름 / 芳綠近人情
사랑겨워 근원 깊은 곳에 이르니 / 愛到源深處
꽃과 버들 밝아라 마을이 있네 / 有村花柳明


조시중(趙侍中)이 좌주(座主)를 맞아 잔치를 하였다. 독곡(성석린)이 그 자리에서 축하하는 시를 지었는데,

선비를 보면 바야흐로 좌주의 어짊을 아나니 / 得士方知座主賢
시중이 시중 앞에 헌수하도다 / 侍中獻壽侍中前
하늘이 좋은 비를 내려 가객을 머무르게 하고 / 天敎好雨留佳客
바람은 꽃잎을 날려 춤추며 연석에 떨어지게 하도다 / 風送飛花落舞筵 -용재총화에서


은거하며 즉흥으로 짓다〔幽居卽事〕 -용헌 이원
 
신새벽에 세수하고 오사모(烏紗帽)를 쓴 뒤에 / 淸晨盥櫛戴烏紗
달팽이처럼 조그만 이 초가에 앉았네 / 坐此茅茨一殼蝸
술통에 술 내리니 빗소린가 의심하고 / 酒滴槽床疑有雨
뜰 나무에 눈 날리니 꽃잎이 날리는 듯 / 雪飄庭樹作飛花
창가에서 붓을 들어 그대로 시를 쓰고 / 明牕點筆仍題句
시내에서 얼음 깨어 스스로 차 끓이네 / 碧澗敲氷自煎茶
손이 오면 화를 내며 다시 문을 닫고서 / 客至從嗔還閉戶
근래에는 게을리 살며 조용함을 좋아하네 / 年來過懶愛無譁


춘별곡(春別曲) 5수. -월사 이정귀
산해관(山海關)의 우사(寓舍)에 한 협객이 술 파는 창기(娼妓)와 친압하여 며칠 머무는 동안 여색에 빠져 이별에 연연하는 태도가 자못 있기에 희롱삼아 읊었다.
    
나는 꽃 어지러워 춘심을 흔드는데 / 飛花撩亂漾春心
정 머금고서 이별주를 찬찬히 따른다 / 別酒含情細細斟
다시금 비파를 잡고 거울을 마주하고 / 更把琵琶向菱鏡
님을 위하여 〈백두음〉을 퉁기어 보누나 / 爲君彈作白頭吟

말없이 잔 멈추고 푸른 머리를 돌리니 / 脈脈停杯轉翠鬟
이별 시름 술과 함께 어여쁜 얼굴에 올라라 / 離愁和酒上嬌顔
취한 뒤에는 다시금 부용 장막에 들어가니 / 酣來更入芙蓉帳
종일토록 운총마는 버드나무에 매여 있구나 / 盡日雲驄繫柳閑

첩의 사랑은 여라 덩굴처럼 얽혔건만 / 妾意纏綿若女蘿
낭군의 마음은 가볍게 흔들리는 버들꽃 / 郞心飄蕩似楊花
이별 앞에 훗날의 기약을 맺고저 하여 / 臨分要結他時約
눈물 가리우고 천천히 금봉차를 뽑는다 / 掩淚徐抽金鳳釵

반월 모양 쇠잔한 화장에는 눈물 흔적 / 半月殘粧浥淚痕
매미 날개 같은 적삼은 구겨진 푸른 구름 / 蟬衫斜嚲蹙靑雲
정녕코 이별하는 천 겹의 한이여 / 丁寧離別千重恨
단지 양대의 하룻밤 은혜뿐이었지 / 只是陽臺一夜恩

이별길에서 은근히 다시 옷을 당기며 / 別路慇懃更挽衣
이르노니 지난 밤 언약을 저버리지 마오 / 謂言莫負前宵約
돌아오실 적 기둥에 기대 새로 단장하고 / 歸來倚柱理新粧
공후를 가지고 다시금 영랑곡을 지으리 / 箜篌又作迎郞曲


유지사(柳枝詞) 5수  -월사 이정귀
 
영롱히 붉은 해가 발 사이로 떠오르자 / 玲瓏紅日上重簾
금압 향로에 침단향을 차례로 넣는구나 / 金鴨沈檀次第添
멀리서 생가 소리 들리자 별원으로 돌아가서 / 遙聽笙歌歸別院
천천히 깁 부채 잡고서 화장 거울을 매만진다 / 緩拈羅扇理粧奩

따스한 유소장 안 눈썹 그리기도 귀찮아 / 帳暖流蘇懶畫眉
시녀를 불러 앞 연못으로 가서 거닐도다 / 喚來雙小步前池
문득 꽃받침 나란히 마름꽃이 핀 것 보고 / 忽看並蔕菱花發
도로 궁중으로 들어가 임금께 보고하누나
/ 却入宮中報上知

삼월이라 가벼운 적삼은 녹색 모시로 만든 것 / 三月輕衫裁綠紵
곱게 눈썹을 새로 그리고 되똥되똥 걸어가누나 / 新調蛾黛步伶俜
따라다니는 시녀가 작은 배를 밧줄로 끌어서 / 相逐女郞拖小艇
꽃 사이를 뚫고 목란이 핀 물가를 지나간다 / 穿花却過木蘭汀

봄바람이 불어 버들가지에 일렁이는데 / 搖蕩春風楊柳枝
그림도 고운 다리 서쪽에 석양이 지누나 / 畫橋西畔夕陽時
꽃잎이 어지러이 흩날려 봄은 꿈 같은데 / 飛花撩亂春如夢
서글퍼라 물가에 낭군은 아니 돌아오네 / 惆悵芳洲人未歸

고운 여인의 누각에 펄럭이는 술집 깃발 / 樓上佳人颭酒旗
동풍이 불지 않아 버들가지 늘어졌어라 / 東風不動柳絲垂
적막한 주렴 안에서 이별의 시름에 젖어 / 離愁寂寞重簾閉
꾀꼬리 지저귀는 줄도 도무지 모르누나 / 百囀鶯聲渾不知


장현 아래 인가에서 짓다. 울산의 서쪽 삼십여 리쯤에 있다[長峴下人家在蔚山西三十餘里]

-점필재 김종직     
    
울 밖엔 붉은 복사꽃 두어 그루 대가 서있고 / 籬外紅桃竹數科
내리는 빗발 사이로 복사꽃이 나는데 / ����雨脚間飛花
늙은 농부는 쟁기 지고 아이는 송아지를 타라 / 老翁荷耒兒騎犢
자미의 시에 나오는 서엄의 인가같구려 / 子美詩中西崦家


지산(芝山)으로 이사와 살면서 시냇가에 제방을 쌓은 다음 그 위에 복숭아나무를 심고는 인하여 희롱 삼아 절구 한 수를 짓다.

지산 조호익
    
육백 년의 세월 동안 종적이 기이터니 / 六百年中蹤跡奇
단지 두세 가지만이 흘러 전해 내려왔네 / 流傳只在兩三枝
냇물 막는 나의 속뜻 괴이하게 생각 마소 / 慇懃莫怪防溪水
골짝 가득 꽃 나는 줄 남 모르게 함일세 / 滿洞飛花未可知


연위사(延慰使)로 가는 현옹(玄翁)의 시에 차운하다 2수 -청음 김상헌
 
시름 성의 포위를 풀 계책 전혀 없거니와 / 愁城無計解重圍
나그네 옷 전당 잡혀 술 취함도 괜찮으리 / 一醉何妨典客衣
새끼 제비 그 역시도 봄 늦은 걸 알고서는 / 燕子亦知春事晩
꽃 스치고 비 젖으며 온 맘 다해 나는구나 / 掠花霑雨盡情飛

날리는 꽃 지는 버들 분분하여 어지럽다 / 飛花落絮亂繽紛
소낙비에 거센 바람 불어 들판 어둑하네 / 急雨顚風野外昏
외론 객관 쓸쓸하여 찾아오는 객 없기에 / 孤館悄然無客到
병든 이후 사흘 동안 문도 열지 않았다오 / 病來三日不開門


고원(高原) 객사(客舍)의 판상(板上)에 있는 시의 운에 차운하다 2수  청음 김상헌     
 
맑은 새벽 말 몰아서 저녁까지 몰았거니 / 淸晨驅馬到西暉
역말 길의 검은 먼지 흰옷에 다 묻었구나 / 驛路緇塵染素衣
다섯 차례 변경 나와 무슨 일을 이루었나 / 五度出關成底事
아득해라 육십이 년 나의 평생 그르쳤네 / 悠悠六十二年非

맘 쓸쓸히 외론 객관 석양 속에 기대이자 / 悄然孤館倚斜暉
지는 버들 날리는 꽃 객의 옷에 어지럽네 / 落絮飛花亂客衣
궁궁이 풀 땅 가득해 봄은 이미 깊었건만 / 滿地蘼蕪春已晩
눈에 뵈는 풍광 되레 고향 같지 아니하네 / 風光猶是故鄕非


사계서원(沙溪書院) 상량문 중에서  -청음 김상헌

어기영차 들보 머리 북쪽 향해 떡 던져라 / 兒郞偉抛梁北
꽃잎처럼 날리는 눈 치자꽃이 날리는 듯 / 白雪飛花亂薝葍
샘물 길어 차 끓여서 산사람과 마시면서 / 汲泉烹茗餉山人
밝은 창가 궤안 기대 태극 이치 담론하네 / 棐几明窓談太極


시골 어떤 사람의 환갑잔치에 차운하다 -청장관 이덕무


구준이 넘실넘실 늙은 백성 먹이니 / 衢樽湛綠酺耆民
시골에 퇴로한 신하에게 임금 은혜 미쳤네 / 恩遍鄕隣退老臣
가랑비 산들바람은 춘삼월 좋은 시절이요 / 鳩雨燕風三月候
누런 얼굴 허연 머리는 백 년 살 몸일세 / 梨顔蒜髮百年身
즉시에 나이대로 잔치 열어 상늙은이 맞아들이고 / 卽開毛宴邀黃耈
일제히 축수하여 임금님께 바치누나 / 齊祝頤期獻紫宸
알겠다 내년 봄에 이 모임을 다시 가지면 / 此會明春知更設
나는 꽃은 으레 한데 모여 자리가 될 테지 / 飛花依例聚爲茵


학곡(鶴谷) 홍공 서봉(洪公瑞鳳)의 호 의 시에 차운하여 김 사군 사의(金使君士毅) 치원(致遠) 에게 주다

택당 이식

나랏일로 애태우며 눈코뜰새없는 몸 / 草草從王事
어떻게 멍에 벗을 길은 없을까 / 何方可稅車
먼 길 나그네 아직도 반 남은 길 / 征人猶半道
역정(驛亭)의 나무들 벌써 꽃이 휘날리네 / 驛樹已飛花
오랜 이별 끝에 처음 마주 대한 옷깃 / 久別初携袂
서로들 몰라보게 모습이 쇠했구려 / 衰容各減華
술잔 대신 청담으로 노닐다 보니 / 淸談敵醇酎
긴긴 해도 어느새 서산 마루 기우누나 / 永日忽西斜


늦은 봄도 다 저물어 갈 무렵 택풍당(澤風堂)에 앉아 있으려니 산속이 적막한 가운데 사람 소리는 들리지 않고 학동(學童) 두 명만이 옆에 시립(侍立)하고 있었는데, 이때 맑고 아름다운 풍광(風光) 속에 꽃과 버들도 활짝 피었는지라, 나 역시 울적하게 보내던 끝에 생기가 슬슬 느껴져 막걸리 두 사발을 벌컥벌컥 들이켜고 보니, 선기(禪機)가 물씬 풍겨 나오는 소 장공(蘇長公)의 이른바 공산무인 수류화개(空山無人水流花開)의 노래 가사가 홀연히 떠오르면서 마음이 흐뭇하게 합치되는 것이었다. 이에 그 운을 나누어서 여덟 수의 시를 지어 보았다. 

-택당 이식     
   
 
봄날의 경치도 이제 다 끝나 가고 / 春事已云末
떠돌다 돌아오니 산이 더더욱 허전하네 / 客歸山更空
바위의 꽃 아름다운 맑은 대낮에 / 巖花美淸晝
훈풍 머금고서 시냇가 버들 흔들흔들 / 溪柳含和風
그리고 누대 앞의 자그마한 연못 하나 / 樓前一小池
위에서 퐁퐁 샘물 솟아 채워 주누나 / 上有流泉通
동물 식물 모두가 활짝 활개 펴는 때 / 動植皆得意
휘황한 여름의 계절 이제 도래하는도다 / 天時屬昭融
내 마음 어쩜 이리 마냥 흐뭇한지 / 余心適獲怡
여기에서 지친 몸 안식을 취하리라 / 於焉息勞躬

이(二)
가느다란 골짜기 물 졸졸 흐르고 / 涓涓谷中水
나무숲 끝에 줄지어 서 있는 산봉우리 / 簇簇林表山
푸른 구름 뭔가 뜻이 있는 듯 / 靑雲似有意
높은 산 사이를 맴돌며 떠도누나 / 繚繞高嶂間
허공 중에 일어나는 솔바람 소리 / 松風起寥廓
새들 노래 역시 맑고 깨끗하고녀 / 鳴鳥亦間關
하늘과 땅이 어찌 넓지 않다 하랴마는 / 乾坤豈不廣
봄 경치 왜 이리 쉽게도 시드는지 / 節物易向闌
쓸데없이 괴로움만 자초한 나의 인생 / 人生浪自苦
오래도록 떠돌다가 이제야 여기 돌아왔네 / 久客方言還

삼(三)
진달래 피었다가 다시금 지고 / 山榴開又謝
늦복사꽃 그야말로 활짝 피는 때 / 晚桃正披敷
문 열고 나가서 하늘을 보니 / 出戶視天宇
봄의 풍광 연무(煙霧) 속에 보일 듯 말 듯 / 煙景疑有無
나무숲 잎사귀들 점점 더 짙푸르고 / 林葉漸葱蒨
예쁜 새들 너도 나도 벗을 불러 모으누나 / 好鳥鳴相呼
쾌활음에 떠오르는 새로운 시상(詩想)이요 / 新詩快活吟
촌 막걸리 재촉하는 제호려 소리로세 / 村酒提壺蘆
방에 들어가면 있나니 어린 자식 / 入室有幼子
손님 맞을 하인 하나 없는 가난한 집 / 應門無僕夫
경물(景物) 보고 흔연히 깨달아지는 점이 있어 / 欣然悟物象
술 한 잔 가져와라 명령하였네 / 且命一酌㪺

사(四)
오늘 날씨 역시 좋기도 좋을씨고 / 今日好天氣
산과 물 제각각 청신한 모습 뽐내도다 / 山水自淸新
산이 깊은지라 새들도 돌아와 날개 접고 / 山深有歸翼
고요한 물속에 물고기들 잠겨 노네 / 水靜有潛鱗
삼라만상 모두가 자신의 뜻 이루는 때 / 群物各自遂
내 집에도 똑같이 봄빛이 어리도다 / 我宇同一春
적막이 감도는 북쪽 창가 아래 / 寥寥北窓下
좌우에 어지러이 널려 있는 도서(圖書)들 / 左右圖史陳
즐거워라 화기로운 사시의 운행 / 樂哉四時和
저 멀리 천고의 옛사람을 생각하네 / 念彼千古人

오(五)
오늘은 어쩐지 마음이 편치 못해 / 玆辰意不愜
지팡이 꽂아 놓고 흐르는 물 바라보네 / 植杖臨逝水
지나간 봄 생각하면 서글퍼지는 마음 / 慨然念徂春
향기로운 꽃들도 이젠 볼 수 없게 됐네 / 芳華行已矣
술 단지에 남은 술 없는가 물어보고 / 榼中問餘瀝
책상 머리 옛글을 괜히 뒤적인다네 / 床頭披古史
예와 지금 시대는 비록 달라도 / 古今雖不同
자기 뜻대로 한세상 살아가는 건 마찬가지 / 行藏皆自己
그래서 헌원씨(軒轅氏)나 우순씨(虞舜氏) 시절에도 / 所以軒虞世
나무에 둥지 틀고 숨어 산 사람이 있었다오 / 亦有巢居子

육(六)
꽃들 다치지 않게 울타리 꽂아 놓고 / 揷籬護花卉
도랑 틔워 골짜기 물 끌어 왔나니 / 疏渠分澗流
산꿩들도 내 앞에서 재롱 부리고 / 山鷄戱我前
사슴의 무리 찾아와서 나와 벗하리 / 麋鹿是我儔
가난한 집 모든 일이 그저 졸렬할 뿐 / 貧家百事拙
아직껏 서쪽 땅 밭 갈지도 못하였네 / 尙不理西疇
내가 한가한 걸 이웃집 아이 눈치채고 / 隣童知我閑
종일토록 머물면서 글자 물어 본다마는 / 問字終日留
책도 내팽개친 쇠한 이 늙은이 / 我衰廢文字
너희들 요구 어떻게 맞춰 주리요 / 何以副汝求

칠(七)
그윽한 골짜기엔 울울창창 소나무숲 / 蒼蒼幽澗松
언덕길 따라서 타는 듯 붉게 핀 꽃 / 灼灼緣岸花
아름답고 추한 것들 각자 직분(職分) 있거니 / 妍醜各有分
꽃 피우고 시들면서 번갈아 서로 뻐기누나 / 衰榮迭相誇
수레와 말 치달리는 서울 한복판 / 京師車馬地
뻔질나게 드나드는 고관대작(高官大爵)의 집 / 冠蓋公侯家
산골에서 호미 잡은 이 늙은이도 / 山中把鋤翁
옛날에 그런 경험 없지 않다만 / 舊日相經過
군자라면 소리가 있어야 하고말고 / 君子有素履
고량 문수(膏粱文繡) 따위는 진정한 영화가 아니로세 / 文繡非榮華

팔(八)
학(鶴)이 갇혀 사는 일 생각이나 할 수 있소 / 仙禽不思縶
정녀는 중매쟁이 필요없는 법이라오 / 靜女匪求媒
발을 한 번 삐끗 잘못 들여놓았다가 / 此地一蹉跌
금년에야 비로소 돌아올 수 있었는데 / 今年始歸來
침상 위에 병든 몸 계절의 변화도 못 느낀 채 / 病枕昧節候
서재의 휘장도 잠깐 걷어올렸다오 / 書帷暫褰開
향기로운 풀들 벌써 길을 뒤덮고 / 芳草已被逕
못 가 누대엔 온통 날리는 꽃이파리 / 飛花滿池臺
활짝 터진 마음으로 우수와 고뇌 씻고서 / 曠然洗愁苦
홀로 읊는 노래 정녕 유유하고녀 / 獨咏良悠哉


영월(寧越)의 김 태수(金太守) 수현(守玄) 에게 부치다. -택당 이식
    
문밖의 길거리는 먼지만 자욱 / 門外陌塵冥
창가에 기대어 곤하면 졸다 깰 뿐 / 窓間困睡醒
멀리서도 알고말고 우리 김 태수 / 遙知金太守
금강정에 드높이 누워서 지낼 줄을 / 高臥錦江亭
나루터엔 푸른 물결 평온도 하고 / 綠浪平官渡
날리는 꽃잎 가득할 동헌의 뜨락 / 飛花滿訟庭
원님으로 은자(隱者)의 취향 아울러 누리리니 / 眞兼吏隱趣
관사(官舍)가 그야말로 신선의 집이겠소그려 / 公館卽雲扃


홍택방(洪澤芳) 영(霙) 의 집에서 권자정(權子淨) 오(澳) 을 만나 조금 술을 마셨는데, 권(權)이 강사신제(江舍新題)라는 목탕경(睦湯卿)의 시를 읊기에, 붓을 달려 이에 화운하다.
    
-택당 이식

저녁 늦게 중서성(中書省) 대문을 빠져나와 / 晚出中書掖
한가로이 정위의 집을 찾아갔다가 / 閑過廷尉門
우연히 만나게 된 제천(堤川)의 친구 / 偶逢堤縣友
광릉 마을에서 오셨다구요 / 來自廣陵村
가랑비에 석양빛도 묻혀 버리고 / 細霂埋斜照
대청 난간 날리며 지나가는 꽃 이파리 / 飛花過小軒
우리 앉은 자리는 티끌 세상 저 밖인 듯 / 翛然塵事外
세 나그네 한 바가지 술잔을 주고받네 / 三客一匏尊


채지(採芝)에게 주다   -[최숙생(崔淑生)]

푸른 산만 보이고 마을은 안 보이니 / 只見靑山不見村
어부가 무릉도원 찾을 길이 없구나 / 漁郞無路覓桃源
동풍에게 내 정녕히 부탁하여 말하노니 / 丁寧爲報東風道
날리는 꽃 따라서 동구문 밖 가지 마소 / 莫逐飛花出洞門


차운하여 오 부사(吳副使)와 작별하다  - [김인손(金麟孫)]

이별할 제 모두 취해 오사모는 삐딱하고 / 臨分盡醉側烏紗
긴 길은 구불구불 해는 이미 기울었네 / 長路高低日已斜
봄비는 정이 많아 가는 길 질게 하고 / 好雨多情知滑道
봄바람은 이별 슬퍼 꽃잎을 흐트리네 / 輕風惜別解飛花
가는 봄 가는 손님 멈추게 하려 하나 / 留春縱欲兼留客
대궐과 집 그립다니 어쩌면 좋으리오 / 戀闕其如又戀家
한번 가면 중국 땅 멀어서 아득하니 / 一去茫茫遼薊遠
은하수 어느 곳서 신선 뗏목 물어보나 / 銀河何處問仙槎


서울로 가는 이계헌(李季獻)과 작별하다   -[이달]

이별의 뜻은 절로 가눌 수 없고 / 別意不自制
이별의 정은 정말 가슴 아픈데 / 別情良可嗟
바닷가서 나그네로 오래 떠돌고 / 海隅爲客久
변경에서 사람 자주 전송하누나 / 關外送人多
언덕에는 꽃잎이 흩날리우고 / 野岸飛花
봄 다리엔 물결이 일렁이는데 / 春橋水上波
이내 신세 자규와 같은 처지라 / 猶同子規鳥
뿌린 눈물 나뭇가지 적시이누나 / 灑淚濕林柯


해운대(海雲臺)  -신유

고운이 독학처럼 예서 유유히 가 / 孤雲獨鶴去悠悠
요슬 안고 천 년을 선계에서 놀았다네 / 瑤瑟千年紫洞遊
지금 옛 대엔 동백나무만 남아서 / 唯有古臺冬柏樹
온 종일 나는 꽃이 가는 배를 쫓는구나 / 飛花終日逐行舟


성현의 한도 십영 중

푸르른 남산이 구름 사이에 우뚝 서 있고 / 南山積翠雲間高
얼기설기 돌 비탈길은 다리처럼 뻗쳤는데 / 縈山石磴跨如橋
온화한 동풍을 타고 높은 봉우리에 올라 / 東風邀我上層巘
두 술통 열어서 새 포도주를 마시노라니 / 酒開雙榼新葡萄
성중의 장춘오엔 가무 소리 떠들썩하고 / 城中歌舞藏春塢
날리는 꽃은 흩어져 천 가호에 쏟아지누나 / 飛花散作千家雨
석양이라 돌아가는 길엔 취흥이 도도해 / 夕陽歸興醉滔滔
스스로 서퇴 잡고 타고를 막 두드려대네 / 自把犀椎擊鼉鼓


사제에서 비를 맞으면서 구호하다〔沙堤冒雨口號〕 -성현
 
필마 탄 긴 방죽에 버들 빛은 쌕쌕한데 / 匹馬長堤柳色新
비처럼 날린 꽃잎이 행인을 스치는구나 / 飛花如雨撲行人
그 누가 알랴 일개 도롱이 쓴 나그네가 / 誰知一箇披蓑客
성안의 오만 봄 경치를 다 읊조린 줄을 / 吟罷城中萬象春


관음굴 앞 시냇가에서 달을 대하여 술을 마시다〔觀音窟前溪對月飮酒〕 -성현
 
천마산 아래 크나큰 총림 앞에 이르러 / 天磨山下大叢林
시인이 술잔 대하여 밤 깊도록 앉았노라니 / 對酒騷人坐夜深
나무 가득 날린 꽃은 취한 눈에 어른거리고 / 滿樹飛花迷醉眼
반공중 바람 소리는 속된 맘을 씻어주네 / 半空靈籟滌塵襟
한 바퀴 외론 달은 황금병이 솟아오른 듯 / 孤輪月聳黃金餠
만 겹 산봉우리는 벽옥잠이 둘린 듯하네 / 萬疊峯回碧玉簪
거문고 가져다가 급히 타지 말지어다 / 莫把繁絃勤一抹
못 안에 수룡이 있어 울어댈까 두렵구려 / 潭中恐有水龍吟


독불견〔獨不見〕 -성현

 
지작루에 구름이 모두 걷히고 / 雲開鳷鵲樓
봉래전에 두둥실 보름달 뜨자 / 月滿蓬萊殿
군왕께서 맑은 밤의 놀이 즐기고 / 君王淸夜遊
육궁이 다투어서 시중을 드네 / 六宮爭侍宴
노랫소리 공중에서 울려 퍼지고 / 歌吹落半空
웃음소리 제비를 놀라게 하네 / 歡笑驚棲燕
봄바람이 흩어지는 꽃잎을 날려 / 東風吹飛花
슬프게 우는 나의 얼굴을 치네 / 來撲悲啼面
지척의 장문궁에 있으면서도 / 長門咫尺地
침묵한 채 홀로 보지 못하는구나
/ 默默獨不見


귀성하는 형백을 전송하다〔送亨伯歸省〕 -회재 이언적
 
이곳에서 그대 집이 가깝다는 것을 아니 / 知君到此近庭闈
문에 나와 기다리실 부모님 뜻 어길쏜가 / 閭望方勤詎忍違
멀리 나와 혼정신성(昏定晨省) 못한 지가 오래인 몸 / 自歎遠遊多曠省
내일은 또 부절 들고 서쪽으로 가야 하네 / 明朝移節又西歸

양친이 다 계신 집에 햇살이 한가롭고 / 具慶堂前麗景遲
마당 가득 목란나무 정히 향기로우리라 / 滿庭蘭樹正芳菲
멀리서 상상컨대 좋은 날에 잔치 열면 / 遙知勝日開筵處
흩날리는 꽃잎들이 색동옷을 감싸리라 / 萬點飛花繞彩衣


강가의 늦봄〔江上暮春〕 -간송 조임도
 
술잔 잡고 봄을 붙잡아도 봄은 머무르지 않으니 / 把酒留春春不留
날리는 꽃잎 저물녘 강물에 떠서 흐르네 / 飛花付與暮江流
내년에도 여기에 봄이 응당 돌아오리니 / 明年此地春應返
모름지기 꽃 만발한 날 마음껏 놀아야지 / 須趁芳辰滿意遊


중선암〔中仙巖〕 -강한 황경원
 
산 어귀에 해 저물어 가니 / 山門日云夕
소나무길 이미 어둑어둑하네 / 松路已蒼蒼
그윽하고 깊숙하니 풍경은 고요하고 / 窈深景方寂
따스하고 화창하니 날도 좋아라 / 暄和辰又良
꽃 핀 나무들 그윽한 돌계단을 둘렀고 / 榮木周幽磴
날리는 꽃잎 멀리 향기를 흩뜨리네 / 飛花散遠香
맑은 물속 비친 돌은 정말 하얗고 / 粼粼石正白
세찬 시냇물은 찰랑찰랑 울리네 / 激澗鳴鏗鏘
김공이 이곳 선암을 사랑하시어 / 金公愛仙巖
지팡이 짚고 시냇가에 이르셨지 / 杖屨臨谿旁
층층 봉우리 빽빽하게 솟았는데 / 曾峰鬱岧嶢
아직도 금옥 같은 문장이 남아 있네 / 尙留金玉章
오원이 외조부를 이어서 / 吳子承外祖
좋은 옷에다 명당을 꿰었지
/ 嘉服綴明璫
구름 속 나무 사이로 나를 이끌어 / 携我雲木間
신령스런 경계에서 함께 노닐었네 / 靈境共翺翔
높직한 산이며 흐르는 시냇물을 / 高山與流水
마음껏 노닐며 미칠 듯 즐거웠지 / 游踐喜欲狂
아 저 검은 티끌 속 나그네들은 / 彼哉緇塵客
분주하여 기를 떨치지 못하는구나 / 奔走氣不揚
김 문간공(金文簡公)의 이름은 창협(昌協)이다. 배우는 자들이 농암선생(農巖先生)이라 부른다.


운석정에 오르다〔登雲夕亭〕 -황경원
 
어둑어둑 무성한 그늘이 짙어지더니 / 曖曖繁陰重
어느새 저녁 기운이 이르렀구나 / 不知夕氣進
날리는 꽃은 하얀 돌에 흩어져 내리고 / 飛花散白石
놀란 여울물은 천 길이나 솟구치네 / 驚瀨凌千仞
깊숙한 푸른 숲은 그윽하고 / 窈窕靑林幽
치솟은 붉은 절벽은 가파르네 / 嵯峩丹壁峻
외론 정자에서 지는 해를 아쉬워하다 / 孤亭戀日曛
울적해져 희끗한 귀밑머리 쓰다듬네 / 心惻撫衰鬢


함안의 동헌 시에 차운하다〔次咸安軒韻〕 -금계 황준량
 
창이 초승달을 품어 반쯤이나 환한데 / 窓孕新蟾一半明
대숲에서 읊조리노라니 새가 이름을 부르는 듯 / 竹林吟伴鳥呼名
오늘 아침에 다시 높은 누대에 올라 바라보니 / 今朝更上高樓望
비 가득한 성에 백리가 뽕밭 삼밭이라네 / 百里桑麻雨滿城

평생 육신의 부림 받아 헛되이 경영하였으니 / 百年形役浪經營
우주에서 어떤 이가 큰 이름 세울 수가 있을까 / 宇宙何人立大名
늦도록 푸른 송죽은 눈 속의 달을 머금는데 / 晩翠松篁含雪月
가볍게 나는 꽃과 버들 솜은 처마에 둘렀네 / 輕飛花絮繞簷楹
석 달 봄날 병중에 외로운 신하는 멀리로 와 / 三春病裏孤臣遠
많은 일에 마음 써서 양쪽 귀밑이 하얗네 / 萬事心頭兩鬢明
산속의 새는 백성의 일 급한 걸 알지 못하고 / 山鳥不知民事急
푸른 숲 약한 바람 부는데 시끄럽게 지저귀네 / 綠林風軟奏繁聲


성곽 남쪽의 봄날〔郭南春日〕 -동강 신익전
 
비 온 뒤라 남쪽 연못엔 푸른 물결 일렁이고 / 南池雨後綠生漪
바람에 날리는 꽃잎이 버들가지에 부딪치네 / 風送飛花撲柳絲
매혹시키는 봄빛에 사람은 절로 늙어 가는데 / 春色媚人人自老
흰머리 더욱 늘어남을 어찌 견딜 수 있으리 / 可堪霜鬢映華滋


낙엽〔落木〕 -무명자 윤기
 
빈산에 가을바람 맑은 소리 휘감으니 / 空山寥亮動秋聲
낙엽 소리 우수수 절로 따라 울리누나 / 落木蕭蕭也自鳴
춤추는 나비처럼 바람에 팔랑이고 / 巧如舞蝶隨風竝
날으는 꽃잎처럼 다투어 떨어지네 / 忙似飛花到地爭
장안(長安)에 가득하자 무본(無本)이 읊었고 / 滿長安處吟無本
동정호(洞庭湖)에 떨어질 때 굴평(屈平)이 원망했지 / 下洞庭時怨屈平
해마다 재촉하여 사람 머리 세게 하고 / 歲歲催人成白首
봄이 오면 저는 다시 의구히 잎이 피네 / 春來依舊葉還生



기미년 입하에 비로소 꽃이 피었기에2절 〔己未立夏始花偶成 二絶〕 -무명자 윤기     

 
옛사람들이 한식에 날리는 꽃잎을 읊었는데 / 昔人寒食詠飛花
금년에는 입하가 되어서야 꽃이 피었네 / 立夏今年始見葩
알겠노라 봄의 신이 가득 참을 사양해 / 料得東皇辭盛滿
부러 여름 신에게 꽃 피우게 하신 줄을 / 故敎炎帝領繁華

이 늙은이 앓아누워 삼춘을 보내던 차 / 老夫呻囈過三春
새로 핀 꽃가지가 눈에 들어 반갑구나 / 忽喜花枝照眼新
고마워라 봄의 신이 적막한 신세 딱히 여겨 / 多謝東君憐寂寞
은근이 머무르며 나을 날을 기다려주시다니 / 殷勤留待病蘇辰


삼가 큰형님의 시를 차운하다〔敬次伯氏韻〕 -문곡 김수항
 
비 온 뒤라 원림에 녹음이 생겨나고 / 雨後園林生綠陰
발 너머 숨은 새는 사람 짝해 지저귀는데 / 隔簾幽鳥伴人吟
봄은 얕은 꿈 따라 벌써 자취 없고 / 春隨殘夢已無跡
바람은 꽃잎 흩날리니 누가 막으련가 / 風散飛花誰復禁
오궤는 잠 불러오기에 가장 알맞고 / 烏几最憐宜引睡
소금은 알아줄 친구가 필요 없도다 / 素琴非爲要知音
한가롭게 살기에 찾는 이 적어 좋아만 지니 / 閒居漸喜經過少
사립에 풀빛 우거지는 걸 놔두노라 / 一任柴門草色侵



3월 그믐날 감회가 있어 당시에서 한치요의 시를 차운하다〔三月晦日有感 次唐詩韓致堯韻〕 -김수항

 
사립을 한낮에도 닫은 채 황혼에 이르니 / 荊門晝掩到黃昏
고요해라 한가한 뜰에 비 지나간 흔적이여 / 寂寞閒庭過雨痕
오랜 성곽에 날린 꽃잎 덧없이 땅에 지고 / 古郭飛花空委地
앞 계곡에 드리운 버들은 마을 감추려는 듯 / 前溪垂柳欲藏村
삼춘이 훌떡 지나 온통 꿈같은데 / 三春轉眄渾如夢
만사는 말없이 애간장만 끓누나 / 萬事無言只斷魂
동으로 백운산 바라보자 산 빛이 가까우니 / 東望白雲山色近
십 년의 돌아갈 꿈이 전원에 엉기누나 / 十年歸夢繞田園


대흥사에서 구담을 지나 박연 폭포로 향하다〔自大興寺過龜潭向朴淵〕 -미산 한장석
 
흰 바위 맑은 여울은 동으로 서로 흐르고 / 素石淸湍東復西
천 봉우리 영괴가 사람을 헤매게 하네 / 千峯靈恠使人迷
날리는 꽃잎 만 점이 절 길에 있고 / 飛花萬點招提路
산새가 울고 또 우네 / 山鳥一啼又一啼


성여신의 계서록 중

흐르는 물은 거문고 곡조 전하고 / 流水傳琴曲
흩날리는 꽃잎은 술잔에 떨어지네 / 飛花落酒杯
봄바람 부는 날 석양 아래에서 / 春風斜日下
마주하니 회포를 풀기에 좋구나 / 相對好懷開


서평군 정자〔西平君亭子〕 -삼산재 김이안
 
서평의 정자가 맑고 그윽한 곳에 잠겼는데 / 西平亭子鎖淸幽
담장 속 날리는 꽃잎이 물을 따라 흘러오네 / 墻裏飛花逐水流
몇 번이나 돌아가려다 걸음을 다시 멈추었나 / 幾度欲歸還更駐
저물녘 봉우리에 산새들 우는 소리 들리누나 / 數禽聲在晩峰頭




발연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름다운 곳이 있어 잠시 쉬다〔鉢淵歸路得佳處小憩〕 -김이안

 
남여 타고 깊숙한 일만 솔숲 돌아 나오니 / 籃輿轉出萬松幽
어여뻐라 꽃잎 떠가는 물가에 앉았도다 / 坐愛飛花泛綠流
서글퍼라 저녁 산새 길손을 보내는 소리 / 怊悵暮禽啼送客
한 떨기 채운봉으로 얼마나 고개 돌렸는지 / 彩雲一朶幾回頭
채운(彩雲)은 봉우리 이름이다.



송산의 갠 눈〔松山晴雪〕 -소호당 김택영


소나무 꺾이고 대나무 눌리도록 몇 겹이나 내렸나 / 松摧竹壓幾重重
함박눈이 간밤에 높고 푸른 산에 내렸네 / 快雪前宵過碧崧
산꼭대기엔 바람이 때로 일어나니 / 頂上天風時一起
날리는 눈꽃 만가로 흩어져 들어가네 / 飛花散入萬家中

쌍계의 버들〔雙溪楊柳〕
봄바람이 하룻밤에 모랫가로 불어올 제 / 春風一夜來沙際
흰 돌의 빨래터엔 여기저기 비단 빠네 / 白石磯頭散浣紗
푸른 강물 넘실넘실 성 안으로 흘러들고 / 綠水融融入城去
몇 그루 버드나무 정히 버들개지 날리네 / 數株楊柳正飛花


당(唐)나라 육창(陸暢)의 〈경설(驚雪)〉 시에
 “하늘은 어찌 그리 공교로워 물을 바꿔 눈꽃을 날리나〔天人寧許巧 翦水作飛花〕”라고 했고,

송(宋)나라 범성대(范成大)의 〈춘후미설일숙이청(春後微雪一宿而晴)〉 시에 “봄이 아직 봄 머금은 꽃을 터트리지 않았는데, 청녀가 먼저 눈꽃을 날리네〔東君未破含春蕊, 青女先飛翦水花.〕”라고 하였다.


그믐날에 또 비가 내리다 2수 〔晦日又雨 二首〕 -암서 조긍섭
 
자욱한 찬 비가 저무는 봄을 전송하고 / 濛濛寒雨送春歸
바람 멎자 꽃잎들 모두 옷에 달라 붙네 / 吹斷飛花共著衣
약속이나 있는 듯 괜스레 우두커니 섰는데 / 似有佳期空佇立
황혼이 벌써 물 서쪽 사립문에 내려앉았네 / 黃昏已到水西扉
병든 아우가 갑자기 어린 여종 데리고 돌아가니 / 病弟俄將幼婢歸
빈한함과 이별의 고통에 눈물이 옷깃을 적시네 / 貧寒別苦一沾衣
산길에 정녕코 온 몸이 다 젖을 텐데 / 山蹊定爾通身濕
누구 집에 가서 대 사립문을 두드릴까 / 知向誰家叩竹扉


삼가 차운하다 두흥 [伏次 斗興] -옥담 이응희

봄이 저물어갈 제 산모퉁이와 물가에 / 春晩山隅與水涯
구경하는 마음 좋은 경치가 서로 맞아라 / 賞心佳景兩相宜
고운 풀 찾아가서는 깔개 삼아서 앉고 / 行尋細草仍成藉
앉아서 나는 꽃 세며 세월 아까워하노라 / 坐點飛花爲惜時
가는 해는 머리 위에서 멈추지를 않으니 / 白日不留頭上影
시름겨운데 손에 쥔 술잔을 어찌 사양하랴 / 淸愁何讓手中巵
근래에 시낭이 넉넉하심을 자못 알겠노니 / 近來頗覺詩囊富
시 읊으시는 회포를 좁은 소견에도 알겠다오 / 多少吟懷寸管知


백마강 가는 길에〔扶江途中〕 -옥오재 송상기
 
나부의 봄빛에 나그네 시름하니 / 羅浮春色使人愁
지는 버들 솜, 휘날리는 꽃잎 강나루에 한가득 / 落絮飛花滿渡頭
장사치 배는 바람 따라 달리려 하고 / 賈客帆檣風欲趁
백제왕 누각에는 강물만 부질없이 흐르네 / 濟王臺殿水空流
번화함은 끝났지만 유적은 남았고 / 繁華有限餘陳跡
글은 짓지 못했어도 유람은 마음껏 하네 / 詞賦無成故倦遊
내일은 수레 몰고 어디로 가야 하나 / 明發征車更何向
바닷가 구름 낀 나무 있는 서주라네 / 海天雲樹是西州


옥전현에서 눈 내린 뒤에 길을 나서다〔玉田縣雪後發〕 -용담 박이장
 
섣달 눈이 처음 녹고 밝은 해가 빛나니 / 臘雪初消霽日暉
그림 같은 시골 마을 멀리 아련하네 / 畫中村落遠依俙
눈 덮인 숲속에서 갈 길을 잃었는데 / 瓊瑤萬樹迷行路
이따금 날리는 눈송이가 나그네 옷깃을 스치네 / 往往飛花打客衣


당시 집구로 답답함을 떨치다  -운양 김윤식


봄 성안에 꽃잎 날리지 않는 곳 없고 / 春城無處不飛花
안개 낀 버들은 바람에 나부껴 언덕을 스치네 / 烟柳風絲拂岸斜
길가의 명리객에게 물어보나니 / 借問路傍名利客
말 타고 이제 가면 뉘댁으로 들어가는가 / 馬蹄今去入誰家


조 부장의 환벽정에 쓰다〔題趙部將環碧亭〕 -월정 윤근수
 
뉘엿뉘엿 희미한 해는 바위 벼랑으로 져가고 / 冉冉微陽下石屏
날리는 꽃은 어리저이 숲 속 정자에 이르는데 / 飛花撩亂到林亭
노닐던 사람들 다 떠나가고 사립문을 닫으니 / 遊人過盡衡門掩
수많은 저녁 산만 마주한 채 푸르도다 / 無數晩山相對靑

삼월의 풍광 어린 두약 우거진 물가에 / 三月風光杜若洲
정자 한 채 깨끗하게 맑은 물가에 임해 있어 / 一亭蕭灑枕淸流
석양녘에 말없이 홀로 기둥에 기대자니 / 斜陽不語獨依柱
꽃다운 풀 아득하여 객수를 일으키네 / 芳草迢迢生客愁

겹겹이 청산에다 굽이굽이 시내 흐르고 / 数疊靑山幾曲溪
언덕에 꽃 물가에 풀 길은 높고 낮은데 / 岸花汀草路高低
봄 깊은 뜨락에 아무도 오지 않고 / 春深院落無人到
하루 종일 산새들만 여유롭게 울고 있네 / 盡日幽禽自在啼


마포 지주 이 찰방 예성 에게 주다〔贈麻浦地主李察訪 禮成〕 -월정 윤근수
 
일흔 살 늙은이가 살 집을 물으러 왔으니 / 七十衰翁來問舍
남은 생이 얼마라고 또 영리를 구하는가 / 餘生幾許且營求
속세에서 부질없이 산수 취향 품고 있으니 / 塵埃謾抱煙霞癖
응당 고사께서는 웃음을 그치지 않으리라 / 應被高人笑未休

언덕 위 날리는 꽃이 나그네 두건에 떨어지는데 / 岸上飛花點客巾
방초 찾으니 문득 사수 가의 봄과 같아라 / 尋芳還似泗濱春
온 강의 물고기 새들아 괴이하게 여기지 말라 / 一江魚鳥休相怪
지주께서 지금 막 이웃해 살라 허락했느니 / 地主如今許卜隣


〈태허루에서 왕 연장과 함께 읊다〔太虛樓同王年長賦〕〉-황홍헌(黃洪憲)

가랑눈 속 금 봉황이 추녀마루에 올랐는데 / 霏微金爵上觚稜
우뚝 솟은 누각에 올라 난간에 기대 굽어보네 / 高閣崚嶒頫檻凭
옥 나무에 눈꽃이 날리니 이내가 축축하고 / 瓊樹飛花嵐氣濕
눈썹처럼 비낀 먼 산에 바다 구름 피어나네 / 遠山橫黛海雲蒸
하늘이 말끔하니 일만 집에 빛이 생기고 / 天空萬宇虛生白
수위가 떨어지니 일천 강에 얼음이 얼 듯 / 水落千江凍欲凝
띠 풀고 투호하며 애오라지 함께 어울리나 / 緩帶投壺聊共適
휘호는 중선의 〈등루부(登樓賦)〉에 부끄럽다오 / 揮毫猶愧仲宣登
《皇華集 卷35 太虛樓同王年長賦》


지규식의 하재일기 중에서

강동위북몽사빈(江東渭北夢思頻) / 강동과 위북의 꿈을 자주 꾸니
만효임종절각건(謾效林宗折角巾) / 부질없이 임종을 본받아 각건을 꺾네.
금일난언천하사(今日難言天下事) / 오늘 천하의 일을 말하기는 어려우니
모년유작권중인(暮年猶作卷中人) / 모년에는 오히려 책을 읽는 사람이 되리.
장간호조명우세(將看好鳥鳴于世) / 장차 좋은 새가 세상에 우는 것을 보리니
위석비화감각춘(爲惜飛花減却春) / 날리는 꽃을 안타깝게 여겨 봄을 줄이네.
려곽행몽불하의(藜藿幸蒙不遐誼) / 못난 사람이 다행히 멀리하지 않는 정의를 입어
교아시불만상진(敎兒始拂滿床塵) / 아이들에게 비로소 평상의 먼지를 떨어라 하네.




                                               아름다운,,,옛시...감상...수십편...

2018.04.29


cafe.daum.net/ohssipeople/IdhT/1663   함양오씨 대종중


 

  *** 초록색 글씨는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전재자가 보충함.






茶(Tea) 한잔의 선율 : (Poetics Of Tea, 茶詩)|동양 명상음악과 염불

조회 337 |추천 4 |2013.10.05. 14:46



차 명시(名詩)와 茶(Tea) 한잔의 선율 : (Poetics Of Tea)
    소식, 온정균, 원진 등 중국 명시인들의 차 명시(名詩)를 피리, 얼후, 퉁소, 고금, 비파 등 악기로, 선적인 경지의 선율로 그려낸  차의 시적 미학이 담긴 선/명상/휴식 앨범 잔잔히 흐르는 물과 저 멀리 아득한 산과 달, 이렇듯 고요한 정취가 깃든 깊은 밤, 우물에도 그윽한 향기가 스며들어 신비로운 기운에 휩싸인다. 피리와 퉁소, 얼후 등의 악기선율이 달밤을 더할 나위 없이 평온하게 만들고, 담담히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면서 차 향기가 가득한 깊은 밤과 어느새 하나가 된다. 그리고 시나브로 찻 잔에는 옛 명 시인들의 시향(詩香)이 피어 오른다.

 茶(Tea) 한잔의 선율 : (Poetics Of Tea, 茶詩)
1. 물의 향기(水味香, 수미향 Fragrance of Water) : 
    온정균(溫庭筠)의 시 "서릉도사차가(西陵道士茶歌)" 저 멀리 아득한 산과 달, 이렇듯 고요한 정취가 깃든 깊은 달밤, 피리와 퉁소, 얼후의 선율이 더할 나위 없이 평온하게 만들며 차 향기 가득한 깊은 밤과 어느새 하나가 된다.
2. 어여쁜 찻잎과 아름다운 사람(佳人, 가인 Fine Tea is Like a Beauty) :
    소식(蘇軾)의 시 "조보기학원차(曹輔寄壑源茶)" 소식(蘇軾)이 어여쁜 찻잎을 아름다운 여인에 비유했다. 여성의 음창은 마치 신선한 차 향기와도 같다. 퉁소의 선율에 따라 음악은 점차 흥겨워지고, 미인과도 같은 찻잎의 아름다운 심상도 점차 깊어진다.
3. 차향기가 가득한 정경(茶香滿色, 차향만색 Scents of Colors) :
    장가구(張可久)의 시 "산재소집곡(山齋小集曲)" 산속에 지은 집, 차 향기, 자연 속에서 지내는 삶은 자유를 주고, 깊은 한숨을 들이마시기만 하면 모든 것을 가슴 속에 품을 수 있다. 은은한 피리소리는 현악단의 깨끗하고 맑은 선율에 감미로움을 더해, 그윽한 차 향기를 즐기는 자연의 삶을 선사해준다.
4. 말을 잊다(忘言, 망언 Forgot to Speak) :
    전기(錢起)의 시 "여조거차연(與趙筥茶讌)" 대나무 아래에서 차를 마시되 상대와 말을 잊은 채, 매미 소리만 귓가에 들려온다. 고금(칠현금)의 고풍스러우면서도 우아한 음색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게 만들고, 그윽한 여성의 음창 소리는 하늘을 물들이는 노을의 그림자와도 같다.
5. 날리는 비(飛雨, 비우 Flying Rain) :
    석교연(釋皎然)의 시 "음다가초최석사군(飮茶歌誚崔石使君)" 차는 신선이 마시는 미주와 비교되며 세 번 마시면 득도할 수 있다고 하듯, 정말로 신비로워 차를 마시면서 모든 번민을 씻어버리게 된다. 쟁, 퉁소와 현악단의 조화로운 연주는 자유로운 시정을 드러낸다.
6. 기골이 맑아지다(肌骨淸, 기골청 Icy Fresh and Jade Bones) :
    노동(盧仝)의 시 "주필사맹간의기신다(走筆謝孟諫議寄新茶)" 기골이 맑아지고 신선이 되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과 투명한 물 방물 소리를 배경으로 연주되는 비파 연주는 차의 비범한 신선의 경지를 자아내고, 이어지는 퉁소 연주는 속세의 번민을 떨쳐버리게 한다.
7. 꿈속의 일(夢中事, 몽중사 Remembrance of a Dream) :
    최각(崔珏)의 시 "미인상다행(美人嘗茶行)" 은은한 퉁소 독주를 시작으로 쟁 연주가 교대로 반복되는데, 이는 아름다운 여인이 꿈속에서 겪은 일을 하나하나 더듬어 보면서 그리워하는 형상을 그대로 재현해내는 듯하다.
8.옛날과 지금(古今, 고금 Yesterdays and Todays) :
    원진(元慎)의 시 "차(茶)" 피라미드형태로 지은 보탑시인 원진의 시를 테마로 소주(蘇州)의 평탄(評彈) 음조를 사용하였으며, 동서양 악기의 선율이 너무나 조화롭다. 차는 그 언제나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고 속세의 번민을 씻어다 준다.

차와의 대화… 그 시적 미학 (해설자 : 장유량(張維良) - 차 맛을 음미하는 것은 예로부터 삶 속에 녹아 있는 예술이자 문인(文人)과 예술가들을 일깨우는 영감으로, 이는 황홀한 경지에 이르게 하는 절묘한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도록 해주는 원동력이다. 차를 마시면서 시를 즐기면 술을 마셨을 때의 소란함과 해방감과 달리, 우리들에게 평온함과 고상함 이상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그리하여 속세의 근심과 번민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잊게 하는 순수함과 심신의 정화를 통해 생명의 근원으로 회귀하도록 인도한다. 세상사 온갖 번민에서 벗어나 속세를 초월하는 생명의 근원으로 회귀하는 것은 차와 시가 전해주는 순수한 자연의 미학이다. 그리하여 나는 차를 마실 때 느끼는 자그마한 여유와 편안함, 바람에 나부끼는 듯한 홀가분한 영혼의 경지를 매우 자유로운 리듬과 선적인 음악 선율로 차의 시학(Poetics of Tea)을 표현하였다. 중국의 대표적인 민속악기인 피리, 퉁소, 얼후, 비파, 쟁, 고금(칠현금) 외에 특별히 전통적인 "소주(蘇州)의 평탄(評彈), Suzhou ping-tang"- 민간 문예의 한 가지로 평화{[評話 : 한 사람이 그 지방의 사투리로 고사(古事) 등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창(唱)은 하지 않음]와 탄사[彈詞 : 현악기에 맞추어 노래하고 이야기 하는 일종의 민간 문예]를 결합한 형식으로, 강소(江蘇) 및 절강(浙江) 일대에서 유행하였으며 강(講)도 하고 창(唱)도 함} -곡조 두 수(首)는 듣는 이들로 하여금 중국의 오래된 민속음악, 서양 악기와 현대 음악의 조화 속에서 시공을 초월하는 선적인 경지(The out-of-the-world state)에 이르게 한다. 나는 전통과 현대, 동서양을 넘나드는 이 음악 작품에서 ‘차를 마실 때 세속을 초월하는 독특하고 환상적인 미학’을 다시금 맛보게 되었으며, 마침내 여기에 흠뻑 빠져버렸다.




          茶(Tea) 한잔의 선율 : (Poetics Of Tea, 茶詩) 201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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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茶詩)와 다악(茶樂)

17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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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교연(釋皎然)의 시 "음다가초최석사군(飮茶歌誚崔石使君)"

jongrodk 2019. 1. 19. 10:55

2015.01.31 08:30


석교연(釋皎然)의 시 "음다가초최석사군(飮茶歌誚崔石使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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飮茶歌誚崔石使君(최석 사또를 놀리며)- 석교연(釋皎然)

越人遺我剡溪茗 월나라 사람이 내게 차 보내와

採得金牙爨金鼎 어린 차싹을 세발솥에 넣어 달이네

素瓷雪色縹沫香 백자 찻잔에 향기 넘치는 다탕

何似諸仙瓊蘂漿 신선들이 마신다는 옥로와 무엇이 다르랴

一飮滌昏寐 한 모금만 마셔도 혼미함 씻겨 나가

情來朗爽滿天地 마음이 하늘 가득찬 듯 상쾌하고

再飮淸我神 또한 모금 마시면 영혼이 맑아지나니

忽如飛雨灑輕塵 비뿌려 먼지를 씻어낸 듯하네

三飮便得道 세 모금 마시자 득도한 듯 하니

何須苦心破煩惱 모름지기 번뇌가 저절로 물러가네

此物淸高世莫知 차의 고결함을 세상 사람이 몰라서

世人飮酒多自欺 과한 음주는 자신을 속이는 것이라

愁看畢卓甕間夜 술꾼이 밤에 술독에 빠질까 걱정되네

笑向陶潛籬下時 도연명이 ‘음주’ 시를 지은 것 우습다네

崔侯輟之意不已 최석 자네도 술 마시고 직성이 풀리지 않아

狂歌一曲驚人耳 미친 듯 노래불러 이웃들을 놀라게 했지

孰知茶道全爾眞 다도만이 온전한 진리임을 알아야

唯有丹丘得如此 단구자선인(丹丘子仙人) 같은 경지에 이를 수가 있다네

*다도(茶道)라는 용어가 문헌상에 최초로 쓰인 것은 당나라 제6대 황제 현종(玄宗, 685~762) 때

석교연다시(茶詩) <飮茶歌誚崔石使君> 에 나오는 ‘孰知茶道全爾眞(다도만이 온전한 진리임을 알아야)’이다.

석교연(釋皎然, 704~785)-승려이며 다성 육우의 지기(知己)

석교연이 차를 마시던 당나라 때의 행다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옛날의 제다와 행다에는 주로 이런 방법이 있었다.

자다법(차를 오랜 시간 끓여서 쓴맛을 없애는 다탕법)

그리고 암다법(차의 쓴맛을 상쇄시키기 위해 생강 같은 향료를 뜨거운 물에 함께 넣어서 흔드는 법)

또 송나라 때 개발된 연고차 (차를 시루에 쪄서 짜내기를 5회 반복하여 그 찌꺼기를 말리고

이를 숯에 구워서 가루를 내어 차호에 뜨거운 물과 함께 흔들어 제조하는 점법) 들이 있다.

'어린 차싹을 세발솥에 달이네

백자 찻잔에 향기로운 다탕'

이 시행을 통해서 제다법은

자다법으로 차를 끓이는 다탕 문화임을 확인할 수 있다.

5. 날리는 비(飛雨, 비우 Flying Rain) :

석교연(釋皎然)의 시 "음다가초최석사군(飮茶歌誚崔石使君)"

차는 신선이 마시는 미주와 비교되며 세 번 마시면 득도할 수 있다고 하듯,

정말로 신비로워 차를 마시면서 모든 번민을 씻어버리게 된다.

쟁, 퉁소와 현악단의 조화로운 연주는 자유로운 시정을 드러낸다.

Comments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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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로 2015.01.31 09:13

무애는 이런 경지에 이르럿나 궁금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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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유 2015.01.31 12:32

당나라때 최초의 차 경전 '茶經'을 찬집한 陸羽는 후세인들이 茶聖이라고 불렀읍니다.

위의 시를 지은 석교연이 그의 친구라하니 과연, 육우에 어울리는 다심의 소유자로 보입니다.

茶道라는 용어도 그가 처음 사용한 것임을 오늘 알게되었고,

한모금, 두모금, 세모금 마시는 경지의 표현이 신선같습니다.

말미의 제다와 행다에관한 내용도 흥미롭습니다.

은경! 좋은글 올려주어 고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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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로 2015.01.31 13:04

지오도 무애와 같이 차 애호가인 것은 몰랐네.

그라고 석교연도 육우 나는 잘 모르는데 잘아는 것을 보니 여러방면으로 박학다식하구려

나는 커피만 주로 마셔서 다도는 모르고 시가 볼만해서 올렸소

딸이 외국에 다니며 영국의 홍차 중국의 녹차 보이차(물론 가짜겠지만)등을 사와 버리기 아까워서

자주 끓여 마십니다. 그라나 나의 입장에선 차는 나무 싱거워서 카피에 비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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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선 2015.02.01 16:58

저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차를 마십니다.

그래서 어떤 때는 연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너무 진하게 우러나 좀 쓰기도 합니다.

낮에 집에 있을 때는 차를 마실 수 있으나 오후 늦게 집에 돌아오면 못 마시는 날이 많지요.

그러니 나에게 경지니 뭐니 하는 말은 전혀 맞지 않는 말입니다.

단지 詩想을 머릿속에서 이리저리 굴릴 때는 차를 몇 잔 마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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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로 2015.02.03 18:00

아무 생각없이 마시는 차는 장자의 음다법일세.

맛이 좋건 나쁘건 따지지 않고 마시니 아무것에도 구애되지 않지

이러니 다선(茶仙)의 경지가 아니겠는가?




2019.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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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靜夜思(정야사) - 이백

 

床前明月光  머리맡에 밝은 달빛

疑是地上霜  땅에 내린 서리인가.

擧頭望明月  머리 들어 밝은 달 바라보다

低頭思故鄕  고개 숙여 고향을 생각한다.

 

   ‘고향’을 떠올렸을 때 중국인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백의 명시.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외우는 시이기도 하다.
독음과 뜻이 모두 명려하고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시.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향수의 감정을 표현하였다.
이 때문에 천 년이 넘도록 중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시로 자리 잡은 작품. 복잡한 사상이나 화려한 수식 대신, 가장 담담하고 소박한 필체로 풍부하면서도 섬세한 감정을 묘사한 시.


 





遊子吟(유자음)-맹교(孟郊, 751-814)

 

慈母手中線  인자하신 어머니 손에 실을 드시고

游子身上衣  떠나는 아들의 옷을 짓는다.

臨行密密縫  먼 길에 해질까 촘촘히 기우시며

意恐遲遲歸  돌아옴이 늦어질까 걱정이시네

誰言寸草心  한 마디 풀 같은 아들의 마음으로

報得三春暉  봄 볕 같은 사랑을 어이 갚으랴.



   모정을 읊은 송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정인 어머니의 사랑을 기리고 있다.
특히 어머니의 사랑을 봄볕에 비유한 마지막 두 구는 지금도 널리 쓰이는 비유.
화려한 시어는 없지만 담백하고 소탈한 어투 속에 배어 나오는 아름다움은 진하다.



  



賦得高原草送別(부득고원초송별)-백거이 [白居易]

 

離離原上草  우거진 언덕 위의 풀은

壹歲壹枯榮  해마다 시들었다 다시 돋누나.

野火燒不盡  들불도 다 태우지는 못하니

春風吹又生  봄바람 불면 다시 돋누나.

遠芳侵古道  아득한 향기 옛길에 일렁이고

晴翠接荒城  옛 성터엔 푸른빛 감도는데

又送王孫去  그대를 다시 또 보내고 나면

萋萋滿別情  이별의 정만 풀처럼 무성하리라.



   백거이의 이 시는 ‘들불도 다 태우지는 못하니, 봄바람 불면 다시 돋누나.’는 구절이 가장 유명하다.
시의 흐름이 매우 자연스럽지만 또한 한 구절 한 구절 세심하게 공들인 흔적이 엿보인다.





七步詩(칠보시)-조식(曺植)

 

煮豆燃豆萁  콩을 삶는데 콩대를 베어 때니

豆在釜中泣  솥 안에 있는 콩이 눈물을 흘리네

本是同根生  본디 같은 뿌리에서 태어났는데

相煎何太急  어찌 그리도 세차게 삶아대는가


   조식은 조조의 셋째 아들인데 재주가 워낙 출중해 아버지인 조조에게서 총애를 받고, 형인 조비에게서는 심한 질시와 견제를 받았다. 조비는 왕위에 오른 후에도 조식을 견제하며 해치울 기회만 엿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조비는 조식에게 일곱 걸음을 걷는 동안에 시를 지으라고 명령하며 만약 그 동안에 시를 짓지 못하면 중벌에 처하겠다고 말한다. 이 때 조식이 지은 시가 바로 ‘칠보시’로, 조비는 이 시를 듣고 부끄러워하며 동생을 놓아주었다고 한다.




 



九月九日憶山東兄弟(구월구일억산동형제)-왕유(王維)  


獨在異鄕爲異客   홀로 타향서 나그네로 지내 니

每逢佳節倍思親   명절 때마다 친지들 더욱 그립다

遙知兄弟登高處   먼 곳의 형제들 높은 곳에 올라

遍揷茱萸少壹人   산수유 심으며  한 사람이 적음을 알리



   고향과 가족을 향한 떠도는 이의 그리움을 노래했다. 반복해 읽을수록 의미가 새롭게 곱씹히는 시.
‘명절만 되면 고향 생각 더욱 간절하네.’란 구절은 천여 년 간 나그네의 그리움을 나타내는 명언으로 쓰였으며, 고향을 떠난 수많은 이의 가슴을 울렸다. 명절 때마다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중국인 특유의 문화가 배어있는 시.



김정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