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詩를 위한 길, 4인의 우정길 外 ㅡ 설악 노적봉

2013. 5. 14. 00:31산 이야기

 

 

 

당신을 향한 그리움이 바람이 되어 다가갑니다.

당신은 山입니다.

나 이곳에서 잔치를 마치면 당신의 가슴 한자락을 열어 주십시오.

당신은 山입니다.

한편의 시를 위한 길에 들어

설악의 속살을 보고 문득 이다음 생애에는

나도 산에 묻혀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산자락 한 귀퉁이에 누군가 내 영면할 보금자리 하나 마련해 주었으면 하는...


※ 산행일 : 2008년 10월 26일 일요일

※ 산행지 : 설악산 노적봉 '한편의 시를 위한 길'릿지

※ 참가자 : 9명(남6,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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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님께서 화채능선에서 촬영하신 노적봉의 모습입니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떠나보는 무박산행이다.

유월부터 가고자 했던 설악산 노적봉.

그 이름 곱디 고운 ‘한편의 시를 위한 길’......

두 번이나 시도했다가 무산되었던 그곳을 향해 봇짐을 꾸리는 손길이 바쁘다.


토요일 밤 9시50분 사당역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장거리 무박산행팀들이 제법 많이 북적거린다.

애초 16명 선에서 무난하게 다녀오리라 생각했었는데 어제,오늘 일곱 사람이 사정이 생겨 참석치 못했다.

25인승 버스에 올라타고 설악을 향해 시동을 건다.

오랫동안 하늘을 가리던 미세먼지도 사라졌고, 오락가락하던 비구름도 없어져 버린 맑은 밤하늘을 이고 버스는 신나게 서울을 벗어났다.


양평 기분좋은 휴게소...

차 안에서 한잔 두잔 마신 매실주의 약효로 체중조절이 무난하게 이뤄진다.

쌀쌀하기는 하지만 상큼한 밤공기를 마시며 마음은 벌써 노적봉 자락을 오르고 있다.


새벽 두시가 조금 넘어 설악산입구 해맞이공원에 도착했다.

다섯명은 버스 안에서 두 눈에 접착제를 발랐는지 쿨~쿨 단잠에 빠져 있고,

네 사람은 보무도 당당히 밤바다 정벌에 나섰다.

공원 여기저기 놓여 있는 조각상을 구경하며 바닷가로 내려섰다.

다정하게 자리잡은 연인 인어상에서 만져보는 가을 끝자락의 바다는 가슴까지 시리도록 청량하기만 하다.


밤바다 산책을 마치고 나니 새벽 4시.

이른 아침 준비를 하느라 부산을 떤다.

바람을 피해 공원관리소 한쪽에 돗자리 펴고 이동식 주방을 설치했다.

오늘의 특별요리는 라면에 햇반과 김치를 곁들인 궁중식 꿀꿀이죽.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 회원들을 내팽개치고 깬 사람들만 먼저 식사를 했다.

다섯그릇 정도 먹었나?

일단은 뜨거운 라면국물이 들어가니 속이 편해지고,

이단은 불어터진 햇반이 국물과 함께 들어가니 창새기가 볼록 팽창하고,

삼단은 뜨겁게 익은 김치가 목구멍을 통과하니 말도 못하고 꺽꺽거린다.

4시30분 넘어서니 신나게 디비자던 회원들도 합류하여 배터지게 꿀꿀이죽을 먹는다.

라면 열 개에 햇반 6개 김치 한봉지 털어넣어 푹 고아낸 꿀꿀이죽이라 그런지 양도 무쟈게 많다.


화려한 조찬기도회를 마치고 곧장 설악동으로 이동했다.

일찍 시작해야 일찍 내려오지...


공원관리소에 들러 입산허가서를 수령하고 어두운 밤길을 더듬어 소토왕골로 접어들었다.

하늘엔 어릴 적 방문 열고 꿈을 키우며 늘상 바라보던 오리온자리가 선명하게 빛나고 있다.

뾰족하게 솟아 하늘에 떵침 놓을 듯 두 손 모아 치켜세운 노적봉 스카이라인이 올려다보인다.

오늘은 저길 올라가는 거다.

설악의 신령님께서 허락해 주시기를 기원하면서...


캄캄한 계곡 숲길을 해드렌턴에 의지해 쉬엄쉬엄 걸어 들어갔다.

서걱거리는 산죽 스치는 소리.

그리고 회원들의 도란거리는 이야기 소리,

스치는 바람소리 외에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


소토왕골 계곡을 건너서며 된비알을 올라치기 시작했다.

하늘은 벌써 아침을 열어 울산바위를 내비친다.


드디어 한편의 시를 위한 길 첫피치에 섰다.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헬멧을 쓰고 한편의 시에 첫발을 내딛는다.

‘까짓 5.6급 정도야...’ 하면서 시작했지만 한편시는 호락호락 길을 내주지 않았다.

시작부터 매서운 강한 바람이 휘몰아쳤다.

다른 곳은 모두 햇살이 들어도 우리가 지나는 곳은 햇살에서 벗어나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고,

얼굴이며 등이며 가슴으로 받아야만 하는 세찬 바람은 걷기 힘들 정도로 우리를 몰아쳤다.

겸손하라고...


절벽을 만나거든 그만 절벽이 되라.

절벽 아래로 보이는 바다가 되라.

절벽 끝에 튼튼하게 뿌리를 뻗은

저 솔가지 끝에 앉은 새들이 되라.


절벽을 만나거든 그만 절벽이 되라.

기어이 절벽을 기어오르는 저 개미떼가 되라.

그 개미떼들이 망망히 바라보는 수평선이 되라.


누구나 가슴 속에 하나씩 절벽은 있다.

언젠가는 기어이 올라가야 할,

언젠가는 기어이 내려와야 할

외로운 절벽이 하나씩 있다.


                    ...정호승님의 <절벽에 대한 몇가지 충고>


 

바람과 싸우며 첫피치, 두피치, 세피치, 네피치를 통과하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9피치 올라가면 직벽에서 날릴 수도 있는데...

바람은 사그러들 줄 모르고 오를수록 점점 더 성난 파도처럼 세차게 불어댔다.

한겨울 선자령에서 마주쳤던 그런 바람이었다.

바람을 피할 곳도 없고, 그렇다고 계속 서 있을 수도 없고...

조금씩조금씩 진행을 하며 행동식으로 요기를 했다.

오르면서 바라보는 절경으로 위안을 삼으며 산행을 이어갔다.


7피치를 마치고 탈출을 하기로 생각하기도 했지만

설악은 역시 설악이었다.

한걸음한걸음 옮길 때마다 펼쳐지는 설악의 모습은 천차만별 생김새로 우리의 의지를 북돋아주었다.


8피치를 지나고 9피치 직벽에 섰을 때 문제가 발생했다.

한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8피치 하단에서 옆길로 빠졌다는 것이다.

길도 모르고 탈출로도 없는데, 하물며 본인이 착용한 안전장구 외에는 슬링도 하나 없는데......

덜컥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강한 바람을 맞으며 직벽에 매달려 확보를 보는 상태에서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일단은 8명 전원이 모인 상태에서 오를 수 밖에 없었다.

몸을 날려버릴 듯 거세게 불어대는 바람을 전혀 피할 수 없는 곳에서 옹기종기 모여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추위와 맞서야 했다.

 

시간을 끌다가는 저체온증 등 비상사태가 올 수도 있기에 신속하게 올라서야만 했다.

10피치를 오르며 샛길로 빠진 이와 연락이 되었다.

안부에 올라 쉬고 있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정상에서 만나야 할텐데 걱정이 되었다.

오를 수 있는 길이나 있는지...

구조요청을 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릿지를 마쳤다.

노적봉 정상으로 걸어오르며 상태를 확인해야만 했다.

육성을 통해 상황을 알아보면서 노적봉 정상에 섰다.

이미 서로가 시야에서 벗어나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구조요청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발아래쪽에서 사람 그림자가 보였다.

긴장이 탁 풀리며 안도의 한숨이 터져나왔다.

용케 샛길을 찾아 정상으로 올라온 것이다.

무사히 일행과 합류하게 된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무모한 개인행동이 얼마나 위험한지 본인은 실제 체험을 통해 터득하게 되었을 것이다.

하나의 소중한 교훈을 얻은 것으로 생각하고 조금 더 겸손해지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중간에 이탈하게 된 것을 일찌감치 파악하지 못한 내 잘못 역시 매우 컸다.

릿지를 하면서 설마 말도 없이 빠지는 일이 있으려니 전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에 더욱 난감했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신령님과 조상님께 감사를 드렸다.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마음으로 앉아 있고 싶어서

산으로 간다.

바람 되려고...

(효자리 백운식당에 걸린 어느 산악회의 글 중에서)


노적봉 정상은 천상의 전망대였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토왕성폭포 물줄기가 눈부시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왼쪽 토왕골에 걸린 경원대릿지, 솜다리의 추억, 별을 따는 소년들, 토왕좌골 릿지의 험준한 암릉과 암벽들이 기치창검처럼 곧추세워져 있는 비경들에 한동안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케이블카가 오가는 권금성도 내려다보이고, 멀리 울산바위가 하얗게 선 웅장한 모습 또한 감탄사만 나오게 할 뿐이다.


정상에 오른 회원들도 감격해 하고 있었다.

암벽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늘상 해오던 이들이 아닌 아마추어들이 이곳을 올랐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그들에게는 벅찬 감동이었을 것이다.

‘사진으로만 볼 수 있었던 비경을 직접 보게 될 줄이야’ 하는 마음이 들었을 법도 하다.


그러나 감상에 젖어 한없이 머물 수만도 없는 노릇...

이제는 내려서야 한다.

내려서기 위해 올라왔으니까.


잔돌들이 널린 하산길은 한 순간의 실수가 대형사고로 직결되는 위험천만한 곳이다.

클라이밍다운을 반복하다가 안자일렌으로 내려섰다.

바람과 추위에 체온을 많이 빼앗긴 상태에 오랜 시간 오르며 체력에도 문제가 있을 수 았다는 생각에 아래 위에서 확보하고 비너를 통과시킨 채 내려서도록 했다.


드디어 긴 다운구간을 마치고 마지막 하강포인트에 섰다.

뒤돌아서서 올려다보이는 노적봉은 아무나 범접하지 못하도록 철옹성을 두른 모습이었다.

그저 바라만 봐도 뿌듯하고 가슴에 남아있는 노적봉 잔영은 절로 뺨을 물들게 했다.


차례대로 하강을 마치고 잔잔한 단풍빛깔이 고운 소토왕골을 따라 하산을 시작했다.

세시가 넘어 네시 가까이 되고 있었다.

바람은 여전히 차게 불어대고 눈부시게 아랫녘을 적시던 햇살도 벌써 울산바위 이마께까지 올라가 있었다.

곧 날이 어두워질 기세다.


소토왕골을 따라 가풀막을 내려서서 아침에 올랐던 계곡 갈림길에 닿았다.

간단히 땀을 씻고 산죽길을 걸어 골을 나서니 오후 다섯시가 넘었다.

열두시간 정도를 바람과 추위 속에서 무사하게 보내고 나온 한편시를 다시 올려다 보았다.

저기 노적봉 꼭대기에 내 그림자가, 회원들 그림자가 남아 있었다. 


수고하고 고생한 회원들과 함께 다시 버스에 올라 물치항으로 향했다.

횟집에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며 회 한점 입에 넣고 오늘의 산행을 반추해본다.

마흔 여덟 번째 생일인 오늘...

나는 멋진 선물을 받았다.

아름다운 회원들과 함께 노적봉 한편시를 선물로 받았다.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소중한 생일이 아닌가.

‘위하여!’를 외치며 오늘 함께 한 시간들을 소중하게 가슴에 간직하는 회원들과 함께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 소중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그래서 오늘도 나는 행복하다.


언제 다시 들 날 올까 모르겠지만 한편시와 오늘 함께 한 회원들의 산행 중 얼굴들을 하나하나 떠올려보면서 깊은 잠에 빠졌다 깨니 몸은 벌써 서울에 도착해 있었다.


2008년 10월 26일 일요일 열두시간의 ‘한편의 시를 위한 길’ 릿지를 함께 해주신 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 2008년 10월 25(토)~26(일) 설악산 노적봉 "한편의 시를 위한 길" 릿지

강풍과 추위로 카메라 배터리가 얼어 작동하지 않고 손도 흔들려 사진이 선명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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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악동 입구 해맞이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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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토왕골 계류를 건너 한편의 시를 위한 길 릿지로 오르는 초입의 고사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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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시를 위한 길 왼쪽에 솟아오른 암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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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시를 위한 길을 오르며 뒤돌아 본 울산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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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피치 시작지점-중간 볼트를 올라 우측 크랙으로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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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피치를 올라서는 회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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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둘헛둘...아직은 여유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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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피치를 올라서서 진달래꽃을 만났습니다. 얼마나 떨어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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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피치를 올라선 지점-맞은편 암벽은 권금성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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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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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금성을 올려다 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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릿지 좌측의 암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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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피치를 향하며 바라본 노적봉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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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적봉 정상이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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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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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토왕골의 와폭이 아찔하게 내려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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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토왕골 상단의 소토왕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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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토왕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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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의 바위지대가 5피치. 뒤로 노적봉 정상이 웅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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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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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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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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릿지 좌측의 암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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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적봉 정상 좌측의 암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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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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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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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본 6피치 피너클지대와 울산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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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편으로 권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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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피치 피너클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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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피치 오름길의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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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적봉 북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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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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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금성 암벽과 피너클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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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피치 끝 안부의 커다란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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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색깔이 고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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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피치 직벽구간과 노적봉 북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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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벽에서...이 한 줄에 생명을 맡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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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바위와 달마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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릿지 좌측의 암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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릿지 좌측으로 뻗어내린 암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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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10피치 끝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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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권금성이 내려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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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적봉 동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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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적봉 동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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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적봉 정상을 오르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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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적봉 정상에서 바라본 토왕골의 릿지들-좌로부터 선녀봉의 경원대릿지, 솜다리의 추억, 별을 따는 소년들 릿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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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적봉 정상에서 바라본 토왕성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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릿지들이 모여서 조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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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적봉 정상을 내려서다가 뒤돌아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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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클라이밍다운 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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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왕성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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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30m 하강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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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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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하며 내려다 본 풍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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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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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워 다시 한 번 올려다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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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조심 내려서야 하는 가파른 하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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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번 뒤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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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너클 구간을 올려다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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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이 안보이고 바다가 보이던 피너클지대를 올려다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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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토왕골 와폭의 하단부를 건너는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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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동에서 올려다 본 노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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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치항 회센터에 들러

 

 

 

 

 


설악 노적봉 [그들과 함께라면] 자유등반 개척 (4p) 


                                                                     전용학      2002년 8월 19   /   산빛산악회

등반기 이전에...

고 최승철, 김형진씨가 등반연습을 위해 1p 등반 이외에 정상까지는 등반이 되지 않았다는 노적봉 남벽의 정보를 갖고 기회을 엿보던 중 " 저렇게 멋진 벽이 접근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선배 산악인들이 등반을 하지 않았으리라 " 라는 생각에 지난 기록들을 찾아 보았던 것이 작년 12월 마침, 월간 [산] 12월호의 별책 부록에INDEX가 나와 찾아보니 76년 3월호 기사에 크로니 산악회가 노적봉 초등을 위해 오른 [노적봉 남벽 초등기] 기사를 볼 수있었다.

자세한 기사를 보기위해 월간 [산] 출판사 까지 찾아 갔지만 볼 수 없었다. 이미 계획을 세웠던 노적봉 남벽 등반이기에 2002년 1월 신년연휴 때 1차 시도 해서 벽 밑까지 갔지만 체력 조절 실패로 후퇴하고 5월 재도전에서 가능한 루트를 오르다 보니 붕붕 하켄과 링볼트를 볼 수 있었다. 아무도 오르지 않은 벽을 오르렸던 마음은 무너졌지만 크로니 산악회가 오른 흔적을 보니 그 당시의 장비를 가늠할 수 있었다. 슬링은 끊어져 있고 크랙과 크랙 사이에는 링볼트가 설치 되어있다.(링볼트의 대부분은 체중의 충격에도 끊어짐) 요즘 장비의 기술 같으면(인공등반) 볼트 설치를 하지 않아도 될 장소에 설치가 되어 인공등반에 심취에 있는 한 사람으로써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그 당시 열악한 장비로 이곳을 올랐다는 것 하나만 가지고도 도전 정신에 머리가 숙여진다. 더욱이 초등을 위해 오른 곳이 아닌가?
자그만치 26년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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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0일

산빛산악회 7명 외에 3명은 상일동에서 출발 11시30분 캔싱턴 호텔 주차장에 도착 개울가 다리를 건너려고 했지만 많은 비때문에 포기하여 당초 계획이었던 Y계곡의 비박을 할 수 없어 가까운 민박집에서 지내고 아침 일찍 오르기로 했다.
희준형님은 "동해가 코 앞인데 회 한 사라도 먹어야 되지 않냐" 하시며 내일을 위해 간단하게 먹고 2시에 돌아오기로 했다.
사실 형님이 먹어야 한다고 했지만 회 별로 좋아하시지 않는 형님은 우리들(개척멤버)이 고생 할 것을 아시고 먹이고 싶었던 심정이 희준형님의 마음이라는 것은 나는 이미 잘 알고 있다.

8월11일

새벽5시40분 기상, 전쟁이라도 난 상황처럼 각자의 배낭을 꾸린다.
약간의 비가 내리기에 운행에 다소 불편함을 주기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9시50분 Y계곡에 닿았다.
이젠 30분정도의 너덜지대를 오르면 되지만 그 곳을 각자30~40KG 정도의 배낭을 메고 오르는 일은 정말 힘이 들었다.
개척자들을 위해 이 곳까지 동행한 회장님, 희준형님,인우형,경중형,그리고 재석 너무나 고마운 분들이다.

우선 야영지를 구축하기위해 돌로 축대를 쌓는데 경중형 인우형 재석이의 손놀림에 감탄했다.
어느정도 야영지가 구축되고 나는 고정로프를 설치하기 위해 1p를 인공등반후 자유등반 가능한 루트의 선을 정하고 톱로핑으로 등반을 하면서 볼트 위치를 재용형과 논의하며 7개의 위치를 정했다.
볼트 위치가 등반성과 안전에 큰 영향을 주기때문에 위치 설정을 다양한 동작을 통해서 조심스럽게 설정 했는데 다른 등반자의 생각은 어떨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볼트작업은 우선 전동드릴로 1/2작업 해 놓고(밧데리 소모줄이이 위해) 나머지는 손으로 하기에 재용형과 흥환형의 고생이 눈에 보인다. 게다가 주마등반이 쉽지 않은 두 분이기에 더욱 힘들 것이다.

4시가 넘어서 회장님이하 희준형 베이스켐프 가족,인우형이 떠난 다고 한다. 정말 아쉽다 호텔 부럽지 않은 야영지에서 술 한 잔 하고 싶은데 고생만 하시다 간다니 가슴 한저리가 쓸쓸하다.
회장님,희준형,경중.인우형,그리고 재석,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은주씨와 종혁형님이 내일 마실물은 조금이라도 깨끗하게 하신다고 손수건으로 물을 걸르신다. 항상 서로 구박만 하시던 모습은 어디가고(아니! 종혁형님이 일방적으로 당하셨던가?) 생활의 지혜라면서 열심히다.

8월12일

오늘의 목표는 2p까지 고정 로프를 설치하고 재용형과 흥환형은 1p의 볼트작업을 마무리 하는 것이다.
종혁형님의 확보로 2p를 인공등반 시작하고 재용.흥환형은 편한 자세가 나오지 않는 위치에서도 볼트 작업에 열중했다. 점심은 재용형의 비빔 국수가 나올 거라면서 은주씨는 기대 하란다.
점심의 비빔국수는 물 부족의 핑계라는 이유로 실패작이 되었고 4시쯤에 종혁형, 은주씨가 복귀 해야 한다고 짐을 정리 한다.
불과 이틀이 지났는데 한참을 같이 지낸 정든, 형! 누이! 로 다가 온다.
잘 보내라는 인사에는 마치 사랑 했던 여인이 떠나는 것 처럼 안타까웠다. 그렇게 보내니 일이 잘 될리 없다. 빨리 일을 마치고 식사와 한 잔의 술을 마시며 오늘밤 선영이 합류가 빨리 오기를 기다렸다.

8월13일

선영이의 합류로 작업 진행은 다소 빨라졌고 2p를 선영이의 확보로 자유등반을 시도했다.
오버행이라 확보자는 보이지 않았고 자유등반이 안되는 구간은 인공루트로 하려 했는데 자유 등반 해보니 멋진 루트가 될 거라는 느낌이 든다.
오버행에서의 레이벡 난이도는 5.10a 정도이지만 평소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쉽지 않을 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크랙에 캠 설치가 어럽고, 무엇 보다 캠의 설치가 확인 되지 않아 왼쪽벽에다 볼트를 설치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도감을 느끼다보니 과감한 동작이 쉽지 않지만 그 것을 넘으면 도전의 즐거움...

내 마음을 알았을까 건너편 봉우리에 올라 나의 악 쓰는 등반을 본 재용형은 박수를 친다. 난이도 5.10d 정도 될것 같다.
3p는 자유등반으로 고정로프를 설치하기로 했다. 고정 확보물이 없다는 중압감에 한 발 한 발은 조심스럽게 가게 되고 많이 왔다는 생각이 들때는 그 만큼 공포감도 쌓인다.
"어떻게 하든 여기서 확보물을 설치하고 가야돼!" 하는 나 자신에게 수 없이 명령한다. 그 것은 겁에 질릴때 나오는 나에게의 명령어다. 스스로 말한다. " 용학 너 겁먹었지!"
그렇게 자유등반으로 3p 고정로프를 설치하고 재용.흥환형은 2p 볼트 작업을 마무리 했다.

8월14일

어쩌면 오늘 쉽게 끝낼 수 있다는 생각에 평소 보다 빨리 등반을 시작 했다. 3p까지의 고정로프를 정리하고 마지막 4p에 올라 서니 장비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5m의 페이스 뒤에 무엇이 기다리는지 모르지만 높이상 완만한 슬랩이 나올거라는 추측으로 자유등반 하기로 했다. 물론, 생각대로라면 작업이 빨리 끝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고정 확보물이 없을 것이고 있다고 하더라도 링볼트는 믿을 수 없기에 내가 좋아하는 확보물 "버드빅"을 갖고 햄머를 착용하고 출발했다. 5m의 페이스를 넘어 보니 그 순간 환호성이 터졌다.
완만한 슬랩에 정상이 보였다. 25m의 슬랩등반 확보물이 없다는 것이 마음을 약하게 하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으면 쉽게 오를 수 있는 5.8정도의 슬랩이다.
마지막 안전을 위해 전동 드릴을 메고 자유등반 하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자유등반 루트상 중간쯤에 볼트 1개정도의 설치를 해야 하는 구간이다. 전동드릴을 메고 등반하니 쎄레또레의 초등자 [마에스트리이]가 생각났다. 한 동안 내머리가 쎄레또레로 가득했던 작녁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정상에 볼트 한 개를 설치한 후 선영이를 오르게하고 주위 경치에 빠졌다. 토왕폭,개토왕폭, 소토왕골,권금성,멀리 울산바위,동해 그리고 "한편의 시를 위한 길" 릿지 왜!그 곳을 [한편의...] 로 루트명을 정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정상을 올랐다는 소식에 작업중이던 재용.흥환형이 올라 온단다. 나는 여기 저기 생각나는 사람에게 전화했다. 마음으로 응원 해주는 사람들에게... 재용형! 흥환형! 수고 했습니다.
그리고 항상 목표지점에 도착 할때 그 끝의 자일을 꼬옥 쥐고 있는 선영! 고맙다.
내일 기념등반을 위해 볼트작업을 마무리 하고 하산 어두운 베이스 켐프에 까스등을 켜니 편안함이 느낀다. 이젠 정든 집이 되었다.

8월15일

흥환형의 특별한 날이다.
바로 생일이다.생일날 첫 자유등반의 의미가 남달랐으리라
작업 시작전에 노적봉의 신께 제를 지냈어야 하는데 작업을 마치고 옥수수 캔 하나 놓고 절을 올렸다. "무사히 끝내게 해 주십시요" 가 아닌 "사고없이 끝내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1p를 오르고 시간을 보니 이 속도라면 정상까지는 어렵다고 판단 하고 최고의 루트 2p까지 하고 하강 하기로 했다. 그 동안 지친 것도 있고 정리 해서 내려 가는 것도 많은 시간 소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4일 동안 같이한 재용.흥환형,선영, 끝까지는 못 했지만 이틀을 같이 보낸 종혁형,은주씨 그리고 첫날 같이 올라 온 선배님들 그들이 있어기에 등반을 마칠 수 있었고 " 그들과 함께라면" 어느 벽이든 오를 수 있다는 강한 의지가 내 가슴 깊숙히 자리 했다.


♠ 루트명: 그들과 함께라면...
♠ 난이도및 길이: 1p/22m/5.10a  2p/28m/5.11a  3p/27m/5.10a  4p/30m/5.8
♠ 소요장비: 퀵드로10개, 캠장비 1조


※ 하강은 3번으로 끝내는 것이 좋음

1번/정상에서 3p종료지점(두곳이 있는데 정상에서 25m 지점이 좋음) 2번째는 3p에서 1p 위 7~8m 위 지점(35m 정도) 그리고 바닥까지

※ 주위 사항

링볼트에 확보 하는 경우가 있는데 설치 할때는 반드시 링에다 퀵드로를 걸지 말고 안쪽으로 얇은 슬링이나 너트 와이어로 사용 할 것(추락시 터질 확율이 높음)

p.s 5일 동안에 희준형님의 고기,흥환형의 반찬 덕분에 매식 고기반찬 포함에서 7~9가지의 반찬으로 식사함 3,4일째 부터는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상당히 고민을 함 그래서 등반기 이외에 [음식이야기] 를 쓸려고 했는데 그게 좀...
좌우지간 희준형! 진공 포장까지 해온 고기 너무 고마웠습니다.  

 

 
설악 노적봉 "4인의 우정길"

                                    전용학             2002년      /     산빛산악회

♣ 설악 노적봉 남동벽 릿지
♠ 루트명: "4人의 우정길"
♠ 개척자: 송재용, 전용학, 김선영
♠ 최고난이도: 5.10a
♠ 등반형태: 슬랩, 크랙, 워킹 (페이스, 오버행)
♠ 길이 - 초입 계곡 우측벽 1P/20m/5.7, 2P/45m/5.8, 3P/40m/5.9   - 남동벽 1P/45m/5.10a, 2P/40m/5.8
♠ 소요장비: 퀵드로 6개 이상, 프랜드 1조
♠ 특이사항: 중급 이상자는 릿지화로 전구간 등반이 가능하지만 선등자는 암벽화를 싣는것이 안전함.
                 2P종료지점(초입 우측벽) 낙석주의
                 남동벽 1p 종료지점과 2p 종료지점 의사 소통이 되지않아 오르기 전 로프로 신호약속을 정하고 오를 것
                 (생활 무전기 있으면 좋음)


여름 휴가 또는 가을 단풍 시즌에 등반하면 주변 경관과 함께 즐길 수 있어 좋을 것 같습니다.
토왕골에서 시작하는 "4人의 우정길"과 "한편의 시를 위한 길"을 연계해서 등반하면(2인1조 하루) 3인이상 일경우 여유있는 1박 2일의 멋진 코스가 될거라 생각되며, 남동벽 초입(계곡)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면서 남벽 등반이나 남동벽 릿지 등반을 하면서 즐기는 것 또한 재미있을거라 생각됩니다.
새로운 길은 정신적인 면과 자기의 판단에 성취감을 느끼는 새로운 즐거움이 있습니다. 새로운 길을 가는 즐거움이란 등반의 자세가 항상 새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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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1.월간산 기사


개척보고 설악산 노적봉



토왕골 타고 도인의 경지에 오르다 산빛산악회,
남벽~남동벽에 ‘4인의 우정길’ 개척



▲ 제1피치 크랙 구간을 등반하는 천세영씨.

고 최승철, 김형진씨가 연습을 위해 한 피치를 올랐지만, 정상까지는 등반되지 않았다는 노적봉 남벽의 정보를 갖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멋진 벽이지만 접근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아직 등반되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자료를 찾던 중 작년 12월 월간山 색인집을 통해 76년 3월호에 크로니산악회의 노적봉 남벽 초등기가 실려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자세한 기사를 보기 위해 월간山 편집실까지 찾아갔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래도 이미 계획한 등반이기에 2002년 1월 신년연휴 때 노적봉 남벽 밑에까지 갔지만 체력 조절 실패로 후퇴하고, 5월 재도전에서 봉봉하켄과 링볼트를 볼 수 있었다. 그로 인해 아무도 손대지  
않은 벽을 오르려던 기대감은 깨져 버렸지만, 크로니산악회가 오른 흔적을 보니 당시의 장비를 가늠할 수 있었다.


▲ Y계곡 등반기점에서 루트를 살피는 심종혁 신부

슬링은 끊어져 있고 크랙과 크랙 사이에는 링볼트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나마 링볼트 대부분은 체중의 충격에도 끊어졌다. 요즘 장비와 기술 같으면 볼트가 없어도 될 곳에 박혀 있어 인공등반에 심취해 있는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당시 열악한 장비로 이곳을 올랐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도전 정신에 머리가 숙여졌다. 더욱이 초등을 위해 오른 곳이 아닌가? 자그마치 26년 전에….


토왕골 Y계곡 초입에서 등반 시작

지난 여름 8월 내내 전용학, 김선영, 송재용, 최흥환 등 여러 회원들의 도움으로 노적봉 남벽에 ‘그들과 함께라 면’을 개척한 후, 곧 이어 소토왕골에서 오르는 ‘한편의 시를 위한 길’과 연계되도록 Y계곡에서 노적봉 정상에 이르는 ‘4인의 우정길’ 리지를 개척했다.


▲ 제1피치 출발 지점.

이 길을 초등하기 위해 산빛산악회 회원 4명(송재용, 심종혁, 남극봉, 필자)은 10월2일 오후 6시50분 강동역에서 만나 설악을 향해 출발했다.
늘 그곳에 서서 말없이 그 많은 사람들을 품어 안는 산, 수많은 산악인들의 애인이자 어머니인 설악, 이름만으로도 가슴은 설레는데 단풍 또한 절정이라는 보도에 한시라도 빨리 달려가 보고 싶은 안달감으로 다가온다.

오후 6시50분 강동역을 출발하여 밤 11시경 설악산 비박지에 도착해, 오랜만에 둘러앉아 조촐한 소주잔을 기울이며 정겨운 이야기에 설악의 밤은 깊어간다.
이튿날 새벽 6시 일어나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장비와 행동식을 챙긴 후 오전 7시10분 비박지를 출발한다. 토왕골을 따라 오르는 길은 상큼하고, 크고 작은 여러 폭포들의 물줄기와 소리가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토왕골 입구 매점에서 출발해 비룡폭포를 지나 고개를 넘어 쉬기에 좋은 너럭바위에 도착하니 오전 8시. 매점에서 약 30분 걸린 셈이다.


▲ 제2피치를 끝내고 점심식사중인 회원들. 왼쪽부터 심종혁, 남극봉, 송재용씨.

잠시 숨을 돌리고 둘러보니 먼저 물들기 시작한 빨간 단풍과 노란 잎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아직 단풍은 이른 듯하고 다음 주말쯤이라면 절정에 이를 듯하다. 땀을 식힌 후 다시 오르기 시작한다. 중간중간 묶여 있는 빨간 리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어느덧 토왕성이 웅장한 자태로 눈에 들어온다.

오전 8시40분 토왕골 Y계곡 초입에 도착해 장비를 착용한다. 리지가 시작되는 지점은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노적봉 정상을 향해 5분 정도 올라야한다.
루트를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들어보니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빨간 리본과 볼트가 반짝인다.
장비를 착용하고 계곡을 넘어 출발한 후 약 3분 오르면 왼쪽으로 ‘그들과 함께라면’으로 오르는 흰색의 종이표시가, 오른쪽으로는 ‘4인의 우정길’을 오르는 빨간 리본이 매어져 있다.

지난 여름 엄청난 폭우를 쏟아 부었던 그 주 여러 회원들과 세찬 물살을 이리저리 빠지고 건너며 짐을 지고 올랐고, 그렇게 개척한 ‘그들과 함께라면’을 오르는 길 초입에서 만나는 시작 표시가 새삼 반갑고 ‘4인의 우정길’을 오르는 길의 빨간 리본도 또한 반갑다.
약 2분 정도 더 오른다.

남벽 3피치, 남동벽 2피치로 이어져


▲ 제3피치 종료지점. 심종혁 신부가 확보를 보면서 활짝 웃고 있다.

‘4인의 우정길’을 개척한 전용학님이 그려준 개념도(사실 그것은 개념도가 아니라 한 폭의 산수화였다)에 의하면 시작점에서 세 마디를 오른 후, 수풀지대를 20분쯤 헤쳐가 남벽 오른쪽 남동벽 하단에 도착해 두 마디를 오르면 노적봉 정상에 이르는 총 5마디의 길이다.

송재용 선배가 선등하고, 심종혁 신부님과 남극봉 선배 순으로 로프맨(등강기)을 사용하여 오르고, 나는 끝자로 오르기로 한다. 첫 마디를 모두 수월하게 오르고, 약한 오버행이 있는 둘째 마디에서는 오버행 좌측 상단 크랙에 프렌드를 설치하고 오른다.
오버행을 넘는 바위 사이에 나무 뿌리가 있으나 믿을 수는 없다. 손을 머리 위로 길게 뻗으면 홀드가 확실하게 잡힌다.

둘째 마디 종료 지점에서 셋째 마디 시작점까지는 수풀을 헤쳐 걸어가는 구간이지만, 초행길이라 루트가 불확실해 재용 선배가 잠시 길을 잃었다가 나무 사이에 보이는 붉은 색 리본을 발견하고 셋째 마디 시작 지점에 도착한다.
다시 확인해 보니 셋째 마디 시작 지점에 오르는 구간은 왼쪽 바윗길로 조심해 오르거나 오른쪽 나무계곡 사이로 모두 오를 수 있다.

첫째 마디 시작에서부터 펼쳐지는 토왕폭과 그곳으로부터 흘러 저 아래 계곡까지 이르는 물줄기, 한눈에 짚어보는 여러 리지의 등날들, 그 등날을 오르는 사람들의 꼼지락거림과 거대한 바위의 전경들은 높이를 더해갈수록 화려하게 펼쳐진다. 언제 보아도 새롭고 경이로운 자연의 모습을 연출하여 셋째 마디에서는 그 절정에 이르는 듯하다.
셋째 마디 종료지점까지 오르는 구간에서는 특별히 어려운 곳이 없고 홀드와 발디딤은 좋으나 흔들거리는 바위가 많아 낙석에 유의해야 한다.


▲ 제3피치 종료지점에서 바라본 노적봉 남동벽.

오전에 맑은 날씨를 보이던 하늘이 어두워지며 먹구름이 밀려온다. 옷깃을 적실 정도의 빗방울과 멀리서 들려오는 천둥번개 소리, 바람 또한 심하게 분다. 재킷을 꺼내 입고 오후 1시30분 점심 식사를 한다.
작년 겨울 큰 수술을 하신 후 열심히 산행을 하시며 극복하고 건강을 회복해가시는 남극봉 선배, 수술 후 잘 드셔야 하기에 늘 든든한 먹거리를 넉넉히 준비해 오시는 선배의 배낭 무게가 줄어든다.

설악의 깊은 속을 내려다보며 여유롭게 앉아 먹는 점심은 비록 그것이 퍽퍽한 한 조각의 빵일지라도 꿀단지를 핥아먹듯 꿀맛으로 흡수되어 넘어간다. 오후 2시경 정상에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간다. 저만치 앞에는 올라야 할 허연 바위가 우뚝이 서서 바라보고 있다.

천둥번개 속에 살 떨리는 경험

점심 후 험한 수풀과 바위 지대를 약 25분 정도 헤치고 남벽 우측 남동벽 리지 넷째 마디 시작 지점에 도착한다. 수풀과 바위 지대로 가는 길은 곳곳에 빨간 리본이 매어져 있고, 바위를 계속 넘어가거나 우회하여 남동벽 넷째 마디 시작점에 이를 수 있다. 바위를 끼고 오른쪽으로 우회할 수 있으나 전 구간에서 낙석에 유의해야 하고 바위나 나무는 반드시 확인하고 잡아야 한다.


▲ Y계곡 기점에서 등반준비를 마친 필자.

넷째 마디 구간에 이르기 전 왼쪽으로는 지난 여름 개척된 남벽의 ‘그들과 함께라면’의 도도한 바위벽이 바로 눈앞에 보인다. 꼿꼿하게 수직으로 서 있는 폼이 바라만 보아도 다리가 저린다.
그럼에도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것은 왜일까?

넷째 마디 구간에 이르니 보기에도 어려워 보이는 구간이 나타난다. 수직으로 선 벽에 오버행까지 있다. 재용 선배가 오르기 시작했는데, 중간에 루트 찾기에 어려움을 겪는다.
초등 길에 루트가 정확히 표시되어 있지 않아 애를 먹는다. 멀리서 보였던 오버행 위의 하강 포인트로 사용했던 노란 슬링은 보이지 않는다.

오버행이 시작되는 지점의 정면 직상과 오른쪽 루트를 살피고 시도하던 선배는 배낭을 내려놓고 왼쪽 크랙으로 넘어가 오르기를 시도해 오버행 확보지점에 이른다.
신부님도 로프맨을 이용 오르시며 동작이 불안하여 조금 고생했으나 무사히 오르시고, 남극봉 선배는 재용 선배의 벗어놓은 배낭까지 짊어지고 몇 번의 추락 후 배낭을 따로 끌어리니 무사하게 오르신다.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마지막 등반자는 나다.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바람이 거세지고, 혼자 남겨졌다는 두려움과 상당한 고도감에 공포가 밀려온다. 금방 어두워질 것만 같고 오버행을 넘어선 선배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비록 멀리서 치는 것이지만, 천둥 번개를 동반한 날씨에 쇠로 만들어진 장비를 착용하고 벽에 달라붙어 있다는 것은 정말 살 떨리는 경험이었다.


▲ 제3피치 종료지점. 숲 뒤로 남동벽이 우뚝 솟아 있다.

왼쪽 크랙을 잡고 넘어서 오르는 오버행 구간은 이 루트의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발디딤을 보기 위해 내려다보는 고도감은 참으로 압권이다.
크랙은 좋고 아주 어렵지는 않으나 고도감에 의한 몸의 경직은 움직임을 둔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올라야 한다는 생각에 기를 쓰고 오르니 앞선 등반자들보다 수월하게 오른다.

다섯째 마디는 어렵지 않은 슬랩 구간으로 살살 걸어오르면 된다. 약간 턱이 져 선등자와 후등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마디가 길어 바람이 조금 불어도 소리가 흩어져 잘 들리지 않는다.

다섯째 마디에 이르니 이미 해가 기울어 어두워졌고, 심한 바람에 의사소통이 안되어 고생한다. 다섯째 마디 종료지점에서 약 10분 정도 걸어가 노적봉 정상에 오르니 오후 7시이다.
각자 헤드랜턴을 꺼내 쓰고 하산을 준비한다. 바람은 가라앉았고 예정보다 너무 늦은 시각이었지만 무사히 정상에 오르니 감사하다.


2인1조로 등반해야 여유있어

설악의 야경을 바라보며 감상할 여유도 없이 안전하게 하산해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한다. 소토왕골로 하산한다. 하산길에서도 앞에서 길을 안내하는 선배를 조심스럽게 따라간다. 구르는 돌들을 조심하며 소토왕골 암장에 이르니 비로소 긴장이 풀리고, 신부님이 준비해 오신 위스키를 한 모금씩 마시니 창자 깊숙이까지 타는 듯한 짜릿함에 실실 웃음이 나온다. 몸서리를 치며 한 잔 마신 재용 선배의 얼굴이 금방 상기되어 올라온다. 모든 것이 마무리되는 기분이다. 설렁거리며 열심히 걸어 어제의 비박지에 도착하니 밤 9시가 되었다.

‘4인의 우정길’은 고급 리지다. 처음 계획은 이 루트를 등반하고 ‘한편의 시를 위한 길’을 역으로 하산하려 했지만 정상에 너무 늦게 올랐기에 불가능했다.
계획대로 등반하려면 2인 1조로 나서야만 여유있게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4인1조인 경우에는 노적봉 정상에서 소토왕골이나 ‘그들과 함께라면’을 하강포인트로 잡고 토왕골로 하산할 수 있을 것이다.


                                                                                                                         (조은주 산빛산악회 회원)

 

 

 

 

한국의 바윗길을 가다(39) 설악산 노적봉 남동벽 '4인의 우정'길 / 그곳에 우리의 우정이  있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토왕폭의 모습이 옅은 운무에 보였다 가려졌다를 거듭하면서 별따는 소년들 리지에서는 마치 별들이 우수수 떨어질 것도 같았다.

[김성률 기자] 설악산 노적봉 ‘4인의 우정길’을 등반하기로 한 8월26일 새벽, 설악동에는 보슬비가 부슬부슬 흩뿌렸다. 어제 오후부터 소나기가 여러 차례 쏟아졌는데 밤새 별 하나 보이지 않고 빗방울마저 떨어지고 있으니 과연 새벽 다섯 시에 설악동의 숙소를 떠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그냥 비를 긋고 있을지 제대로 가늠이 되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이럴 때 바위꾼들에게 어울리는 지론이 하나 있다. "놀더라도 바위 밑에서 놀아라" 배낭을 단단히 챙겨 매고 설악산 소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웠는데 간간히 내리던 빗방울이 모여 이제는 제법 큰 비를 뿌리고 있었다. 이런 날씨에 과연 등반을 제대로 할 수 있을 지 등반대원들은 자못 걱정 어린 모습들이 되었다.

주차장 입구에서 자판기 커피를 한잔 꺼내 마시니 아주 오래전 다방에서 마시던 커피의 향과 맛이 난다. 옛일을 추억하며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 어프로치를 시작한다. 이때 시각이 오전 6시경. 소공원 다리를 건너고 ‘한편의 시를 위한 길’ 진입로를 지나서 마지막 매점을 지나 비룡폭포로 발을 옮긴다. 소공원을 떠나 중간에 흐르는 계곡수에 세수를 하고 약 1시간 반 정도를 왔을까? 넉넉한 비박지 건너편에 ‘4인의 우정길’ 첫째 마디와 만날 수 있었다.

출발지점은 장비를 차고 등반을 준비하기에 무척 양호한 장소였다. 이곳에 서니 계곡 건너편으로 왼쪽부터 경원대길, 솜다리의 추억, 별 따는 소년들 길이 확연히 드러나 보였다. 그리고 그보다도 우렁차게 폭포수가 쏟아지는 토왕폭포의 모습은 마치 천상에서 물이 떨어지듯 신비하고 장엄하면서도 경외감을 느끼게 하는 모양새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4인의 우정길 첫째 마디를 출발하는 거석산방의 윤재형 클라이머.

어프로치 중간중간 흩뿌리던 비는 이때쯤 그치고 있었다. 이날 등반을 함께 한 거석산방(회장 허현자) 다섯 명의 클라이머들은 장쾌한 토왕폭의 기운을 받아서인지 활기찬 모습으로 출발 전 파이팅을 외쳤다. 선등은 윤재형 씨, 지하철 철도 기관사인 그는 5.11급의 등반실력을 가졌으며 남성적이면서도 항상 겸손한 자세에 배울 점이 많은 클라이머이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 미혼인 그는 그런 면에서 ‘준비된 총각’이기도 하다.  

안전벨트에 캠과 퀵드로우, 슬링 등 등반장비를 차근차근 채운 재형 씨가 배낭을 조여매고 첫째 마디를 힘차게 선등한다. 사실 첫째 마디에서 다섯째 마디의 등반은 수월한 편이다. 홀드가 잘 발달되어 있어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홀드를 찾아내면 즐거움이 배가 된다.

첫째 마디는 거리 20미터 난이도 5.7의 페이스 구간이다. 출발지점의 튀어나온 턱을 잘 짚고 넘어서면 양호한 홀드가 계속 나타난다. 차분하게 등반을 하며 올라가다보면 어느새 확보점이다. 빌레이를 보면서도 건너편 솜다리길과 별을 따는 소년들 길을 등반하는 클라이머들의 모습이 마치 색색깔의 헬멧을 쓴 개미처럼 바라다 보인다.

둘째 마디는 거리 37미터 난이도 5.8의 페이스와 크랙으로 이루어진 구간이다. 비교적 쉬운 아래부분은 오른쪽으로 길게 이동하다가 직상으로 올라붙는다. 직상구간이 끝나면 다시 확보점이 나타난다. 셋째 마디는 거리 35미터 난이도 5.7의 페이스, 침니, 슬랩이 골고루 포함된 바윗길이다. 확보점은 소나무에 걸린 여러 개의 슬링줄을 이용한다. 등반을 하면서 주변경관이 더 좋아진다. 변화무쌍한 날씨 덕에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주변 풍광을 감상하는것도 즐거운 일이다.
 
둘째 마디 직상크랙을 돌파하는 선등자.

넷째 마디는 거리 20미터 난이도 5.6의 쉬운 슬랩길이다. 확보점은 슬링을 걸기에 딱 좋은 형태의 암각이다. 다섯째 마디는 거리 35미터 난이도 5.8의 페이스 구간.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리지길을 연상하면 될 정도로 등반에 부담이 없다. 등반보다는 주변으로 펼쳐진 황홀한 경치에 더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다섯째 마디를 마치면 너른 테라스가 나온다. 이곳에서 잠시 쉬며 사방으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설악의 비경을 감상하는 것도 좋겠다. 안개가 살짝살짝 모습을 가리는 토왕폭의 절경은 변함이 없고 솜다리길과 별을 따는 소년들 길을 씩씩하게 등반하는 클라이머들을 찾아 보는 것도 재미있다.

다만 멀리 속초 앞바다 쪽으로는 구름 없이 맑은 하늘인데 영서 지방에서 흘러오는 구름은 잔뜩 찌푸리고 있어 등반팀은 발걸음을 재촉하며 남동벽 여섯째 마디를 향한다. 다섯째 마디 확보점에서 왼쪽으로 가다가 노적봉이 보이면 다시 오른쪽 아랫길로 접어들어 약 15분이나 걸어가야 한다. 암벽화보다는 리지화로 갈아 신는 것이 낫겠다.

자일을 둘러매고 등반보다 힘든 워킹길을 마치니 노적봉의 위용이 나타난다. 이제 가장 어렵다는 여섯째 마디. 다시 힘차게 출발하는 선등자. 그런데 아뿔싸, 선등자가 출발하여 세 개 쯤의 볼트에 퀵드로우를 걸었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선등자는 그 자리에 서서 비를 맞으며 기다리고 등반팀은 이 위기를 어떻게 넘겨야 할지 고민들이 얼굴에 묻어난다. 아무도 입에 올리지는 않고 있지만 비가 계속 쏟아진다면 이곳에서 탈출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안 그래도 미끄러운 바위에서는 이제 본격적으로 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선등자의 부담이 더욱 커지는 순간이다. 5.10a의 난이도를 가진 바윗길에 비가 이렇게 쏟아지면 난이도는 단번에 두세 등급이 올라간다.

비가 내린 후 여섯째 마디를 선등중인 선등자. 왼쪽 크랙을 잡고 넘어서 오르는 오버행 구간은 여섯째 마디 뿐 아니라 4인의 우정길에서의 하이라이트이자 백미다.

그렇게 비가 5분 정도 내렸을까? 다행히 비가 그치면서 등반은 계속 이어진다. 선등자가 비교적 쉬운 초반의 볼트를 통과하고 크럭스 부분의 오버행 구간에 붙었다. 왼쪽 크랙을 잡고 넘어서 오르는 오버행 구간은 여섯째 마디 뿐 아니라 4인의 우정길에서의 하이라이트이자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이 구간이 없다면 4인의 우정길은 다소 맥 빠진 길이 될 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이 구간의 홀드는 비교적 뚜렷하다. 발 아래로 바라다 보이는 찌릿한 고도감만 잘 극복하면 평소 인공암장 5.10a급을 등반할 수 능력으로 충분히 선등이 가능하다.  다만 온통 물에 젖은 바위홀드를 잡고 슬립으로 인한 추락이 없이 선등을 하자니 이날 선등자의 가슴은 실로 착잡했을 것이다.

온사이트 등반이어서 정확한 루트를 모르는 선등자는 두 어 번의 텐션을 받고  등반로를 확인한 다음 크럭스를 돌파, 무사히 여섯째 마디의 등반을 완료했다. 선등을 하는 선등자나 그 모습을 지켜보는 후등자들이나 손에 땀이 나는 순간들이었다.

등반을 마치고 윤재형 씨는 “바위가 물에 젖어 멍텅구리성 홀드가 손에 잘 잡히지 않았습니다. 길을 잘 몰라서 하나하나 확인하며 등반하는데 추락시에는 부상의 위험도 있어서 적지 않게 긴장이 되었어요”라고 선등의 어려움을 털어 놓았다.

4인의 우정길은 2002년도에 송재용, 전용학, 김선영 씨 등이 개척한 고급 리지다. 산빛산악회 홈페이지에 가보면 4인의 우정길에 대한 전용학 씨의 설명과 함께  2002년도 11월호 월간 산에 게재된 산빛산악회 조은주 회원의 개척보고서를 살펴볼 수 있다.

'4인의 우정길' 건너편으로 바라다 보이는 길은 역시 인기있는 '솜다리의 추억'길이다. 등반자가 아주 작은 크기로 바라다 보인다.

전용학 씨는 "여름 휴가 또는 가을 단풍 시즌에 등반하면 주변 경관과 함께 즐길 수 있어 좋을 것 같고 토왕골에서 시작하는 '4人의 우정길'과 '한편의 시를 위한 길'을 연계해서 등반하면(2인1조 하루) 3인 이상 일 경우 여유 있는 1박 2일의 멋진 코스가 될 거라 생각되며, 남동벽 초입(계곡)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면서 남벽 등반이나 남동벽 릿지 등반을 하면서 즐기는 것 또한 재미있을 거라 생각됩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등반형태는 쉬운 슬랩과 크랙, 페이스와 오버행으로 이루어져 있다.  초입 계곡 우측벽에서 시작되는 첫째 마디는 거리 20m에 난이도 5.7 둘째마디는 거리 45m에 난이도 5.8 셋째 마디는 거리40m에 난이도 5.9이며 남동벽에서 시작되는 넷째 마디는 거리 45m에 난이도 5.10a 다섯째 마디는 거리 40m에 난이도 5.8 로 구분된다.

바윗길 소개글을 내용을 살펴보면 산빛악회가 처음 이 길을 개척했을 당시만 해도 4인의 우정길은 다섯 마디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요장비로는 퀵드로가 6개 이상, 프렌드 1조가 필요하다. 중급 이상자는 릿지화로 전구간 등반이 가능하지만 선등자는 암벽화를 신는 것이 안전하며 남동벽의 두 마디는 의사소통이 어려우므로 오르기 전에 신호약속을 정하고 오를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산빛산악회의 개척보고서에도 '4인의 우정길'의 의미는 설명되지 않고 있었다.  '4인의 우정길'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해서 지어졌을까? 분명히 중요한 의미가 담겨져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 이 길의 개척자인 전용학 씨로부터 직접 들어보자

"'4인의 우정길'의 의미는 당시 같은 산악회에서 활동하던 네 사람의 우정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네 명 모두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분이라 전혀 서로 어울리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죠.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네 명은 산악회의 공식등반 이외에도 똘똘 뭉쳐 자유산행을 통해 지방의 리지등반을 다니며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습니다"라고 말한다.

전용학 씨가 말하는 '전혀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4명의 당시 신상을 살펴보면, 서강대 신부님이면서 교수이신 심종혁 신부님, 위암수술로 위가 거의 없는 남극봉님, 산악회 내에서  등반경력이 가장 길고 성격이 까칠하지만 정확한 송재용 님, 대학 강단에서 강의를 하는 예쁜 조은주 님이다.

그는 "4인의 우정길은 제가 개척한 길 중에 가장 애착이 많이 가는 루트입니다"라며 "처음부터 끝까지 올라가면서 핸드 드릴로 직접 볼트를 설치하면서 개척했습니다"라고 개척 당시를 기억했다.

정상에서 소토왕골 방면으로 100여 미터를 클라이밍 다운 하면 하강 링이 설치되어 있다. 이 장소에서도 토왕폭의 멋진 경치와 울산바위를 조망할 수 있다.

처음 루트는 길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개척 당시에 비하면 볼트의 수도 많이 늘어났다. 처음부터 확보물에 불투명한 루트를 자유등반하면서 개척하기는 쉽지 않다. 보통 루트 선을 긋고 위에서 내려오면서 개척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루트도 실수하지 않고 깨끗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적벽의 루트 '2836'은 처음에 인공등반(A4)으로 개척했다가, 자유등반이 가능할 것 같아 위 앵커포인트에서 확보를 보며 자유등반이 가능하게 볼트의 위치를 정했다. 이후 이름이 '자유2836'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전용학 씨는 '솜다리 추억'도 인공등반으로 오른 후 자유등반길로 개척했다. 그는 그 때의 감회를 이렇게 표현한다.

"개척당시에는 확보물이 불투명한 루트를 오르면서 개척한 것이라  마음의 부담도 있었지요. 하지만 당시 저에게 온 성취감은 다른 것에 비해 남달랐지요"

이제 등반은 마지막 일곱째 마디를 남겨놓고 있다. 별로 어렵지 않은 거리 35m 난이도 5.7의 페이스, 슬랩구간이다. 등반을 마치면 다시 사방으로 탁 트여진 노적봉 정상이 등반자를 반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토왕폭의 모습이 옅은 운무에 보였다 가려졌다를 거듭하면서 별따는 소년들 리지에서는 마치 별들이 우수수 떨어질 것도 같았다. 마치 우주 한 가운데에 놓여 있는 듯한 이 엄청난 풍광에 기자는 10년이 다 되어가는 구형 디지털카메라를 소토왕골로 던져버리고 싶었다. 신이 일부러 빚어놓은 듯 아름다운 설악의 진경을 도저히 카메라에 담을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2년여 전의 추락사고와 부상 그리고 이어진 재활을 통해 다시금 멋진 클라이머로 부활한 윤재형.

정상에서 소토왕골 방면으로 100여 미터를 클라이밍 다운 하면 하강 링이 설치되어 있다. 이 장소에서도 토왕폭의 멋진 경치와 울산바위를 조망할 수 있다. 이제 단 한 번의 30미터 하강을 하게 되면 그곳에서부터 소공원까지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소공원에 가면 시원한 냉면과 함께 오징어순대를 안주삼아 차디찬 맥주를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2년여 전의 추락사고와 부상 그리고 이어진 재활을 통해 다시금 멋진 클라이머로 부활한 윤재형 씨의 완등에 기자의 마음도 마치 선등을 마친 것처럼 기분이 좋아졌다. 더욱이 여러 차례 비가 내리는 가운데 중도에서 포기하지 않고 침착하게 등반을 마친 그의 모습에서  다소 거창하기는 하지만 “인류의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역사”라는 아놀드 토인비의 명언이 다시금 떠올랐다.

4인의 우정길을 개척할 때에는 어려움도 많았다던데 개척자 네 사람은 아직도 변치 않는 우정을 간직하고 있을까? 이익이 없다 생각하면 하루사이에도 등을 돌리고 권력과 부를 좇아 부나비처럼 몰려드는 사람들과 달리 오로지 ‘바위’와 ‘우정’이라는 두 개의 주제를 가지고 살아온 그들의 우정이 변할 리는 없다고 굳게 믿어본다.

토왕폭은 오늘 등반을 함께 한 다섯 명의 등반팀이 첫째 마디 출발점에 발을 딛고 등반을 시작하던 순간부터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등반을 마치는 지금 이 순간까지 우렁차게 폭포수를 쏟아내며 우리들의 우정을 다시 한 번 격려하고 있었다. 그곳에 우리의 우정이 있었다.

 

 

한국의 바윗길을 가다(39) 설악산 노적봉 남동벽 '4인의 우정'길 / 그곳에 우리의 우정이 있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토왕폭의 모습이 옅은 운무에 보였다 가려졌다를 거듭하면서 별따는 소년들 리지에서는 마치 별들이 우수수 떨어질 것도 같았다.

 

 

 

 

한편의 詩를 위한 길

                                                           /   산사랑통신산악회

 


 늦은 금요일 출발하여 토요일 다 보고 늦게 올라와서 일요일 쉬는 계획입니다.
 
 그날 우리는 가슴설레는 설악의 그 깊은 골, 수려한 능선, 바위와 숲의 정령이 어우러진 원시의 골짜기로 들어갑니다.
 
 
 
 
 이름은 노적봉인데 생긴것은 칼등같이 생겼군요...
 
 
 
 여기가 한편의 시를위한 길의 시작점입니다.
 
 
 
 아! 노래에 나오던 그 선녀봉.....
 
 
 
 저 토왕성 폭포를 이렇게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설악의 비부! 
 

 

 

 

 

 

 

 

설악 10경, 희양산  국가지정 문화재 명승 지정 예고


 

 

[포커스] '설악 10경'·희양산 봉암사 일원 '명승'으로 지정
명산 일대 잇따라 문화재로…설악산은 세계자연유산 잠정 등재목록
문화재청, "국가지명도 높이는 관광자원으로 활용, 명산으로 가꿀 것"

‘설악 10경’에 이어 문경 희양산 봉암사 일원도 국가지정 문화재 명승으로 지정예고, 한국의 아름다운 산들이 잇따라 명승으로 지정되고 있다. 명승으로 지정된 명산들은 앞으로 문화재로서 정부차원의 보호를 받게 된다.

세계자연유산 잠정목록으로 등재된 설악산천연보호구역(1994년 9월 지정) 내에 있는 설악산 비룡폭포 계곡 일원(95호)과 토왕성폭포(96호), 대승폭포(97호), 십이선녀탕 일원(98호), 수렴동·구곡담계곡 일원(99호), 비선대와 천불동계곡 일원(100호), 용아장성(101호), 공룡능선(102호), 울산바위(103호), 내설악 만경대(104호) 등 ‘설악 10경’이 3월부터 국가지정 명승 제95호부터 제104호로 지정된다고 문화재청이 밝혔다.


▲ 명승 제97호로 새로 지정된 설악산 대승폭포의 웅장한 모습 / 사진 이광춘 문화재위원 제공

‘설악산 비룡폭포’는 외설악 지역을 배수하여 동해로 흘러드는 쌍천의 지류가 화채봉의 북쪽 기슭에 만들어놓은 폭포로, 마치 용이 하늘로 날아가는 듯한 비경을 보여 준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토왕성폭포는 외설악 노적봉 남쪽 토왕골에 있으며, 옛날 토왕성부(府) 토성왕이 성을 쌓은 곳에 있는 폭포를 말한다. ‘폭포가 석벽 사이로 천 길이나 날아 떨어진다’고 기록되어 있다.

대승폭포는 해발 740m에 높이 약 88m의 웅장한 폭포로 금강산 구룡폭포, 개성의 박연폭포와 함께 한국의 3대 폭포로 꼽힌다. 십이선녀탕은 밤이면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하고 갔다고 하여 ‘선녀탕’이라 전해지며, 탕이 12개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는 8개다.

수렴동계곡과 구곡담계곡 일원은 내설악의 대표적 계곡으로, 중국의 황산보다 경치가 아름답다고 한다. 와선대에서 노닐던 마고선(麻姑仙)이라는 신선이 이곳에 와서 하늘로 올라갔다는 비선대와 천불동계곡은 금강산의 만폭동에 못지않은 경관을 빚어 설악산의 대표적 명승지로 꼽힌다.

용아장성은 용의 이빨처럼 날카로운 암봉들이 연이어 성처럼 길게 둘러쳐져 있으며, 20여 개의 크고 작은 암봉들이 용의 송곳니처럼 솟아 있다고 해서 명명됐다. 국립공원 100경 중 제1경인 공룡능선은 마치 공룡이 용솟음치는 것처럼 힘차고 장쾌하게 보인다 해서 붙여졌다. 울산바위는 병풍처럼 우뚝 솟은 거대한 화강암체로서 모두 6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내설악 만경대는 용아장성, 공룡능선, 흑선동계곡, 나한봉 등의 절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경관 조망지점이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명승으로 지정된 설악산 10경을 우수한 자연유산으로 널리 알리고 국가 지명도를 높이는 관광자원으로 활용해서 세계적인 명산으로 가꾸겠다”고 밝혔다.

문경 희양산 봉암사 일원도 문화재청 관보공고일을 거쳐 3월부터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된다. 희양산은 암봉이 매우 아름다운 산으로서, 봉암사의 사찰경관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이루는 경승지다. 봉암사 앞으로 형성되어 있는 백운대계곡은 바위, 계류, 담, 수림이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여 준다.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각자(刻字)한 바위에 조각된 마애불이 남아 있는 백운대계곡 일대는 문화경관으로서의 가치도 매우 높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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