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이 밝혀준 연등매(蓮燈梅)

2019. 3. 22. 05:53차 이야기




보름달이 밝혀준 연등매(蓮燈梅)



청매(靑梅)




홍매(紅梅)




연등회 보름달이 뜨면 달은 기울고...

추위속에 핀 매화는 꽃잎이 한잎두잎 떨어져......


유무(有無)와 생사(生死) 자체가 모두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임을 말없이 베풀어준다.




백매(白梅)




청매(靑梅)




***  팔관회(八關會)와 연등회(蓮燈會)


   음력 2월은 영등달이라 부른다.


   고려를 건국한 태조 왕건은 우리 고유의 풍류도(仙道)의 축제로 서양의 추수감사절에 해당하는 팔관회(八關會)를 매년  동짓달 보름날(음력 11월 15일)에 왕실이 주최하는 국가행사로 열어 부여(扶餘)의 도천(禱天), 예(濊)의 무천(舞天), 맥(貊)의 제천(祭天), 마한(馬韓)의 교천(郊天), 신라(新羅)의 영고(迎鼓) 그리고 고구려(高句麗)의 동맹(東盟)과 같이  하늘과 산천에 제사를 지내는 배달민족 고유의 예법을 계승하였다.


   아울러 태조 왕건은 외래종교인 불교를 국교로 삼아 백성들을 교화하고, 국가적인 불교행사로 음력 2월 보름날에 연등회(蓮燈會)를 성대하게 봉행한다.  팔관회와 연등회는 훈요십조에 명기하여 후대 왕들이 어리석은 신하들의 간언에 휘둘려 이를 폐지하거나 변경하지 말도록 당부한다.  지금도 음력 2월을 영등달, 이달에 조수가 큰 때를  영등사리, 이달에 부는 바람을 영등할미가 내리는 영등바람 등으로 민간에서 불리어 왔던 것도, 음력 2월에 수일 ~ 십여일 간에 걸쳐 봉행하던 연등회의 '연등'이 와전되어 '영등' 또는 '영동'으로 음운이 변한 것이다.  오늘날에도 전남 진도 등 일부 지방에서 영등제를 지자체 차원에서 거행하고 있다.


    아직도 이러한 용어들이 흔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고려시대의 연등회와 팔관회는 성대한 국가행사였을 뿐만 아니라 각 지방 또는 사찰 마다 정성을 다하여 봉행되어 내려온 영향이 아닐까 한다.   


    조선조가 개국하면서 성리학자인 신진사대부들을 중심으로 주장한 전왕조에 대한 소위 '적폐청산'의 일환으로 풍류도(仙道)의 배척과 숭유억불을 국가정책으로 삼아, 음력 2월달에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연등회는 부처님 오신 날인 사월초파일로 자리잡게 되었고, 한해 동안 일용할 양식이 되는 추수 곡물과 사냥물을 하늘에 올리는 팔관회는 폐지되어 자신의 조상만을 기리는 한족(漢族)의 유교식 추석으로 대체되었다.          

  

   중국 한족(漢族)들이 만든 외래 도입 학문 또는 종교인 '유교'가 배달민족 고유신앙과 전통행사를 밀어내었을 뿐만 아니라,  먼저 전래되어 거의 민족종교화된 불교 마저도 배척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조선조는 백제의 후손이 만든 왜와 고구려와 발해의 구성부족인 후금(後金) 여진족(후에 청나라)에 의하여 여러 번 동란을 겪어왔고, 결국에 백제의 후손들이 세운 일본에게 멸망당한 것을 보면, 배달민족의 전통을 도외시한 결과로 얻는 경책치고는 너무나 뼈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를 옹립한 신진사대부들은 적폐청산에 연연하여, 앞날을 내다보지 못하고 너무 단견적인 정책들을 만들었고, 후대의 사대부들도 '예송논쟁'으로 대표되는 쓸데없는 당쟁과 정책들만을 양산하다가 얻은 자업자득이 아니라 하기 어렵다.


    매화와 달이 다시 한번 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을 말없이 가르쳐주는 영등 보름날에 차를 마시며  물끄러미 달을 건너다 본다!        


ㅡ (()) ((*)) (()) ㅡ         ㅡ  步 虛  合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