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26. 10:40ㆍ경전 이야기
「창세기」는 천지창조와 유대인의 조상에 관한 이야기를 적은 것으로, 첫머리를 이렇게 시작한다.
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지어내셨다. 땅은 아직 모양을 갖추지 않고 아무것도 생기지 않았는데, 어둠이 깊은 물 위에 뒤덮여 있었고 그 물 위에 하느님의 기운이 휘돌고 있었다. 하느님께서 “빛이 생겨라!” 하시자 빛이 생겨났다. - 「창세기」 1장 1~3절
거의 모든 신화가 창조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창세기」가 남다른 점은 신이 단 하나만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세계 각지에서 발생한 창조 신화에는 여러 신이 개입한다. 게다가 세계를 창조한 방법도 다소 다르다. 대체로 창조 신화에서는 신이 기존 재료를 가지고 세계를 창조하는데 「창세기」에 등장하는 신은 무(無)에서 출발한다. 방법도 간단하다. 그저 말 한마디만으로 천지가 생겨난다.
하느님이 팔을 뻗어 아담에게 생명의 불꽃을 건네주는 찰나를 표현했다. 하느님과 아담은 거울 속에 비친 모습처럼 대칭을 이루듯 닮았는데 이는 성서 「창세기」 1장 27절에 언급되는 하느님이 “당신의 모습대로 사람을 지어 내셨다”라는 부분을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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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의 특이성은 해와 달의 위상으로도 알 수 있다. 해와 달은 거의 모든 고대 종교에서 신으로 숭배되는데 「창세기」의 신은 해와 달보다 훨씬 앞서 빛을 창조한다. 마치 현대 과학이 빅뱅(Big Bang)을 우주 생성 원리로 설명하듯 빛이 먼저 태어나고 그 뒤로 물질이 만들어진다.
특히 여섯째 날에 인간을 만들고 난 신은 인간에게 남다른 명령을 내린다. 아들딸 많이 낳아 후손들이 온 땅에 퍼지게 하고 바다의 고기, 공중의 새, 육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는 권한을 주면서 이를 잘 관리하라고 당부한다. 그런데 인간이 신의 형상을 본떠 만들어진 존재라는 설명은 「창세기」가 유일하다. 인간이 남다른 모습으로 태어났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일곱째 날에 신은 휴식을 취한다. 신이 휴식을 취하므로 신이 창조한 인간도 신의 명령에 따라 일곱째 날을 안식일로 지킨다.
창조 기간이 엿새라는 점은 성경의 자구(字句)에 철저한 성경학자들 사이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창세기」에서 말하는 하루가 현재 우리가 느끼는 스물네 시간일까? 물리적으로 엿새 동안 우주가 태어났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문제는 종교적인 문제로 넘어가는데 여하튼 신이 먼저 세계를 만들고 일반 생물을 만들었으며 인간을 맨 나중에 만들었다는 사실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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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이후 이야기는 인간 세계로 돌아오므로 대체로 이해하기가 쉽다. 시대는 기원전 3000년에서 기원전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세기」에 등장하는 지역에는 카프카즈 방면에서 북부 메소포타미아에 침입해 시리아에 걸쳐 기반을 닦은 후르리인이 살고 있었다. 그 후 남러시아 초원 지대에서 인도유럽어족에 속하는 유목민 집단이 남하해 아나톨리아나 메소포타미아로 침입했다. 이 여파로 기원전 17세기에는 힉소스라고 불리는 혼성 민족 집단이 가나안을 거쳐 나일 강 델타 지방에 침입해 약 1세기 동안 이집트를 지배하기도 했다. 이 힉소스인들이 누구인가에 대해서는 대체로 셈어족을 주체로 하고 거기에 후르리인이나 인도유럽어족이 섞여 있었다고 생각한다.
당시 메소포타미아에는 셈어족이 세운 바빌로니아 왕국이 존재하고 있었는데 이들은 시리아, 가나안뿐 아니라 이집트에 이르는 지역에서도 생활했다. 이들이 구약성서를 작성한 히브리인의 선조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구약성서에 나오는 「창세기」의 연원은 분명하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살다 이스라엘로 이주한 셈족의 일부인 히브리인들이 역사를 기록하면서 고향인 메소포타미아를 에덴동산으로 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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