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史 김정희의 '蘭치는 法' -문자향서권기(文字香書卷氣)
2022. 12. 5. 13:49ㆍ글씨쓰기
공교롭게도 제 이름 元春과 같습니다. 그래서 더욱 호감이 간지도 모릅니다. 추사는 경주 김씨 저는 의성 김씨니 뿌리는 같습니다. [참고] 예기(禮記)에 '남자는 20세에 관례(관례)를 행하고 자(字)를 짓고, 여자는 혼인을 약속하면 계례(筓禮)를 행하고 자를 짓는다.'고 하면서 '관례를 행하고 자를 짓는 것은 그 이름을 공경해서이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름을 소중히 여기는 관념 때문에 어른(成人)이 된 사람의 이름을 함부로 부를 수 없어서, 출생한 후부터 갖게 된 이름(名)이외에 누구나 널리 부를 수 있는 별도의 칭호가 필요하게 되어 자(字)를 지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김정희는 32세에 첩에게서 아들을 낳았는데 이름은 商佑입니다. 그런데 그 첩은 남장을 하고 담을 넘어와서 첩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둘은 사랑이 애틋했다고 합니다. 서자인 상우는 벼슬을 하지 못하였으나 추사는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합니다. 추사는 그 아들에게 '蘭치는 법'을 글로 보냈습니다. 蘭法亦與隸近(난법역여예근) 必有文字香書卷氣然後可得(필유문자향서권기연후가득) 且蘭法最忌畵法( 차난법최기화법) 若有畵法一筆不作可也(약유화법일필부작가야) - 난 치는 법은 예서와 가장 가까우니 반드시 '문자의 향기와 책의 기운'을 다 갖춘 다음에야 얻을 수 있다. 또한 난치는 법은 그림 그리는 법칙대로 하는 것을 가장 꺼리는 것이니, 만일 그림 그리는 법칙을 쓰려면 한 번의 붓질은 하지 않는 것이 옳다. 예서(隸書) 體는 획을 그을 때 3번에 걸쳐 긋씁니다. 추사의 난 그림(글씨) -난의 잎은 3번씩 꺽여 있습니다. 한마디로 흉합니다. 서에 전시회에 가보면 최우수작 중에 난 그림은 보기 힘듭니다. 모든 게 한 획으로 그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획 하나를 치더라도 온 몸의 기운을 다해 그려야 한다고 합니다. 난 획 하나를 제대로 치려면 20년은 조히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문인이 그리는 사군자(四君子)는 매.란.국.죽(梅.蘭.菊.竹)입니다. 매화나 국화의 그림은 붓으로 가필을 해도 무난하나 난은 다릅니다. 蘭은 단순해 보여도 가장 어려운 그림입니다. 서예를 처음 배 울때 선생님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라고 했습니다. 문인화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문인화라는 것은 본래 문인(文人)들이 여기(餘技)로 그리는 그림입니다. 현재의 전문화가들이 그리는 그림과는 기술은 떨어지나 그 그림에는 향과 기운이 느껴지는 것입니다. 그러니 현재의 그림들은 그림 자체는 뛰어나지만 향과 기운이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책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서예나 문인화는 배우는 사람들은 그 기법에만 치중하고 책을 읽지 않기에 그 격(格)이 낮은 것입니다. 사군자 중에 대나무를 빼고는 향기(香氣)가 있습니다. 매화는 그 추운 계절에 가장 일찍 피며 그윽한 향을 발합니다. 그러니 고난 속에서도 군자(선비)는 이와 같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난초는 깊은 골짜기에서 홀로 향을 발합니다. 고고함이 베어있습니다. 난향은 옷에 배어 타인에게 그 향을 전합니다. 화장실에서 나오면 변 냄새가 나고 난실에서 나오면 몸에 난향이 밴다고 합니다. 난도 사군자의 모습을 닮은 것입니다. 국화는 그계절에 마지막에 피는 꽃입니다. 서리를 맞으면서도 피는 꽃이니 이 또한 선비를 닮은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노년의 세월에 처해 있습니다. 난 그림처럼 한 획을 그려도 삶을 붓으로 덧칠을 할 여유가 없습니다. 그저 하루하루를 온 몸으로 한 획을 그리며 살 뿐입니다. 삶에서 향기를 발하는 그러한 생활을 기대해 봅니다. 침계(梣溪- 물푸레나무 골짜기)는 윤정현의 호입니다. 이 작품은 서울 '간송(澗松)미술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 곳에는 여타 추사의 작품이 있습니다. |
'글씨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죽헌에서 만난 ‘황기로’ (0) | 2023.03.12 |
---|---|
초서 草書 (0) | 2022.12.06 |
일중 김충현 (0) | 2020.06.04 |
우리말의 여러가지 모습(고대~중세국어) (0) | 2019.12.15 |
서예통론 -결언(結言) (0) | 2019.1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