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8. 17. 20:22ㆍ경전 이야기
1. 정토삼부경의 수행법
장휘옥 著/불교시대사/자료입력:김수남
<관무량수경>에서 위제희부인이 부청님께 "오직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저에게 극락세계에 왕생하기 위한 마음가짐과 바른 수행법을 말씀해 주옵소서." 하고 간청했을 때, 부처님께서는 위제희부인에게 말씀하셨다.
"부인은 잘 모르시겠지만 아미타불은 결코 멀리 계시는 것이 아닙니다. 부인은 마땅히 마음을 가다듬어 청정한 업으로 이루어진 저 극락세계를 자세히 관찰해 보십시오. 나는 지금 부인을 위해 널리 여러 가지 비유를 들어, 미래 세상의 모든 중생들도 청정한 업을 닦아 서방극락세계에 왕생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청정한 업이란 아미타불의 전신인 법장비구의 청정한 업을 말하는 것이므로, 청정한 업으로 된 극락세계는 아미타불의 전신인 법장비구가 자신의 업을 청정하게 닦음으로서 얻은 결과라는 의미다.
따라서 우리가 극락에 왕생하는 길은 각자의 업을 청정하게 닦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청정한 업을 닦아 극락왕생할 수 있을까? 정토삼부경인 <무량수경>과 <아미타경>과 <관무량수경>에서 설하는 내용이 조금씩 다르므로 하나하나 살펴보자.
1) 무량수경의 왕생방법
<무량수경>에서는 극락정토에 왕생하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설한다.
염불왕생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저 극락세계에 왕생하는 중생들은 모다 다 성불할 것이 결정된 정정취(正定聚)에 머물게 되는데, 그 까닭은 성불할 수 없는 사정취(邪定聚)나 성불의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부정취(不定聚)는 없기 때문이니라. 그래서 항하의 모래 수와 같이 무수한 시방세계의 여러 부처님들도 모두 한결같이 무량수불(아미타불)의 위신력과 공덕이 불가사의하심을 찬탄하시느니라.
그러므로 누구든지 무량수불의 명호를 듣고 기쁜 마음으로 신심을 내어 다만 한 생각만이라도 지성으로 극락세계에 태어나기를 원하는 이는, 곧바로 왕생하여 다시는 물러나지 않는 불퇴전의 경지에 머물게 될 것이니라. 그러나 오역죄를 범한 자와 정법을 비방한 자는 제외되느니라."
정정취와 사정취와 부정취를 삼정취(三定聚)라 하는데, 이것은 중생의 근기를 세 가지로 분류한 것이다. 정정취는 결코 퇴보하지 않는 경지에 오른 자들로서, 반드시 성불할 것이 결정된 자들이고, 사정취는 믿음도 수행도 없는 자들로서 결코 깨달음을 얻을 수 없는 자들이며, 부정취는 인연에 따라 정정취나 사정취가 될 수 없는 자들로서 인연이 있으면 깨달을 수 있고 인연이 없으면 깨닫지 못할 수도 있는 자들이다.
중생이 부처님의 원력으로 아미타불의 정토에 왕생하면 저절로 물러나지 않은 불퇴전의 경지에 머물게 되는데 이것을 정정취라 한다. 이것은 법장비구의 48원 가운데 제11원인 "내가 부처될 적에 그 나라의 중생들이 정정취에 주하여 반드시 멸도에 이르지 못하면 정각을 얻지 않겠습니다."라고 서원한 것을 성취한 것이다.
따라서 정토에 왕생한 자는 모두 성불이 결정된 정정취에 머물 수 있으며, 사정취나 부정취의 부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정토에 태어나 이 불퇴전의 경지인 정정취에 머물기 위해서는 단 한 번만이라도 일심으로 아미타불을 염불하면 된다고 한다.
이 염불왕생은 아미타불이 법장보살이었을 때 세운 48원 가운데 제18원인 '염불왕생의 원'을 성취한 것이다. 그러나 제18에는 '내지 십념'이라 하여 최소한 열 번은 염불해야 한다고 하였고, 여기서는 '내지 일념'이라 하여 단 한 번의 염불을 제시하는데, 실제로 염불의 효과는 일념이든 십념이든 아무런 잡생각이 없이 얼마나 지극한 마음으로 염불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제 18원에서도 설명했듯이 일념이라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부지런히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편 오역죄를 범한 자나 정법을 비방한 자는 제외한다고 한 것도 제18원의 내용인데, 이것은 중생들에게 이런 죄를 지은 사람들은 왕생할 수 없다는 것을 미리 경고해 둠으로써 죄를 저지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삼배왕생 부처님께서는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시방세계의 모든 천신과 인간들이 지극한 마음으로 저 극락세계에 태어나고자 하면 그 근기와 수행에 따라 상배(上輩)와 중배(中輩)와 하배(下輩) 삼배(三輩)의 구별이 있느니라. 상배자(上輩者)란 욕심을 버리고 출가하여 사문이 되고, 보리심을 일으켜 오로지 한결 같은 마음으로 무량수불을 염(念)하며 갖가지 선근 공덕을 쌓아 저 극락세계에 태어나고자 원을 세우는 이들을 말하느니라.
이러한 사람들이 임종할 때에는 무량수불이 여러 대중과 함께 그 사람 앞에 나타나시느니라. 그러면 곧바로 그 부처님을 따라 극락세계에 왕생하여 칠보 연꽃 속에 자연히 화생(化生)하여 다시는 물러나지 않는 불퇴전의 경지에 머물며, 지혜와 용맹을 갖추고 신통이 자재하게 되느니라. 그러므로 이 세상에서 무량수불을 뵈옵고자 하는 사람은 마땅히 위없는 보리심을 발하여 많은 공덕을 쌓고 저 극락세계에 태어나기를 원해야 하느니라."
염불왕생에 이어 세 종류의 삼배왕생을 설하고 있다. 삼배왕생도 염불을 왕생의 요인으로 삼지만, 다른 점은 왕생할 때에 아미타불의 내영(來迎)을 받아 정토에 왕생한다는 것이다.
삼배왕생은 극락정토에 태어나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근기와 수행의 우열에 따라 상·중·하 세 종류로 나눈다.
먼저 상배의 사람은 ①출가자로서 사문이 되어, ②보리심을 발하고, ③오로지 한결같이 아미타불을 염(念)하며, ④여러 가지 공덕을 닦아 극락에 태어나기를 원하는 자다. 출가해서 보리심을 낼 뿐 아니라 오로지 한결같이 아미타불을 염하는데, 염불왕생 때처럼 '내지 일념'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염불하는 것이며, 게다가 갖가지 공덕을 쌓아야 한다.
이러한 사람은 임종할 때에 아미타불이 직접 대중과 함께 나타나시므로, 부처님을 따라 곧바로 정토의 칠보 연꽃 속에 화생한다고 한다. 화생이란 인간이 모태에서 태어나는 것과는 달리 육체와는 관계 없이 정신적인 요인에 의해 태어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처님의 내영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현세의 육체가 그대로 정토로 옮겨 가는 것이 아니라, 아미타불 진신(眞身)의 영접을 받아 즉시로 정토에서의 새로운 탄생을 감득하게 된다.
이렇게 극락에 태어나면 불퇴전의 경지에 머물며, 지혜와 용맹을 갖추고 신통이 자재하게 된다고 한다.
"중배자(中輩者)란 시방세계의 여러 천신과 인간들 중에서 정성을 다하여 극락세계에 태어나고자 원을 세우고, 비록 출가한 사문이 되어 큰 공덕을 닦지는 못하더라도 마땅히 위없는 보리심을 내어 오로지 한결 같은 마음으로 아미타불을 염(念)하며, 다소의 착한 일도 하고 계율을 받들어 지키며, 탑을 세우고 불상도 조성하고, 스님에게 공양도 하며, 부처님 앞에 비단 일산을 바치고 등불을 밝히며 꽃을 뿌리고 향을 사르며, 이러한 공덕을 회향하여 저 극락세계에 태어나고자 원을 세우는 이들을 말하느니라.
이러한 사람이 임종할 때에는 무량수불이 화신(化身)을 나투시는데, 그 상호와 광명이 찬란하여 실제 아미타불과 같으며, 여러 대중과 함께 이 사람 앞에 나타나시느니라. 그러면 그는 곧바로 화신불을 따라 극락세계에 왕생하여 다시는 물러나지 않는 불퇴전의 자리에 머무르게 되느니라. 이러한 공덕과 지혜는 상배 다음 가느니라."
중배의 사람은 상배의 사람보다 근기가 낮은 ①재가의 신자로서, ②마땅히 위없는 보리심을 내고, ③오로지 한결 같은 마음으로 아미타불을 염하며, ④보시·지계 등 선근공덕을 쌓아 이것을 회향해서 극락에 태어나기를 원하는 자다.
이러한 사람은 임종할 때에 아미타불의 화신과 많은 대중들의 영접을 받아 극락에 왕생한다. 여기서 화신불이란 상배의 사람이 볼 수 있는 진신불(眞身佛)과는 다른 것으로서, 말하자면 진신불의 분신이다. 이러한 화신불의 영접을 받아 정토에 태어나면 상배자와 마찬가지로 불퇴전의 경지에 머물게 되지만, 공덕과 지혜는 상배보다 못하다고 한다.
"하배자(下輩者)란 시방세계의 여러 천신과 인간들 중에서 여러 가지 공덕을 쌓지는 못하더라도, 가령 마땅히 위없는 보리심을 발하고 생각을 오로지 하여 다만 열 번만이라도(乃至十念) 무량수불을 염하고 극락세계에 태어나고자 원을 세워야 하느니라.
만일 이 사람이 심오한 법문을 듣고 깊은 환희심으로 믿고 의지하여 의혹을 일으키지 않으며 다만 한 번만이라도(乃至十念) 저 부처님을 염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극락세계에 태어나고자 원을 세우면, 이 사람은 임종할 때에 꿈결에 무량수불을 뵈옵고 극락세계에 왕생하는데, 그 공덕과 지혜는 중배 다음 가느니라."
하배의 사람은 ①여러 가지 공덕을 쌓지는 않더라도, ②마땅히 위없는 보리심을 발하고, ③생각을 오로지 하여 다만 열 번만이라도 아미타불을 염해서 극락에 태어나기를 원하는 자다.
만일 이 사람이 법문을 듣고 깊은 환희심으로 믿고 따르며 다만 한 번만이라도 아미타불을 염해서 극락에 태어나기를 원하면 임종 때에 꿈에서 아미타불을 뵙고 극락왕생할 수 있는데, 그 공덕과 지혜는 중배의 사람보다 못하다 한다. 여기서도 '내지 십념' 이나 ' 내지 일념' 같은 뜻으로서, 결국 평소에 아무런 잡념이 섞이지 않게 염불할 수 있는 훈련이 되어 있어야 일념이든 십념이든 할 수 있다.
간혹 '십념' 이라는 말을 단지 소리를 내어 '열 번 염불'하는 것이라 생각해서 사람들에게 큰소리로 '나무아미타불'을 열 번 외우게 한 후 이제 극락왕생을 보장되었으니 안심하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농으로 한 말로서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말일 이렇게 건성으로 염불해서 왕생할 수 있다면 세상에 왕생 못할 사람이 어디 있겠으며, 또한 불도수행이 왜 필요하겠는가.
위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무량수경>에서는 네 종류의 왕생, 즉 염불왕생 한 종류와 삼배왕생 세 종류를 설하고 있다. 이들 네 종류의 왕생은 법장비구의 48원 가운데 왕생에 관한 세 가지 원, 곧 제 18·19·20원이 실현된 것이다.
염불왕생에서 중요한 것은 특별히 '임종 후'라는 단서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현세에서 관념상의 정토에 관념적으로 살아가는 것도 포함하는 것으로서, 현세와 내세에 모두 적용되는 염불왕생이라 할 수 있다.
내세에 정토에 태어날 경우 반드시 '임종 후' 혹은 '임종할 때'라는 단서가 붙어 있기 때문에, '임종 후'라는 말이 없다는 것은 현재나 미래를 상관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현세에서 지성으로 염불해서 마음의 정토를 이룩함으로써 갱생의 즐거움을 갖는 것도 염불왕생의 공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삼배왕생 가운데 주목할 점은 '발보리심'과 '염불'은 세 종류의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설해져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보리심을 발하는 것과 아미타불을 외우는 염불은 출가자나 재가자 모두에게 똑같이 설해져 있으며 이 두 가지는 수행의 우열에 상관없이 누구나 갖추어야 할 필수조건이라는 것이다.
'보리심을 발하는 것'은 부처가 되기를 원하는 마음으로서, 이 마음은 곧 중생을 구제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중생을 구제하고자 하는 마음이란, 중생을 섭취(攝取)해서 정토에 태어나게 하는 마음이다. 그러므로 극락에 태어나기를 원하는 자는 반드시 위없는 보리심을 발해야 한다.
염불은 말할 필요도 없이 극락욍생의 실천법으로 가장 중시되는 것으로서, 법장비구의 48원 가운데 제18원이 '염불왕생의 원'이라 불리는 것처럼, 왕생을 위한 실천수행의 중심이 염불임을 분명히 설명하고 있다. 또한 극락왕생을 객관적으로 실증하는, 소위 임종래영(臨終來迎)은 아미타불을 염하는 자나 여러 선극공덕을 쌓은 자가 임종에 이르렀을 때 아미타불이 많은 제자들과 함께 나타나, 그 사람을 극락정토로 맞아들인다고 하는 설인데, 내용적으로는 현세에서 아미타불을 뵐 수 있다고 하는 희망을 주는 것과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내세에 극락에 왕생할 수 있다는 확실성을 증명하는 것으로서 상당히 극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 임종래영은 상배와 중배에게만 설해져 있으며, 하배의 경우에는 임종 때 꿈에서 부처님을 볼 뿐 직접 와서 맞아들인다는 뜻은 나타나 있지 않으나 부처님을 본다는 점에서는 상배·중배와 같다. 또한 맞아들이는 경우에도 아미타불의 진신(眞身)과 화신(化身) 두 종류가 있어, 상배는 아미타불의 진신이 직접 나타나고, 중배는 화신이 나타나 영접한다고 한다.
임종래영설의 기원은 <우파니샤드>나<바가바드기타>와 같은 바라문교의 문헌이나 원시불교 성전 들에 보이는 여러 가지 소재가 합쳐서 성립되었다고 추정하는데, 이 임종래영설에 의해 극락정토 왕생사상은 매우 힘있게 전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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