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오갈 때 들리는 "생황" 소리 / 미주 중앙일보 기사

2013. 8. 29. 08:57율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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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예술] 마음이 오갈 때 들리는 '생황' 소리

 [뉴욕 중앙일보]
박봉구/국악인
발행: 12/10/08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12/09/08 17:12

 

다리를 쩍 벌린채 긴 담뱃대를 손에 들고 마루턱에 걸터 앉아 있는 이는 다름아닌 여인네 였다. 머릿채를 겹겹이 머리 위로 말아 올린 것 하며, 치마 밑 속바지까지 드러나게 다리를 벌리고 앉은 태가 여염집 처자는 아닌듯 하다. 뜰 안 연못에는 연꽃이 제 주인 만큼이나 호탕하게 흐드러져 있다.

혹 이런 장면이 최근 한국 TV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소개 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다름 아닌 조선의 화가 혜원 신윤복이 그린 ‘연당여인’ 속의 그 여인이 그렇게 앉아 있다.

그 여인의 오른 손에는 요상하게 생겨 먹은 물건이 들려 있다. 물 주전자 처럼 부리가 있는 공명통 위로 키가 다른 여러개의 관이 올라와 있는 생황 이라는악기다.

그 부리에 입을 대면 금속성 쇠청(reed)을 거친 사람의 호흡이 자연 소재인 대나무 관을 지나 오묘한 소리를 만들어 낸다. 그랬기에 생황 소리가 봉황의 울음소리에 비유되고 중국의 창세 신화에도 나오는 거다.

이 생황은 신윤복과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단원 김홍도의 ‘송하취생도’나 ‘포의풍류도’ 같은 풍속화에도 등장한다. 우리가 삼국시대부터 사용 했고 고려시대에는 궁중악에 사용 됐던 생황이 조선 시대에는 이렇듯 일상 생활로까지 들어온 게다.

조선 후기 생황이 연주되는 자리에는 늘 시가 있었고 그림이 있었고 술과 여자도 있었다.

강물에 배를 띄우고 종놈 젓대 불고, 한량들은 농짖거리가 한창이다. 그 와중에 한 기녀는 뱃머리에서 생황을 불고 있다.

한량들은 기생들과 수작을 벌이느라 젓대 소리나 생황 소리엔 관심 없다. 그저 젓대를 부는 총각 숨결은 생황을 불던 기녀만이 느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름하여 신윤복의 ‘주유청강’이란 작품이다.

혹 이 여인이 장죽과 생황을 들고 한가로이 마루턱에 걸터 앉아 있던 ‘연당여인’ 속의 주인공과 같은 인물이 아닐까 상상해 본다. 그러고 보니 둘다 직업이 ‘술집 아낙’인 게다.

신윤복이 ‘주유청강’을 그렸을 그무렵 생황이란 악기를 청나라로부터 많이 수입을 했었다. 국내에서도 생황을 제작을 했다고 하나 청나라 물건에 비해 질이 떨어졌다 한다. 당시에는 아무나 가질수 있는 물건이 아닌 꽤나 사치품에 해당하는 물건 이란다. 요즘으로 따지자면 ‘물건너 온 명품’정도 되는 것 같다.

생황을 불던 기생이 청나라까지 직접 가서 생황을 사왔을 듯 하지는 않다. 청나라를 다녀왔던 이나 그런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있던 한량들이 구입을 했을 게다.그 명품을 ‘오빠’ 대접 받는 한량이 그녀에게 준 게다.

여자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선물을 주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는 것 같다. 그나마 그게 악기이고 그걸 받은이가 선물을 준 이를 위해 연주 한다는 게 멋이 있는 것.

한해를 정리 할 때가 되니 마음이 담긴 선물을 주변과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 고마우면 고마운데로, 미안하면 미안한데로 마음를 표현하는게 중요한 것 같다.

한량이 사다준 생황처럼 굳이 명품 선물일 필요는 없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 갚는다’고 사랑한다는 말, 고맙다는 말, 미안 했다는 말, 그 말 한마디가 그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 말을 카드 위에 옮겨 마음과 함게 보낸다면 더욱 좋겠다.

그 마음이 오고 갈때 들리는 소리가 바로 생황의 음색이다. 이 소리는 뱃노리 하던 한량이 아침에 깨고 난 뒤 숙취와 엄청나온 술값에 황당해 하며 듣는 그 소리와는 사뭇 다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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