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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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오월 / 노 천 명 (1913~1957)
푸 른 오 월 노 천 명 청자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 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 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 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
2013.05.19 -
봄 비 / 변 영 로 (1898 ~1961)
봄 비 변 영 로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ㅡ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 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아 ! 잃을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
2013.05.18 -
종전차(終電車)를 타고 / 박 기 원 ( 1908 ~ )
終 電 車 를 타 고 / 박 기 원 전차에서 만난 사람은 약속이 없어도 좋다. 친밀히 어깨를 부비며 정답듯 동자(瞳子)를 주고 받아도 비밀은 보석인 양 보자기에 싸 들고 서로들 가는 데를 몰라 서운치 않다. 침묵이 파랗게 바퀴에 깔리는데 정지된 시간이 담벽을 돌아간다. 헤어지면 다시 만..
2013.05.18 -
조춘(早春) / 정인보(1892~ )
早 春 / 정 인 보 그럴싸 그러한지 솔빛 벌써 더 푸르다. 산골에 남은 눈이 다산 듯이 보이고녀. 토담집 고치는 소리 별발 아래 들려라. 나는 듯 숨은 소리 못 듣는다 없을쏜가. 돋으려 터지려고 곳곳마다 움직이리. 나비야 하마 알련만 날기 어이 더딘고. 이른 봄 고운 자취 어디 아니 미치..
2013.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