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도보여행 / 위클리 공감 기사

2013. 9. 21. 06:06여행 이야기

 

 

 

 

 

      

감성여행 <공주 도보여행>
2012.05.28 19:42 입력


    1천4백여 년 전 백제의 고도로 시간여행을 떠나기 위해 공주를 찾았다. 지금도 유유히 흐르는 금강을 따라 꽃피운 백제문화의 흔적들이 발길 닿는 곳마다 옛이야기 속으로 이방인을 초대한다.

    백제 문주왕(475년) 때 서울 한성에서 웅진(공주의 옛 이름)으로 천도한 후 약 64년간 백제의 정치문화 중심지였던 공주는 도시 전체가 살아 있는 백제 박물관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유적으로 꼽히는 공산성을 시작으로 뚜벅이처럼 천천히 걸으며 백제문화 도보여행을 시작해 본다.

    공주에 들어서면서 제일 먼저 만나는 곳이 공산성이다. 백제가 475년에 한산성으로부터 이곳으로 도읍을 옮겨 삼근왕, 동성왕, 무령왕을 거쳐 성왕 16년(538년)에 다시 부여로 도읍을 옮길 때까지 5대 64년간 왕도를 지킨 백제의 대표적인 고대 성곽이다. 공산성은 해발 1백10미터의 능선에 있는 천연의 요새로서 동서로 약 8백미터, 남북으로 4백미터 정도의 장방형을 이루고 있다.

    오랜 세월 역사의 더께가 내려앉아 있으면서도 정겹고 수려한 자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공산성에서는 금강을 바라보면서 한가롭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성벽 위로 나 있는 산책로를 따라 걷노라면, 그 옛날 백제인들이 누렸을 풍요로움과 유유자적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산성 안에는 왕궁지, 연못 2개소, 연은사, 쌍수정, 진남루 등 많은 문화 유물이 있어 공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백제인들의 생활상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고구려의 남침으로부터 웅진을 지키기 위해 금강변에 세운 공산성은 금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높다란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다.

   성문인 금서루 밑을 통과해 산성 안으로 들어가면 백제 왕궁지로 추정되는 터와 진남루, 이괄의 난 때 인조가 몸을 피했던 쌍수정, 동문루 등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전체 길이는 약 2.5킬로미터이며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 매 주말 오전 11시~오후 4시에 웅진성 수문병 교대식이 열린다. 공산성 위로 올라가면 백제 전통복장을 하고 사진촬영을 할 수 있는 포토존이 있고, 활쏘기 체험장, 전통문양 체험장 등이 운영되고 있다.





    다음 볼거리는 바로 무령왕릉이 발견된 송산리고분군이다. 공산성에서 작은 언덕 너머에 있다. 백제 25대 무령왕과 왕비가 모셔진 송산리고분군은 공주가 웅진백제기의 중요한 수도였음을 실감하게 해 주는 귀중한 유적지이다. 송산 남쪽 자락 경사면의 동북쪽에 4기, 서쪽에 4기의 고분과 무령왕릉이 자리하고 있는데 보존을 위해 왕릉 출입이 금지돼 있다.

    아쉽게도 일반인은 내부를 구경할 수 없다. 1~5호분은 굴식 돌방무덤(횡혈식 석실분)이며 6호분은 벽화가 그려져 있어 ‘송산리 벽화고분’이라고 불린다. 청룡, 백호, 주작, 현무의 사신도와 해, 달, 구름 등을 이 벽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모두 둘러보려면 총 30~40분이 소요된다.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보물들은 국립공주박물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국립공주박물관은 백제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대표적 관광지로서 공주 여행 시 꼭 한번 들러볼 만하다. 

 

 



    이곳에서는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1백8종 2천9백6점을 비롯해 대전·충남 지역에서 출토된 국보 19점, 보물 3점 등 문화재 1만여 점을 보관·관리하고 있으며, 무덤을 지키는 수호신인 석수와 묘지석, 왕과 왕비의 목관재를 비롯해 관장식 부속구, 금제관식, 팔찌, 귀걸이 등 장신구와, 백제와 중국 남조 사이의 교류를 살필 수 있는 청동거울과, 중국 도자기 등 출토 유물들 역시 무령왕 시기 백제문화의 국제적 성격과 화려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정원에는 공주 일원에서 출토된 많은 석조 유물이 전시돼 있다.

    공주박물관 입구에 공주한옥마을이 조성돼 있다. 공주한옥마을은 공주의 전통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가가 형성돼 있고, 한옥체험을 할 수 있는 홈스테이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옛사람들의 숨결이 그대로 깃든 문화유적, 박물관, 사찰, 휴양시설, 문화축제 등 다양한 관광 매력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공주에서 고대 백제문화에 충분히 빠져 봤다면, 내친 김에 구석기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본다.

    금강변에 자리한 석장리박물관은 한국 최초의 선사시대 박물관으로, 단군시대보다 훨씬 앞서는 구석기시대부터 한반도에 사람이 살아왔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 중요한 유적들이 있다. 전시실은 자연, 인류, 생활, 문화 등의 테마로 꾸며져 있으며 야외에는 선사시대의 움집들이 복원돼 있다.





   공주박물관에서 백제큰길로 나오면 고마나루가 나오고 고마나루 바로 옆에 공주보가 들어서 있다. 공주보 주변은 원래 하천 나대지였지만 4대강살리기 사업이 완성되면서 금강변 최고의 편의시설과 자전거길, 잔디공원, 캠핑장까지 갖춘 공원으로 거듭났다.

    금강은 발원부터 바다에 이르기까지 약 4백킬로미터의 긴 여정을 가진다. 소백산맥 깊은 산골 ‘뜬봉샘’에서 샘솟는 물이 금강의 시작. 골짜기 따라 흘러내려 대전을 거치고 충북을 지나 충남과 전북 사이의 경계를 형성, 마침내 바다와 만난다.

   금강은 흐르는 곳에 따라 이름도 가지각색. 부여군에서는 ‘백마강’으로, 웅진군에서는 ‘곰강’으로, 지류와 합쳐져 넓은 강이 되면 호수 같은 강이라고 해서 ‘호강’으로 부른단다. 이 긴 물길이 봄을 타는지 기지개 켜는 소리가 요란하다. 가까운 진원지를 찾아보니 고마나루라는 곳이다. 고마나루는 곰녀의 전설이 깃든 곳이다. 그 전설은 곰사당의 비석에 새겨져 있다.

    공주보가 설치된 곳 근처가 고마나루 솔밭이다. 공원과 함께 조성됐으며, 임시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주차장에서 금강 상류 방향으로 소나무 숲이 멋들어지게 자리해 쉽게 찾을 수 있다. 산책로를 따라 행복한 표정의 곰 석조물이 군데군데 자리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솔밭, 말 그대로 솔방울이 지천으로 깔렸다. 강가에 수백 그루의 소나무가 일정한 간격으로 자태를 뽐내고 있으니 분위기도 매력적이다. 고마나루 유원지에서 하류 쪽으로 약 2백미터 내려가면 넓은 공원이다. 시원한 강바람이 기분 좋다. 시야가 탁 트이면서 건너편으로 유유하게 흐르는 산자락이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이 같은 지형 덕분에 다사다난한 일들이 여기서 일어났다.

    대표적으로 백제 문주왕이 웅진 천도 시 수상교통의 중심이 바로 이곳 고마나루였으며, 나당 연합군의 장군 소정방이 백제를 공격하기 위해 금강을 거슬러 올라와 주둔했던 곳도 이곳이다.



|위클리공감=글과 사진·유철상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