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알프의 알레치 숲 트레킹 - 스위스 / 월간마운틴 기사

2013. 9. 25. 08:27여행 이야기

 

 

 

 

 

       스위스 걷기여행] 리더알프의 알레치 숲 트레킹 “그뤼에치!¹” 알프스가 건네는 세 번의 입맞춤

                                                                              월간마운틴 | 글 사진 윤대훈 기자 | 입력 2013.09.17 11:59 | 수정 2013.09.17 12:03

 

 

↑ 알프스 산맥 최대 규모의 알레치 빙하가 거대한 S자를 그리며 흐르고 있다. 빙하 가운데로 난 두 개의 검은 선은 세 군데의 빙하가 합류하면서 생겨난 것이라고 한다.

 

 

자연의 섭리에 간섭할 수 없다


   해발 약2000m지점의 초원지대에 자리 잡은 리더알프(Riederalp)는 말 그대로 그림 같은 곳이었다.뫼렐(Mo"rel)역을 출발한 케이블카가12분 만에1000m가 넘는 고도를 올려준 덕분이다.남부 발레주에 속한 이곳은 스위스의 대표적인 휴양지로 겨울철이면 스키어와 스노보더들의 천국이 되며,알프스 산맥 최대 규모의 알레치(Aletsch)빙하 트레킹이 시작되는 곳이다.케이블카가 도착한 해발1905m의 리더알프 미테(Mitte)에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는 골프장과 시설 좋은 호텔이 있어 사철 외국의 관광객은 물론 스위스 사람들까지 찾는 이들이 많다.이곳 역시 환경보호를 위해 전기자동차만이 유일한 탈것이었다.취재팀이 이곳에서 하룻밤 묵은 곳은 미테에서 초원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약30분 정도 걸어 올라간 곳에 있는 리더푸르카(Riederfurka․2065m)였다.리더푸르카는 리더알프에서 알레치빙하가 흐르는 마사계곡(Massaschlucht)으로 넘어가는 고갯마루였는데,주변 풍광이 기막힌 곳이었다.발아래에는 하얀 벽과 갈색의 삼각지붕이 옹기종기 모인 동화 속 마을이 가파른 비탈에 자리잡았고,남쪽으로는 사스페 지역을 비롯한 남부 알프스의 심장부가 아득하게 펼쳐졌다.날씨가 좋다면 마터호른까지도 선연히 볼 수 있는 곳이다.해발760m의 뫼렐은 뙤약볕이 쏟아지는 한여름이었지만 이곳은 가을처럼 선선한 날씨였다.고갯마루에 있는 산장에서 스위스 전통음식인 퐁듀로 저녁식사를 마친 일행은 느긋하게 발레산 포도주를 음미하며 제각각 알프스 산골의 밤을 즐겼다.밤새 바람이 산장 나무 벽을 두드리며 언덕 양쪽을 넘나들었다.

↑ 리더푸르카를 출발, 알레치 숲으로 들어가는 취재팀. 건너편 구름에 살짝 가린 봉우리는 스파르호른(3024m․Sparrhorn)이며 그 아래 계곡이 알레치 빙하가 녹아 흐르는 마사계곡이다.

 

 

    알레치 빙하를 보기 위한 트레킹은 새벽6시부터 시작되었다.리더알프의 대표적인 호텔'아트 퓌러 리조트'의 창업자인 푸러(74세․Gregor Furrer)씨의 안내로 시작된 트레킹은 시작부터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었다.미국 할리우드에서 스턴트맨과 영화배우로 활약했으며,스위스 내의 각종 행사에 초청되어 강연을 하는 등 유명세를 떨치는 푸러씨가 우리의 안내를 자청한 것은 흔치않은 일이었다.그는 체르마트 대장간에서 만든 나무 피켈을 들고 있었는데,스파이크로 일일이 가리키며 바위에 난 구멍에서부터 작은 습지,부러진 나무,돌이끼,늙은 나무와 돌무덤,바위틈을 파고드는 나무뿌리와 뻐꾸기 소리에 이르기까지 숲에 대한 온갖 세세하고 자잘한 설명을 쉴 새 없이 늘어놓았다.눈사태로 쓰러진 나무는 물론 늙어 죽어가는 나무 역시 자연의 섭리대로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설명에서는 환경에 대한 그들의 지독한 결벽증을 보는 듯 했다.소풍 나온 유치원생들처럼 그의 진지하고도 유쾌한 설명을 들으며 걷는 길은 내내 즐거웠다.오르막이 거의 없는 평탄한 길의 연속인 탓만은 아니었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지역에 있는 삼림보호구역인 알레치 숲은'스위스 파인(Swiss Pine)'혹은'아롤라 파인(Arolla Pine)으로 불리는 울창한 침엽수림이었다.숲으로 난 길은 여러 갈래였는데 이곳 역시 예의 그 노란색 표지판이 곳곳에서 갈 길과 앞으로 걸릴 시간을 알려주었다.길을 걷는 동안 사슴 가족 몇 무리가 달아났고,뻐꾸기 몇 마리는 줄곧 노래를 불렀다.

↑ 1902년 이곳을 방문했던 영국 켄터베리 주교는 이 나무 아래에 의자를 놓고 빙하를 바라보며 브랜디를 마시다 취해서 하룻밤을 보낸 채 돌아갔다고 한다. 수령 1000년이 넘는 아롤라 소나무로 알레치 빙하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 자리잡고 있다.

   

 

 

이윽고 알레치빙하가 잘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당도했다.가파른 낭떠러지 아래로는 가로세로 크레바스가 선명한 얼음강물이 숨죽인 채 흐르고 있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이곳에서 저 건너편까지 빙하를 건너다닐 수 있었어요.지금보다 약100m는 더 높았지요"

    올해74세인 푸러씨는 어린 시절에 보았던 빙하와 지금의 모습을 비교해가며 지구 온난화로 인해 줄어들고 있는 빙하의 상황을 설명했다.두께와 길이가 당시와 비교해 현저히 줄어들었지만 그는 자연의 힘을 의심하지는 않았다.

    "온난화로 인해 기후가 변하고 빙하가 녹는다고 하지만 자연은 역시 제 스스로 그 환경에 적응하고 순응할 것입니다.이 숲도 번성과 쇠퇴를 거듭해가며 수 천년을 이어 온 것이지요.번성과 쇠퇴 역시 자연이 당시의 환경에 적응해 가는 과정입니다"

 


↑ 푸러씨가 알레치 숲에 대해 아주 세세한 설명을 들려주고 있다. 할리우드에서 영화 스턴트맨으로도 활약한 바 있는 그는 리더알프의 ‘아트 푸러 리조트’의 창설자이기도 하다.

 

 

   푸러씨는 알레치 빙하를 가리키며1996년 크레바스에 빠졌다가 극적으로 헬기에 의해 구조된 자신의 일화를 소개했다.그러면서 전문 산악인이라면 융푸라우요흐에서 알레치 빙하를 따라 이곳 리더알프까지의 빙하 트레킹도 가능하다고 했다.

    200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알레치 빙하는 알프스산맥에서 가장 크고 긴 빙하로 융푸라우 남쪽 해발4000m부근에서 시작되어 약16km가량 이어진다.평균 너비가1.8km이며 가장 깊은 곳은 약800m에 이른다.이 빙하가 녹아 흐르는 물은 마사강으로 흘러 론강에 이른다.

    도시락으로 싸온 샌드위치를 먹을 때는 정말 유치원 소풍이라도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수령1000년이 넘는다는 침엽수림 사이의 오솔길에는 작은 호수가 군데군데 있었고,아직도 남아있는 잔설이 천천히 녹아 흐르고 있었다.리더푸르카로 돌아온 시각은 정오 무렵이었는데 아침에 출발한 듯한 남녀노소의 트레커들이 곳곳에서 햇볕을 쬐거나 벤치에 앉아 있었다.

 


↑ 미테로 향하는 취재팀. 삼각 지붕이 오밀조밀 모여있는 마을의 모습이 정겹다.

 

   리더푸르카에서 다시 미테로 내려가는 길은 알프스의 전형을 보여주는 풍광이었다.작은 들꽃이 만발한 초원 사이로 우아한 곡선을 그리는 오솔길이 이어지고,작은 호숫가 주변으로는 몇 마리 소가 방울소리를 울리며 풀을 뜯고,눈을 들면 해발4000m에 육박하는 산들의 물결이 너울거렸다.

    아트 퓌러 호텔 로비에서 푸러씨와의 아쉬운 작별을 나눴다.퓌러씨는 양쪽 볼을 오가며 세 번의 입맞춤을 하는 스위스식 인사를 건넸다. *¹Gru"ezi스위스의 인사말

↑ 리더푸르카에서 미테로 내려가는 길. 작은 호수 주변으로 민들레가 만발했다.

information

리더알프 알레치 숲 트레킹 정보

    스위스 남부 발레주에 위치한 리더알프는 해발 약2000m의 고원 마을로 스키와 트레킹,휴양지로 유명하다.베트머호른(Bettmerhorn․2647m)과 에기스호른(Eggishorn․2869m)등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와 알레치호른(4193m),융프라우(4158m)사이를 흐르는 알레치 빙하를 보기위해 트레커들이 즐겨 찾는다.알프스 산맥 최대의 규모인 알레치 빙하와 일대의 침엽수림은200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다.리더알프나 미테 마을에서 트레킹이 시작되는데 여러 갈래의 산길이 이어지지만 곳곳에 노란색 표지판이 있어 체력과 시간,날씨 등에 맞게 코스를 짤 수 있다.산길은 대체로 고도차가 없이 평탄하게 이어져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리더푸르카에서 현수교로 마사계곡을 건너 벨알프(Bellalp․2094m)로 갈수도 있다.

   뫼렐 역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리더알프나 미테까지 가야한다.요금은 왕복18스위스프랑(CHF).미테에는9홀 짜리 골프장과'아트 푸러 호텔'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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