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군 일대 여행 / 월간마운틴 기사

2013. 9. 25. 07:08여행 이야기

 

 

 

 

 

      

[이달의 추천여행-봉화군]오전약수, 금강송숲, 구마계곡, 승부역, 청옥산휴양림… 오지로 떠난 ‘힐링 여행’

출렁이는 산세도, 내달리던 강물도 쉬어간다 월간마운틴 | 글 사진 편집부 | 입력 2013.09.24 10:27 | 수정 2013.09.24 10:32

 

 

 

↑ 금강소나무 탐방로를 따라 하산하는 길가에는 코스코스가 하늘거리며 계절이 무르익었음을 알린다.

   

 

 

"딸랑~ 딸랑~" 땅거미 드리워진 산자락 너머로 할아버질 태운 소달구지가 아직도 넘어가고 있을 것 같은 곳. 영화 <워낭소리>의 촬영지로 유명한 봉화는 경상북도 동북단에 위치하고 있으며, 위로는 태백산(1567m)과 아래로는 청량산(870m)에 걸쳐있다. 봉화는 출렁이던 산세도 숨을 고르는 곳으로, 산줄기를 따라 내려온 맑은 물이 천을 이루어 밭과 논의 젖줄이 된다. 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 흘러 들어가 영남전역을 풍요롭게 하는 낙동강의 발원이 되는 봉화에서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처럼 호젓이 걸어가 보자.

↑ 누각이 씌워진 오전약수터 광경. 꽤 많은 사람들이 오전약수터를 찾아오고 있었다.

 

 

뛰어난 물맛을 자랑하는 오전약수탕


    중앙고속도로에서 영주IC로 나와 물야면에서 북으로 3km 가량 올라가면 물야저수지가 나온다. 산으로 둘러싸인 물야저수지는 주변 산세와 어울려 빼어난 자태를 뽐낸다. 조금 더 올라가면 널따란 오전약수관광지 주차장이 나온다. 외씨버선길의 일부구간이기도 한 오전약수탕은 주차장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선달산(1234m)과 옥석산(1076m)에 깊숙이 둘러싸여 있는 오전약수탕은 조선시대 보부상들이 처음 발견했으며, 조선조 제9대 성종때 전국 약수대회에서 1등약수로 선정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 약수는 유리탄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톡 쏘는 맛과 철분의 씁쓸한 맛 때문에 처음에는 애전(艾田, 쑥밭)약수로 불렸으나, 주변에 오동나무가 많이 자라나 오전(梧田, 오동나무밭)약수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유해 중금속 및 유해성 미생물이 없고, 위장병과 피부병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많은 이가 찾고 있다. 여타 탄산약수에 비해 철분 맛이 약해 상대적으로 마시기가 수월하다.

↑ 문화재복원에 481번째로 사용될 예정인 금강소나무.

 

 

서벽리 금강소나무 숲에 발을 들이다


    문수산(1206m)자락 서벽리의 완만한 임도를 따라 올라가면 금강소나무 탐방로가 쭉 이어져 있다. 탐방로를 따라 가다 북쪽으로 눈을 돌리면 태백산을 넘어 소백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힘차게 뻗어나 있다. 이곳에는 아름드리 금강소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금강소나무는 나무의 안쪽이 붉고 바깥쪽이 누렇다 하여 황장목(黃腸木), 겉이 붉은 색을 띈다하여 적송(赤松), 그 재질이 금강석처럼 단단하다 하여 금강송(金剛松) 또는 강송(剛松)이라 불렸다. 또한 예부터 춘양역을 통해 운송된 나무가 질이 좋다고 알려져 춘양목(春陽木)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렇듯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던 금강소나무는 그만큼 귀한 목재였고, 조선시대부터 궁궐을 짓거나 왕실의 물품을 만드는데 사용되었다. 현재는 서벽리 일대가 문화재용 목재생산림으로 지정되어 목조문화재의 복원을 위하여 100년 앞을 바라보고 관리되고 있다. 춘양목 전시장부근에서 숲해설가 성남홍씨를 만나 금강소나무 탐방로를 함께 걸었다. 춘양목 전시장에서는 우리나라의 춘양목 및 캐나다, 미국, 러시아 등지의 소나무를 비교해 볼 수 있고, 한옥집의 건축방법 등도 함께 볼 수 있다. 또한, 주변 식물을 이용한 목공예체험도 즐겨볼 수 있다.

굽이굽이 흐르는 아홉 마리 말의 등줄기 따라

    31번 국도를 타고 가다 현동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구마동길을 4km 가량 오르면 구마계곡(고선계곡)이 그 속살을 드러낸다. 태백산에서 뻗어나온 계곡 중 가장 긴 100여리(40km) 길이를 자랑하는 구마계곡은 굽이굽이 계곡바위를 휘감으며 흘러가고, 그 옆으로 기암괴석과 수직에 가까운 절벽들이 줄지어 선경(仙境)을 이룬다. 풍수지리설에 따르면 이 계곡이 아홉 마리의 말이 한 기둥에 매여있는 구마일주(九馬一株)의 명당이라고 하는데, 이를 따라 구마계곡이라 칭하게 된 것이다.

    계곡을 따라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이 이루는 경관은 마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냇물은 마음속의 시름 걱정을 떨구어 내듯 시원하게 흐른다. 구마계곡은 뛰어난 자연경관에도 불구하고 아직 외지인의 손을 많이 타지 않은 덕분에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그대로 남아있다. 계곡을 오르는 중간 중간에 오토캠핑장과 민박집 및 펜션이 들어서 있어 숙박에 문제가 없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길의 폭이 차 한 대 지날 정도로 좁다는 점인데, 바꾸어 생각하면 사람들이 적게 찾는 장점이 될 수도 있겠다. 구마계곡 상류에 있는 간기마을은 자그마한 메밀밭과 산속 민가 몇 채가 전부다. 계곡은 상류로 계속 이어져 있으나 바리게이트로 막혀 있어 차는 들어갈 수 없고 도보로 올라갈 수 있다. 단풍나무, 참나무, 오동나무, 소나무 우거진 멋진 계곡이 줄지어 있다. 천혜의 경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구마계곡은 봉화의 숨겨진 보석과도 같다.

↑ 청옥산자연휴양림은 지친 몸도 마음도 쉬어갈 수 있는 쉼터다.

 

 

우리나라 최초의 휴양림, 청옥산자연휴양림


    31번 국도변 석포면에 위치한 청옥산 자연휴양림은 1991년 8월 7일에 개장한 우리나라 최초의 자연휴양림으로 1일 최대 수용 인원이 1,200명에 달하며, 그 면적이 1만여 헥타아르로 축구장 140여 개에 이르는 크기라 한국의 휴양림 중 최대 규모이다. 휴양림 중간 중간에 통나무로 지어진 숙소건물과 계곡을 따라 데크가 딸린 오토캠핑장이 위치하고 있어 숙박이 자유롭다. 부대시설로는 산림문화휴양관, 어린이 물놀이장, 숲속의 집, 숲속수련장, 물놀이장, 어린이놀이터, 체력단련장, 산막, 운동장, 야외강의장 등 다양한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주말에는 야영을 하는 사람들로 오토캠핑장에 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수령 100년 이상의 잣나무와 소나무, 낙엽송 등이 휴양림을 울창하게 둘러싸고 있고, 꽃 피는 봄에는 온갖 야생화와 산목련이 장관을 이룬다. 특히, 봉화군의 자랑인 금강소나무가 곳곳에 하늘 높이 자라나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캠핑과 더불어 산책로를 걸으며 산림욕을 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 하늘도 세평, 꽃밭도 세평이라는 승부역은 과거 기찻길 사이 조그마한 건물이었으나, 지금은 철로 바깥에 번듯이 세워져 있다.

 

 

그리운 두메산골 간이역을 찾아


    "승부역은 하늘도 세평이요, 꽃밭도 세평이나,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다." 승부역 역무원이 쓴 시다. 봉화의 북동쪽 끝에 위치한 승부역은 태백에서 영남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위치한 조그마한 역이다. 주변에 별다른 마을은 없지만, 기암절벽이 승부역을 두르고 있고, 그 사이로 낙동강이 흐르는 오지의 간이역이다. 승부역 뒤편 언덕에는 영암선 개통을 축하하는 이승만 대통령 친필이 새겨진 개통기념비가 위치하고 있으며, 낙동강 너머와 승부역을 이어주는 70m 가량의 출렁다리가 있다. 승부역을 지나 낙동강변으로 1.5km 정도의 산책로가 이어지는데, 높다란 절벽을 병풍삼아 흐르는 낙동강의 풍광이 멋스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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