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정토불교의 세계 / 제10 장 한국의 정토사상 - 3. 신라 정토사상의 특징

2013. 9. 24. 21:56경전 이야기

 3. 신라 정토사상의 특징

 

 

                                         장휘옥 著/불교시대사 

 

 

무량수경 48원의 분류

 

<무량수경> 상권에는 아미타불이 아직 법장비구였을 때 세자재왕불 앞에서 세운 48가지 서원이 설해져 있다.

 

이 48원을 처음으로 분류한 사람은 중국의 정영사 혜원이다. 그는 48원을 섭법신원(攝法身願)·섭정토원(攝淨土願)·섭중생원(攝衆生願)으로 분류하여, 섭법신원에 제12·제13·제17원, 섭정토원에 제31·제32원, 섭중생원에 나머지 43원을 배당하였다.

 

이러한 분류법은 후대의 48원 해석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 특히 신라의 경흥과 의적은 혜원의 설을 그대로 계승하였다.

 

그러나 혜원은 48원의 원명(願名)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신라의 법위는 혜원의 분류와는 달리 48원을 새롭게 조직해서 13가지로 분류하고, 더구나 48원의 각각에 원명을 붙이고 있다.

 

법위가 48원에 원명을 붙인 것은 후대의 48원 해석에 하나의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서, 이후 신라에서는 현일, 경흥, 의적등이 이것을 본떠서 원명을 붙였으며, 일본에서는 지광(智光), 양원(良源), 정조(靜照), 법연(法然)을 위시하여 많은 사람들이 원명을 붙였다. (제2부 제2장 '2. 본원사상' 참조)

 

신라의 법위, 현일, 경흥, 의적이 48원의 각각에 붙인 원명은 약간씩 차이가 있다.

 

 

십념왕생의 의미

 

신라의 학승들은 48원 가운데 특히 제 18원을 중시하였다. 이러한 경향은 中國의 혜원이나 길장에게서는 보이지 않는 것으로, 도작이나 선도시대에 이르러 비로소 제 18원을 중시하였다.

 

내가 부처될 적에 시방세계 중생들이 내 나라에 태어나기 위해 지극한 마음으로 신심과 환희심을 내어 내 이름을 내지 열 번(乃至十念) 불러 내 나라에 태어날 수 없으면, 정각을 얻지 않겠습니다. 다만 오역(五逆)의 죄를 범한 자나 정법을 비방한 자는 제외합니다.

 

위의 제 18원 속에는 두 가지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 즉 '내지십념'에 의해 왕생할 수 있다고 하는 내용 가운데 '십념'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하는 것과, 십념으로 왕생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오역의 죄를 지은 자와 정법을 비방한 자는 제외된다고 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하는 문제다.

 

먼저 십념의 문제는 제18원 외에도 같은 <무량수경> 하권의 하배왕생(下輩往生)을 설하는 가운데 다음과 같이 설한다.

 

설령 그들이 여러 가지 공덕을 쌓지는 못하더라도, 마땅히 위없는 보리심을 발하고 생각을 오로지 하여 다만 열 번만(내지 십념)이라도 아미타불을 염하고 극락세계에 태어나고자 원을 세워야 하느니라.

 

또한 <관무량수경>의 하품하생을 설하는 곳에서는 아래와 같이 설한다.

 

이와 같이 지심(至心)으로 소리를 끊이지 않고 십념을 구족해서 나무아미타불을 외워야 한다. 십념으로 내용과 의의에 대해, 두 경전에서는 설명이 없으므로 예로부터 이 십념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규명하려고 노력했다.

 

 

중국의 담란은 아미타불의 총상(總相)과 별상(別相)을 억념하는 것을 일념이라 하고, 이 일념을 끊지 않고 계속하면서 명호를 부르는 것을 십념이라 한다.

 

한편 선도는 염(念)을 성(聲)이라 해석하여 십념이 즉 십성(十聲)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원효는 십념에 대해 은밀(隱密)의 십념과 현료(顯了)의 십념 두 가지 뜻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은밀의 십념이란 <미륵소문경>에서 설하는 십념으로서

 

①일체 중생에게 항상 자심(慈心)을 베풀고,

 

②일체 중생에게 깊은 비심(悲心)을 일으키고,

 

③호법심(護法心)을 발해서 신명을 아끼지 않고,

 

④인욕 속에서 결정심(決定心)을 내고,

 

⑤마음이 청정하여 영리에 물들지 않고,

 

⑥일체종(一切種)의 마음을 발하고,

 

⑦일체 중생에게 존경심을 일으키고,

 

⑧세간의 대회에 미착심(味着心)을 내지 않고,

 

⑨깨닫고자 하는 마음을 가까이하여 여러 가지 깊은 선근의 인연을 일으켜 산란한 마음을 멀리하고,

 

⑩정념(正念)으로 부처를 관하여 갖가지 근(根)을 제거하는 것이다.

 

 

현료의 십념이란 <관무량수경> 하하품(下下品)의 십념처럼 소리를 내어 나무아미타불이라 부르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원효는 <관무량수경>의 십념은 구칭(口稱)의 현료(顯了)십념이고, <무량수경>의 십념은 <미륵소문경>과 <관무량수경>에서 설하는 십념, 즉 은밀과 현료 두가지 뜻을 구족한 십념이라 주장한다.

 

원효는 이와 같이 십념을 은밀과 현료 두 가지 뜻으로 회통하여 <무량수경>의 십념과 <관무량수경>의 십념은 서로 다르지 않다는 입장에서, 보살에서 오역십악(五逆十惡)의 범부에 이르기까지 모두 미타정토에 왕생할 수 있다고 설한다.

 

법위(法位)는 <무량수경의소> 상권(복원본)에서, 십념을 십법(十法)에 의한 십념과 일법(一念)에 의한 십념으로 나눈다. 즉 <무량수경>의 십념은 십법에 의한 십념, 즉 <미륵소문경>에서 설하는 자심(慈心), 비심(悲心), 즉 입으로 외우는 구칭의 십념이라 하였다.

 

그리고 그는 정토 왕생을 위해서는 십법에 의한 십념을 구족하는 것이 필수조건이며, 이 가운데 일념이라도 빠져서는 안 된다고 해석한다.

 

이것에 대해 경흥은 <무량수경연의술문찬> 중권에서, 법위의 십법에 의한 십념설을 논파해서 <무량수경>의 십념이나 <관무량수경>의 십념 모두 구칭의 십념이라 주장하였다.

 

말하자면 경흥은 <미륵소문경>에서 설하는 십념을 <무량수경>과 <관무량수경>의 십념에 관련짓지 않았다.

 

의적은 <무량수경술의기> 중권(복원본)에서 <무량수경>의 십념과 <관무량수경>의 십념을 동일하게 간주하고, '나무아미타불'의 명호를 외우는 것을 일념이라 하여 이 일념을 오로지 외워 가는 것이 십념이며, 더구나 마음을 오로지 해서 구칭염불하는 가운데 저절로 <미륵소문경>의 자비심 등의 십념을 구족하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의적은 구칭염불의 횟수에 상관없이 모두 왕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현일은 법위의 설을 그대로 계승하여 법위의 설을 소개하고 인용하는 정도에 그쳤다.

 

정토에 태어나기 위한 조건으로는 위의 십념염불 외에도, 제 18원 가운데 "지극한 마음으로 신심과 횐희심을 내어 내 이름을 내어 열 번 불러 내 나라에 태어날 수 없으면 정각을 얻지 않겠다."라 한 것처럼, 마음가짐을 들 수 있는데, 원효는 '무상보리심'을 들고 있다.

 

<양권무량수경종요>에서 정토에 태어나기 위한 조건을 정인(正因)과 조연(助緣)으로 나누고, 그 직접 조건이 되는 정인은 무상 보리심을 일으키는 것 그것은 오로지 부처님의 깨달음을 원해 구하는 것, 소위 사홍서원을 일으키는 것이라 설하고, 다시 이것에는 수사(隨事)의 발심과 순리(順理)의 발심 두 가지가 있다고 했다.

 

수사의 발심은 구체적인 세속 사물과의 관계에서 깨달음을 구하는 마음을 포착하려는 것으로

 

①한없는 번뇌를 끊고,

 

②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모두 닦아 습득하고,

 

③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구제하려고 원하는 것, 이 세 가지의 원을 함께하면 무상보리를 얻는다고 한다. 말하자면 세 가지 원을 그대로

 

④무상보리를 구하는 원이라 생각하였다.

 

순리의 발심은 세속적인 사물과의 관계를 모두 끊고, 일체는 꿈과 같고 환상과 같아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아서, 이 공(空)의 이치에 따라 깨달음을 구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어쨌든 원효는 보리심을 직접 조건(正因)이라 하고, 부처님의 관상(觀想)이든 칭명염불이든 갖가지 수행은 모두 간접 조건(助因)이라 한 점이 주목된다.

 

 

오역죄와 정법비방자의 왕생문제

 

제 18원에서 십념에 의해 왕생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오역, 비방정법자' 곧 오역죄를 지은 자나 정법을 비방한 자는 제외한다는 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 하는 문제다.

 

참고로 <관무량수경>의 하품하생의 왕생을 설하는 곳에서는, 오역십악의 중죄자인 하품하생의 사람이라도 왕생이 가능하다고 한다.

 

원효는 <무량수경종요>에서, <무량수경>에서 오역죄를 지은 자와 정법을 비방한 자는 제외한다고 한 것은 그들이 참회하지 않기 때문이며, <관무량수경>에서 오역십악자(五逆十惡者)를 허용한 것은 그들이 참회하기 떄문이라 해석하였다.

 

이와 같이 원효가 <무량수경>과 <관무량수경>의 오역죄를 지은 자를 '참회하는 마음'으로써 회통한 것은 정영사 혜원의 참회설에 근거를 둔 듯하다.

 

의적은 <무량수경술의기> 중권(복원본)에서 오역자를 둘로 나누어, 하나는 오역죄를 저질러도 믿음(信)을 버리지 않고 정법을 비방하지 않는 자이고, 다른 하나는 오역죄를 지어 믿음을 버리고 정법을 비방하는 자라 하였다.

 

그리고 전자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지 때문에 오역죄를 저질러도 이것을 되돌릴 수가 있지만, 후자는 믿음도 정법도 모두 버렸기 때문에 오역죄를 되돌릴 수가 없다.

 

<관무량수경>에는 정법을 비방하는 자는 설하지 않기 때문에 전자, 즉 오역죄를 범한 자라도 염불 공덕으로 왕생할 수 없다고 해석하였다.

 

현일은 <무량수경기> 상권에서 오역자의 왕생을 둘로 나눈다. 하나는 원효의 참회설과 마찬가지로서, 즉 오역자에게는 선취(善趣)와 선취 이하의 두 부류가 있는데, 이 경우의 선취위(善趣位)는 보살의 수행 단계 가운데 십신(十信位) 이상이다.

 

그런데 선취위의 오역자는 반드시 참회하여 그 죄를 소멸하기 때문에 왕생할 수 있지만, 선취 이하의 오역자는 참회할 수 없기 때문에 왕생할 수 없다.

 

<관무량수경>의 오역자는 선취위의 사람이기 때문에 왕생할 수 있지만, <무량수경>의 오역자는 선취 이하의 사람이기 때문에 왕생할 수 없다고 하였다. 다른 하나는 관불삼매(觀佛三昧)의 관점에서 해석하였다.

 

즉 그는 <관무수량수경>의 오역자는 관불삼매를 닦기 때문에 왕생할 수 있지만, <무량수경>의 오역자는 아무리 선근을 쌓아도 관불삼매는 오역의 중죄를 잘 소멸할 수 있지만, 그 이외의 선근의 힘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라 주장하였다. 한편, 경흥은 오역자의 왕생에 대해 많은 학승들이 설을 파척하지만, 자신의 견해는 밝히지 않았다.

 

 

출처 : 미주현대불교
글쓴이 : 파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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