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정토불교의 세계 / 제12 장 정토교학의 중심사상 - 3. 오역죄와 정법비방자의 왕생문제

2013. 9. 24. 21:58경전 이야기

 

3. 오역죄와 정법비방자의 왕생문제

 

 

                                                                               장휘옥 著/불교시대사  

 

제18원에서는 십념으로 태어날 수 있다고 설하면서 왜 오역죄(五逆罪)를 범한 자와 정법(正法)을 비방한 자는 제외했는가 하는 것이 또한 문제가 된다. 이것은 <관무량수경>에서 설하는 내용과 관련이 있다. <관무랑수경>에서는 정토에 태어날 수 있는 사람을 9종류(九品)로 설하여 하품하생(下品下生)하는 최하위의 사람에 대해, 하품의 하생이란 '항상 악업을 짓는 중생으로서 오역죄나 십악(十惡) 등 갖가지 악업을 짓는 자'라 하고, 그러한 자라도 임종에 이르러 지성으로 소리를 내어 십념을 구족해서 나무아미타불을 부르면, 정토에 태어난다고 설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무량수경>에서는 오역죄와 정법을 비방한 자는 왕생을 못 한다고 한 것에 반해, <관무량수경>에서는 오역죄를 범한 자라도 왕생이 가능하다고 하여, 두 경의 해석에는 차이가 있다.
담란은 먼저 <무량수경>의 말 그대로 정법을 비방하는 자'는 정토에 태어날 수 없다고 하였다. 그것은 비방하는 이상은 불국토에 태어나기를 원할 리가 없으며, 만일 비방하면서 태어나길를 원한다면 연기 없는 불을 구하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따라서 문제는 오역죄로 축약된다. 그는 <무량수경>쪽는 오역과 정법을 비방한 두 가지 죄가 중첩되기 때문에 태어날 수 없지만, <관무량수경> 쪽은 오역죄뿐이므로 태어날 수 있다고 하였다.
오역죄를 범했는데도 십념에 의해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은, 이 십념에 세 가지 조건이 구비되어 있을 경우라고 했다. 그것은 마음(心)과 연(緣)과 결정(決定) 세 가지있데, 마음(心)에 대해서는, 이 십념은 '진실한 가르침(實相의 法)을 듣고 염할 수 있는 것'으로서, 죄를 범한 마음의 허망(虛妄)을 없앨 수 있기 때문에, 오역의 중죄를 범한 자도 십념에 의해 태어날 수 있다고 한다. 말하자면 천년의 암실도 햇빛이 비출 때는 그 방에서 어둠이 떠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도리라 하였다.
연(緣)에 대해서는, 이 십념은 무상(無上)의 신심(信心)에 의해서 아미타여래의 방편장엄진실청정무량한 공덕명호를 염하는 것으로서, 독화살을 맞았어도 화살을 빼고 약을 바르면 낫는 것과 같은 이치라 하였다. 결정(決定)에 대해서는, 이 십념은 무후심(無後心)과 무간심(無間心)에 의해 염하는 것이라 한다. 이 세 가지 조건에 따른 해석은 도작의 <안락집>과 지의(智?)의 것으로 의심되는 <십의론(十疑論)>에도 그대로 인용되어 있다.
그런데 혜원은 <무량수경의소> 하권에서 사람과 행위의 두 입장에서 두 경의 차이를 해석하였다. 먼저 사람에 대해서는, <관무량수경>에서 오역죄를 지은 사람도 태어난다고 한 것은, 일찍이 대승의 마음을 발한 적이 있는 사람을 가리켜 말한 것인데 반해, <무량수경>에서는 대승의 마음을 일으킨 적이 없는 사람을 말하며, 이 사람은 대승의 마음을 일으킨 적이 없기 때문에 깨달음을 구하는 마음도 없으며, 따라서 태어나는 일도 없다고 했다.
또한 행위에 대해서는, <관무량수경>은 이 경이 설하는 16가지 관법(十六觀)을 행함으로써 깊이 부처님의 덕을 관상(觀想)하기 때문에 오역의 죄도 제거된다고 하지만, <무량수경>쪽은 이러한 관상을 행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태어날 수 없다고 설한 것이라 하였다. 혜원의 견해는 9품의 계위 중 최하위도 대승의 사람으로 간주하였기 때문에 이렇게 해석되는 것으로서, 이 점은 길장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것을 경에서 설하는 말 그대로 오역이나 십악(十惡)을 범한 자와 같이 어리석은 사람이라 해석할 때는 문제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가재(迦材)는 <정토론>에서 "정토가 일어난 이유는 본래 어리석은 사람을 위한 것이지 보살을 위한 것은 아니다."라 하고, 9품 계위의 지위를 내려서 하품을 보통의 어리석은 사람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악업의 사람도 십념에 의해 태어날 수 있는 것은, 그 임종의 마음이 일체의 선(善)을 이끌기 때문인데, 용이 가는 곳에는 구름이 따르듯이, 서방을 원하는 마음에 따라서 선(善)도 저절로 따라오기 때문이라 할 뿐, 오역죄는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나 여기에 분명한 대답을 제시한 이가 선도다. 그는 <무량수경>에서 말하는 정법을 비방한 자까지도 포함해서, 두 경의 차이를 분명히 밝히기 위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먼저 <무량수경>이 오역죄와 정법을 비방한 자를 제외한 것은, 부처님이 일체 중생들이 죄를 짓지 않게 하기 위한 것으로서, 이 두 가지는 죄업이 매우 무겁기 때문에, 만일 범했을 때는 아비지옥에 떨어져, 결국은 그곳에서 나오지 못한다. 때문에 부처님은 이 잘못을 범하는 것을 두려워하여 방편으로 못 하게 하여, 태어날 수 없다고 한 것으로서, 구제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또한 <관무량수경>에서 최하위의 사람에 대해 정법을 비방한 자만을 제외한 것은, 오역은 이미 범해 버렸기 때문에 이것에 대해서는 만류하고, 정법을 비방하는 죄를 범하면 태어나지 못한다고 한 것이다. 이것은 아직 행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 말한 것이지만, 그러나 지었다고 하더라도 또한 구제하여 태어나게 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정토에 태어난 뒤 연꽃이 필 때까지 긴 시간을 경과할 뿐이라고 하였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선도는 어떤 사람이라도 모두 구제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으로서, 여기에 이르러 정법을 비방한 자도 구제받을 수 있었으며, 부처님의 구제의 절대성이 선명하게 묘사되었다.
그러나 선도를 이은 회감(懷感)은 여기에 다소 수정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석정토군의론(釋淨土郡疑論)>에서 최하위의 사람은 모두 오역죄를 범하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십념을 채우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는 것이 <관무량수경>의 뜻으로서 만일 오역죄를 짓지 않으면 한 번의 염불이라도 좋기 때문에, <무량수경>은 '내지(乃至)'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한다. 여기서는 염불의 일념과 십념이라는 문제에 대해 그 나름대로의 견해를 보이지만, 그러나 논의의 대상은 오역자에 한하고, 정법을 비방한 자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출처 : 미주현대불교
글쓴이 : 파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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