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다례입문(茶禮入門) 셋 - 무색한번(憮色閒繁)

2013. 5. 15. 00:16차 이야기



   조선조 말의 기철학의 대가이신 혜강 최한기(惠岡 崔漢綺 : 1803~1877))선생님께서는


그의 저서인 <기측체의 신기통 권2 ( 氣測體義  神氣通 卷2 )>에서 음식훈증(飮食薰蒸)에


대한 장에서  ........  "정신과 기운을 화창하게 하는 데 좋기로는 오직 순수하고 맑은 차가


제일이다. 입과 가슴의 찌거기를 말끔이 씻어내고, 피부와 근맥의 탁한 땀을 발산하니,


정신이 활발해지고 생각이 시원해진다."  ...............라고  의학적 측면 혹은 


생활 건강의 측면에서 접근하여 차의 효능을 인지한 자료를 기술하셨다.



   

     혜강 선생님의 기철학에 대한 대강을 설명드리자면, ....... < 천지의 모든 존재는 기(氣)로써 이루어져 있다.


천지 사이에 어떤 형체가 생겨 나면 그 형체는 기를 형성하며, 그 형체가 사라지면 천지의 기로 되돌아 간다.


기(氣)라고 하는 존재는 어떤 형체를 이루는 본질이다. 형체를 가진 물질의 본질을 기라고 할 때, 이 기의


성장은 활동운화(活動運化)하는 것이다. 신(神)에서 밝음이 생겨나고 기(氣)에서는 힘이 생겨난다.


이 밝음과 힘이 바로 한없는 묘용(妙用)이 나오는 원천이 된다.>..........




   불교에서 말하는 색계<色界)라는 말도 형체로 이루어진, 즉 우리의 감각기관인 제규(諸竅)로서


느낄 수 있는 현상계를 의미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제규란 여러개의 구멍 -즉 눈, 귀, 입, 코 그리고


촉각을 느낄 수 있는 신체부위들을 의미합니다.



  고려말 원나라를 통하여 유입되어 조선조 시대를 걸쳐서 통치철학으로 채택되었던 


유교의 성리학(性理學)은 진리가 무엇인가 하는 존재론(存在論)에는 상당한 학문의 축적이 있었지만,


 그 진리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하는 인식론(認識論)에는 그 깊이가 상당히 엷은 편입니다.


   반면에 불가에서는 유식학(唯識學)이 초기불교부터 발달하고 있고, 도가(道家)에서는 체험론적인


논의로서 인식론에 대한 깊이가 상당합니다.



  서양철학에서는 존재론이 우세해질 때와 인식론이 우세해지는 시대가 따로 구분되어 있기는 하나,


비교적 균형 있는 사조를 견지하여 오다가, 유럽의 인도 등 동양과의 정치-문화교류와 신대륙 발견 등의


시대를 맞이 한 이후에, 인도철학과 중국의 선불교의 영향과 도가의 철학사상들이 무차별하게 혼입되어,


그 정체성에 상당한 혼란이 나타납니다.이러한 사상의 혼란이 점증되어 1,2차 세계대전으로 까지 발전되는


혼란기를 맞습니다.



 서양의 중세시대에는 <신(神)은 존재한다. 그러므로 신(神)은 지배한다.>라는 존재론이 종교에


차입되어 중세 암흑시대가 계속되어 오다가, 종교개혁 이후 신교(新敎)의 등장 이후에는 인식론이


재등장하여 그 둘은 균형을 이룹니다. 이때에 제국주의적 통치철학과 영토확장을 통한 식민지 지배에 대한 


기틀이 다져집니다.



   1,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동서냉전시대를 거쳐서, 현재에는 미중(美中) 양강시대로 국제 패권주의는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철학사상의 혼란성의 배후에는 서양의 철학사상이 동양의 철학사상을 수용하여 , 그 일부를 


채택하고는 있으나 아직 그 동양사상의 본류를 완전하게 이해 또는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철학사상의 정체성의 혼돈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차에 배태되어 있는 기본적인 철학적 원형질이 서양사람들이 쉽게 다가올 수 


있는 매개물로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역활을 하기 쉽다라는 판단을 하여 봅니다.





난득호도( 難得糊塗 )의 갑골문이 새겨진 바가지

  바가지 속껍질을 다 벗겨내지 않고 몇겹 남겨 두면 차를 마실 때 마다 박향이 찻물에 배임.



바가지에 탄 가루차 농차



격불(擊拂)이 모자라서 바가지에 가루차의 미세한 덩이(米粒)가 남음





  다시 혜강 선생님의 기철학으로 되돌아 가서, 형체와 기(氣)는 현대물리학에서의 입자설(粒子說)과


파동설(波動說)로 대체하여 놓을 수가 있습니다. 즉 핵분열과 핵융합에서의 물질과 에너지의 관계 처럼 


에너지가 물질을 만들기도 하고,물질이 에너지로 변환되기도 합니다.



  우리들이 느낄 수 있는 색(色)이라는 것은 그 물질이 여러 파장의 빛을 흡수하고, 특정한 파장의


빛을 반사하고 있을 때, 그 고유파장이 갖는 빛깔을 시각을 통하여 인지하고 있는 것 뿐입니다.


우주상에 있는 여러 파장대(band대)의 빛 중에서 극히 제한된 파장대를 가시광선(可視光線)이라 하여,


우리 인간들이 인식하고 있을 뿐입니다. 어떤 물질이던지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가시광선대 외에도


수많은 파장대의 빛을 흡수 또는 반사하고 있지만, 인간의 시각 능력은 가시광선대의 빛의 반사만을


느낄 수 있는 제한성이 있습니다.



  무릇 차의 색깔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보는 차의 색이라는 것도


가시광선대의 반사되는 파장대가 가지고 있는 빛깔만을 느끼고 있을 뿐입니다.


 차라는 물질이 흡수하고 반사하는 가시광선 이외의 수 많은 파장대의 빛들을 우리는 인식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서 저는 무색한번(憮色閒繁)이라는 글귀를 소개하여 드릴까 하옵니다.



무색(憮色)은 색깔을 마음으로 어루만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가시광선대의 반사광 이외의


수 많은 밴드대의 빛들은 우리의 감각기관으로 느낄 수 없고, 마음속에서 우리의 유식(唯識)으로


인식할 수 밖에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녹색의 가루차를 마시고 있다면. 우리의


시각은 녹색의 차를 마시고 있는 것으로 느끼지만, 실제로는 녹색을 제외한 가시광선대의


즉 빨강.주황,노랑,파랑, 남색과 보라색 파장대의 빛이 흡수되어 있는 가루차를 마시는 것이 


됩니다.


   즉 다시 말해서, 우리가 시각을 통하여 느낄 수 있는 차의 색깔은 이미 사라지고 있는


반사광의 파장대가 갖는 색깔일 뿐이고, 실제로 차 안에 남아 있는 것은 반사광을 제외한


모든 파장대의 광선이라는 것을 한번쯤 생각하면서 차를 마시자는 의미입니다.



한번(閒繁)은  마음이 한가하고 여유로울 때는 빈번하게 즉 여러번 차를 마셔 보자는 뜻입니다.


붙여서 무색한번(憮色閒繁)의 뜻은 마음이 한가할 때는 차를 자주 마시면서,차의 색깔을


마음으로 어루만지면서, 각 물질이 흡수 또는 반사하고 있는 수 많은 밴드대의 빛에 대하여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가 준비되어 있는 다우님들이시 라면 


비로소 다례에 입문하실 수 있습니다.






장마철 우중에 익모초 꽃에서 꿀을 따는 흰나비



익어가는 층층나무 열매



넓은 왕고들빼기 잎에서 비를 피하는 나방



산제비나비 :여름형 수컷




무색한번(憮色閒繁)의 갑골문체


         갑골문의 무(憮)자를 보면, 없는 것을 마음으로 보는 것- 즉 마음으로 어루만지는 것을 뜻합니다.

                      색(色)자는 동양과 서양의 전설의 교류를 생각할 수 있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사람과 뱀의 합성자이며, 뱀의 유혹을 받아 선악과를 따는 아담과 이브의 전설을 떠오르게 합니다.

                      한(閒)자는 대문 틈으로 달이 뜨는 광경을 상형화한 글자로, 달 월(月)을 고기 육(肉)으로 보면

                                      한가할 때는 사람이 다니러 오는 것을 반긴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번(繁)자는 사람이 손으로 실꾸러미에 여러번 실을 되감는 것을 형상화 한 회의자(會意字)입니다.





(작성중)

출처 : 백담 그 시절...
글쓴이 : 케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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