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다례입문(茶禮入門) 넷 - 성중촉징(聲重觸澄)

2013. 5. 15. 00:16차 이야기



   찻일(茶事) 중에서 나는 각종 소리들이  찻자리의 운치를 더하여 주고, 청아(淸雅)한 차생활을 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준다.  차생활 중 들을 수 있는 소리는 물을 끌어오거나 길어오는 도중에 나는 소리,


찻물을 끓이면서 나는 소리, 찻물을 다관이나 찻종에 따르면서 나는 찻물소리, 묵은 찻덩어리를 배로(焙爐)에


다시 구우면서 들려오는 찻잎 터지는 소리.찻멧돌(다연 茶硏 다마 茶磨)에 차 가는 소리, 다완에 가루차를

 

격불하면서 나는 싸락눈 오는 듯한 소리. 퇴수기에 찻물을 비우면서 나는 소리 등 찻일 도중에 직접 나는 소리와 


찻자리의 율려(律侶) 즉 대자연이 내는 바람소리, 빗소리,새소리,나무잎 소리, 천둥소리, 곤충울음소리  등등의


 소리과 함께 다악(茶樂) 등의 연주음악을 곁들여서 운치를 더하는 간접적인 소리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옛 다인들은 차솥(다부 茶釜, 다당 茶 金+當)에서 물 끓는 소리만 들어도 물끓음의 완숙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였을 만큼, 찻자리에서 소리는 중요한 역활(성중 聲重)을 하고 있다.



  위에서 설명드린 대로 찻자리에서는  찻일(茶事)에서 나오는 직접적인 소리와 찻자리에 들려오는 간접적인 


소리가 있지만, 여기서는 대표적으로 물끌어 들이는 소리와 찻물 끓는 소리에 대하여 설명하기로 한다.




  차달이기를 위한 물끌어 들이기에서 옛 다인들의 태도는,  매월당 설잠 김시습(梅月堂 雪岑 金時習 1435~1493 ) 


선생님의 < 차 달이는 물을 받기 위하여 대나무 홈통을 만들어 놓고서 짓다.  (죽견 竹 竹+아래見)>라는


한시에서 대홈통으로 흐르는 물소리에 대한 표현에서, 잘 나타나 있다.



   대를 쪼개어 찬 샘물 끌어 놓았더니                         검죽인한천(劍竹引寒泉)                하니   


   졸졸졸 밤새 울어 대누나 .                                     랑랑종야오(琅琅終夜鳴)                하구나.


   깊은 샘물 대홈통을 타고오니 물줄기 가늘어져          전래삼간학(轉來深澗 삼수변+固)    하여서


   작은 구유(槽)에 나누어 떨어지는 구나 .                  분출소조평(分出小槽平)                 하구나.


   가늘게 들리는 소리는 꿈속의 목메임 같고                세성화몽인(細聲和夢咽)                 하고


   맑은 운치가  차달임 속으로 들어오네.                     청운입다팽(淸韻入茶烹)                 하네.


   찬 두레박질하지 않아도                                        불비수한경(不費垂寒 실사변+更)     하여도


   은상(맑은 물)을 백척이나 끌어 올 수 있다네.           은상백척견(銀床百尺牽)                 하네





  차솥에서 물끓이는 소리는, 조선조 순조대왕의 요절한 왕자인  문조익황제(文祖翼皇帝  1809~1830)의 


<차(茶)>라는 한시에 잘 표현되어 있다.



   솔바람 소리와 눈보라 소리 다당에서 흩날리매        송풍명설난금당(松風鳴雪亂金 쇠금변+當)   하니


   어안의 솟구치는 물  다완에 차향 가득찼네.            어안비래만완향(漁眼沸來滿椀香)              하네.   


   만약에 선가(仙家)에서 이 차맛을 알았다면            약사선가지차미(若使仙家知此味)               하면


   노자(老子)가 어찌 구하산의 술을 마셨겠을까.        노군나음구하상(老君那飮九霞觴)               하겠느냐.





  다음은 찻자리에 중요한 것은 다구(茶具)들과 다옥(茶屋)이나 다실(茶室)에 관련되어, 우리의 오감(五感) 중에서


촉감(觸感)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찻일(茶事)에 관련되는 다구,다옥과 다실은 차의 본성과 마찬가기로 


맑고 정갈하여야 다인으로서의 마음가짐이 밝고 바르게 된다는 뜻의 촉징(觸澄)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다.




   백졸 상촌 신흠( 百拙 象村 申欽 1566~1628) 선생님의 <백졸선생문집(百拙先生文集)>에 있는 글귀로 


아취있는 다옥과 차생활의 태도를 설명드릴까 합니다.



 .......... 야인 생활이 수승(殊勝)한 것이기는 하지만 조금이라도 얽매여 연연하는 마음이 있으면,


이는 또한 시조(市朝)와 같고, 서화(書畵)가 아취(雅趣)있는 일이긴 하지만 한 생각이라도 이를


탐하게 되면 이는 또한 장사꾼과 같게 되나니 하였다.


  비록 초가삼간이라 하더라도 굽이쳐 흐르는 물에 돌아드는 오솔길, 떨기진 꽃, 울창한 대나무 숲, 


산새들과 강 갈매기, 질그릇에 향 피우고 설경(雪景) 속에 선(禪)과 다도(茶道),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경계인 동시에 담박한 생활이라고 하겠다. ...... ( <조선왕궁과 사림의 다도> 최지영 저 254 쪽 참조)





    또한 앞서 설명드린 문조익황제께서 다도(茶道)를 완성하기 까지 유산암율부(酉山庵律賦)를 지으면서


여섯가지 예학(藝學)과 차의 백가지설(다반백가지설 茶飯百家之說)을 알기 위하여 책 오천권을 홀로 


독파했다(강서오천권해독전 講書五千卷奚獨專)고 기술하셨다.


    문조황제께서는 다도(茶道)를 행함에 있어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다옥(茶屋)이며,....(중략).......


다옥과 다실은 화려해서는 아니되며 희노애락우매(喜怒愛樂憂 이수변+每)를 모두 안아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하셨다.


     다실의 문(門), 호(戶), 창(窓)은 어디에 어떻게 배치되어야 하며, 다실의 천정(天井)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며, 벽상(壁上)은 어디에 만들어 놓아야 하는지, 다실 벽면의 색상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실의 크기는 얼마만큼 해야하는지 등을 면밀히 궁구하여 자세하게 기록하여 놓으셨다.



  또한 다구(茶具)를 배치하는 곳을 어디에 만들어야 하는지, 다구 즉 다로(茶爐),찻솥(다당 茶 쇠금변+當),


다탁(茶托), 찻상(茶床), 수호(水壺),차호(茶壺, 차입 茶入), 다완(茶椀 , 茶 區+瓦 , 茶鍾), 병표(柄杓), 


차시(茶匙), 다건(茶巾), 다탁보(茶卓褓) 및 찻상보(茶床褓) 등등을 어디에 놓아야 하며 가객(佳客)들을


다실에서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 예(禮)를 표하는 데,  홍(弘), 읍(揖), 궤(足+危), 공수(供手),


그리고 배(拜)를 어떻게 해야하는 지에 대하여 상세하게 설명하셨다. (전게서 前揭書 107 쪽 참조)




    현대 사회를 살아가시는 다우님들께서는 성리학과 예학(禮學)이 발달한 조선조 중기 이후의


찻생활을 그대로 재현해 나가기란 현실적으로 여러 어려움이 많으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찻자리가 자기내면의 자기완성을 위한 귀한 시공간이 됨과 아울러, 찻자리 손님들과의


화합을 위한 소중한 나눔과 소통의 자리임에는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따라서 찻자리 주변을 밝고 맑게 준비하여, 자기완성을 위한 귀중한 자리를 마련하고,


아울러 다실이나 다구의 배치 또한 자신이나 가객(佳客)들에게 최대한의 마음에서 우러나는 예(禮)를


표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는 마음가짐이야 말로  우리 한국다례의 소중한 전통임을 말씀드리는

 

의미에서 성중촉징(聲重觸澄)이라는 글귀를 올려 드리나이다.





진한 우유와 가루차 : 다완 안에서 가루차 분말의 순간적인 소용돌이의 흐름- 차유희(茶游戱)를 즐길 수 있슴



나눔잔의 이용



노루오줌



벌개미취



무늬종 오가피



동네에서의 아이들의 물놀이 : 이런 나무데크에도 다구 한벌쯤 놓여 있었으면.......



고식다법(古式茶法) - 우중촬포법(盂中撮泡法)으로 우려낸 하동녹차 : 사진 촬영을 위하여 녹차를 소량만 넣음

                               중국차에서는  개완차(蓋碗茶)의 뚜껑(蓋)이 나타나기 전의 옛다법임.



철관음 햇차



성중촉징(聲重觸澄)의 갑골문체





출처 : 백담 그 시절...
글쓴이 : 케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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