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15. 00:19ㆍ차 이야기
지난 화요일인 6월 21일에 한국학중앙연구원에 계시는 허흥식 교수님께서
모처럼 한번 만나자는 분부가 계셨습니다. 꼭 카메라를 지참하라는 당부도 함께 하셨습니다.
이날 오후에 국보급 또는 보물급에 해당되는 고려불화, 고려의 묘법연화경금니사경 전권,
고려 국화문상감청자5첩대발우,추사를 비롯한 여러 선현들께서 심혈을 기울어 쓰시고 그리신 서첩.시화첩,시화권,
각종 고한국화와 정약용 선생님의 한자성경이 암각된 중공식(中空式)십자가납석제비석 등 제가 평소엔 박물관에서
전시된 강화유리 넘어로나 감상할 수 있었던 귀중한 문화재를 직접 배관할 기회를 주시려는 허교수님의
뜻 높으신 배려였슴을 한참 있다가 알아차릴 정도로 저는 아둔한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느꼈습니다.
이 글을 통하여 허교수님과 소장자님께 거듭 고마운 마음을 전해 올립니다.
그 중에서도 저의 아둔한 머리에 남아 있는 것이 추사 김정희선생님의 죽로시경(竹爐詩境)이라는
글씨가 있는 시서화권(詩書畵捲)입니다.
제가 찍어 온 사진을 아는 사람에게 보여주자, 며칠 후에 글씨를 쓰서 또 줍니다.
죽로(竹爐)는 화로의 겉에 대나무를 둘러서 손이나 몸에 다았을 때, 뜨거운 감을 줄여주고
요지음 처럼 뜨거운 여름날에도 피우면서 차나 탕류 등을 즐길 수 있게 만든 이동식 불아궁이
입니다. 시경(詩境)은 차나 곡차를 마시면서 시흥(詩興)이 저절로 나는 경지를 뜻하는
말입니다.
요지음 하는 다회를 보면, 국립국악원에서 다악연주회를 겸한 다회,오디오 기기를 이용하여
국악이나 고전음악을 감상하면서 하는 다회, 시회를 겸한 문학다회, 서예와 그림그리기를 겸한
다회 등 다양한 방면의 취미나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다회 등 많은 문화적인 다회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의 다회를 보면 고가의 다기나 침향류 등 고가의 향과 귀한 차나 노차(老茶) 자랑 위주로
짜여진 다회가 없지 않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선현들은 나무 표주박에 샘물을 길어 드시더라도
달을 오롯히 건져 마신다고 하였습니다.한국차의 앞날이 이런 전시성 행사나 상업화된 다회 위주로
흐른다면 극히 일부이기는 하겠지만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선현 다인(茶人)들께서 지하에서 한탄하시고 계실 이런 류의 다회는 조속히 지양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다회를 하시는 분들은 사후 선현다인들을 어떻게 대하실 수 있을런지 걱정이 앞서는 점을
너그럽게 혜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K-pop이 앞장서고 있는 한류열풍은 지금 세계가 인정하고 있습니다.
선현들께서 이룩하여 놓으신 시서화와 율려를 겸한 다회의 전통이 또다른 한류열풍으로 성장하기
위하여는 다우님들 모두 선현들의 얼을 되새겨 보셔야 한다는 의미로 말씀 드립니다.
저의 부질없고 아둔한 생각이기를 바랄 뿐입니다. ......... (()) .........
활짝 핀 산수국과 등애(주로 초식동물들의 피를 빨아 먹는 곤충임)
죽로시경 갑골문체 21마디 합죽선
산수국
갑골문체 죽로시경
산수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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