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15. 00:22ㆍ차 이야기
설촌 님의 댓글을 보고나서, 저의 게으름을 자책하오며,
신헌 선생님과 초의선사가 주고 받은 시문 두편을 게재하여 드립니다.
이 글은 최근에 발간된 한양대학교 정민 교수님의 <새로 쓰는 조선의 차 문화>라는 책
중에서 534쪽~536쪽을 참고로 하였슴을 먼저 밝혀 드립니다.
첫 수는 신헌 선생님께서 1843년에 지은 <초의 의순에게 주다(贈草衣意洵公)>입니다.
두륜산 아래에서 마니주(摩尼珠)를 굴리니 두륜산하전마니 하니 ( 頭輪山下轉摩尼 )
색색마다 여여(如如)하여 그림자 따라오네. 색색여여영영수 라. ( 色色如如影影隨 )
멀리서 그리다가 남쪽 와도 못 만나니 래불견증하상남 하니 ( 來不見曾遐相南 )
기이한 그림과 글 아직 보지 못했구려. 기화기문미전시 하니라 ( 奇畵奇文未展時 )
다음은 일로정선실의 글귀가 있는 시로, 위의 시를 받아 본 초의선사님은 답례로 자신이
법제한 차 2,3 봉지를 신헌에게 보냅니다. 그러자 신헌은 다시 <초의상인에게(贈草衣上人)>라는
시를 지어 보냅니다.
초의가 산 위로 떠나가서는 초의상산거 하니 ( 草衣上山去 )
초암에서 한가로이 지낸다 하네. 한거초암중 이네. ( 閒居草庵中 )
띠집을 얽은 지 40년인데 결초사십년 이니 ( 結草四十年 )
오가는 건 해맑은 바람이라네. 왕래유청풍 이라네. ( 往來有淸風 )
흰 구름 바위 안고 잠을 자노니 백은포석숙 하오니 ( 白雲抱石宿 )
좁은 골 시내 따라 길이 통한다. 세곡연계통 하니라. ( 細谷沿溪通 )
책상에 쌓아둔 서화 속에서 연상서화리 에서 ( 連床書畵裏 )
붉은 등불 하나가 늘 환하구나. 장명일등홍 하니라. ( 長明一燈紅 )
고목 주워 이것으로 땔감을 삼고 습고이위초 하고 ( 拾枯以爲樵 )
차 싹을 따와서 차를 만든다. 결아이위명 한다. ( 抉芽以爲茗 )
봄 그늘에서 발에다 쬐어 말리니 춘음수쇄박 하니 ( 春陰邃 日+麗 箔 )
볶는 솥에 마침 화후가 맞구나. 화후적초정 이구나. ( 火候適炒鼎 )
바위틈 솟는 물을 백번 달여서 백전석간수 하여서 ( 百煎石間水 )
차 끓이자 그 빛이 몹시도 맑네. 점래광철형 하도다. ( 點來光澈瀅 )
그대가 두세 봉을 줌을 고맙게 여기노니 감군양삼봉 하오니 ( 感君兩三封 )
빼어남이 티끌세상을 벗어 났구나. 기절출진형 이구나. ( 奇絶出塵逈 )
이내 몸 연잎세계에 들어 와 보니 아래연옆계 하니 ( 我來蓮葉界 )
두륜산이 더욱 가깝구나. 두륜산이밀 이구나. ( 頭輪山邇密 )
가람을 칠보로 단장했어도 칠보장가람 하여도 ( 七寶粧伽籃 )
**** 화로가에서 차마시는 맑은 선방이구나. 일로정선실 이구나. ( 一爐淨禪室 ) ****
옷깃 펴서 서로를 찾고자 하나 진의욕상심 하오나 ( 振衣欲相尋 )
서로 어긋날까 두렵네. 마누공자휼 하도다. ( 魔累恐自 책받침+譎 -말씀언변 )
산사람의 발자취 한 번 보고는 일견산인족 하고는 ( 一見山人足 )
흰 구름 마음 속에서 피어나도다. 백운심상출 하도다. ( 白雲心上出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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