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권 빠띠까 품 Patika vagga
「십상경」(十上經, Dasuttara Sutta, D34)
본경도 부처님 가르침을 법수별로 체계적으로 모으려는 노력에서 탄생한 사리뿟따 존자의 작품이다. 부처님 말년에 가까워질수록 부처님의 가르침은 다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많아졌을 것이다. 이러한 많은 가르침을 어떻게 모아서 노래하고 기억하여 후대로 전승해 줄 것인가는 직계제자들에게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방대한 부처님 가르침을 체계적으로 모아서 전승시킬 것인가? 그것은 기존의 인도 종교의 전통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불교가 생기기 이전에 이미 인도의 여러 바라문 가문들은 각 가문이 속하는 문파에 따라서 베다 본집(本集, Sam*hitā)과 제의서(祭儀書, Brāhman*a)와 삼림서(森林書, Āran*yaka)와 비의서(秘義書, Upanis*ad)를 모아서 노래의 형태로 전승해 오는 전통이 튼튼하게 뿌리내리고 있었다. 예를 들면 전체 10장(만달라, Man*d*ala)으로 구성되어 있는『리그베다』의 2장부터 7장까지는『리그베다』파에 속하는 바라문 가문들에서 전승되어 오는 찬미가를 각각 가문별로 모은 것이다. 예를 들면 본서 제1권「암밧타 경」(D3 §2.8)에서 언급되고 있는 유명한 바라문 가문들 가운데 웻사미따(Sk. Viśvāmitra)는『리그베다』3장을 전승해온 가문의 이름이며, 와마데와(Sk. Vāmadeva)는 4장을, 바라드와자(Bharadvāja)는 6장을, 와셋타(Sk. Vasis*t*ha)는 7장을 전승해온 가문의 이름이다. 그리고 8장은 깐와와 앙기라스 두 가문의 전승을 모은 것이며 9장은 제사에서 아주 중요한 소마(Soma) 즙에 관계된 찬미가들을 모은 것이다. 여기에다 1장과 10장은 일종의 잡장인데 가문과 관계없는 시대적으로 늦은 찬미가들을 모아서 구성한 만달라이다.
그리고『리그베다』의 각 장은 모두 다시 주제별로 모아져 있는데 먼저 바라문들의 신인 아그니에 관계된 찬미가를 모으고, 다음은 인드라, 그 다음은 다른 여러 신들의 순서로 모았다. 이처럼 이미 불교가 생기기 이전부터 바라문들은 체계적으로 그들의 찬미가를 모아서 노래로 전승하고 있었다.
음악을 구성하는 두 요소는 음정과 박자일 것이다. 그들은 음정으로는 우닷따(udātta, 고음), 아누닷따(anudātta, 저음), 스와리따(svarita, 굴리는[曲折] 음)라는 세 가지 음정을 사용하였고, 박자로는 짧고(hrasva), 길고(dīrgha), 빼는 세 가지 박자를 인정하였다. 이처럼 음정과 박자를 사용하여 베다를 정확하게 노래하여 후대로 계승해온 것이다.
그들은 베다를 이와 같은 방법으로 노래한 것만이 아니고 베다를 단어(pada)별로 끊어서 독송하는 방법도 개발하였고, 1 → 1,2 → 1,2,3 → 1,2,3,4 … 씩으로 각 어절을 처음부터 반복하는 식으로 각파에 속하는 베다를 독송하는 방법도 개발하였다. 기상천외하게『리그베다』를 제일 뒤에서부터 거꾸로 독송해 올라오는 방법까지 개발해 내었고 실제로 이렇게 독송하는 사람이 지금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그들은 베다의 한 음절도 틀리지 않게 후대에 전승하려 노력하였다. 그리고 찬미가를 숫자별로 증가하는 방식으로 모으기도 하고, 숫자별로 감소하는 방식으로 모으기도 하였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그들의 베다와 가르침을 결집하였다.
이 방식은 자이나교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자이나의 앙가(An#ga)들도 다양한 방법론으로 결집되어 전승되어 온다. 물론 정통 자이나교라고 자처하는 공의파(空衣派, Digambara)에서는 마하위라 혹은 나따뿟따의 가르침은 이미 자이나 교단 초기에 인도 중원에 큰 기근이 들어서 자이나 수행자들이 탁발을 쉽게 할 수 있는 남쪽으로 내려가는 와중에 모두 잃어버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내려가지 않고 흰 옷을 입고 덜 엄한 고행으로 교단 체제를 바꾼 백의파(白衣派, Śvetāmbara)에서는 지금까지 그들이 전승해 오고 있는 앙가(An#ga)들을 정전으로 인정하고 있다. 물론 이런 앙가들을 모두 마하위라나 초기 자이나 교단 수행자들의 가르침이라 보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아야랑가』(Āyaran#ga, Ācāran#ga Sūtra),『수야가당가』(Sūyagad*an#ga, Sūtrakr*tan#ga Sūtra), 불교의『숫따니빠따』와 같은 성격을 가진『웃따라댜야나수뜨라』(Uttarādhyayana Sūtra) 등은 언어학적으로나 문헌학적으로도 아주 오래된 것이라고 여러 학자들이 공히 인정한다.
인도 종교계의 사정이 이러하였기 때문에 불교교단도 부처님 말씀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이러한 방법론을 그대로 받아들였으며 특히 사리뿟따 존자와 깟사빠 존자와 같은 바라문 가문 출신들에게는 자연스런 추세였을 것이다.
가르침을 모으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본경은 그 가운데서도 조금 더 특이한 방법을 취하고 있다. 사리뿟따 존자는 본경에서 비구들이 받아 지니고 공부해야 할 주제를 ① 많은 것을 만드는 법 ② 닦아야 할 법 ③ 철저히 알아야 할 법 ④ 버려야 할 법 ⑤ 퇴보에 빠진 법 ⑥ 수승함에 동참하는 법 ⑦ 꿰뚫기 어려운 법 ⑧ 일어나게 해야 하는 법 ⑨ 최상의 지혜로 알아야 하는 법 ⑩ 실현해야 하는 법이라는 열 가지로 정리한다. 그런 다음 이 열 가지에 해당되는 법들을 각각 하나의 법수부터 시작해서 10까지 증가하면서 설한다. 그래서 경의 제목을 다사-웃따라(Dasa-uttara, 다숫따라, 열 가지를 하나씩 증가하며, 혹은 열까지 하나씩 증가하며)라고 붙였고 십상(十上)으로 한역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본경에서는 (1×10) + (2×10) + … + (10×10)하여 모두 550개의 가르침이 10가지 주제 하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설해지고 있다. 왜 사리뿟따 존자를 법의 대장군이라 부르는지를 알 수 있는 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