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 7. 16:01ㆍ우리 이웃의 역사
2009.8월호 DEN에서...
세기의 악녀들 -Ⅴ, 김개시(?~1623)
( 歷史工夫 )
일개 상궁으로 최고의 권력을 휘두른 궁녀 김개시(?~1623)
이이첨과 함께 선조 살해 의혹을 받으며 <조선왕조실록>에 광해군 시대 최대 악인으로 묘사된 인물.
김개똥 상궁이라고도 불렀는데 '개시(介屎)'란 '개똥'을 한자로 표현한 것이다.
1. 아들과 아버지 사이를 오간 여인
김개시는 천한 노예의 딸이었다고 한다. 궁녀로 입궁한 뒤에도 주로 공노비인 내수사 출신의 궁녀들과 지내야 했다. 어려서 궁에 들어간 김개시는 원래 왕자 시절의 광해군을 모시던 시녀였다. 그러다 전란(임진왜란) 중에 광해군의 아버지인 선조를 모시게 된다. 김개시가 글을 알고 문서 처리에 능하며 똑똑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선조 곁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것이다. 김개시가 그다지 빼어난 미인이 아닌데다 아들과의 관계를 고려해 선조가 육체적인 관계를 맺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축된다. 그러나 한 명의 궁녀가 아들과 아버지 사이를 오가며 모신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선조가 사망하자 김개시는 다시 광해군의 곁으로 가게 된다. 광해군은 사춘기 시절에 육정으로 맺은 인연을 무시할 수 없는데다, 자신을 위해 충성할 똑똑한 궁녀가 필요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광해군의 신임을 얻은 김개시는 임금의 곁에서 돈을 받고 관직을 파는 등 온갖 악행을 일삼았다
2. 갖은 술수와 모함을 일삼으며 권력의 핵심이 되다
세자 시절부터 폐세자의 공포에 시달린 광해군을 위해 김개시는 악역을 떠맡는 것을 자처했다. 그녀는 권력을 쥐면서 왕권 강화를 위해 냉정하고 잔인하게 주변을 정리했다. 선조의 후궁 10여 명을 죽인 데 이어, 광해군 대신 영창대군에게 왕위를 계승하려고 한 최고의 위험 인물 인목대비를 폐위시켰다. 또한 인목대비의 궁녀들을 회유하여 첩자로 쓰기도 하고, 사건을 조작해 누명을 씌우기도 했다. 광해군 5년, 인목대비의 친정을 멸문시킨 후 마침내 대비가 광해군을 저주했다고 모략하기에 이른다. 결국 인목대비를 별궁에 가둔 뒤 곤욕을 당하게 하며 시해하려고 까지 했다. 뿐만 아니라 광해군의 친형과 여덞살된 어린 이복동생(영창대군)을 죽이기 까지 했다고 전한다.
3. 분에 넘치면 화를 얻는다
궁녀 출신으로 최고 권력자가 되면 정치적·도덕적 소양이나 이론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김개시는 왕의 총애와 신임을 얻었지만 분에 넘치는 힘을 얻게 된 것이 한계가 되어 자신은 물론 왕의 파멸을 재촉했다. 구체적인 행적이 전해지지는 않지만 정업원이라는 절에서 불공을 드리다가 반정이 일어난 것을 알고 민가에 숨었는 데 반정군에게 잡혀 참수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하지만 궐내 여인이 오로지 불공을 드리기 위해 정업원에 가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인조반정이 일어났을 당시 김개시의 나이는 이미 쉰 살을 넘어 은퇴해야 할 처지였기에 그의 죽음은 의문으로 남아 있다. 선조와 광해군, 두 임금의 총애를 받으며 고위 관료 못지않은 권력과 영화를 누린 김개시에 대한 기록은 그리 많지 않고 부정적이다. 광해군이 역사에서 패자였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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