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 23. 23:40ㆍ나의 詩
대설경보
步 虛
세상은 본래부터 헛된 걸음이라 스스로 自號를 하였으나
해가 뜨나 달이 지나 우리집 우주는 변함이 없고
그래도 시간이 지나가면 공간도 차츰 변형되어 가고....
唐樂으로 만주벌판을 거쳐서, 발해를 지나 전해진 律呂는
궁중음악 전례곡인 步虛子로 남아있네.......
안승일 백두산 사진전 < 불멸 또는 황홀>에서
대관령 설경
말들의 아침.........
대설주의보는 두려워하지 않았으나 대설경보는 사뭇 달라
며칠 더 눈이 내리려나 지붕끝만 쳐다보는 주민들.....
텔레비젼 뉴스 속에선 그분들의 얼굴에 시름만 가득하고
일기예보도 가끔은 검색하기도 지겨워지는 대보름 즈음에
영등할매 오시기엔 조금 이르나 샛파람만 부는 데......
들깨를 수확한 밭
경주용 종마들은 눈을 헤집으며 풀을 뜯고,,,,,,,,,,
산악스키(半스키)를 배낭 옆에 매단 젊은 산악인.........
신발을 바꾸어 신고 가신 평창의 주민이 이렇게 고마울 수가 하면서도
산친구들의 걱정어린 얼굴이 가끔은 겹쳐서 보이는 데.....
그 고마운 마음을 알면서도 이태 동안 지팡이로 땅을 밀며
개각등행 연습하는 줄도 모르고 도사님이라고 농을 하던
천진한 모습들이 겹치는 순간 버스 선반에 지팡이를 놓고 내려 버렸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서나 보시지 못하시는 분들께서나 모두
말의 눈 처럼 티없이 맑고 시름없이 순한 한해가 되소서!!
집으로 가는 길........
선자령 눈길.........
음력 이월이 가까이 오면 북대길에도 아침가리에도 눈은 질척거릴테고
깊은 눈에 발바닥 핥으며 바위처마 밑에서 지내던 산짐승들도
이제는 맑은 하늘 따사로와 지는 햇살을 즐기며 긴 하품을 하겠지.
물오르는 어린 줄기껍질을 벗기어 내며 긴 허기를 채우곤 하겠지....
복수초는 여린 따스함으로 덮힌 눈을 녹이고 있겠지....
수리취의 부활
마타리의 싹틈을 위한 미리 버림
- 바람에 날려가 눈속에 파묻힌 씨앗들은 눈녹은 물을 머금어 싹트기 시작하고......
가칠봉 아래 삼봉약수는 세 군데가 서로 물맛이 달라
각기 다른 불소 성분으로 茶游戱圖 매염제로 쓰기엔 안성맞춤...
왕승골 돌배도 두꺼운 얼음이 녹으면 하나둘 드러나겠지.
소양호에서 겨울 난 열목어도 어두우니골로 돌아갈 준비를 하겠지.
제가 궂이 가지 않아도 명개리의 밝음은 열려지겠지만......
경포대에서........ 눈사람 만들기
경포대의 눈사람
이제는 떠나야 하나 또 다음해를 기다려야 하나
이것 저것 서툰 생각에 하루밤은 너무 짧고
진작에 체력을 단련하였으면 남의 근심 덜으련만
마음은 서른세해 동안 스물아홉살에 머무나 몸은 점차 노쇠해져
날이 추워지만 기다려야 하나....... 내년을 기약해야 하나........
아치형 캔버스틀
다시 솟아 오른 해
올해도 쉬임없이 달리다가........
경치가 좋은 너럭바위를 만나면 찻자리나 펴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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