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 8. 18:46ㆍ나의 詩
일본국 북알프스에서
/ 步 虛
갑오년 추석날 큰집에서 차례를 모신 후
늦은 오후에 얻어온 식혜를 마시다.
유리컵에 남은 식혜의 삭은 밥알에
컬럼비아 원두커피를 진하게 내려
마시고 남은 식은 커피를 부어 마신다.
일본의 산군(山群)들은 한반도나 만주지방의 산들보다 높다.
바닷가의 잦은 비로 약한 화산재들이 깍여나가도
깍여나가는 두께 이상으로 열도가 솟아오르는 탓이다.
한반도에 들이닥쳤을 법한 태평양의 거센 파도를 막아주는
천연방파제가 해마다 조금씩 그 높이를 더해가고 있다.
일천 사백여년 전을 앞뒤로 해상대제국이였던 백제 -
반도부여가 나당연합군의 말발굽 아래 쓰러진 후 삼년동안
열도부여에서 이만육천명의 왜병들이 바다를 건너와 부흥군이 되어 싸웠으나
나당연합작전군의 기세를 꺽지 못하고
왕과 왕족 그리고 장군들은 당나라로 끌려가서 명목상의 벼슬을 살았다.
전열를 정비한 나당군은 백제투항군을 창칼막이로 앞장 세워
중원땅을 호령하였던 고구려를 남북에서 옥죄어 갔다.
몇해를 용감하게 싸웠으나 나당군의 세작들은
눈치채지 못하게 부자간을 이간시켜 약해진 틈을 타
대륙부여의 마지막 숨통을 끓어 놓았다.
이때 많은 반도와 대륙의 부여인들이 열도부여인 왜로 건너가고
그들은 해류를 따라서 각자 도래하기 쉬운 곳에 터전을 잡았다.
이 일본 북알프스지역은 대륙의 부여인들이 대대로 터를 잡고
도꾸가와 이에야스의 막부 이전까지 각자의 번을 형성하고 있었다.
한 여름에도 눈이 남아 있는 흰산을 바라보며 고향의 산천을 그리워했다.
콩깍지를 태운 불로 콩을 삶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반도와 대륙의 옛땅을 회복하기 위하여
다물(多勿)이라는 대륙의 옛말을 떠올리며
건너간 바닷길을 거슬러 반도로 건너와
대륙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빌려달라고 하였으나
한뿌리임을 잊고 모화사상에 매달려 살던
반도부여의 여린 후손들은 그들과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도성을 내어주고 피난가기도 하고
그들의 총독에게 이름뿐인 황제가 허수아비 노릇을 하기도 하였다.
이제는 섞어보자.
우리 땅에서 자란 삭은 식혜밥풀과
남미땅에서 자란 나무열매 달인물인 커피도 어울려 마시는 데.....
저 먼 남미의 인디오들도 베링해가 얼어붙었을 때 건너간
우리의 먼 형제들이 아니였던가?
대륙과 반도 그리고 열도의 부여인들이 예전처럼 힘을 합친다면
유라시아를 호령하던 징기스칸의 부족동맹체가
오늘날 다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어찌 우물안 개구리 처럼 좁은 하늘과 갇힌 바다만을 생각하고 있겠는가?
이 너른 바다와 이어진 대륙과 이 드넓은 우주를 가까이 두고서.....
- 다녀온지 몇해만에 친구가 보내온 사진을 꺼내 다시 보다가....
...........................................
'나의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날의 하늬바람 (0) | 2016.05.04 |
---|---|
무애차송(無碍茶頌) (0) | 2015.08.15 |
어떤 다포(茶布) / 무량승향 (0) | 2014.08.17 |
대설경보 (0) | 2014.02.23 |
대설주의보 (0) | 2013.07.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