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주의보

2013. 7. 1. 16:05나의 詩

 

 

  칠월 초하루 한더위에 대설주의보를 생각하다.

 

  어제 다녀 온 내설악 때문인가?

 

 

  젊은 청년 시절엔 텔레비젼에서

 

  대설주의보가 예고되면

 

  배낭 등짐을 꾸리곤 했다.

 

 

   산에서 만난 아내는 말없이

 

   내심은 걱정하면서도 빙그레 웃으며

 

   밑반찬통을 채워주곤 하였다.

 

 

   배낭 옆에 매단 산스키는 무겁다.

 

   거기다 기본 야영장비를 더하면

 

   어깨가 여지껏 남아있는 것이 다행이다.

 

 

 

   새눈이 퍼부으면 하룻거리를

 

   사나흘에 걸쳐 오르내린곤 하였다.

 

   그냥 눈밭을 푸근한 침대로 여기며.....

 

 

   가끔은 폭설에 굶은 야생동물들이

 

   나누어 먹자고 따라와 천막 부근에 까지 따라와

 

   이웃처럼 함께 자기도 하였지.....

 

 

    그 짐승들의 서치라이트 같은 눈빛들이

 

    그 겨울의 달빛 처럼 처량해 보이기 까지도.....

 

    침냥에 들기 전 고깃덩이 반을 뚝 잘라

 

    천막 부근에 놓아두면 어느 틈엔가

 

    가지고 사라지기도 했었지.

 

 

    이젠 다시 또 그들이 그리워진다.

 

    나이든 청년이 되어 그들이 또 보고 싶어진다.

 

    올 겨울에는 다시 대설주의보를 기다려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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