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와 선 - 삼국시대의 차 / 여연스님

2014. 3. 12. 11:01차 이야기

 

 

 

 

       제목 : 여연스님의 차와 선 - 삼국시대의 차

[ "왕이 누각에 높이 앉아 말하기를
대덕스님으로하여 3월 3일을 기리고자 하노라 하니
마침 한 스님이 헤어진 장삼차림에 벗나무통을 지고
남쪽에서 오고 있기에 왕이 요행이다 하며 누각으로 맞아들였다.
그의 통속을 보니 다구가 담겨있었다.
왕이 그대 누군가라고 묻자 스님이 충담입니다……(중략).

왕이 기뻐하고 " 과인에게 차 한 잔을 주겠는가? " 하니
충담스님 곧 차를 달여 바쳤다.
왕이 즐겨마시고 말하기를 " 차에 氣味가 있으니 향기가 풍기도다." 하고 나서
" 그대가 기파랑을 기린 사뇌가를 지었는가? " 하니 " 그러합니다." 하였다 .
왕이 " 하오면 백성들의 태평을 구가할 수 있겠는가? " 하니
충담스님이 즉석에서 <안민가>를 지어 바쳤다. ]

   <삼국유사 제 2권 "경덕왕 충담사 표훈대덕"> 中에서 좀 장황하게 인용된
위의 글은 신라시대 경덕왕과 충담사의 이야기다 .
충담사는 당시대의 향가의 대표적 작가이자 승려화랑으로
육우와 같은 시대를 산 뛰어난 다인이었다.
우리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 신라다도의 수준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신라는 당시 고구려나 백제보다도 후진사회였음에도
불교를 받아들여 호국신앙으로써 정신적 토대를 마련한 후
국가체제를 정비 정복국가로써 도약을 준비한다.
법흥왕(532년)에 김해를 중심으로 한 "본가야국"을 합병,
진흥왕(562년) 고령 중심의 대가야를 정복한다.
공교롭게도 정복당한 두 국가는 모두 차가 많이 나는 지역이었다.

   중국문화의 수용과 더불어 대략 6세기쯤으로 짐작되는 신라 차역사는
통상적으로 귀화식물인 차나무의 전래 이전과 이후로
나누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시대의 한 문화로써 본격적인 음다풍습에 대한
정확한 고증이나 학설은 없지만 몇 가지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
한번쯤 짐작해보기로 하자.

   신문왕 (681-692년)때 출중한 다인이었던 설총은
"화왕계설화"를 왕에게 강론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차와 술로써 정신을 깨끗이 해야한다"고 꽃을 통해
왕에게 간접적인 충고를 하고있는 이 장면은
당시 지배계층에서는 이미 차가 일상음료로서 자리잡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은 7세기에 이미 토산차가 있었음을 증명하는 <통도사 사적기>가 있다.

  "통도사의 북쪽에 있는 동을산의 차마을 (茶村)은
차를 만들어 절에 바치던 所이다.
절에 바치던 차아궁이 (茶因:다인)와 차샘(茶泉)이 없어지지 않고
지금도 남아있으니 후인들이 다소마을(茶所村)이라 하였다.
또한 자장율사의 제자인 조일화향이
어느날 바로 동봉에 가서 산천을 살펴보고 띠집을 짓고 거기서 살았는 데,
장생표를 세우고 그곳에서 죽었다."

   여기에서 조일스님은 자장율사의 제자임을 밝히고 있어
7세기 경의 인물이며 그가 머물던 암자는
그 지방의 특산물을 공납했던 곳이었던 같다.
위 문헌에 따른다면 조일스님은 다소인 동을산에서
차나무를 재배 관리했던 관리인의 성격을 띠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삼국사기> 제 10권 "흥덕왕"조에 보면
"당나라 사신으로 간 대렴이 828년 12월에 차종자를 가져와
왕이 지리산에 심게 했다.
차는 선덕여왕대부터 있었는 데 이때에 이르러 성하였다.
"신라차를 이야기하며 원효대사를 빼놓을 수 없다.
원효대사는 스스로 말하기를 "스승을 모시지도 않고 배웠으며
마음에 의지하여 저절로 깨닫는다."
하여 독자적으로 해동종을 창시하는 한편
차의 공덕을 수양의 방편으로 삼고자 원효방을 차렸을 정도로
차를 사랑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인 원효대사에 관한 기록은
고려의 이규보가 쓴 <남행월일기>에 잘 나타나 있다.

"경신년 (1200년) 8월 20일
부령(지금의 부안) 현령 이군 및 다른손님 6 -7인이 원효방에 이르렀다.(중략).
차를 달여 효공에게 드리려 하였으나
샘물이 없어서 딱하던 중, 물이 바위 틈에서 갑자기 솟아났는 데
맛이 매우 달아 젓(乳)과 같으므로 늘 차를 달였다 한다.
원효방은 겨우 8척(2.4m)쯤 되는데 한 늙은 중이 거처하고 있었다.
"일상을 쫏기듯 살아가는 현대인들에 게 한잔의 차는 동떨어진 현실일수 있다.
그러나 사계절 변해가는 자연의 변화도 삶의 무상함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여유와 대화를 준다는 점에서
차는 우리 삶속에 또 다른 가치를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느덧 萬山紅葉이 가을의 낙조 속으로 사그라들고,
가을 바람에 서걱이는 대숲이 흔들리는 소리는
한 종지의 찻잔속에 들어있는 푸른디 푸른 차 향기를 그리워하는
계절이 오고 있음을 알린다.
차 한잔에 자신의 생을 담아보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지. 



                                             - 자료출처 : 한국차문화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