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茶幷書 박영보

2014. 3. 11. 21:19차 이야기

 

 

 

 

 

      

남다 병서 (南茶 幷序)  박영보(朴永輔)

 

   남다(南茶)는 호남과 영남에서 생산되는 차이다.  초의선사가 그곳에서 운유(雲遊) 하면서 다산(茶山:丁若鏞)과 추사(秋史:金正喜)와 문자로 교유했는 데 경인년(庚寅:1830) 겨울에 서울을 방문했을 때 손수 만든 차 한포를 예물로 이산중(李山中)이 얻어서 나에게 주었다.  차는 관인(官人)의 금루옥대(金縷玉帶)와 같다.  나 또한 그러하다.  맑은 자리에서 한잔 마시고 장편시 20운(韻)을 지어 선사께 보내니 혜안(慧眼)으로 바로 잡고 겸하여 화답시를 구합니다.

 

 

옛날에 차를 마시던 사람은 신선되어 올라 갔고,

하계에서는 잘못 되어도 맑고 어진 사람은 될 수 있네.

쌍정(雙井) 차나 일주(日注)차는 세상에서 이미 멀어졌고,

우전(雨前)차나 홍곡(紅穀)차는 지금도 이름이 전하네.

꽃 무늬청자 찻잔만 보배롭다고 좋아하지 말라.

참다운 맛은 중국에서 이미 경험 하였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차는 더욱 좋으니,

차의 싹이 처음 나오니 향기롭고 아름답구나.

옛적에는 중국차가 좋다하고 이제는 우리나라 차가 좋으니,

중국이나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찮은 꽃이나 풀도 제각기 족보가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누가 차가 먼저있는 것을 알았느냐.

신라때 상인이 당나라에 들어 갔을 때,

찻씨를 가지고 창해(滄海) 만리를 배타고 건너 왔네.

강진 해남은 중국 호남 복건성과 같은 적지이니,

한 번 가서 찻씨를 내 버리듯 던져 놓으니(남쪽의 바닷가 산에 차가 많이 있는데 강진 해남이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있다.)

꽃 피는 봄과 잎 지는 가을이 한가로이 지나니

하일없이 청산에 일 천년이 지나 갔네.

울창한 차나무의 기이한 향이 오랜만에 세상에 나타나니,

봄이면 바구니 들고 차를 따는 인연이 생겼네.

하늘나라 월궁에서 작은 용단 봉단차를 만드니,

만드는 방법은 거칠어도 맛은 좋구나.

초의노사(草衣老師)의 옛 정업(淨業)은

좋은 차 달여 놓고 참선에 드네.

남은 일이란 한묵(翰墨)으로 고요히 즐기는 것,

한 때 이름 난 선비들이 모여 들었네.

눈 맞으며 가사(袈裟) 걸친 스님 천리 밖에서 오고,

법도에 맞춰 아름답게 만들은 둥그런 옥같은 단다(團茶)

친구가 나에게 보내 준 차는 구슬과 짝 하겠네,

풀러서 멧돌에 가니 차 가루가 날리네.

나의 차 마시는 버릇에 수액(水厄)이 있음인가,

뼈속에 맺힌 오랜 나쁜 한기가 말끔히 가시네.

밥은 서푼(三分)쯤 먹고 차는 칠푼(七分)을 마시니,

법가(法家)에서 생강과 후추를 먹는 것은 가련한 일이다.

석달 동안 빈 찻잔만 들고 있다가,

누어서 찻물 끓는 소리만 들어도 군침이 도네.

오늘 아침에 한잔 들어 장과 위를 씻었고,

방안에 푸른 기운의 운무가 가득히 어리는 구나.

이제는 복사꽃이 늙어 시드는 것도 번거로우니,

부끄럽구나 국제(菊?)가 없어 낙천(樂天)에게 술도 못 권하네.

경인년 11월 15일에 금령(錦?) 박영보가 손을 씻고 화운합니다.


해제

남다병서(南茶幷序)는 금령(錦?) 박영보(朴永輔) 선생이 경인년(1830) 11월 15일에 초의선사의 차를 선물 받고서 장편시 20운(韻)을 지어 선사께 보낸 것이다.  서문에 이르기를 " 혜안으로 바로 잡고 화답해 주십시요."  라고 하였다.



        남다병서(南茶幷序)

남다(南茶) 호영간산야(湖嶺間産也) 초의선사(草衣禪師) 운유기지(雲遊其地) 다산승지급추사각학(茶山承旨及秋史閣學) 개득이문자교언(皆得以文字交焉) 경인동래방우경사(庚寅冬來訪于京師) 이수제다일포(以手製茶一包) 위지이산중득지(爲贄李山中得之) 전유급아(轉遺及我) 다지관인여금루옥대(茶之關人如金縷玉帶) 역기다의(亦己多矣) 청좌일철(淸座一?) 작장구이십운(作長句二十韻) 이송선사혜안정지겸구영화(以送禪師慧眼正之兼求?和)

고유음다이등선(古有飮茶而登仙) 하자부실위청현(下者不失爲淸賢)

쌍정일주세이원(雙井日注世已遠) 우전홍곡명금전(雨前紅穀名今傳)

화자녹구랑진상(花瓷綠?浪珍賞) 진미중화이경전(眞味中華已經煎)

동국산다다경호(東國産茶茶更好) 명여아출초방연(茗如芽出初芳姸)

조혹서주만금대(早或西周晩今代) 중외유별대상현(中外惟別大相懸)

범화용초각유보(凡花庸草各有譜) 토인수식다인선(土人誰識茶人先)

계림상객입당일(鷄林商客入唐日) 휴도창해만리선(携渡滄海萬里船)

강남지지즉호건(康南之地卽湖建) 일거투종수여연(一去投種遂如捐)

(남방해산간다유지(南方海山間多有之) 강진해남기최야(康津海南其最也))

춘화추엽등한도(春花秋葉等閑度) 공관청산일천년(空關靑山一千年)

기향울황구이현(奇香鬱?久而顯) 채춘광거래인연(採春筐?來因緣)

천상월탑소용봉(天上月榻小龍鳳) 법양유녹미칙연(法樣惟鹿味則然)

초의노사고정업(草衣老師古淨業) 농명세적참진선(濃茗洗積參眞禪)

여사한묵도요변(餘事翰墨倒寥辨) 일시명사변향건(一時名士辨香虔)

설표가사도천리(雪飄袈裟度千里) 두강미제옥단원(頭綱美製玉團圓)

고인증아반경민(故人贈我伴瓊玟) 살수적력광주연(撒手的?光走筵)

아생다벽즉수액(我生茶癖卽水厄) 연심협골냉청견(年深浹骨冷淸堅)

삼분찬식칠분음(三分?食七分飮) 법가강초수가련(法家薑椒瘦可憐)

이래삼월파공완(伊來三月把空椀) 와청송우출참연(臥聽松雨出?涎)

금조일관세장위(今朝一灌洗腸胃) 만실비비녹무연(滿室??綠霧烟)

지번도화색장노(只煩桃花色長老) 괴무국제수낙천(愧無菊?酬樂天)

경인십일월망일(庚寅十一月望日) 금령(錦?) 박영보(朴永輔) 관수화남(?手和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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